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분신 스킬을 사용한 비엔나. 이번에는 그녀의 공격이 먼저 시작되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그녀와 수많은 분신들. 모두가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샤오링을 향해 일시에 수많은 볼트들이 발사되었다.
저 많은 비엔나의 모습 중 누가 진짜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모든 분신들의 공격은 실제였으며 샤오링은 그 모두를 막아내야 했다.
그래도 샤오링은 처음보다는 한결 여유롭게 자세를 잡아갔다. 폭파에 당할 때와는 달리 비엔나와 그 분실들과의 거리가 제법 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체를 고정시킨 샤오링은 그 즉시 상체를 움직였다. 샤오링이 선택한 것은 볼트들을 쳐내는 것이었다. 물론 회피 동작을 보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샤오링은 볼트를 쳐내기로 했다.
직접 움직여 회피하면 그만큼 내공의 소모가 심했고, 반격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렇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샤오링은 왼쪽에서 오른쪽 위로. 마치 야구 배트로 스윙을 하듯이 검을 휘둘렀다. 검의 면으로 거칠게 휘두르자 주변의 공기가 밀려났다.
후우우웅!
그와 동시에 금속끼리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바로 10발의 볼트와 블랙 데스가 부딪치는 소리였다.
팅!
티딩!
티디딩!
팅!팅!팅!팅!
그렇게 샤오링은 짓쳐오는 10발의 볼트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모조리 튕겨내었다. 10발의 볼트가 사방에서 동시에 한 지점으로 쏘아졌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뭐, 그것을 인지할 만큼의 동체시력과 육체적 능력이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비엔나가 쏘아낸 볼트는 평범한 것이었다. 더 이상 폭파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볼트를 쏘아내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샤오링이 볼트를 튕겨낼 줄은 몰랐던 것일까? 비엔나를 포함한 모든 분신에서 동시에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한데?”
그러나 비엔나의 말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녀는 재차 볼트를 장전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샤오링을 향해 발사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쏘아내려는 볼트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멀티샷.”
10개의 분신에서 일시에 볼트가 발사되었다. 하지만 석궁 하나에서 발사된 볼트는 하나가 아니었다. 멀티샷은 하나의 볼트가 5개로 분산되어 쏘아지게 하는 스킬이었다.
결국 총 50발의 볼트가 샤오링을 향해 짓쳐들었다. 이번에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볼트를 장전하는 동안, 샤오링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샤오링은 10발의 볼트를 한차례 막아낸 후에 이미 달리고 있었다.
[샤오링이 홍염보 3성을 최대로 이끌어냅니다.]
샤오링이 달릴 때마다 그녀의 잔상이 자그마한 불꽃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았다. 스킬을 사용해 잔상을 남기는 비엔나의 방식과 달리, 순수한 빠르기로 인해 생기는 잔상이었다. 그렇게 달려가던 샤오링은 비엔나와 그 분신들이 멀티샷을 사용하자 상체를 숙였다. 그러더니 그대로 엎어지며 적들을 향해 슬라이딩했다.
동시에 샤오링의 머리 위로 수많은 볼트들이 스쳐 지나갔다.
쉬익!
쉭!
쉬이이익!
간발의 차이로 그 모든 볼트를 회피해 버린 샤오링의 모습에 비엔나가 감탄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러고서는 샤오링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분신들과 함께 뒤로 점프를 했다. 분신들은 서로와의 거리도 벌렸다. 이후부터는 쉴 틈 없이 사방에서 샤오링을 공격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그것은 샤오링이 의도한 바였다.
샤오링은 10명의 비엔나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공간 도약.”
[샤오링이 암흑 투기를 이용하여 ‘공간 도약’을 시도합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샤오링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앗!
그리고 그녀가 나타난 곳은 이제 막 땅을 박찬 비엔나와 분신들의 한가운데였다. 그곳에 도착한 샤오링은 지체할 것 없이 암흑 투기의 ‘방출’을 사용했다.
“방출.”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샤오링이 사용한 방출은 충렬의 방출과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것이다.
[샤오링이 암흑 투기의 ‘방출’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암흑 투기가 즉각적으로 방출되지 못합니다.]
[홍염의 힘이 암흑 투기와 섞여 함께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3초 뒤, 암흑 투기가 홍염의 힘까지 머금으며 터져서 나옵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들리는 순간, 비엔나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녀와 분신들은 심상치 않은 시스템의 경고에 회피기를 사용했다. 단순히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회피기술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샤오링의 초반 일격을 피했는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림자 잔상!”
하지만 그녀는 방출 스킬을 피할 수 없었다.
즉각적으로 암흑 투기가 터지지는 못했는데 왜 피할 수가 없냐고? 이번에 터지는 방출은 원래보다 더욱 지독하게 터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모든 공간이 어둠의 폭파에 휩쓸릴 예정입니다.]
[그 어떤 회피기로도 회피할 수 없으며, 상위의 방어 스킬이 없다면 노출된 대상은 존재 자체가 삭제됩니다.]
[그 공간은 감옥 내부로 한정됩니다.]
그런 시스템의 말을 끝으로 비엔나의 경악이 들려왔다.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춘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것은 샤오링도 마찬가지였다. 샤오링, 그녀 또한 아직 신명나는 전투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비엔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3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비엔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3초가 지났습니다.]
[암흑 투기와 홍염의 힘이 융합되어 ‘흑화(黑火)’가 되었습니다.]
[‘흑화(黑火)’가 일시에 방출되어 터지며 감옥 내부의 모든 공간을 집어삼킵니다.]
시스템의 말이 들림과 동시에 샤오링의 몸에서부터 뜨거운 검은색의 파동이 터져 나왔다.
펑!
뻥튀기가 터지는 것처럼. 그 소리는 매우 간결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소리이긴 했지만, 그것은 매우 짧았다. 그리고 그 짧은 소리가 가져온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파동이 스쳐 지나간 감옥 내부의 모든 공간이 한순간 타올랐다.
화르르륵!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한순간에 타오른 검은 불은 즉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적막감뿐이었다. 조그만 먼지부터 시작해 작은 소리까지. 샤오링 외에는 감옥 내부에 있던 모든 것들이 흑화에 의하여 사라졌다.
[비엔나와 분신들의 존재가 삭제되었습니다.]
[비엔나는 영혼까지 삭제되었습니다.]
[호엔의 소환수, ‘비엔나’가 사라집니다.]
시스템의 소식에 호엔의 표정이 달라졌다. 의기양양하던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그림자 잔상으로 피하지를 못한다고?”
그는 솔직히 샤오링의 모습이 강해 보여도 이길 수 있을 줄로 예상하고 있었다. 비엔나는 절대적이라고 자부하는 회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분신 스킬까지 쓰면서 한층 더 강화된 전력을 가진 비엔나였다.
하지만 호엔은 설마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라는 표정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그것은 충렬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암흑 투기와 홍염의 조화가 이 정도일 줄이야. 흑화라는 것은 단순히 강하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터무니없는 종류의 힘이었다.
‘그냥 너무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충렬뿐만이 아니었다. 스킬을 사용한 당사자인 샤오링 또한 매우 놀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녀는 평소에 충렬의 방출 스킬을 보고 대략 짐작하여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발생할 줄은 그녀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
당사자도 그러한데 다른 소환수들이야 볼 것도 없었다. 다른 소환수들 역시 말문이 막힌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쨌거나 샤오링이 꽤나 고전을 하겠지 싶었는데, 대전은 결국 허무하리만치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정작 울상이 된 것은 호엔이었다.
“시, 시스템! 소환수가 사라지다니! 이러한 경우가 어딨나! 여기서는 죽어도 다시 살려준다며!”
호엔의 절규에 시스템이 대답해 주었다.
[비엔나의 영혼을 다시금 구성하는 중입니다.]
[구성될 때까지 다른 지역에서 대기하십시오.]
그러면서 시스템은 호엔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시스템의 반응을 본다면 영혼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은 듯했다.
어쨌거나 패배한 호엔은 강제로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었다.
파앗!
호엔의 모습이 사라지자 시스템은 충렬에게 보상을 지급해 왔다.
[도전자 ‘이충렬’ 님.]
[네 번째 대전의 승리에는 보너스 카르마가 주어집니다.]
[본래 받아야 하는 33,750카르마에 추가 카르마가 지급됩니다.]
[총 40,000카르마를 지급하겠습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조금은 아슬아슬할 뻔했던 네 번째 대전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네 번째 대전도 싱겁게 종료되었다.
***
호엔과 그 소환수들이 사라진 지하 묘실의 공간. 그곳에서 시스템이 알려왔다.
[지금부터 6시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다음 대전을 위해 휴식을 취해 주십시오.]
동시에 마련되었던 감옥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내부는 호화스러운 파티룸이 들어섰다. 화려한 부엌과 식탁에는 온갖 산해진미들이 가득했고, 한 편에는 푹신한 침대와 각종 편의시설들이 설치되었다.
그 광경에 신이 난 것은 레일리와 샤오링이었다. 휴식 시간에 들어선 것들은 현대 문명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네요.”
“와! 냉장고다!”
익숙한 그들에 비해 아르타디아에게는 낯선 물건들이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그것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리저리 살폈다.
“원래 너희들이 살던 곳에 있던 물건들인가? 무척이나 신기하게 생겼군.”
물론 악티니언 또한 신기해했다. 새로운 문명의 물건들이 악티니언의 관심을 끌었다.
“우와, 저건 뭐지?”
그런 아르타디아와 악티니언의 손을 레일리와 샤오링이 잡으며 이끌었다.
“뭔지 알려 드릴게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저것들은 뭐냐면…….”
물론 마렉과 제레미 등, 사내들은 별다른 관심을 없어 했다. 데프론은 새로운 물건들이 보이거나 말거나 목석같이 서 있었다. 충렬을 위한 대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데프론과는 반대로 마렉은 휴식 공간을 둘러보더니 투정을 부렸다.
[쳇, 게임기 같은 것은 없나? 갑자기 어둠의 영혼4가 하고 싶어지네.]
그러나 투정은 잠시뿐.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저건 할리갈리잖아!]
그러더니 마렉은 곧바로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봐, 제레미. 데프론. 같이 하자고. 얼른 와봐.]
그렇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휴식 시간이었지만, 모든 네임드들이 각자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는 한편, 충렬은 소파에 앉아 상태창을 살펴갔다.
‘카르마가 제법 많이 쌓였다. 다음 대전이 시작되기 전에 스킬의 랭크부터 올려야겠어.’
이후의 대전에는 어떠한 요소가 추가될지 몰랐다. 때문에 그 전에 충렬은 자신의 스킬부터 시작해 상태창을 다시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