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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203화 (203/237)

# 203화.

***

상황을 파악한 네임드들이 곧바로 공격 대상을 변경했다. 악충들은 어차피 처치를 해야 했고,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악충들을 공격하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숫자의 악충이 아직 뭉쳐 있었다. 놈들이 흩어지기 전에 나선 것은 아르타디아였다.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던 아르타디아. 그녀가 악몽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려 했다. 브레스는 아직까지 아끼는 중이었다. 지금 브레스를 사용하면 당분간 탈진할 것을 알고 있어서다. 역소환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때문에 브레스는 최후에 사용하는 수단이었다.

그녀가 사용한 스킬은 바로 드래곤 피어였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악몽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악몽에게 드래곤 피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았다. 악몽에겐 통하지 않을지라도 악충들에게는 충분히 효과 만점이었다.

[이곳에 자리한 악충들에게 드래곤 피어가 적용됩니다.]

[몇몇 악충들의 머리가 터져 죽습니다.]

[대부분의 악충들이 두려움에 몸을 움츠립니다.]

[대다수의 악충들의 신경이 교란…….]

그렇게 결국 악충들은 전원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놈들에게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다음 스킬을 이어갔다.

[아이스 샤워.]

최근에 그녀가 배운 광범위 공격 스킬이었다. 아이스 샤워를 사용하자 영안실 천장엔 구름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생성되었다.

[아이스 샤워가 사용되었습니다.]

[얼음 속성의 구름이 생성됩니다.]

[구름으로부터 적들을 향해 우박과 고드름이 쏟아져 내립니다.]

시스템의 말 그대로였다. 생성된 구름으로부터 각종 고드름과 우박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떨어지기 시작하는 얼음들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악충들을 압사시켜 죽여갔다.

거대한 우박에 당한 악충은 몸이 찌부러지며 죽었고, 날카로운 고드름에 당한 악충들은 꿰뚫리며 죽어갔다.

콰직!

푸욱!

콰득!

콰지직!

푹!

간혹 그 와중에 몸을 꿈틀거려 공격을 회피하려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악충들은 아르타디아의 공격에 당해야만 했다. 그녀는 주변의 모든 공간에 회피할 장소를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스 스파이크.]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땅 아래에서 얼음 꼬챙이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솟아오른 꼬챙이들은 악충의 시체를 포함해 살아 있는 나머지들마저 휩쓸었다. 그 범위는 악충들을 전원 포함할 정도로 넓었다.

푹!

푸북!

푸부북!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모든 악충들은 결국 소환되자마자 아르타디아의 연계기에 모조리 당해야 했다. 당연히 엄청난 범위 공격으로 인하여, 악몽의 체력도 적지 않게 소모되었다.

그러나 놈이 당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악충들이 죽으며 충렬의 언데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악충이 ‘죽음의 땅’ 위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처치된 악충이 ‘사충’이 되어 합류합니다.]

[악충이 ‘죽음의 땅’ 위에서 갈기갈기 찢겨졌습니다.]

[사망한 악충이 ‘귀충’이 되어 합류합니다.]

[‘죽음의 땅’ 위에서 악충 하나가 사망하였습니다.]

[사망한 악충이 ‘설충’이 되어…….]

[악충 하나가…….]

[사망한 악충이 ‘독충’으로…….]

…….

충렬의 언데드가 된 악충들. 녀석들은 그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게 부활했다. 그렇다고 오합지졸이 된 것은 아니었다. 놈들은 살아생전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영역선포로부터 발생한 버프가 녀석들을 이전보다 강한 상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발생한 언데드 벌레들. 녀석들의 수는 대충 80마리였다.

‘적지 않은 숫자가 되살아났군.’

만약 50마리만 되살아나도 도움이 되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벌레들이 아군이 되었다. 아군이 된 벌레들은 충렬이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결국 악몽이 소환한 악충들은, 도리어 자신들을 소환한 주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들의 공격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독충’이 악몽의 시체에 파고듭니다.]

[독충의 근처에 위치한 시체들이 중독됩니다.]

[20초 뒤, 독충과 인근의 시체들이 함께 녹아 사라집니다.]

[‘귀충’이 악몽의 시체를 갉아 먹기 시작합니다.]

[일정량 이상의 시체를 섭취하면 귀충이 수많은 알을 남기며 죽습니다.]

[알들은 10초 뒤, 새로운 귀충으로 부화합니다.]

[‘설충’이 주변 시체들을…….]

……..

악충들이 가세하자 악몽의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아군이 된다고 해도 그냥저냥일 줄 알았는데, 꽤나 지독한 피해를 입히는군.’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기야,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일주일인 스킬이었다. 이 정도라면 자신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수준이리라.

어쨌거나 이런 기세라면 악몽에게 가해진 억압이 90% 미만이 되기 전에, 녀석을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언데드 벌레들의 합류로 인하여 악몽의 체력이 거의 다 떨어졌다. 악몽이 가지고 있는 자잘한 스킬들 따위는 이제 상관이 없었다. 그냥 당한다고 해도, 그 이상을 압도할 만큼의 병력이 충렬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악충들 중에서 ‘귀충’이라는 것으로 부활한 녀석들. 녀석들은 악몽을 공격하면 할수록 숫자를 계속해서 불려 나갔다.

덕분에 악몽에게 남아 있는 체력은 얼마 없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0.4%]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23.1%]

정확히 0.4% 억압만 풀린다면, 악몽은 다시 활개를 치며 다닐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녀석을 끝낼 수 있다.’

악몽의 주변에는 수많은 악충들의 시체가 있었고, 아직 레일리와 아르타디아는 핵심적인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압이 90% 미만이 되면 안전하게 공격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 될 터였다. 그러한 점을 다른 네임드들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지금까지 기회를 엿보던 레일리가 드디어 나섰다.

원거리에서 악몽을 요격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할게요.”

자잘하게 공격하던 그녀는 드디어 큼지막한 공격을 시도하려했던 것이다.

“블러드 블링크.”

레일리가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의 몸이 악몽의 꼭대기 위에 도착했다. 악몽의 위에 올라선 그녀는 자신이 가진 최상의 스킬을 사용해 나갔다.

“블러드 스트림.”

이 스킬을 사용하면 사용가능한 혈액이 모두 소모가 되었다. 때문에 곧바로 사용하지 못했을 뿐. 이제는 사용할 때였다.

어쨌거나 그녀가 말을 끝내자 그녀의 육체에 내제되어 있던 모든 혈액이 물줄기가 되어 터져 나왔다. 물줄기는 그녀의 몸, 사방에서 분출되었다.

촤아악!

촤악!

촤아아악!

동시에 분출된 혈액들은 일순간 주변을 휩쓸었다.

[블러드 리치 레일리가 ‘블러드 스트림’을 사용합니다.]

[주변에 피의 폭풍이 몰아칩니다.]

엄청난 숫자의 피의 물줄기들은 무척이나 빠르게 회전하여 악몽을 갈가리 찢어갔다. 믹서의 칼날이 돌아가는 것처럼, 그녀의 블러드 스트림은 악몽을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렇게 레일리의 스킬 한 번으로 악몽의 체력이 무려 5%나 순식간에 증발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0.3%]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18.1%]

아직도 많은 체력이 악몽에게 남아 있었지만 다음은 아르타디아의 차례였다.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악몽을 공격하고 있던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곧바로 입을 벌리고서 브레스를 사용했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합니다.]

[아이스 브레스가 악몽의 모든 부분을 뒤덮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입에서부터 한기가 가득 담긴 용의 숨결이 전방으로 쏘아졌다.

콰라라라라라라라라!

그리고 그녀의 브레스는 악몽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기 충분했다.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16.7%]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15.1%]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13.9%]

…….

브레스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악몽의 체력은 쭉쭉 감소해 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 아르타디아의 브레스도 끝이 났다. 그녀의 브레스가 종료되자 남아 있는 악몽의 체력은 10% 미만이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0.1%]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9.8%]

이제 스킬 1번으로 악몽을 처치해야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제 악몽의 무지막지한 공격이 다시 시작될 터였다. 그렇지만 충렬은 9.8%라는 체력을 단번에 처치시킬 자신이 있었다.

‘저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충렬은 바로 시체 폭파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시체들을 누적시킬수록 강한 파괴력을 내는 시체 폭파의 특성상, 충렬은 최후의 최후까지 기다렸다. 기존에 처치된 120마리의 악충들이 남긴 시체. 그리고 새로운 귀충들이 생성되고 죽으며 남긴 시체들. 거기에 더해 데프론과 보병들의 몸까지. 모두 터뜨리면 저 정도의 생명력을 단숨에 소모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충렬은 시체 폭파를 사용하기 전, 외쳤다.

“케르베로스, 악티니언! 너희는 문양으로 되돌아와!”

다른 네임드들은 죽는다고 해도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악티니언과 케르베로스는 아니었기에 부른 것뿐이었다.

충렬의 명령에 문양으로 돌아오는 둘. 충렬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외쳤다.

“시체 폭파!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다 폭파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이전과 달리 시스템은 무척이나 빠르게 계산을 끝내주었다.

[보병들과 귀충들의 시체가 함께 터지며 계산된 합: 606.41배]

악충들의 시체를 제외하고, 보병과 귀충들의 숫자만 합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체 폭파의 위력은 무려 606배나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모든 시체들까지 합치자 누적된 대미지가 무려 1만 배에 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악충들의 시체까지 합한 결과 총 계산된 합: 9,999.99배]

원래라면 더 많은 대미지가 누적될 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직 당신에게는 이 이상의 힘을 돌파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려 1만 배의 파괴력이다.’

설마 이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내보여 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기존보다 1만 배는 강해진 시체 폭파가, 장내를 휩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총 추가된 대미지: 9,999.99배]

[시체들이 폭파하며 주변을 초토화시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났을 때는 이제 막 악몽에게 가한 압박이 90%가 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0%]

그러나 녀석에게 무언가의 변화가 나타나기 전, 시체들이 폭파하는 것이 먼저였다.

펑!

퍼벙!

퍼버벙!

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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