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악몽
여섯 번째 대전이 끝나자마자 시스템은 충렬 외의 도전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려고 했다. 헬라온은 떠나기 전, 충렬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다음에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볼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수많은 임무가 존재하는 이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일은 엄청나게 낮았으니까. 어쨌거나 그녀는 상대 도전자 폴라와 함께 장내에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충렬뿐이었다.
충렬이 혼자 남게 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보상을 받을 차례였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승리 보상은 카르마가 아니었다. 이제 카르마와 관련된 보상은 종료되었다. 대신 다른 종류의 보상이 주어졌다.
[당신은 여섯 번째 대전마저 무작위로 소환수를 출전시켰습니다.]
[특수한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당신에게 특별한 아이템, ‘악몽 입장권 조각1’이 주어집니다.]
‘악몽 입장권 조각1?’
도대체 저게 무엇일까.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해소될 수가 있었다. 충렬의 손 위로 그 아이템이 나타나서다. 악몽 입장권 조각은 단순한 종이였다.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러갈 때 받는 것과 비슷한 크기였다. 단, 일정 부분이 크게 찢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악몽 입장권 조각1: ‘악몽’에 도전할 수 있는 입장권의 일부분이다. 극히 위험하기에 입장권을 쪼개어 나누었다. 조각을 모두 모으면 온전한 입장권으로 합쳐진다. 입장권은 총 세 조각으로 나누어져있다.]
조각들을 다 모으면 악몽에 도전할 수가 있다니.
‘도대체 악몽이 무엇이기에…….’
너무나 추상적인 표현이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아르타디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
악몽은 아르타디아, 그녀도 모르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충렬의 손에 들린 입장권 조각을 보고서 말했다.
“무척이나 위험한 힘이 느껴진다.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입장권을 다 모으게 된다고 하더라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충렬과 아르타디아의 대화는 이어질 수가 없었다. 시스템이 다음 대전을 속행하였기 때문이다.
[잠시 뒤, 일곱 번째 대전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은 뜻밖의 통보를 해왔다.
[모종의 이유로 대전에 참가할 도전자의 숫자가 1명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도전자의 수는 총 3명입니다.]
도전자의 수가 1명 부족하다면 부전승이 생기는 것일까? 하지만 시스템은 충렬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부전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곱 번째 대전과 여덟 번째 대전을 합하여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스템의 결정은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올바른 진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시스템은 부전승을 만들어 누군가가 혼자서 이기는 억울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대전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음 대전은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소환수 중, 아직 출전하지 않은 소환수들이 한꺼번에 출전합니다.]
그 말인 즉, 아직 출전하지 않은 2명이 모조리 출전한다는 소리였다. 충렬의 경우에는 데프론과 아르타디아였다.
[한 경기장에서, 각자의 소환수 2명이 팀을 이룹니다.]
[그리고 상대 소환수들이 이룬 팀들을 처치해야 당신은 승리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은 데프론과 아르타디아, 둘이서 한 번에 넷의 소환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것은 적들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물론 간을 보면서 상대해도 될 터였다. 자기들끼리 공멸시키고 남은 이득을 취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마지막 대전에 멍청한 놈들만 있을 확률은 적으니 말이지.’
어쨌거나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충렬을 이동시켰다.
[당신을 포함하여 남아 있는 모든 도전자들을 마지막 경기 장소로 이동합니다.]
***
충렬과 소환수들이 이동된 장소는 어둠이 주변을 잠식한 장소였다. 일반적인 횃불로는 주변을 제대로 밝히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공간이라는 소리다.
[가장 깊숙한 장소로 향하는 지하 묘실의 최하층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하 묘실의 최하층. 이곳은 지금까지 있었던 장소들 중, 가장 넓은 장소였다. 충렬이 이곳에 도착한 것처럼, 충렬의 2시와 10시 방향에는 새로운 도전자 둘이 등장했다. 셋의 사이에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넓은 경기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얼마나 넓은지 아르타디아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네크로맨서 이충렬, 악마 사냥꾼 칼리아, 수도승 드웨인이 마지막 대전을 위해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남아 있는 도전자들이 모조리 한 곳에 도착하자, 시스템은 대전을 속행했다. 부연 따위는 하지 않았다.
[네크로맨서 이충렬의 ‘듀라한 데프론’,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출전합니다.]
[악마 사냥꾼 칼리아의 ‘여전사 쉐나’, ‘와이번 쉐이크’가 출전합니다.]
[수도승 드웨인의 ‘전투 승려 마림’, ‘보조 승려 쿨롬’이 출전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경기장 내부로 여섯의 소환수들이 이동되었다. 각각 둘씩 팀이 되어, 나머지 두 팀을 처치해야 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기 전, 시스템이 알려왔다.
[이번 경우는 도전자의 수가 부족하여 속행하게 된 특수한 경기입니다.]
[소환수가 도전자의 스킬을 가져가지 못합니다.]
[다만, 여러분들은 각자의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운트다운이 주어졌다.
[10초 뒤, 소환수들에게 가한 압박을 해지합니다.]
[소환수들을 어떻게 행동시킬지 미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시스템이 그렇게 말을 하자, 상대 도전자 칼리아와 드웨인이 각자의 소환수를 향해 소리쳤다.
“버텨! 먼저 공격하기 위해 들어가면 무조건 손해다!”
“승려 형제님들, 절대로 나서지 마십시오! 무모하게 나간다면 우리가 패배할 것 입니…….”
하지만 그들과 달리, 충렬은 느긋하게 관망했다. 그저 아르타디아를 향해 한마디를 건넬 뿐이었다.
“알아서 해주십시오.”
아르타디아는 감히 인간이 살 수 없는 엄청난 세월 동안 살아온 고룡이었다. 굳이 충렬이 오지랖을 부릴 필요는 없으리라. 본 드래곤의 몸이 되어서 약해졌을 뿐이지, 그녀는 충렬보다 훨씬 많은 전투 경험과 센스가 있었다.
어쨌거나 충렬의 말에 아르타디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더니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대전이 끝나면 직전의 상태로 확실히 복구해 주는 것이겠지?”
충렬에게 묻는 말이기는 했지만, 시스템에게 묻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충렬이 시스템에게 대신 물어봐 주었다.
“그렇다냐는데?”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아르타디아는 무언가의 확인이 필요했는지 재차 물어보았던 것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시스템이 답변해 주었다. 시스템의 대답은 그녀가 원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대전이 끝나면 원래의 상태로 복구해 드립니다.]
그렇게 거기까지였다. 아르타디아 그녀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단지 눈 앞,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소환수 넷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바라보는 동안 경기는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경기가 곧 시작됩니다.]
[3.]
[2.]
[1.]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아르타디아가 옆에 있는 데프론에게 말했다.
“뒤처리를 부탁한다.”
그러자 데프론이 그녀에게 의문을 품었다.
[무슨 뒤처리를 말씀하는 것인지……?]
하지만 데프론의 질문을 이어질 수 없었다. 데프론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시스템은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소환수들에게 가한 압박을 해지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아르타디아는 곧바로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르타디아가 다크 엘프의 모습에서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우우우웅.
잠깐의 울림과 함께 순식간에 본 드래곤으로 변한 아르타디아. 그녀의 변신에 장내의 도전자들이 경악을 질렀다.
“드, 드래곤이 여기서 왜 나와!”
“허억!”
하지만 그들이 경악을 할 시간은 없었다. 본 드래곤으로 변한 그녀가 곧, 숨을 들이 쉬어갔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이 뼈로만 이루어졌어도, 그녀가 들이쉰 숨은 갈비뼈 안으로 응축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였다.
그렇게 숨을 들이쉰 그녀는 곧 자신의 숨결을 내뱉었다. 바로 ‘브레스’라는 것으로 말이다. 그녀가 숨결을 내뱉자 엄청난 혹한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콰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닿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더라도 얼려버릴 듯이 매서운 추위였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아이스 브레스’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녀의 숨결이 주변의 모든 장소를 혹한으로 뒤덮습니다.]
아이스 브레스는 순식간에 경기장 내부의 모든 장소를 휩쓸었다. 주위의 온도는 순식간에 내려갔고 그녀의 숨결에 닿은 것들은 모조리 얼어버렸다. 바닥조차 한기에 휩쓸리며 얼어갔다.
쩌적.
쩌저적.
쩌저저적.
안전한 장소는 단 한 곳, 바로 아르타디아의 아래였다.
그랬다. 그녀의 아래에 있던 데프론만이 안전했다. 그러나 그 외에 경기장 내에서 안전한 장소는 없었다.
***
아르타디아의 브레스에 닿은 소환수 넷.
여전사 쉐나, 와이번 쉐이크, 전투 승려 마림, 보조 승려 쿨롬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아르타디아가 쏘아낸 브레스에 가볍게 노출이 되었다. 브레스는 순식간에 그들을 뒤덮었고, 그들을 냉동 인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육체는 온전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그들의 육체는 작은 얼음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와장창창!
유리가 부서지는 것처럼 일시에 부서져 내린 소환수 넷이었다. 그렇게 장내를 휩쓴 아르타디아는, 브레스 사용의 부작용으로 곧 역소환이 되어야 했다.
이제 경기장 내에 남은 것을 데프론뿐. 대검을 들고 돌진하려 했던 녀석은, 아르타디아가 대전을 혼자서 휩쓸어버리자 들었던 대검을 늘어뜨렸다.
[…….]
결국 아르타디아가 부탁한 뒤처리라는 것도, 딱히 할 것은 없었다. 그냥 대전은 종료되었다.
[마지막 대전이 종료되었습니다.]
[도전자 칼리아, 도전자 드웨인.]
[당신들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괜히 충렬과 같은 시기에 소환수 대전에 참여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 결과는 간단한 퇴장뿐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퇴장하자, 시스템은 충렬에게 나머지 보상을 지급해 주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대전을 함께했기 때문일까? 보상은 2개였다. 하지만 보상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대충 추측했던 종류의 보상이었다.
[당신에게 ‘악몽 입장권 조각2’가 주어집니다.]
[당신에게 ‘악몽 입장권 조각3’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었다. 다음에 이루어질 내용이었다.
[악몽 입장권 조각을 모두 모았습니다.]
[온전한 악몽 입장권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의 손으로 온전한 입장권이 주어졌다.
[악몽 입장권: 악몽을 상대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단, ‘지하 묘실의 최하층’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악몽 입장권에 대한 설명을 본 충렬에게 고민의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 안 쓰면 앞으로 쓸 기회가 없다는 소리군.’
물론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무려 보상 3개를 합쳐서 만들어진 입장권이다. 여기서 쓰지 않으면 멍청한 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