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90화 (190/237)

# 190화.

암흑 투기라니. 충렬은 설마 샤오링이 암흑 투기를 가져가게 될 줄은 몰랐다.

‘암흑 투기라…….’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무작위로 골라지기는 했어도 암흑 투기 정도면 매우 잘 얻어 걸렸다.

‘샤오링에게도 단전과 내공 등이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그렇게까지 뛰어난 수준이 아니었다. 암흑 투기라면 현재의 샤오링에게는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리라.

물론 시스템이 아까 설명한 것처럼 제약이 있기는 했다.

[다만, 한 번 소모한 암흑 투기는 다시 회복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소지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의 암흑 투기만 1회에 한정되어 주어집니다.]

그렇게 제약이 주어졌다. 하지만 충렬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최대 용량이 1회만 주어진다고 해도 그 양은 엄청났다. 여러 상대와의 전투가 아닌 이상, 고작 한 명과의 대전을 치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양이었다. 어쨌든 주어지는 스킬까지 결정이 되자, 시스템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알려왔다.

그런데 시스템은 상대 소환수의 이름과 대략적인 정보만을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서로의 정보에 대해서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네 번째 대전을 잠시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네 번째 대전: 검황 샤오링 VS 밀렵꾼 비엔나]

[밀렵꾼 비엔나에게 주어진 도전자의 스킬은 ‘분신’입니다.]

그렇게 대략적인 설명이 끝나자 시스템이 말했다.

[중간에 튼튼한 원형의 마법 감옥이 생겨납니다.]

동시에 충렬과 호엔의 중간 지점에 빛이 발생했다.

번쩍!

빛이 수그러지자 그곳엔 곧바로 감옥 하나가 생성되었다. 감옥이 생성되자 시스템이 말을 이어갔다.

[비엔나와 샤오링을 마법 감옥으로 이동시키겠습니다.]

[그 안에서 두 소환수가 전투를 시작할 것입니다.]

샤오링이 이동하기 전, 충렬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와. 부담은 가지지 말고.”

충렬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충렬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과 달리, 샤오링은 이번 대전에서 이길 생각이었다.

“네, 오라버니. 반드시 이기고 올게요.”

그렇게 충렬과 샤오링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비엔나와 샤오링은 순식간에 감옥 안으로 이동되었다. 물론 샤오링과 비엔나는 아직 움직일 수가 없었다.

[20초 뒤, 둘에게 적용된 억압을 해제합니다.]

비엔나는 샤오링과 마찬가지로 여성이었다. 노란색의 단발머리에 날카롭게 생긴 턱선. 그리고 얼굴에 나 있는 기다란 자상이 그녀를 쉽지 않은 상대로 보이게 했다.

비엔나는 자신의 건너편에 샤오링이 나타나자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투엔 진중함이 엿보였다. 그녀는 샤오링의 모습을 보더니 의미심장한 칭찬을 건네었다.

“흐음… 너, 조금은 강해 보이네.”

비엔나의 칭찬에 샤오링이 대답했다.

“감사해요. 그쪽도요.”

샤오링은 대답을 쉽게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 상대가 자신의 수준을 측정한 것과는 다르게, 샤오링은 비엔나의 강함을 전혀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힌 듯. 그 어떤 기운도 느끼기란 불가능했다. 물론 직업과 관련된 특성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제 곧 비엔나의 강함을 측정할 수 있을 터였다. 직접 전투를 이어가본다면 서로의 강함을 알게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샤오링과 비엔나가 대치하는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대전이 시작되기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대전은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분신’이라는 스킬을 가져간 밀렵꾼 비엔나와 ‘암흑 투기’를 가져간 검황 샤오링의 대전이 말이다.

***

10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10초가 지나가 시스템이 압박을 해지했다.

[샤오링과 비엔나에게 가했던 압박을 해지합니다.]

[홍염의 검황 샤오링 VS 그림자 밀렵꾼 비엔나]

[둘의 대전이 시작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유의 몸이 된 둘. 둘 중에 먼저 움직인 것은 샤오링이었다. 샤오링은 충렬의 암흑 투기를 받자마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미리 구상해 놓고 있었다.

첫 번째 사용은 바로 ‘공간 도약’이었다. 공간 도약은 암흑 투기에 속해 있는 기능 중에 하나였다.

[샤오링이 공간 도약을 사용합니다.]

샤오링이 공간 도약을 사용하자 그녀의 모습이 번쩍이며 사라졌다. 그 광경은 이전에 마왕이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을 했던 것과 매우 흡사했다.

파앗!

동시에 샤오링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비엔나의 뒤였다. 속전속결로 대전을 끝내어 버릴 생각일까? 샤오링은 비엔나의 뒤로 이동되자마자 블랙 데스를 휘두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끝낼게요.”

그 말과 함께 샤오링의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샤오링은 검을 그냥 휘두르지 않았다. 내공을 운용해 몸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하여 충렬의 암흑 투기까지 운용하자 그 움직임은 몇 배나 빨라졌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배운 스킬인 검기까지. 샤오링은 내공을 응축시켜 블랙 데스에 주입까지 했다.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일격이었다.

그 광경을 본 충렬이 생각했다.

‘지척까지 거리를 내어준 이상, 비엔나의 패배는 확정이다.’

검기는 웬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자르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데프론이 무기에 다크 오러를 덧씌운 것처럼 비슷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 일격을 막으려면 매우 특수한 방어 스킬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회피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비엔나가 회피를 할 수 있는 상황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하자마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샤오링의 모습에 장내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충렬의 네임드들도, 호엔의 소환수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충렬은 이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해 내었다.

‘이대로라면 비엔나라는 소환수가 당할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왜 호엔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일까? 마치 그런 술수에는 당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아니, 그의 표정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예상 밖의 변화였다. 바로 기쁨의 표정이었던 것이다.

잠시 뒤, 샤오링의 블렉 데스가 비엔나의 목을 긋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충렬은 깨달을 수가 있었다. 호엔이 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샤오링의 검이 스쳐 지나간 공간에 살을 베는 소리가 없었다. 그저 바람만을 베는 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쉬익.

분명 눈앞에는 비엔나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를 베는 느낌이 없다니.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군.’

그러니 걱정하는 모습 따위를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그렇게 샤오링이 벤 것은 결국 잔상이었다. 물론 잔상치고는 제법 꽤나 시간을 끌었다.

‘아마 스킬로 유지한 것이겠지.’

그렇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잔상이 저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결국 허탕을 친 샤오링의 뒤로 비엔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엔나는 한 손에 착용하는 석궁으로 샤오링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나는 건 너인 것 같은데?”

그 말을 끝으로 비엔나가 석궁에 장전된 볼트를 발사했다.

피융!

생각지도 못한 비엔나의 반격에 샤오링의 움직임이 그만 반 박자 늦고 말았다. 볼트를 회피하려던 샤오링은 어쩔 수 없이 볼트가 향한 머리에 암흑 투기를 끌어 올렸다.

회피란 불가능했다. 머리 뒤에서 바로 쏘아지는 볼트였다. 미리 알고 있어도 회피하기란 어려웠다. 그런데 뒤늦게 파악한 이상 무조건 적중이었다.

암흑 투기를 끌어 올리자 샤오링의 머리 전체에 검은색의 방어막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보호막은 재빠르게 들이친 볼트에서 머리를 보호했다.

티잉!

하지만 샤오링에게 그만 위기가 찾아와 버렸다. 비엔나가 쏘아낸 볼트는 매우 특별한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피하지 않고 일부러 막다니. 진짜 끝이네. 뭐, 피해내어도 여기서 도망갈 곳은 없지만 말이야.”

그녀의 설명을 끝으로 잠시 뒤. 거대한 폭파가 감옥 내부를 휩쓸었다.

퍼엉!

퍼버벙!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엄청난 폭파와 불길이 감옥 내부에서 끊이지 않았다.

비엔나는 따로 몸을 보호할 수단이 있었을까? 하긴, 있었을 터였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창살을 뚫고 나올 만큼 불길은 지독하게 타올랐다.

‘장난 없는 화력이네.’

물론 시스템의 처리 때문에 실제로는 밖으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부에 있는 이들이라면 단번에 소거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엔나의 회심의 일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예전의 샤오링이었다면 그 공격에 당했을 터였다. 화력도 화력이지만 보통의 언데드라면 불길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샤오링은 달랐다.

홍염의 힘을 얻으면서 화염과 관련된 대미지는 전혀 받지 않았다. 그것은 들려오는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면 다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샤오링은 화염 속성 친화력을 극한까지 이루어내었습니다.]

[비엔나의 스킬이 샤오링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비엔나의 그러한 일격은 오히려 샤오링을 도와주었다.

[샤오링이 주변에 이글거리는 불길을 이용합니다.]

[폭파로 인하여 손상된 신체를 복구합니다.]

[운기조식을 따로 할 필요 없이, 화(火) 속성 내공을 급속도로 충전합니다.]

물론 전투는 아직 장기전으로 가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샤오링의 회복과 내공 충전은 금방 완료되었다.

[샤오링의 단전에 저장된 내공이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샤오링의 상태가 최상의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잠시 후, 불길이 모두 사그라지자 그곳에는 멀쩡한 모습의 샤오링이 보였다. 그 모습에 샤오링의 건너편으로 자리를 이동한 비엔나는 조금 당황했다.

“역시 쉽지는 않은 상대였구나.”

그러나 당황은 잠시뿐. 그녀는 본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샤오링이 충렬에게 암흑 투기를 받은 것처럼, 그녀 또한 호엔에게서 받은 스킬을 사용해 나간 것이다.

“분신.”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주변으로 수많은 분신들이 생성되었다. 연막이 살짝 터지며 비엔나와 완전히 닮은 분신이 생겨났다.

분신의 수는 정확히 9개였다. 시스템은 비엔나가 분신 스킬을 사용하자 경고해 왔다.

[비엔나가 ‘분신’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주의하십시오.]

[분신 스킬의 랭크가 너무나 높습니다.]

[분신들은 비엔나의 모든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경고에 충렬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모든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그 말을 해석해 본다면 결국.

‘혼자서 열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잖아.’

운이 좋게 쉽게 끝났던 앞선 대전들과는 달리, 이번 대전은 정말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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