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07화 (207/237)

# 207화.

***

프렘의 목표는 천신을 제거하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천신의 명령을 받은 천사들이 프렘의 고향을 박살 내었기 때문이다. 고작 경치가 좋은 장소를 가져가야겠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그렘린이라는 종족은 본래 호전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다. 지성이 뛰어났고, 오히려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몬스터들이었다.

살육을 싫어하고 채식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바로 그렘린이었다. 하지만 평화는 천신이 박살 내버렸다. 물론 그의 하수인들이 고향을 침범했지만 프렘은 알고 있었다. 그 명령을 내린 자가 천신이라는 것을. 그것을 알 만큼 프렘의 머리는 영민했다.

어쨌거나 결국 프렘을 제외하고 모든 그렘린들이 몰살을 당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프렘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죽음과 관련된 지식을 배웠다. 오로지 천신 하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서. 죽음의 마법에 손을 대면서 외형이 괴상망측하게 변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단 하나였다. 천신을 죽이는 실험 작품을 만들어갈수록, 이상한 인간들의 침입이 많아진다는 것. 프렘은 그것이 짜증 났다.

“시간이 없다. 내 수명 곧 끝난다.”

프렘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죽기 직전, 천신을 반드시 처치해야 했다.

때문에 귀찮은 침입자들을 재빨리 처치하고 실험을 하러 갈 것이었다.

마침 악몽 하나를 거의 다 완성해 갔다.

***

수풀이 가득한 숲속. 그곳에 충렬과 네임드들이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눈앞에는 지하로 향하는 큰 철창이 가로막고 있었다.

[버려진 과거의 지하 카타콤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악몽 제작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를 처치하십시오.]

시스템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철창으로 이루어진 입구 주변에는 묘비들이 수두룩했다.

-묘비 볼 시간 없다.

-빨리 내려가.

-나는 묘비 살핀다고 늦게 갔더니 악몽 2개 대기.

-ㄹㅇ극혐이다. 달려라.

-빤쓰런 각 ㄱ

묘비글의 절반 이상이 빨리 진입하라는 내용이었다. 충렬도 그들이 남긴 글에 동의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때문에 충렬은 곧장 움직였다. 움직이며 말했다. 뒤에 도열해 있는 네임드들에게.

“갑시다.”

***

철창을 지나자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 길은 끝없이 쭉 이어졌다. 굳이 걸어서 내려갈 필요는 없었다. 충렬은 모두를 역소환시켰다. 그리고 암흑 투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아래로 공간 도약을 사용했다.

파앗.

충렬이 공간 도약을 사용할 때마다 몸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대략 지하 10층 정도 높이를 아래로 내려갔을 때였다. 그곳에 도착한 충렬의 앞에는 입구로 보이는 거대한 나무문이 존재했다. 그리고 충렬은 느낄 수 있었다. 나무문을 여는 순간, 그 건너편에는 악몽과 악몽 제작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결전의 때가 왔음을 인지한 충렬이 말했다.

“모든 정예 언데드들을 소환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답해주었다.

[듀라한 데프론, 혼돈의 천사 마렉, 블러드 리치 레일리, …를 소환합니다.]

충렬은 네임드들을 소환하는 한편, 문을 열기 전 주변에 놓인 묘비들을 잠시 살폈다.

-와, 보스급의 악몽을 소환하는 제작자 어떻게 처치함?

-느긋하게 악몽 만드는데도 건드릴 수가 없음.

-ㅋㅋㅋ그러니까. 악몽 자체가 철벽 방어를 한다.

-순간 이동으로 제작자한테 도착하면 악몽이 좌표를 뒤흔든다.

-이건 뭐 노답이야.

묘비의 글에서 건진 것은 하나였다.

‘순간 이동과 관련된 스킬은 조심히 사용해야겠군.’

그 외에는 딱히 살필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미 이곳보다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충렬은 나무문을 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마렉이 투덜거렸다.

[제기랄, 그 악몽을 또 상대해야 하는 거야?]

그런 마렉에게 레일리가 말했다.

“마렉, 설마 쫄았어요?”

[쫄긴! 너희들이 다 죽었을 때 말이야, 내가 얼마나 녀석을 잘 괴롭혔다고! 쳇, 그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당황한 모습을 숨기려는 마렉의 모습에 샤오링이 웃었다.

“풋…….”

그러자 머쓱해진 마렉이 뒷머리를 긁었다.

[쩝…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지?]

그들이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 충렬은 깊이 생각했다.

영지에서 태양왕 라이트를 소환하여 도움을 받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쉬고 싶어 했고, 충렬도 어차피 악몽 하나쯤은 쉽게 끝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진입하자마자 파멸을 사용한다.’

기다리고 있을 악몽보다 빠르게. 순식간에 처치할 것이었다.

‘그 후에 안전하게 제작자를 포획한다.’

제작자를 처치하기도 해야 했다. 그렇지만 녀석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했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녀석인지 잘 파악할수록 네임드 언데드로 만들 수 있는 확률이 증가했으니 말이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이 거대한 나무문 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 힘껏 밀었다. 충렬이 밀자 나무문이 낡은 소리를 내며 열려갔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그리고 곧 볼 수 있었다. 나무문 너머로 악몽과 함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악몽 제작자의 모습을 말이다.

***

충렬과 네임드들의 앞으로 보이는 악몽과 악몽 제작자의 모습. 둘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악몽은 이전에 겪었던 악몽과 다르게 홀쭉했다. 각종 시체들을 쌓기는 했지만, 무작정 쌓여 있지는 않았다. 정확히 기둥의 모습을 보이게 하나의 시체 위로는 하나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악몽 제작자. 녀석은 몬스터였다.

<악몽 제작자, 그렘린 프렘>

그 모습에 충렬은 기가 찼다.

‘몬스터가 악몽을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니.’

그것도 키가 1미터도 되지 않을 법한, 조그마한 몬스터가 말이다. 조금 귀엽게 생기긴 했다.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지만.

어쨌거나 놀란 것은 충렬뿐만이 아니었다. 그렘린의 모습에 오히려 아르타디아가 더욱 놀라했다.

“그렘린이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놀라하는 이쪽과 달리, 그렘린 프렘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드, 드래곤이 어째서 이곳에……!”

드래곤에 대한 공포. 그것은 모든 몬스터에게 통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다크엘프로 모습이 변했어도, 녀석은 아르타디아가 드래곤임을 파악했다. 하지만 프렘은 곧바로 악몽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우선은 아르타디아를 위협했다.

“드, 드래곤이라도 내 일을 방해할 수는 없다! 방해하지 마라!”

프렘은 아직 실험해 보지 못했다. 악몽으로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지를. 때문에 녀석은 경계를 먼저 한 것이었다.

그 모습에 그녀가 호기심을 보였다. 본래 그렘린이라면 드래곤과 마주했을 때 공포에 몸을 움직이질 못했다. 하지만 녀석은 무언가 달랐다. 그만큼 악몽의 위력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것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르타디아 또한 섣부르게 나서지 않았다. 악몽의 모습이 이전에 겪었던 것보다 빈약했지만 충분히 느끼고 있어서다. 결코 전보다 약한 악몽이 아님을 말이다.

그렇게 대치를 이어가고 있을 때, 먼저 입을 연 것은 프렘이었다. 녀석은 다급하게 악몽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전과 달리 드래곤이 온 탓이었을까? 녀석은 탈주를 선택했다.

“여기 있는 전부의 발을 묶어라! 나는 탈출한다!”

묘비의 글과는 다른 행동 패턴을 보였다. 악몽 하나를 상대하는 동안, 원래라면 다른 악몽을 제작하여 도전자를 쓸어버리는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녀석이 도망치려 함과 동시에 악몽이 충렬과 그 무리들을 공격하려 했다.

[악몽이 당신들을 향해 ‘죽음의 가스’를 발포…….]

그러나 충렬은 악몽이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공간 도약으로 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묘비가 순간 이동과 관련된 스킬에 대해 경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악몽은 순간 이동을 할 때 좌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충렬은 암흑 투기를 발끝에 잔뜩 집중시키고서 땅을 박찼다.

타앗!

순식간에 악몽을 향해 도약해 날아가는 충렬. 그런 충렬은 장갑을 낀 손을 악몽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녀석과 충돌하기 전, 죽음의 인도자에 속한 기능을 사용했다.

“파멸.”

충렬이 파멸을 사용하자 충렬의 장갑 낀 손바닥 앞으로 기괴한 느낌의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발생된 소용돌이는 단번에 악몽을 집어 삼켰다.

동시에 놀랄만한 일이 발생했다. 소용돌이에 집어삼켜진 악몽. 녀석이 갈기갈기 찢어지기 시작했다.

[파멸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동안 받은 공격으로부터 축적된 대미지가, 악몽에게 가해집니다.]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믹서에 갈리는 고깃덩이처럼, 악몽의 육편이 사방으로 튀며 흩어졌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대략 3초간. 악몽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찢어발겨졌다. 그렇게 악몽은 단번에 처치되었다. 그리고 악몽을 처치하자 엄청난 카르마가 주어졌다. 지금껏 보스급의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도, 직접적인 카르마는 이정도로 주지 않았다.

[악몽을 처치하였습니다.]

[250,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어쨌거나 너무나 쉽게 악몽을 처치한 충렬이 잠시 후 바닥에 착지했다. 충렬이 악몽을 간단히 처치하자 프렘의 몸이 굳었다. 너무 놀라서 탈출하려다 말고 그만 멈춰 버린 것이었다.

“어, 어떻게…….”

설마 이렇게 간단히 무너지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듯. 녀석은 허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서 모든 것을 포기한 듯이 말했다.

“정말 강한 인간이다. 인간이 이 정도인데 신 따위는 절대 죽이지 못한다. 이제 끝이다. 어차피 나는 곧 죽는다. 그냥 지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녀석의 그 말 한마디에, 충렬은 대강 녀석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파악했다.

‘일단 녀석을 구슬려 볼 기회가 찾아왔군.’

충렬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파멸이라는 기술이 없었으면 충렬은 악몽을 처치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태양왕 라이트가 없는 지금의 전력으로는 더더욱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그나저나 어떤 신을 강하게 적대하는 것 같은데.’

상대가 전투력을 상실했을 때, 놈에 대해 빨리 파악해야 했다.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충렬이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긴장되었다. 이제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엄청난 네임드를 얻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시간이었다.

비록 그렘린이라는 모습일지라도 충렬은 녀석을 꼭 소환수로 삼고 싶었다. 악몽 제작자. 녀석만 수하로 부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마스터 승급은 둘째 치더라도 막강한 전력을 얻을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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