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95화 (195/237)

# 195화.

***

대전이 종료되고 데프론은 다시금 충렬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충렬이 입장권을 온전히 가져갔을 무렵. 역소환이 된 아르타디아는 다시 소환될 수가 있었다. 시스템은 약속을 지켰다. 대전에서 발생된 피해 따위는 모조리 복구를 해주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아무도 없는 지하 묘실의 최하층. 충렬과 소환수들만이 이곳에 남았다. 이제는 충렬의 결정만이 필요했다. 악몽으로 입장할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당연히 충렬은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괜히 악몽 입장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 터.’

입장권이 무려 3조각이나 필요할 정도라면 평범한 장소는 아닐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쉽지 않을 장소가 분명할 것이다.’

그래도 충렬은 이미 마음을 먹었다. 자신에게는 수많은 소환수들이 있었고, 이들이 있다면 그 어떤 고난이라도 헤쳐 나갈 자신이 있었으니까. 더 이상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솔직히 걱정이 약간 있기는 했지만 충렬은 이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것은 충렬의 소환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헬리오스에서 고난을 겪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여기에 만족하며 제자리에 머문다면, 도태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충렬에게 말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일리였다. 최대한 충렬의 책임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진즉에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

데프론 또한 그녀의 말을 이어갔다.

[주군, 제 검은 언제나 주군의 적을 향해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이든지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이번 대전에서 제가 나서지 못해 몸이 근질거리던 참입니다.]

다른 네임드 소환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다시금 소환된 아르타디아는 그녀답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래 충렬. 악몽이라는 존재는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도우마. 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그들 외에도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서대로 말해왔다.

“오라버니, 저희들은 충분히 강하잖아요? 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야? 바로 마렉이라고! 믿음의 대명사 마렉!]

샤오링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마렉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최근에 자아가 생긴 제레미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렉, 그건 좀…….]

어쨌거나 네임드 소환수들의 각오를 들으며 충렬 또한 입을 열었다. 이미 이들에게는 준비가 충분해 보였다.

“시스템, 악몽 입장권을 사용한다.”

시스템에게 말한 충렬은 마음을 굳혔다.

‘여기서 발걸음을 물리는 순간, 언제나 강한 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

비굴하게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스스로의 힘을 키워 놓아야 했다. 철저한 생존 경쟁. 그것만이 이곳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어찌되었거나 충렬의 대답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악몽 입장권을 회수합니다.]

[당신은 악몽 입장권을 사용하였습니다.]

[지하 묘실 최하층의 아래.]

[악몽의 영안실로 당신을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충렬의 진정한 고난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임무보다 더 지독한 임무가 펼쳐진 것이다.

***

충렬이 이동된 장소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장소였다.

[‘악몽’이 살아생전 생매장된 장소.]

[‘악몽’의 영안실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렉이 입을 열었다.

[으… 뭐야. 이 솟구치는 추위는?]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일반적인 동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넓기만 넓을 뿐, 주변에 자리를 잡은 것은 흙벽과 가로막힌 천장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언데드 상태인 마렉이 추위를 느낄 정도라는 것이었다. 보통 언데드는 육체적으로 무언가를 느낄 틈이 없었다. 하지만 추위를 느낀다니. 심상치 않은 곳임에는 분명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마렉의 말은 거기서 끝이었다. 마렉 외에는 그 어떤 소환수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소환수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에 말을 꺼낼 상황조차 아니었던 것이다. 그만큼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악몽이라는 존재의 영안실 입구.

‘고작 입구에서 이 정도다.’

아마 더욱 깊숙한 곳으로 나아갈수록 위험한 장소가 등장하리라. 본능적인 두려움을 각인시킬 정도로 음습한 곳이 말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심지어 횃불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케르베로스가 하품하며 내뿜는 미약한 지옥의 불빛만이 주변의 시야를 살짝이나마 밝혀줄 뿐이었다.

하지만 잠시 뒤, 어둠에 눈이 적응한 충렬은 발견할 수가 있었다. 시야의 밝기가 익숙해지자 발밑과 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그제야 발견한 것이다.

“묘비들이 수두룩하군…….”

위험한 임무일수록 묘비의 숫자는 많았다. 하지만 이건 도를 지나쳤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바닥이 온통 묘비들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니.”

묘비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엔 단순히 땅을 밟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묘비들이 너무나 많았던 탓에, 묘비들로 땅을 형성해 버렸다.

‘묘비글을 살피려고 해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간혹 위쪽으로 월등히 튀어나온 묘비의 글은 읽을 수가 있었다.

-행운을 빈다.

-보상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귀환 타라.

-전 귀환 타는 스킬이나 아이템 없는데요.

-그럼 ㅃㅇ.

-이 앞, 희망 없음. 절망, 효과적.

다들 죽은 것이 억울했는지, 도움이 되는 묘비의 글은 아직 찾기가 힘들었다.

-고개 숙이고 숫자 30초세면 특수한 보상 얻음.

-응, 20초만 세어도 된다.

-야 이 ㅁㅊ새끼들아. 숫자를 셀 시간이 어딨어. 도랐나.

-저걸 낚이는 우리 도린이.

-도린이가 아니라 묘알못인 듯.

-속고 속이는 묘비를 모른다는 뜻?

-ㅇㅇ어차피 죽은 애들이 쓰는 건데 뭘 보냐ㅋㅋㅋㅋ

그러나 충렬은 다른 묘비의 글들을 살필 시간이 부족했다. 충렬이 묘비의 글을 살피고 있는 사이, 아르타디아가 입을 열었다.

“…돌아버리겠군. 다들 무기를 부여잡아라.”

무려 드래곤인 그녀가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저렇게 심각한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드래곤인 그녀조차 저런 말을 내뱉을 정도라고? 충렬은 다른 소환수들보다 더욱 재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모두가 무기를 부여잡기도 전이었다.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릭.

끼리릭.

그 소리는 매우 기괴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시작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악몽의 힘에 일정 이상 노출된 도전자들의 영혼이 일어섭니다.]

[망령들의 공격에 대비하십시오.]

***

시스템은 분명 도전자들의 영혼이 일어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어서는 곳은 땅 밑이 아니었다.

벽에서, 천장에서, 묘비들이 없는 장소를 비집고 등장했다.

끼릭 거리는 소리는 그들이 내는 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도, 괴물의 목소리도 아닌 망령의 목소리였다.

모든 장소에서 일어서는 도전자들의 영혼은 온통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장에 벽에서 빠져나온 망령 하나가 충렬을 향해 달려들었다. 벽에서 빠져나오자, 녀석은 곧바로 충렬을 향해 돌진한 것이다. 그런 충렬의 앞을 제레미가 막아섰다.

[감히 어딜!]

그러면서 그는 방패를 휘둘러 망령을 떨쳐내려고 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떨쳐낼 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가 착용한 방패는 평범한 방패가 아니었다. 영적인 존재도 타격할 수 있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결국 제레미가 방패를 휘두르자, 망령은 큰 타격을 받으며 뒤로 넘어졌다.

퉁!

제레미에 의해 밀려난 망령이 스스로의 상체를 360도 비틀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일격이 실패하자 열을 받은 것이다. 놈이 몸을 비틀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령임에도 말이다.

우두두둑.

하지만 녀석이 그러거나 말거나, 망령을 떨쳐낸 제레미는 다음 스킬을 사용해 나갔다.

[수호 방패병 소환!]

동시에 그의 앞으로 10마리의 해골 방패병들이 등장했다. 제레미는 방패병들을 소환하고서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앞에서 자리를 잡아!]

제레미의 명령에 방패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일행들의 앞으로 나서는 방패병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정교했으며, 자리를 잡은 방패병들은 순차적으로 방패를 파지했다.

방패병들의 호흡은 무척이나 부드럽게 이어졌다.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척!

방패병들도 단순한 방패병은 아니었다. 해골의 모습이긴 했지만 무려 수호 방패병이라는 명칭이 있는 소환수들이었다.

제레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방패를 내밀며 길을 가로막자, 망령들은 방패에 가로막히며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퉁! 퉁!

제레미가 시간을 벌어다주는 사이, 나머지 네임드들도 즉각 움직였다. 일단 가장 첫 번째로 한 행위는 소환이었다.

[정예 해골 보병 소환.]

[발키리 소환.]

“해골 마법사 소환.”

데프론과 마렉, 그리고 레일리가 소환 스킬을 사용하자 단번에 20마리의 해골 보병과 발키리 하나, 10마리의 해골 마법사들이 등장했다.

전방에서 들이치는 망령들의 숫자는 대략 30여 마리. 실력이 비슷하다면 이쪽이 충분히 압도하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는 것을 곧 알 수가 있었다. 망령들에게는 치명적인 패시브 스킬이 하나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 망령들을 처치하기 위해 레일리가 해골 마법사들과 함께 마법을 쏘았다.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이 망령들을 향해 각종 속성의 기초 마법들을 퍼부었습니다.]

단순히 가볍게 쏘아낸 마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령들은 단순한 마법에 단번에 처치되었다. 화염 마법에 닿으면 타올라서 처치되고, 라이트닝 볼트에 닿으면 형체가 흐려지며 분해되었다.

놈들이 처치되는 것은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망령1> <망령2> <망령3>… <망령11>이 처치됩니다.]

이때까지만 하여도 충렬과 일행들은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망령들은 처치되자마자 부활했다.

[트리플 파이어 볼트에 처치된 <망령1>이 <화염의 망령>으로 태어납니다.]

[<해골 마법사3>의 라이트닝 볼트로 처치된 <망령2>가 <전격의 망령>으로 태어납니다.]

[<해골 마법사2>가 처치한 <망령5>가 <냉기의 망령>으로…….]

그랬다. 망령들은 자신이 처치된 방식의 힘을 흡수하며, 새로운 존재로 부활했던 것이었다.

‘이게 무슨…….’

당황한 충렬은 뒤늦게 하나의 묘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묘비는 현재 이 장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자네, 설마 여기서 개 같은 망령이나 상대하고 있는 중인가?

-악몽 못 잡으면 여기 있는 놈들은 계속 부활함.

-죽을 때마다 점점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

-어서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ㅋ

재빨리 묘비의 글들을 읽은 충렬은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일단 이 장소는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겠지.’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곳의 상황에 대해 파악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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