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96화 (196/237)

# 196화.

첫 번째 봉인, 결속의 문

충렬은 웬만하면 목격한 몬스터를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최대한 다 잡아 없애서 카르마로 변환시켰다. 만약 망령들 또한 처치되는 순간에 카르마를 주었더라면 특단의 조치를 취했을 터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처치가 되는 순간에도 카르마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처치된 힘을 품고 부활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제레미! 수호 방패병들로 길을 여십시오!”

충렬의 명령에 그가 나섰다. 해골마를 소환한 그는, 말을 몰며 말했다.

[중앙에 있는 방패병들은 나를 따라와! 나머지는 양 옆으로 갈라져서 길을 만든다!]

물론 10마리의 방패병들로는 힘들 것이었다. 특히나 속성을 가진 망령들이 추가되었다. 그러니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데프론, 보병들로 방패병들을 보조하게 해. 망령들을 절대 죽이면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아르타디아의 스킬 한 번이면 잠깐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충렬은 일부러 다른 방법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녀의 스킬은 긴박한 상황에서 쓰기에 조금 아까웠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지 않으니까.’

나중에 곧바로 필요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지만 소모품에 불과한 일반 해골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솔직히 충렬만 건너가서 소환 스킬을 재사용해도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판단이 아니야.’

이 너머에 무엇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최대한 다 같이 데리고 갈 수 있는 편이 좋으리라. 그리고 그 판단은 곧 올바른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속성을 가지고 부활한 망령들. 녀석들은 이전에 보이던 평범한 망령이 아니었다. 길을 열기 위해 앞으로 나선 방패병 하나가 속성을 가진 망령에게 단숨에 당했다.

[<화염의 망령>이 불길의 손으로 방패병의 방패에 손을 올립니다.]

[<수호 방패병3>의 방패가 녹아내리며 방패병이 불길에 휩싸입니다.]

[<수호 방패병3>의 뼈가 재로 변하며 역소환됩니다.]

화염의 망령뿐만이 아니었다.

[<냉기의 망령>이 스산한 한기를 주변으로 발산합니다.]

[조심하십시오. 저 한기는 뼈의 안까지 침투하여 대상을 순식간에 얼려갑니다.]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을 담당하던 방패병과 보병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설명은 길었다. 그렇지만 한기의 침투는 금방이었던 것이다.

[<냉기의 망령>의 인근에 위치한 <수호 방패병6>과 <정예 해골 보병11>이 동작을 멈춥니다.]

솔직히 해골 보병과 수호 방패병은 평범한 마법쯤은 견뎌낼 정도로 튼튼했다. 허약한 해골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 정도라니.

그렇게 그 외에도 다양하게 처치된 망령들이, 충렬과 그 무리들의 발을 묶기 위해 다가왔다. 방패병들과 보병들은 겨우 고기 방패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충렬과 네임드들은 이미 이동할 준비를 끝마쳤다. 순간 이동과 관련된 능력이 있어도 모조리 케르베로스의 위로 탑승했다. 다 함께 이동하기 위해서다. 해골들의 위치를 지정해 주던 제레미도 해골마를 버리고서 어느새 케르베로스의 위로 올라탔다.

헬 하운드 때보다 거대해진 녀석은 모든 이들을 태움에도 여유로운 좌석을 보유했다.

케르베로스는 이동할 준비를 끝마치자 입을 열었다.

“크르르르릉!”

입 밖으로는 개의 울음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곧 녀석은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정신으로 전달했다.

[갑니까?]

[나는 준비 완료.]

[말해주면 갑니다.]

녀석의 물음에 충렬이 말했다.

“가자.”

그러자 케르베로스의 머리 중 하나가 크게 짖었다.

“컹컹컹!”

그러더니 녀석의 몸뚱이가 앞으로 돌진했다.

***

케르베로스의 묻지마 돌격은 충격적이었다. 애초에 해골들을 이용해 망령들의 시선을 끌 필요도 없었다.

케르베로스가 돌진하자 주변의 모든 것들을 튕겨 버렸기 때문이다. 전기 속성을 머금은 망령 하나가 찌릿찌릿한 몸으로 달려들었다.

[<전격의 망령>이 전기 스파크를 케르베로스에게…….]

그러나 녀석의 찌릿한 몸이 케르베로스에게 닿으려는 순간,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몸이 녀석을 쳐버리는 것이 먼저였다. 지옥의 힘을 머금은 케르베로스의 두꺼운 가죽은 망령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퍽!

케르베로스와 충돌한 전격의 망령이 저 멀리 날아갔다. 다행히 망령이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망령뿐만이 아니었다. 네임드들이 소환한 해골 병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케르베로스가 향하는 길에 서 있다면 무조건 충돌이었다.

케르베로스 외에는 마치 돌진하는 황소 앞에 선 허수아비들에 불과했다.

케르베로스는 달릴 때마다 전방에 위치한 모든 것들을 날려 버렸다.

퍽!

퍼벅!

퍽! 퍽! 퍽! 퍽! 퍽!

진작에 이렇게 갈까 싶었지만, 해골들로 시선을 끈 것은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을 벌수가 있었으니 말이지.’

만약 해골들이 없었다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으리라. 그래도 전력은 온전히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일반 해골들은 다시금 소환하면 되었으니 괜찮았다.

그렇게 케르베로스의 돌진은 망령들의 장소에서 순식간에 벗어나게 해주었다. 헬 하운드일 때보다 날렵한 느낌은 없었지만, 무척이나 묵직한 느낌의 케르베로스였다.

***

얼마나 달렸을까? 길은 일직선이었다. 처음 망령들이 나오는 구간을 벗어나자 나타나는 것은 아직 없었다.

잠시 뒤, 일정 거리 이상을 달린 케르베로스가 말했다.

[숨이 찹니다.]

[힘들다.]

그러더니 녀석의 머리 중 하나가 포기를 선언했다.

[쉬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머리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녀석의 몸이 멈추었다.

[살 것 같다.]

[동의한다.]

[쉬자.]

케르베로스가 달리는 것을 멈추자, 충렬과 네임드들이 녀석의 등에서 내렸다. 더 이상은 뒤에 쫓아오는 망령들이 보이지 않았다. 뭐, 애초에 케르베로스가 장소를 벗어나자 해골들에게 어그로가 튄 것이겠지만 말이다.

케르베로스의 등에서 내린 충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길은 일직선이다.’

망령들이 등장했던 구간을 벗어나자 묘비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이전처럼 꽉 차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렬은 첫 번째 묘비를 살피고 말문이 막혔다.

-아, 개빡. 딥빡. 핵빡친다. 애들아 절대 소환수 역소환하지 마라.

-ㅇㅇ. 역소환하면 안됨.

-이 길이 끝날 때까지 재소환 불가능 ㅋㅋ

-도전자의 스킬로는 진짜 소환이 불가능함.

이 길에서는 소환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다니. 케르베로스가 힘들어해서 역소환을 시키고 쉬게 하려 했던 충렬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마 이곳에 온 사람들도 소환수 대전에서 승리하고 온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소환수와 관련된 글이 저렇게 쓰여 있는 것이리라.

-망령 구간 내빼려고 혼자 도망친 놈은 여기서 벌받는다.

-ㅋㅋㅋ벌받는대. 뭔 벌을 받아. 오글오글.

그래도 다행인 점은, 소환수가 소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은 듯했다. 묘비들에서는 대부분 도전자의 소환 스킬만 가로막혀 있다고 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실험해 볼까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굳이 역소환을 시켜서 다시 소환해 볼 필요는 없지.’

저렇게 중복된 공략 내용이 많다면 뻘글이 아닐 것이었다. 물론 다른 묘비들은 뻘글 또한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아직 집에 안 간 사람이 있음?

-집에 어케 가냐 ㅋㅋ 말이냐 방구냐

-엄마, 나 집에 갈래.

-아, 나도 엄마 보고 싶다. 집밥이 그리움.

하지만 일단 출발하기 전, 묘비는 꼼꼼히 살피기로 했다.

‘괜히 이러한 길에 묘비가 남겨져 있지는 않을 터였다.’

케르베로스가 달릴 때는 핵심적인 묘비의 글을 찾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재소환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 이상의 공략과 관련된 글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전진해야 할 뿐인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충렬의 눈앞으로, 저 멀리 심상치 않은 문이 보였다. 그것을 다른 네임드들도 보았는지 모두가 충렬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봐요. 커다란 문이 있는데요?”

“그러게요 언니.”

[어서 가보자고.]

그리고 저 문의 앞에는 묘비들의 숫자가 수두룩하게 많이 보였다.

‘흐음.’

도대체 뭐가 튀어나올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머뭇거려보았자 답은 없었다. 충렬은 우선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

정체불명의 석문. 석문은 거대했다. 본 드래곤으로 변신한 아르타디아 정도의 크기보다 더욱 큰 정도였다. 그러한 석문의 앞에 서자, 아까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묘비들이 보였다. 장소가 넓어서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었을 뿐. 망령들이 나온 장소보다 묘비들은 더욱 많았다.

어림잡아도 대충 500개는 족히 넘어갔다.

‘500개는 무슨, 세어보면 그것 보다 많은 것이다.’

묘비의 숫자만 해도 그 정도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도전자들이 사망했는지 감히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어쨌거나 충렬이 석문의 앞에 서자, 발견할 수가 있었다. 석문에는 스산한 푸른색의 글이 새겨져 있음을 말이다. 푸른색의 글에서는 빛이 살짝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석문은 심지어 이름마저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봉인 - 결속의 문>

-서로를 위하는 결속으로 이루어진 도전자만이, 악몽을 봉인한 첫 번째 문을 지나갈 수 있다.

-소환할 수 있는 모든 소환수들이 옆에 서 있지 않다면, 이 문을 건드리는 순간 당신의 육체는 터져 버릴 것이다.

-자, 손바닥을 붙여 이 문을 밀어라.

-자격이 있다면 첫 번째 봉인은 자동으로 해제될 것일지니.

만약 네임드들 중 하나라도 놓치고 왔다면 충렬은 여기서 귀가를 해야 했을 터였다. 저렇게까지 심상치 않은 경고문을 보이는 문이라니. 저 경고를 무시한 도전자들은 꽤나 있는 듯 했다.

-씨발. 소환수 하나 모자란다고 쳐 죽이냐!

-정예 소환수로 일반 소환수 소환해 봤자 말짱 도루묵.

-ㅋㅋ. 편법도 안 통한다.

-맞아요. 편법으로 인원 수 채워도 귀신같이 알아챔.

-나는 귀환 타는 아이템도 없는데 ㅡ_ㅡ

물론 경고문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용은 없었다.

-ㅠㅠ 저 굶어 죽었습니다.

-도전자의 몸으로 굶어 죽으려면 ㄹㅇ오래 걸림.

-고통받는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굶어 죽느니 문이라도 건드려 보지 ㅋ

결국 이러나저러나 이곳에서 죽게 되어 있었다. 자격이 없다면 말이다.

‘결론은 하나다.’

이곳은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자격 하나로만 걸러지는 구간이었다. 귀환 아이템이 없거나, 소환수의 숫자가 부족하다면 결국 도전자의 생도 허무하게 끝나는 장소였던 것이다.

‘영지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 것이었군.’

만약 소환수의 숫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지 귀환석이 없었다면 충렬도 여기서 끝이었으리라.

충렬에게 영지를 선물해 준 해골왕 레오. 그는 너무 고마운 존재였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충렬은 이곳을 지나갈 수 있는 조건을 완성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뭐, 다행이 아닐 수도.’

첫 번째 봉인의 문을 지나가는 것이 이 정도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충렬은 앞으로 걸어갔다. 네임드 소환수들이 모두 소환되어 있는 이상, 이곳에서 죽을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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