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89화 (189/237)

# 189화.

밀렵꾼 비엔나 VS 검황 샤오링

볼링공 3개를 합한 것보다 커다란 오우거의 주먹.

그와는 반대로 테니스 공처럼 조그마한 악티니언의 주먹.

그 두 주먹이 충돌함과 동시에 터지는 소리가 났다.

퍼엉!

주먹끼리의 충돌이었다. 그렇지만 퍼억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히 터지는 소리였다. 얼마나 강했으면 그러한 소리가 울리는 것일까?

충렬은 악티니언의 걱정에, 프락은 뜻밖의 상황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서로의 충돌은 큰 소음만 내었을 뿐. 당장에 무언가의 변화는 없었다.

서로의 주먹을 부딪친 악티니언과 오우거. 둘은 멀쩡히 주먹을 맞댄 채로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략 1초 동안은 정적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1초 뒤, 먼저 움직인 것은 악티니언이었다.

녀석은 내지른 주먹을 회수하더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글썽이는 악티니언의 표정은 보호 본능을 일으켰다.

“아프잖아! 히잉.”

그런데 이상했다. 아프다며 징징거리는 악티니언과 달리, 오우거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몸이 굳어 있는 것처럼, 주먹을 내지른 자세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 모습에 악티니언은 자신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의문을 품었다.

“어? 왜 가만히 있지?”

그러고서는 오우거에게 다가갔다. 악티니언의 접근에는 전혀 적의가 없었다.

오우거의 주먹 앞까지 다가간 악티니언이 움츠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오우거가 미동조차 없으니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악티니언은 이번 대전을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우거가 가만히 있으니 자신이 순간 너무 과했나 싶어 했다.

“괜찮아……?”

그 말을 끝으로 악티니언이 오우거의 주먹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렇게 악티니언이 건드리자, 마침내 오우거에게서 반응이 왔다.

다만, 그것은 조금 안타까운 반응이었다.

뚜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부러지는 뼈는 하나가 아니었다.

뚜두둑.

오우거가 내지른 주먹을 시작으로 녀석의 어깨까지. 팔 전체의 뼈가 박살 나버렸다.

뚜두두두두두두둑!

동시에 녀석의 팔이 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흘러내렸다. 보기만 하여도 엄청난 외상이었다. 하지만 오우거는 그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용감했기 때문에? 아니었다. 기절했기 때문이었다. 오우거가 고통을 느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오우거의 한쪽 팔이 너덜거리는 걸레가 되어버림과 함께, 녀석의 거구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거대한 덩치가 쓰러지자 바닥이 크게 울렸다.

쿠웅!

오우거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녀석의 강인한 체력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숨을 쉬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녀석은 더 이상 전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시스템 또한 이 이상의 대전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서 알려왔다.

[강력한 충격파로 오우거의 골이 엄청나게 흔들립니다.]

[오우거의 뇌가 심각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우거가 향후 2시간 동안 깨어날 수 없습니다.]

[포레스트 오우거가 더 이상 대전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 이번 대전은 ‘새끼 악티니언’의 승리로 판정하겠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은 충렬과 프락, 둘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시스템의 설명에 프락이 무릎을 꿇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저… 저 괴물은 뭐야……!”

그는 설마 자신의 오우거가 이렇게 간단하게 당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순수한 힘의 대결에서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결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시스템은 프락이 무릎을 꿇고서 실성한 반응을 보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패배자에게는 무관심했다. 그와는 반대로 충렬에게는 반응을 곧장 보였다.

뭐, 반응이라고 해보았자 별것은 아니었다. 그냥 보상을 주었을 뿐이었다.

[도전자 ‘이충렬’ 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보상으로 22,500카르마를 지급합니다.]

결국 악티니언은 등장하자마자 경기를 끝내고 되돌아왔다.

***

경기를 끝낸 악티니언이 모두에게 돌아왔을 때, 주변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충렬의 다른 네임드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역대급으로 빠른 악티니언의 승리에 그만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특히나 자신만만해하던 마렉조차, 악티니언의 대전을 보고선 충격을 받아버렸다.

[레, 레일리보다 더 무서운 아가씨였구만…….]

마렉은 절대로 악티니언에게는 장난을 걸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마렉의 시선이 케르베로스에게 향했다. 그런 악티니언을 지금까지 받아준 케르베로스가 한편으로는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스템의 음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당신의 소환수들이 세 번째 대전까지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네 번째 대전부터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대전이 이루어집니다.]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이 의문을 가졌다.

‘새로운 방식이라고?’

과연 어떠한 방식일까.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알려주기 전에 시스템이 한 것은 이동이었다.

[잠시 후, 세 번째 대전이 끝나면 32명의 도전자들만 남게 됩니다.]

[당신을 포함한 총 32명의 도전자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대전을 이어갈 것입니다.]

[우선은 새로운 장소 ‘지하 묘실’로 당신을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충렬의 시야가 깜깜해지며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

시각이 되돌아오자 보이는 것은 어두컴컴한 밀실이었다. 그래도 주변에 다수의 횃불들이 걸려있었던 탓일까? 어두컴컴하기는 했지만 주변을 식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밀실은 엄청나게 넓었다. 대략 70평 정도는 될 법한 크기였다.

그러한 장소에 도착하자 시스템의 음성이 이어졌다.

[당신이 도착한 곳은 ‘지하 묘실1’입니다.]

[당신의 상대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충렬의 시야로 조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이고 말았다.

‘묘비가 있네?’

묘실이라서 묘비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 임무를 수행하면 볼 수 있는, 그런 도전자들의 묘비가 있었다.

-와나, 개빡. 여기서부터는 ㄹㅇ빡친다.

-반박 불가입니다. ㅋㅋㅋ

-평소에 소환수 능력치만 강화한 사람은 패배 확정.

-ㅇㅇ 자신의 능력치도 높아야 개꿀 빠는 구간.

도대체 묘비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분명 이곳은 도전자의 목숨이 날아가지 않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묘비가 있는 것이지?’

하지만 충렬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이곳에서 당신의 소환수가 패배한다면 묘비에 글을 남기고 떠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보아도 죽은 도전자들이 남기는 글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묘비들의 내용이 조금 이상하긴 했어.’

납득한 충렬은 다른 묘비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들이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겨나서다.

-진짜 운빨ㅈ망 대전이다.

-아, 흙수저는 울고 갑니다.

-ㅋㅋㅋ머래 흙수저가 어딨어. 시작은 다 같았는데.

-? 시작이 뭐가 같음. 시작할 때 직업을 잘 골랐어야지

-난 금수저 직업으로 시작함. 개이득

-그런데 왜 패배하심?

-다이아몬드수저를 만났나 보지 ㅋ

그 외에도 수많은 묘비들이 있었다. 묘비들의 내용을 살피자 알 수가 있었다. 이번 대전부터는 소환수를 부리는 이의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묘비들의 글을 읽은 충렬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러 스킬을 골고루 분배해서 상승시켰다. 혼자서 전투를 한다고 해도 절대 꿀리는 스펙은 아니지.’

오히려 충렬의 스펙은 과분했다. 특히나 발록의 힘까지 흡수하게 되면서 이제는 웬만한 도전자들은 가볍게 이길 정도였다. 소환수를 부리지도 않고서 말이다.

그 때문일까? 충렬은 그렇게까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물론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충렬이 상대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묘비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당신의 상대 도전자가 정해졌습니다.]

[출전시킬 소환수를 선정하기 전, 밀렵대장 ‘호엔’이 이곳으로 이동됩니다.]

***

충렬의 건너편으로 호엔이라는 도전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라색의 머리에 한쪽 눈에는 안대를 한, 신체 건장한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치고는 주름 하나 잡히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 있던 그는, 허리춤에 쇠뇌와 거친 단검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착용한 밀렵꾼들이 함께 등장했다.

밀렵꾼 호엔은 도착하자마자 충렬 쪽을 바라보더니 손을 크게 흔들었다.

“어이! 그쪽이 내 상대인가! 잘해보자고!”

그는 꽤나 호탕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런 그의 말에 충렬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충렬의 모습에 호엔이 말을 이어갔다.

“쳇, 젊은 친구가 과묵하구만!”

하지만 그의 잡담은 거기까지였다. 그가 도착하자 시스템이 그에게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충렬이 이곳에 온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충렬과 달리, 운이 나쁘게도 그는 묘비들을 살필 시간이 없었다. 그에게 기존의 설명을 마친 시스템이, 묘비를 살필 시간을 주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곧장 충렬과 그에게 나머지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충렬이 조금은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보다 먼저 세 번째 대전을 끝내고 여유롭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었으니까.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묘비의 내용들은 시스템이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네 번째 대전에서는 도전자 자신이 소지한 스킬 중 하나를 소환수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역시나, 네 번째 대전부터는 기존과 다른 방식이었다. 소환수의 능력만으로 대전이 치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도전자의 스킬을 하나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다니.

‘이래서 묘비들이 그런 말들을 했던 것이었군.’

도전자의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말을 말이다.

[하지만 참고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소환수가 가져간 도전자의 스킬은 액티브 스킬의 경우 단 1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져갈 수 있는 스킬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단번에 이해했다. 묘비에서 왜 운과 관련된 요소가 들어간다고 말을 했는지를 이제야 파악했다. 스킬을 가져가는 것이 무작위였다.

‘소환수가 어떤 스킬을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겠네.’

어쨌거나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물어보았다.

[각자 출전시킬 소환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은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무작위.”

충렬의 빠른 결정에 시스템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아직까지 출전하지 않은 당신의 소환수 중에서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하겠습니다.]

[이번 대전에서 승리 시에 받을 보상 카르마가 이전보다 증가합니다.]

이번에는 누가 출전하게 될까? 그 선택의 시간은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샤오링’이 네 번째 대전에 출전하게 됩니다.]

다만 충렬과는 달리, 상대 도전자는 조금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고민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이전보다 1.5배 증가되는 카르마의 보상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무작위로 출전시키겠다!”

그러자 잠시 뒤,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출전하기 전에 샤오링이 어떤 스킬을 가져갈지에 대해서 알려왔던 것이다.

[샤오링이 가져가게 될 당신의 스킬은 ‘암흑 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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