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201화 (201/237)

# 201화.

악몽의 영안실

오히려 평범한 스킬들의 랭크는 변동이 없었다. 다만 큼지막한 스킬들의 랭크가 올랐을 뿐이었다. 큼지막한 스킬의 마지막 차례를 장식한 것은 ‘견고한 정신’이었다.

[현재 당신의 정신계 개척도는 70%입니다.]

[때문에 그렇게까지 많은 수치가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스템은 무지막지한 수치를 상승시켜 주었다.

[정신계 개척도가 20%상승합니다.]

‘뭐야, 별로 올려주지 않는다면서.’

그렇게까지 많은 수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더니. 무려 20%나 상승시켜 주었다.

‘시스템의 기준에서는 별로 올려준 것이 아닌가보지.’

그만큼 충렬이 받은 힘이 엄청나다는 뜻이리라. 어쨌거나 그로 인한 결과는 놀라웠다.

[당신의 정신계 개척도는 현재 90%입니다.]

[신의 경지에 들어선 이들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당신의 정신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100%가 되면 그 누구도 정신에 침범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90%만 되어도 그 정도의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신의 경지라…….’

어차피 신 정도나 되는 이들이 충렬에게 관심을 보일 리는 없었다. 물론 새벽을 관장하는 자가 충렬에게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뿐. 솔직히 신이라는 존재들은 마주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리라.

‘그러니 이제 정신과 관련된 상태 이상에는 무적인가.’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견고한 정신을 마지막으로 충렬의 성장은 종료되었다.

모든 성장이 끝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달인의 경지를 드디어 달성했음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달인 네크로맨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뻐할 때는 아니었다.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까.

[두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악몽의 영안실로 입장할 수가 있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 영안실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영안실로 입장하는 입구. 석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과 같은 어둠만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불길한 느낌이 가득했다. 당장 눈앞에 정체불명의 점막이 곳곳에 가득했던 것이다. 특히나 마렉은 점막을 보더니 질색했다.

[이게 뭐야? 으, 너무 징그럽잖아.]

천장에서부터는 점액 같은 것이 뚝뚝 떨어졌고, 점막은 살아서 숨을 쉬는 것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젠장, 나는 땅을 밟지 않고 가야겠군. 징그러운 것은 질색이야.]

그런 마렉의 혼잣말에 라이트가 답해주었다.

“보다시피 악몽이 만들어낸 점막이다.”

그러더니 그가 충렬과 네임드들에게 경고를 해왔다.

“조심해. 놈이 우리들의 입장을 인지했으니까.”

그의 말에 모두가 전방을 주시했다. 저 멀리서 악몽이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곧 그 모습을 볼 수가 있으리라.

태양왕 라이트. 그가 일행들이 향할 길을 밝혀주었다.

“길을 밝히는 태양빛.”

[태양왕 라이트가 일행들이 향할 길을 안내합니다.]

[어두웠던 주위가 밝아집니다.]

그가 스킬을 사용하자, 그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가 대낮처럼 밝혀졌다.

화아악!

그럼에도 악몽의 모습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놈을 위해 만들어진 영안실은 무척이나 넓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더욱 거대한 점막들과 질척이며 떨어지는 끈끈한 액체뿐이었다.

그러나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이 있었다. 곳곳의 점막 위로, 도전자들이 만들어놓은 묘비가 수두룩했다.

-태양왕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 태양왕 라이트 꼭 지키면서 싸워라.

-너보단 강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함.

-안 지키고 하다가 후회하지 마쇼 ㅋㅋ

묘비들의 글은 대부분 태양왕 라이트. 그를 지키라는 소리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지?’

그에 대한 해답은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현재 악몽은 자신을 억누르는 태양의 힘에 의하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악몽의 강함이 85.8%억제됩니다.]

[도전자 ‘라이트’가 사망하면 악몽은 일시적으로 태양의 속박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합니다.]

그 말인 즉, 라이트가 사망하게 된다면 훨씬 강한 상태의 악몽과 싸워야 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는 사망한다고 해도 다시 부활했다. 망자가 되기는 했지만 나중에라도 그 상태를 벗어나면 되었다. 그는 악몽 때문에 잠시 이곳에 묶여 있을 뿐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전투를 하는 동안, 그가 사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그와는 달리, 충렬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죽으면 무조건 영지 귀환석을 사용해야겠군.’

충렬에게도 비상의 수단은 많았다. 그렇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하나쯤 마련해 두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혹여 그가 죽는다고 해도 일단은 최선을 다해서 사냥해 본다.’

반드시 잡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충렬은 앞으로 나아갔다. 라이트가 밝혀준 길을 따라서.

***

내부의 공간은 너무나 넓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라이트는 악몽에 대하여 조심해야 할 사항 등, 놈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그의 음성은 무척이나 침울했다.

“내가 악몽에 대해서 알려주어 보았자 소용은 없다. 놈의 공격 패턴과 스킬 등은 매번 달라지니까 말이야. 수백, 수천 번 이상 놈을 상대한 나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도대체 얼마나 변칙적인 녀석이기에 그런 것일까.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나아갈 즈음,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는 금방이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충렬과 그 무리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저 멀리 보이는 악몽의 모습에 차마 말이 나오지가 않았던 것이다.

“저게 악몽이라고……?”

잘못 본 줄로 알았다. 저것은 하나의 생명체라고 보기가 힘든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물론 라이트가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지만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

말 그대로 악몽은 정말 ‘악몽’의 모습 그 자체였다. 충렬을 시작으로 다른 네임드들 또한 악몽의 모습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제레미, 데프론. 저걸 보라고.]

[도대체 얼마나 죽였기에…….]

[무척이나 끔찍한 녀석인 것 같습니다.]

그랬다. 엄청난 숫자의 시체들로 쌓은 산. 그게 바로 악몽의 모습이었다. 시체들로 쌓인 꼭대기에는 놈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심연의 악몽>

그리고 놈의 주변에는, 여기까지 온 도전자들이 남긴 묘비가 가득했다.

-ㅋ 이거 보스몹 수준이 너무 높은데요.

-챔피언급의 도전자도 상대하지 못한 거 아닌가요?

-ㅇㅇ. 맞음.

-ㅁㅊ. 그런데 왜 우리보고 잡으라고 함? 코 박고 죽으라는 소리인가.

-약해진 상태라고 해서 달인급의 도전자가 상대하게 만든 듯.

-걍 노답인데 ㅋㅋㅋㅋㅋ

그렇게 충렬이 근처의 묘비를 살필 무렵, 놈의 근처에 다다른 라이트가 말했다.

“드디어 도착했군.”

더 이상 녀석을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의 적이 이곳까지 도달한 것을 알아차린 탓에 곧바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악몽이 당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깨어납니다.]

시스템의 알림에 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제발 놈을 처치했으면 좋겠군.”

그러나 이쪽이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놈의 공격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악몽이 ‘말살’을 시전합니다.]

말살이라고? 그것이 무엇일까? 충렬의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시스템의 소식에 라이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초반부터 말살을? 분명 지금까지는 처음부터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말살이라는 스킬이 무엇인지 그는 대충이나마 아는 듯했다.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그의 표정은 당황이 가득했다.

“제기랄! 말살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놈을 처치해야 해! 이건 피할 수가 없는 놈의 공격 스킬이라서……!”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악몽의 스킬은 순식간에 사용되었다. 라이트조차도 대응하지 못하는 스킬이었다. 그런데 충렬을 포함한 나머지들이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악몽의 점막에 발을 올리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점막의 침식으로 말살당합니다.]

충렬을 포함하여 라이트, 아르타디아, 레일리, 케르베로스, 악티니언 등. 점막을 밟지 않고 오던 마렉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순식간에 들이치는 악몽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충렬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무슨 초반부터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는 거야?’

그래서 악몽의 점막으로부터 무언가가 발생하기 전에, 충렬이 입을 열어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설마 이곳에서 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빨리 사용해야 했다.

“시스템! 우로갈의 펜던트를 사용한다!”

그 무엇이라도 공격을 막아주는 에너지 실드. 그것으로 몸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충렬이 아이템을 사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우로갈의 펜던트를 사용합니다.]

[에너지 실드의 충전된 횟수가 1회 차감됩니다.]

갑작스러운 악몽의 공격이었지만 충렬은 막아낼 수 있을 줄로 알았다. 그만큼 우로갈의 펜던트에 내장된 실드는 절대적인 방어를 자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알려오는 시스템의 음성은 상황이 무척이나 암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용된 에너지 실드로 악몽의 공격을 방어하기에는 너무나 극명한 힘의 차이가 납니다.]

[에너지 실드가 점막의 침식에 소멸됩니다.]

그리고 시스템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점막이 솟아오릅니다.]

[당신들은 모조리 집어삼켜집니다.]

이후부터는 일행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의 음성을 들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죽었기 때문이다.

[도전자 라이트가 사망합니다.]

[도전자 이충렬이 악몽에 의하여 처치되었습니다.]

[듀라한 데프론이…….]

[블러드 리치 레일리가…….]

…….

점막은 순식간에 치솟았고,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싸늘한 주검이 된 충렬과 라이트, 케르베로스와 악티니언 등의 시체가 존재했다. 원래대로라면 처치되었을 때 역소환이 되는 네임드들도 역소환되지 않고 시체를 남겼다.

언데드로 살아나는 충렬의 특성상, 슬슬 무언가의 반응이 보일 법도 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충렬이 직업 특성으로 부활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의외로 악몽의 공격을 회피한 것은 마렉, 혼자뿐이었다. 마렉은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바닥을 밟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마렉을 제외하고, 점막 위에 발을 올린 모든 이들은 초반부터 사망했다.

순식간에 모든 이들이 처치되자 마렉이 당황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하지만 마렉이 당황할 시간은 없었다.

악몽은 혼자 살아남은 마렉을 향해서도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악몽의 공격은 더욱 강력했다.

[라이트의 사망으로 악몽에게 가해진 태양의 힘이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

시스템의 알림에 마렉이 절망했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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