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98화 (198/237)

# 198화.

두 번째 봉인, 악몽의 묘지기

레일리 다음으로 변화가 찾아온 것은 마렉이었다.

[마렉의 숙련도가 최대가 되었습니다.]

[마렉의 숙련 등급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생성된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마렉이 ‘혼돈의 정수’를 생성 해냅니다.]

[혼돈의 정수: 혼돈의 힘을 더욱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한 발판이다. 보유하고 있는 힘이 많아질수록, 날개가 길어진다. 혹시라도 모든 힘을 소모할 시에는 날개를 잃어버리니 주의하자.]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로 인해 찾아온 변화는 간단하지 않았다.

[‘혼돈의 정수’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스킬들을 강화시킵니다.]

그 첫 번째 변화는 바로 다음과 같았다.

[‘발키리 소환’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부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혼돈의 치유’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혼돈의 축복’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혼돈의 징벌’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전부 다 사라졌다. 엄청난 쿨타임을 가지고 있던 부활 스킬마저 말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첫 번째가 쿨타임의 삭제라면, 두 번째는 진정한 강화였다.

[‘발키리 소환’의 소환 가능한 발키리가 2명으로 늘어납니다.]

[소환된 발키리들의 전투력이 월등히 상승됩니다.]

[발키리 소환: 혼돈의 힘을 머금은 카오스 발키리를 소환한다. 날개가 있어서 생김새는 천사를 닮았다. 한 손에는 장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착용한 혼돈의 전사다. 전투를 위해 태어난 처녀 발키리는, 마렉을 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최대 2명까지 소환이 가능하며, 마렉이 가진 혼돈의 힘으로 유지된다.]

마렉의 전용 경호 인력이 2명이 생긴 셈이었다. 그러나 발키리 소환은 시작에 불과했다.

[‘부활’이 ‘대규모 부활’로 변경됩니다.]

[대규모 부활: 일정 지역에 혼돈의 힘을 뿌려 사망한 대상들을 되살려 낸다. 부활에 소모되는 혼돈의 힘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사용한 힘의 양에 따라 살릴 수 있는 범위가 다르며, 부활시켰을 때의 상태가 다르다. 사망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나 있는 상대라도 막대한 힘을 주입한다면 되살릴 수가 있다. 단, 사망한 시체에 영혼이 머물러 있어야 가능하다.]

대규모 부활이라니. 이제는 혼돈의 힘만 충족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원이 사망했던지 상관없었다.

‘모조리 부활시킬 수 있다고?’

정신 나간 성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면 안 되었다.

[‘혼돈의 치유’가 ‘치유의 아우라’로 강화됩니다.]

[치유의 아우라: 마렉이 자신의 주위에 치유의 아우라를 펼친다.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아군들의 상처가 지속적으로 회복된다. 혼돈의 힘을 소모하기에 아군이라면 그 어떤 존재이던지 치유를 받을 수 있다.]

[‘혼돈의 축복’이 ‘광범위 축복’으로 강화됩니다.]

[광범위 축복: 마렉이 자신의 주변으로 혼돈의 축복을 대규모로 부여한다. 무기 종류에만 적용할 수 있고, 일정 시간 동안만 유지된다. 혼돈의 힘이 부여된 무기는 그 어떤 속성 저항력도 뚫을 만큼 무척이나 파괴적이다.]

그렇게 보조와 관련된 스킬들이 모두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스킬이 남아있었다.

[‘혼돈의 징벌’이 ‘휘몰아치는 혼돈’으로 강화됩니다.]

[휘몰아치는 혼돈: 최소한의 힘만 남긴 채 혼돈의 힘 대부분을 소모한다. 스킬을 사용하면 혼돈의 힘을 머금은 수많은 번개들이 마렉의 주변을 벌집으로 만들어놓는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일정량 이상의 힘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징벌이 자동적으로 한 번씩 사용된다.]

휘몰아치는 혼돈.

그것으로 인해 마렉도 평범한 서포터의 역할에서 벗어났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도 이제는 강력한 전력으로 참여할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마렉의 다음 차례는 제레미였다.

[제레미의 숙련 등급이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제레미가 ‘절대 방어’를 배웁니다.]

‘절대 방어?’

그가 배운 스킬은 심상치 않았다. 절대 방어라니.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과연, 범상치 않은 스킬이었다.

[절대 방어: 일정 시간 동안 모든 물리적인 공격에 면역이 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1시간)]

매우 간략한 설명이었다.

‘모든 물리 공격에 면역이 된다라…….’

사기와 같은 방어 스킬이었다. 마법 공격에는 당하겠지만, 일단 물리 공격을 완벽히 막아낸다는 것만 해도 사기였다.

도발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늘어났다.

그러나 제레미의 성장은 거기서 끝이었다. 앞선 이들과 달리, 그의 성장은 그렇게까지 화려하지 않았다. 겨우 스킬 1개 생긴 것이 전부라니.

‘아니, 제레미 또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절대 방어라는 스킬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앞선 3인방이 너무나 큰 성장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제레미의 성장을 끝으로 더 이상 네임드들의 성장은 없었다. 왜냐고? 바로 성장의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숙련도는 상승했지만, 숙련 등급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샤오링의 숙련도가 99.99%가 되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일시적으로 멈춥니다.]

[데프론의 숙련도가 99.99%가 되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데프론의 숙련 등급이 일시적으로 멈춥니다.]

결국 다른 네임드들과 다르게, 데프론과 샤오링은 A등급 99.99%에서 성장을 멈추었다. 물론 케르베로스와 악티니언의 성장은 그들보다 못했다. 이미 녀석들은 강력한 존재들이라 이 정도로는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케르베로스를 성장시키기에는 봉인에 저장된 힘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케르베로스가 지옥의 불을 다루는 힘이 조금 늘어납니다.]

[새끼 악티니언의 성숙도가 일정량 상승합니다.]

[악티니언이 인간 상태일 때의 키가 약간 높아집니다.]

[악티니언이 몬스터 상태일 때의 덩치가 약간 커집니다.]

[현재 성장도: 6.15%]

어찌되었거나 결속의 문에서 흘러나온 봉인의 힘은, 그렇게 충렬의 소환수들의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충렬의 차례가 남아 있었다.

***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난 네임드들과는 달리, 충렬은 곧바로 성장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도전자 ‘이충렬’ 님]

[당신에게 적지 않은 힘이 스며든 상태입니다.]

[그 힘을 일깨워 당신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봉인을 해제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봉인의 해제라고?’

그 말인 즉, 그것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라는 것이었다.

봉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과연 두 번째 봉인은 어떻게 해제하는 것일까? 그것은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봉인의 문에 적용되었던 힘이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결속의 문이 스스로 열리며 당신을 안쪽으로 인도합니다.]

[그곳으로 향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석문이 안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거대했던 탓일까? 석문이 움직일 때마다 발생한 진동이 거칠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석문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잠시 뒤,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은 금방이었다.

***

지금까지 어두컴컴했던 길과는 달리, 안쪽은 매우 넓은 홀이 마련되어 있었다. 건너편 끝에는 방금 지났던 석문이 또다시 마련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지하에 만들어진 것치고는 매우 넓었다. 충렬과 네임드들이 함께 안쪽으로 들어가자 레일리와 아르타디아, 마렉이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넓네요.”

“그렇군.”

[걱정 말라고. 크크. 이번에 엄청 성장했더니 좀이 쑤시는군. 어서 아무나 반겨주고 싶을 정도야.]

내부는 온통 불빛이 비추어지고 있었는데, 스산한 느낌을 주는 탁한 빛이었다.

‘그래도 자세히 보인다는 것이 어디야.’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주변에 보이는 묘비들의 숫자가 그러한 점을 일깨워 주었다.

“오라버니. 묘비들의 숫자가 이곳에도 너무 많은데요?”

샤오링의 말 그대로였다. 도대체 어떤 장소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렇지만 묘비의 글을 살펴도 딱히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ㅋ 결속의 문 해제하고 들어옴?

-지금 튀어라.

-이거 레알이다. 빨리 튀어.

-태양 만세!

그러나 충렬이 수많은 묘비들을 채 전부 읽기도 전이었다. 시스템의 경고가 들려왔다.

[악몽을 봉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도전자.]

[그가 이곳에서 망자가 되어 지키고 있는 중입니다.]

망자가 된 도전자라고?

‘설마 이전에 마주쳤던 녀석들처럼 엄청나게 해괴한 것은 아니겠지?’

당한만큼 성장하는 망자라면 기절초풍할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은 아직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충렬의 의문이 전부 가시기도 전에 시스템이 말을 이어갔다.

[악몽의 영안실로 들어서기 전, 그 장소를 지키는 묘지기가 깨어났습니다.]

[‘태양의 망자’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의 건너편에서 순간 빛이 번뜩였다. 광휘라고 표현할 정도로 환한 태양빛이 터져 나온 것이다.

파앗!

땅에서 터져 나오는 화려한 태양 빛. 그와 함께 땅 속에서 망자 하나가 기어서 올라왔다. 완전히 올라온 그는 곧 땅 위에 똑바로 섰다.

앞선 망자들과 달리, 그는 기다란 창을 착용한 중무장한 해골이었다. 그가 움직이자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그락. 달그락.

하지만 몇 발자국 이동하는 동안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새하얗게 빛이 났던 그의 주변이, 일순간에 까맣게 뒤바뀌었다. 순식간에 칠흑과 같은 어둠이 그로부터 흘러나왔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태양의 망자가 미리 안배해 놓은 태양의 힘이, 당신의 소환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계로 바뀝니다.]

[태양의 망자, 그의 육체가 악몽의 힘에 삼켜집니다.]

‘소환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계라고?’

도대체 무슨 말일까. 하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샤오링과 아르타디아. 그리고 각종 네임드들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결계를 만든다는 소리. 그것은 결코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광휘의 빛이 모든 소환수들을 금색의 막으로 결박했던 것이다.

“어엇! 몸이…….”

“이게 무슨……!”

이 중에서 힘이 센 악티니언조차 결계를 부수고 나올 수는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아!”

다른 네임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들의 반응을 보니 스킬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완벽한 결박이었다.

그러나 충렬에게 다른 소환수들의 상태를 살필 시간은 없었다.

[이성을 상실한 ‘태양의 망자’가 당신의 자격을 묻기 위해 돌진합니다.]

[그를 제압한다면 두 번째 봉인이 해제되어 당신은 성장할 것이고.]

[영안실로 입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창을 추켜세운 그가 충렬에게 도약했다. 그러자 시스템은 위안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소환수들은 태양의 결계에 보호를 받아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위안에 충렬은 입을 다물었다.

‘저걸 위안이라고 하는 소리인가…….’

결국 혼자의 힘으로 그를 제압해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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