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02화 (202/237)

# 202화.

***

시체들이 쌓인 산. 악몽은 이제 남아 있는 마렉을 향해 해괴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악몽이 회복하지 못한 힘을 제외한,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악몽이 ‘마렉’을 주시합니다.]

동시에 시체들의 사이에서 거대한 눈이 번쩍 뜨였다. 뱀의 눈과 닮은, 세로의 길이만 대충 3미터는 될 법한 눈이 마렉을 쳐다보았다. 놈의 시선에 마렉이 소스라치게 놀라했다.

[무슨 저런 곳에 눈알이 있어?]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악몽을 도발했다.

[째려보면? 째려보면 어쩔건데?]

어쩔 거긴,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마렉은 위험해졌다.

[악몽에 기운이 침투를 시작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혼돈의 힘이 침투에 저항합니다.]

[혼돈의 힘 덕분에 당신의 육체는 3초 뒤에 완전히 분해되어 버릴 것입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렉의 발끝부터 천천히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혼돈의 힘으로 저항을 한다면서 시간은 겨우 3초밖에 벌지 못했다. 자신의 발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자 마렉이 경악했다.

[이걸 어떻게 대응하라는 거야!]

하지만 그는 잠시 후,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에이, 모르겠다.]

그러더니 최근에 강화된 스킬 중에서 하나를 사용하였다.

[대규모 부활!]

마렉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전방으로 혼돈의 힘이 떨어져 내렸다. 빛과 어둠의 힘이 섞인 그 힘은, 일행들이 죽은 장소를 전부 뒤덮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겨났다.

[마렉이 일정 지역에 대규모 부활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부활이라는 기적에 가까운 행위가 시작되었다.

[도전자 라이트가 되살아납니다.]

[도전자 이충렬이 되살아납니다.]

[듀라한 데프론 외, 나머지 소환수들이 모두 되살아납니다.]

물론 부활에 대한 대가는 컸다. 도대체 혼돈의 힘을 얼마나 소모한 것일까? 마렉의 날개가 대폭 축소되어 버렸다.

[제, 제기랄. 모든 힘을 쏟아부었더니…….]

그리고 바로 역소환으로 이어졌다. 악몽의 기운에 저항할 힘이 없으니, 마렉의 전신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뭐, 힘을 가지고 있어보았자 고작 몇 초 버티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일행들을 되살린 마렉은 결국 자취를 감추었다.

[마렉의 육체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마렉이 역소환됩니다.]

비록 역소환이 된 마렉이었지만 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

모든 혼돈의 힘을 쏟아부은 마렉. 그로 인하여 일행들은 모두 최상의 상태로 부활할 수가 있었다. 충렬도 언데드로 되살아나기 전에, 인간의 상태로 다시 살아났기에 특성의 소모가 없었다.

마렉의 부활 스킬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은 오히려 악몽이었다. 왜냐고? 태양왕 라이트 또한 최상의 상태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는 부활하자마자 곧 일어난 충렬을 향해 외쳤다.

“이런 부활 스킬이 있었다니… 어쨌거나 지금이 기회다!”

그러더니 그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전지전능한 태양!”

그러자 일행들의 사이로, 조그만 구 형체의 태양이 소환되었다.

파앗!

그 태양은 딱히 뜨거운 느낌이 없었다. 그의 스킬은 당연히 적과 아군을 구분했다. 그렇기 때문에 충렬과 네임드들은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악몽’에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악몽은 태양이 소환되자마자 그동안 지르지 않았던 비명을 처음으로 질렀다. 녀석의 비명은 녀석이 가진 수많은 시체들로부터 발생되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키아아악!”

“키아아아아아아아악!”

녀석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태양왕 라이트가 ‘전지전능한 태양’을 사용하였습니다.]

[최상의 상태에서 그가 모든 힘을 주입하며 만든 태양입니다.]

[태양이 유지되는 동안, 악몽의 힘이 대폭 축소됩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8%]

시스템의 소식에 충렬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뭐라고!’

무려 98%나 축소되어 버리다니. 덕분에 악몽은 이전보다 현저히 약해진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악몽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었던 만큼, 라이트에게도 페널티가 있었다.

스킬을 사용한 그가 충렬을 향해 외쳤다.

“혼자서 녀석을 상대할 때는 사용하지 못했던 스킬이다! 이 스킬을 유지하는 데 내 정신을 쏟아야 하니까 네가 녀석을 상대해 주었으면 해!”

그의 말 그대로였다. 그의 몸 전체에서는 금색의 아우라가 계속해서 태양을 향해 주입되고 있었다. 아마 태양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따로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충렬과 네임드들이 그의 보조를 위해 공격을 시도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잠깐 말을 하는 사이, 악몽도 태양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내부에 잠재된 악몽의 힘이 태양의 힘에 저항하기 위하여 꿈틀거립니다.]

[악몽이 억압을 조금씩 해제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7.7%]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를 본 충렬은 여기서 더 이상 머뭇거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시간을 끌수록 놈이 힘을 회복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충렬은 모든 네임드들에게 외쳤다.

“가자!”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이 악몽을 향해 돌진했다.

***

충렬을 시작으로 데프론, 샤오링, 제레미, 악티니언, 케르베로스, 레일리, 아르타디아까지. 모두가 시체들이 쌓인 악몽의 주변을 포위했다. 네임드들이 소환한 그들의 소환수들까지. 전원이 놈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것이다.

어느새 악몽의 몸에는 수많은 눈알들이 발생했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눈알 외에, 조그만 눈알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놈은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다.

[악몽에게 가한 억압이 90% 이상일 때, 악몽은 높은 랭크의 스킬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7.3%]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지금 외에 기회란 없음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것은 다른 네임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악몽은 불안한 눈동자로 사방을 계속해서 경계했다. 그렇지만 경계만 할뿐. 먼저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녀석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제공격을 하기보다는 방어를 해야 할 때임을 말이다. 덕분에 녀석을 선공할 기회는 이쪽이 가져갔다.

제일 처음으로 움직인 것은 충렬이었다. 악몽은 시체들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혹시나 싶었던 충렬이 입을 열어 스킬을 사용했다.

“시체 폭파!”

하지만 아쉽게도, 시체 폭파는 통하지 않았다.

[악몽의 육체를 구성한 ‘시체들’입니다.]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에 시체 폭파가 통하지 않습니다.]

하긴, 폭파가 통했다면 악몽은 곧바로 사망했을 것이리라.

‘아쉽군.’

그러나 아쉬움은 뒤로 미루어야 했다. 충렬은 곧바로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데스.”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자 매우 진한 검은색의 가루가 놈을 향해 발생했다. 그리고 그 가루는 그대로 악몽의 시체 일부분을 뒤덮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나타났다.

악몽에게 닿은 데스. 그것은 순식간에 놈의 일부를 괴사시켰다.

[악몽의 신체를 구성한 시체들 일부분을 괴사시킵니다.]

[악몽이 보유한 생명력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동시에 시스템은 악몽에게 남아 있는 생명력까지 함께 표시해 주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7.2%]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98.3%]

데스 한 번으로 무려 1.7%라는 생명력을 깎아먹을 수 있었다. 물론 충렬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 속에 암흑 투기가 남아 있는 한, 충렬의 직접적인 공격은 계속되었다. 검지 손가락 끝으로 악몽을 가리킨 충렬이 입을 열어 말했다.

“파괴 광선.”

그러자 충렬의 손끝에서부터 응축된 암흑 투기가 쏘아졌다.

파아앗!

쏘아진 파괴 광선은 순식간에 악몽의 시체들을 꿰뚫었다.

하지만 고작 그것뿐이었다. 아직 악몽의 체력은 건재했다. 충렬의 공격은 분명 치명적이었지만 악몽을 처치하기에는 놈의 몸집이 너무나 거대했던 탓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충렬의 스킬 다음에는 곧바로 모든 네임드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

악몽의 근방에서 데프론과 샤오링, 케르베로스와 악티니언까지. 넷은 악몽을 근접 거리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악몽이 약해지자 어렵지 않게 악몽의 시체들을 박살 내는 중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악몽의 체력은 잘 줄어들지 않았다. 그만큼 악몽의 생명력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데프론이 소환한 보병들을 이용해 충렬이 시체 폭파를 사용해도 소용은 없었다.

지금껏 만나본 그 어떤 몬스터보다 튼튼한 체력이었다.

[현재 축소된 악몽의 힘: 95.2%]

[현재 남아 있는 악몽의 생명력: 78.1%]

악몽에게 가한 압박이 이제는 겨우 95% 정도였다. 하지만 악몽은 아직도 78%가 넘은 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악몽은 과연 악몽이었다. 엄청나게 억압된 상태에서, 녀석은 수없이 많은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쉽게 당하지 않았다.

높은 스킬의 랭크를 사용하지만 못할 뿐. 놈이 가진 자잘한 스킬들은 이쪽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악몽이 ‘악몽의 포자’를 터뜨립니다.]

시스템의 경고를 끝으로, 녀석의 몸에서 정체불명의 포자들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충렬과 네임드들이 거리를 벌리자 시스템이 포자의 정체에 대하여 알려왔다.

[흩어진 포자들이 일순간 부풀어 오릅니다.]

[부풀어진 포자들이 ‘악충’이 되어 당신들을 공격합니다.]

동시에 주변에는 사람 크기 정도의 괴물들이 나타났다. 모습은 쥐며느리와 비슷했지만 몸에는 버섯들이 자라 있었고, 머리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가 문제였다.

‘뭐가 저렇게 많아.’

단순한 소환 스킬의 종류인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이 만든 악충들은 숫자만 대충 200을 넘겨갔다. 충렬은 놈이 소환 스킬을 사용한 이유를 단번에 파악했다.

‘시간을 끌 속셈이군.’

하기야 지금의 악몽의 상태로는 이쪽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악몽이 소환 스킬을사용하자마자 충렬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덕분에 아군의 병력을 증가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에 대한 의문은 길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비장의 스킬. 충렬이 그것을 사용했다.

“영역 선포!”

충렬이 외치자 주변의 땅이 순식간에 검은 기운이 덮어졌다. 악몽의 것과 다른, 충렬의 힘으로부터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각종 묘비들과 무덤이 솟아올랐으며 진정한 ‘묘지’의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여기서 나온 묘비는 도전자들의 것이 아닌, 일반적인 묘비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자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도전자 이충렬이 ‘영역 선포 - 죽음의 땅’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곳의 장소가 죽은 자들을 위한 영역으로 바뀝니다.]

[아군 언데드들에게 다량의 버프 ‘분노’, ‘어둠의 축복’, ‘죽음의 기운’, ‘포악’…가 발생합니다.]

버프뿐만이 아니었다.

[적들 중, 언데드가 아닌 이들에게 ‘공포’ 효과가 발생합니다.]

[언데드가 아닌 ‘악충’들의 사기가 급속도로 감소합니다.]

[‘악충’들의 움직임이 대폭 위축됩니다.]

[언데드가 아닌 ‘악몽’이 서늘한 기운에 혼란을 느낍니다.]

[‘악몽’의 판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영역 선포로 인한 효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충렬이 이 스킬을 사용한 제일 중요한 이유는 지금부터였다.

[지금부터 적들을 처치하였을 때, 일정 확률로 아군 언데드가 되어 일어섭니다.]

그랬다. 이제부터 악충들을 처치한다면 아군이 되어 악몽을 공격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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