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92화 (192/237)

# 192화.

케르베로스 VS 인페르노 하운드

상태창을 살펴본 결과, 현재 모여 있는 카르마는 20만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릴 수 있는 스킬들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스킬들은 랭크가 너무 높았다. 그래서 이보다 많은 카르마가 필요했다.

물론 아닌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고작 몇 개뿐. 그만큼 스킬 랭크의 상승에 대한 문턱은 높았다.

‘올릴 수 있는 스킬들 중에서 당장에 쓸모가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충렬이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바로 해골 병력 소환이었다.

‘물론 대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전이 끝난 후를 본다면 무조건 이 스킬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고민을 길게 해보았자 시간만 낭비였다. 어차피 올려야 하는 스킬이었으니 충렬은 지금 랭크를 올리기로 했다.

“시스템, 해골 병력 소환의 랭크를 상승시킨다.”

충렬의 말에 시스템이 응답했다.

[알겠습니다.]

[해골 병력 소환의 랭크를 한 단계 상승시켜 드리겠습니다.]

[랭크의 상승을 위하여 150,000카르마가 소모됩니다.]

[해골 병력 소환의 랭크가 8랭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음성은 끝나지 않았다. 시스템은 심상치 않은 소식을 알려왔다.

[당신은 해골들을 업그레이드시켜 현재 다양한 종류의 언데드를 부리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강력한 존재입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의 이름이 ‘정예 언데드 소환’으로 바뀝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추가된 점들을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동시에 소환 가능한 정예 언데드의 최대 숫자가 1만큼 더 상승합니다.]

[정예 언데드 소환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통보해왔다.

[당신은 최대 7명까지의 정예 언데드만 등록할 수가 있습니다.]

[한번 등록하면 대상이 소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동시에 변화된 스킬 설명을 종합하여 보여주었다.

[정예 언데드 소환 - 8랭크: 고유의 이름을 가진 언데드를 소환한다. 특수한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예들은 당신의 ‘군단’ 재능을 계승했다. 정예는 최대 7개체까지만 유지할 수가 있다. (7랭크로의 상승은 현재 잠겨 있는 상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라짐. 정예 언데드가 사망했을 때는 힘을 회복하면 다시 소환 가능.) (등록된 정예 언데드: 데프론, 마렉, 레일리, 샤오링, 제레미, 아르타디아.)]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켈레톤과 관련된 패시브 스킬이 삭제됩니다.]

[새로운 패시브 스킬 ‘정예 언데드 강화’가 생겨납니다.]

정예 언데드 강화는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것과 비슷했다. 아마 해골 병력 소환의 명칭이 바뀌었기에 따라서 변경된 것 같았다.

[정예 언데드 강화: 특수한 몬스터의 뼈나 아이템 등, 희귀한 물질로 정예 언데드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정예 언데드 소환의 랭크가 8랭크로 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음의 것이었다.

[정예들의 성장 방향을 더욱 광범위하게 지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특정 구간마다 당신은 정예들을 새로운 존재로 진화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마 숙련 등급과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았다.

‘기존에는 매우 특별한 아이템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던 것을, 이제는 숙련 등급만 상승해도 기회를 가져갈 수가 있게 되었다는 소리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환 스킬의 랭크 상승은 여기서 끝이라는 것이었다. 영구적인 끝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상승이 불가능한 것이 분명했다.

‘스킬의 랭크 상승이 잠겨있는 상태라니…….’

이전에 얻은 데스라는 스킬도 특정한 이벤트를 달성해야 했다. 그래야 랭크의 상승이 가능했다.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네.’

어쨌거나 당장에 할 일을 끝마친 충렬은 더 이상 생각을 하지로 않기로 했다. 이 이상은 딱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다음 네임드의 등록은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겠어.’

이전에는 병력의 숫자를 늘리기 위하여 막무가내로 등록을 했었다. 물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강한 이들만 얻어 걸렸으니까.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후에도 운이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만약 언데드로 등록했는데 허약한 이가 합류한다면 이쪽의 손해였다.

등록 가능한 최대 숫자는 정해져 있었고 한번 등록을 하면 취소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최대한 강력한 이들을 언데드로 만들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은 소파에 그대로 누우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휴식 시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제법 많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주어진 휴식 시간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지하 묘실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충렬과 네임드들의 시야가 바뀌었다. 새롭게 이동된 장소는 방금까지 있었던 장소보다 더욱 넓은 장소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투기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전에 경험했던 감옥보다 거대했다.

[이곳은 지하 묘실2 입니다.]

[다섯 번째 대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누구를 출전시킬지 정하…….]

충렬은 시스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무작위. 앞으로도 그냥 계속 그렇게 해줘.”

충렬의 요구에 시스템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충렬과의 소통을 끝낸 시스템은 상대 도전자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중이었다. 투기장의 건너편 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로브를 뒤집어쓴 이가 있었다. 로브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전체적인 색은 검은색이었지만, 그 테두리는 온통 타오를 듯 시뻘건 붉은색이었다. 그런 상대의 모습 위로 상대가 어떤 도전자인지 직업과 이름이 나타났다.

로브 밖으로 나온 기다란 생머리는 그녀가 여자임을 알려주었다.

<지옥 조력자 헬라온>

어쨌거나 충렬이 저쪽을 쳐다본 것처럼, 저쪽도 마찬가지로 충렬을 바라보았다. 충렬과 헬라온, 둘의 눈이 마주쳤다. 충렬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잠깐이나마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얼굴 같지가 않네.’

이상하게 생겨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살짝만 보이는 로브 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미녀라는 것을.

그러나 그녀는 인형처럼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도저히 사람 같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도, 헬라온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충렬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모든 소환수를 꺼내어놓은 충렬과 달리, 그녀는 아무런 소환수도 꺼내어놓지 않았다.

서로가 얼마나 바라보고 있었을까? 잠시의 대치가 있은 후, 시스템이 알려왔다.

[이번에 출전하게 될 당신의 소환수는 ‘케르베로스’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상대가 출전시킬 소환수를 정하는 중입니다.]

충렬의 소환수 중에서 아직 출전하지 않은 이들은 데프론, 레일리, 아르타디아, 그리고 케르베로스. 그렇게 넷뿐이었다. 그 누가 나가도 이제는 걱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케르베로스의 출전이었다.

‘이번 대전은 케르베로스가 나가는 것인가.’

과연 상대는 누구를 내보낼 것일까? 충렬이 대략 1분 정도 기다렸을 무렵, 케르베로스가 상대할 소환수가 정해졌다.

[상대가 출전시키는 소환수는 ‘인페르노 하운드’입니다.]

***

인페르노 하운드. 얼핏 들어보면 헬 하운드와 느낌이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그 추측은 곧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충렬의 옆에 있던 아르타디아가 충렬에게 알려주었다.

“이번 대전은 볼 것도 없다. 케르베로스의 압도적인 승리다.”

도대체 인페르노 하운드가 무엇이기에 그러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아르타디아가 자세히 알려주었다.

“인페르노 하운드나 헬 하운드나 같은 종류다. 다만 지옥의 귀족이 애완용으로 기르기 위해 야생성을 제거한 녀석이 바로 인페르노 하운드지.”

그녀의 설명에 충렬이 끄덕였다.

‘헬 하운드에서 야생성이 제거된 녀석이 인페르노 하운드라고?’

그 말인 즉, 심지어 헬 하운드보다도 약한 녀석이라는 소리였다. 야생성이 없는 녀석이라면 강한 존재가 아닐 것이 확실했다.

그녀의 말 그대로 듣는다면 이건 정말 볼 것도 없는 대전이었다. 상대 또한 충렬이 어떤 소환수를 출전시킨 지를 들었던 것일까?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던 그녀의 표정에서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당황은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곧 엄청난 소식이 들려왔다.

[다섯 번째 대전은 도전자가 소유한 특성을 소환수가 가져가게 됩니다.]

[케르베로스에게 ‘죽음을 버티는 자’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인페르노 하운드에게 ‘지옥 숭배’가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각자가 가져가게 된 특성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죽음을 버티는 자: 치명적인 일격을 견뎌내고 언데드로 다시 부활한다.]

[지옥 숭배: 지옥의 율법에 따라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마음대로 부리고,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는 복종한다.]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솔직히 피지컬 싸움으로도 충렬은 케르베로스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이건…….’

지옥 숭배라는 상대의 특성은, 도리어 스스로를 옥죄는 특성이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전달을 듣던 아르타디아가 케르베로스를 쳐다보았다.

“케르베로스 정도라면 지옥이라는 곳에서 무척이나 상위의 존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이번 대전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는 대전이로군.”

충렬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어찌되었거나 특성에 대한 설명마저 끝낸 시스템이 알려왔다.

[케르베로스와 인페르노 하운드를 투기장 내부로 이동시키겠습니다.]

동시에 케르베로스, 그리고 인페르노 하운드는 투기장의 정중앙으로 이동되었다. 대략 20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게 된 둘이었다. 충렬의 케르베로스는 매우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늘어져 있었다. 대전임에도 녀석은 긴장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케르베로스의 상대, 인페르노 하운드는 아니었다.

“끼잉…….”

녀석은 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케르베로스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알고 있어서다. 그런 하운드의 모습에 헬라온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도 이제는 알게 된 것이다. 이번 대전의 승리가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스템은 대전이 곧 시작됨을 알려주었다.

[10초 뒤, 케르베로스와 인페르노 하운드의 대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10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1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대전에 참여하는 소환수들에게 주어진 압박이 해제됩니다.]

10초가 지나자 압박에서 벗어난 케르베로스와 인페르노 하운드.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케르베로스는 너무나 여유로워서였고, 인페르노 하운드는 겁을 먹어서였다.

한창 늘어져있던 케르베로스가 가운데 머리 하나를 살짝 들었다. 그러더니 하운드에게 말을 걸었다.

[혼난다.]

동시에 양옆의 머리들도 말을 이어갔다.

[귀찮게 하지 마라.]

[혼나기 싫으면 집에나 가라.]

케르베로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인페르노 하운드로부터 반응이 왔다.

녀석이 선택한 것은 도주였다. 등을 돌린 인페르노 하운드가 미친 듯이 케르베로스의 반대로 달려갔다.

“깨갱!”

물론 투기장을 벗어난다고 해도 도망칠 곳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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