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88화 (188/237)

# 188화.

오우거 VS 악티니언

세 번째 출전은 악티니언으로 결정되었다.

시스템의 알려옴에 충렬의 생각이 많아졌다.

‘악티니언이라…….’

물론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악티니언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분명 대전을 치르게 되면 인간의 모습으로 싸워야 하겠지?’

경기장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분명 그래야 할 터였다. 솔직히 충렬은 악티니언이 해상에서 싸울 때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육식화를 사용하여 본연의 모습으로 싸운다면 감히 상대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상태에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물론 인간화를 사용 중인 악티니언도 평범하지는 않았다. 순수한 힘으로만 따지면 악티니언의 힘은 무지막지했다. 몬스터일 때의 모든 힘이, 작디작은 소녀의 몸으로 표출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진화를 한 케르베로스조차 악티니언과 놀 때는 힘들다고 징징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악티니언의 근력 자체는 무척이나 뛰어났다. 악티니언의 악력 등,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예전에 잠깐이나마 확인한 바가 있었다.

‘그래도 인간 상태에서 전투를 이어가는 모습은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걱정이긴 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악티니언도 한 차례의 대전을 치러야 했고, 그때는 이제 곧 금방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다른 도전자들의 두 번째 대전도 모두 끝났다.

[모든 도전자들의 두 번째 소환수 대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세 번째 대전이 시작됩니다.]

이제 악티니언의 전투를 준비해야 했다.

***

대진표는 금방 완성되었다. 이번에 악티니언이 상대하게 될 적은 제법 위험해 보였다.

[세 번째에 등장할 상대 소환수: 포레스트 오우거]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에 충렬이 인상을 찌푸렸다.

‘오우거라…….’

그 이름 때문이 아니었다. 이름 다음에 나타난 놈에 대한 정보 때문이었다. 세 번째 대전에서는 두 번째 대전과 달리, 간략한 정보만을 알려주었다.

[생김새: 4미터에 근접하는 거대한 덩치. 갈색의 피부.]

[특징: 지능이 떨어짐, 따라갈 수 없는 근력, 덩치에 비한 재빠른 움직임, 숲의 상위 포식자.]

알려주는 정보를 요약해 본다면 단순했다.

‘덩치가 크고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소리군.’

지능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었지만, 그만큼 무식하게 싸운다는 뜻이리라.

‘이거 잘못하면 위험하겠는데?’

악티니언의 모습은 그냥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아마 오우거와의 체급 차이는 엄청날 것이리라.

충렬이 걱정하는 사이, 아르타디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의외로 악티니언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흐음… 이번에는 조금 그렇군…….”

궁금증을 참지 못한 충렬이 아르타디아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충렬의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그녀가 애매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바로 악티니언이 사람의 상태일 때 어느 정도인지를 몰라서였다.

“이번 대전은 누가 먼저 때리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말이지. 인간의 모습일 때의 악티니언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악티니언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 그녀는 악티니언이 불리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충렬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악티니언이 나가서 싸우게 되는 것이었다.

[세 번째 대전은 상대 도전자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소환수에게 따로 명령을 내리기가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소환수와 상대방의 소환수가 전투를 벌이는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생각했다.

‘이번 대전은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하나 보네.’

악티니언은 세 번째 대전에 자신이 나가게 되었음에도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저 대전에 나가기 전에 해맑게 충렬에게 질문을 해올 뿐이었다.

“헤헤, 가서 놀다 오면 되는 거예요?”

악티니언의 순진무구한 모습에 충렬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해 주었다.

“그래. 놀다 와.”

그러자 악티니언이 만세를 외치며 좋아했다.

“와아! 신난다! 새로운 친구를 어서 빨리 보고 싶어!”

그렇게 악티니언이 대전을 위해 떠난다고 하자, 케르베로스가 기뻐했다. 그동안 얼마나 귀찮았던 것일까? 3개의 머리가 각각 한마디를 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이제 악티니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신난다. 어서 가라.]

[빨리가라.]

[나는 잠을 좀 자겠다.]

케르베로스의 반응에 악티니언이 답했다.

“응! 금방 올게! 이따가 봐!”

금방 돌아온다는 악티니언의 말에 케르베로스가 축 쳐졌다.

어쨌거나 악티니언의 말을 마지막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64개의 경기장을 새롭게 만드는 중입니다.]

[경기장의 가장자리에는 소환수들의 크기를 고려하여 적정 길이의 철창과 지붕이 생깁니다.]

[소환수들은 경기장을 벗어나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렉이 세 번째 대전에 출전했으면 위험했을 뻔했네.’

때마침 철창과 지붕이 생겨났다. 만약 이번에 출전했더라면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된 마렉은 꽤나 고전을 했을 것이리라.

어찌되었든 시스템의 음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 거기엔 매우 단순한 승리 조건이 주어졌다.

[세 번째 대전의 승리 조건은 상대를 처치하는 것.]

[오로지 그것뿐입니다.]

하기야, 철창으로 경기장의 가장자리가 막힐 것이었다. 그러니 이기기 위해서는 둘 중에 하나가 무조건 처치되어야 했다.

***

오우거 사육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도전자 ‘프락’. 그는 대충 2미터는 될 법한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사내였다.

충렬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두 번째 대전부터는 무작위로 소환수를 출전시키고 있었다.

‘이번에 출전할 녀석은 포레스트 오우거로 당첨이 되었나.’

어차피 가지고 있는 소환수는 모조리 오우거들이었다. 때문에 어떤 오우거가 출전하던지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바로 상대가 어떤 소환수를 꺼내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러나 프락은 잠시 후,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를 읽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새끼 악티니언?’

시스템은 악티니언에 대해 해상 몬스터의 종류라고 알려왔다. 그렇지만 프락은 악티니언이라는 몬스터 자체를 처음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악티니언이 바다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흐음… 해양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를 출전시킨다니.’

경기장의 상황을 본다면 악티니언이라는 몬스터에게 절대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다.

‘생각 외로 오우거가 쉽게 이기겠는데?’

악티니언에 대해서는 그 외에 특이사항이 없었다. 스킬도 인간으로 변하는 스킬만 있을 뿐. 별다른 걱정이 드는 스킬은 아니었다.

조금 걸리는 특징은 바로 바다의 제왕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프락의 걱정도 거기까지였다. 물속에서 잘 싸우는 몬스터가 바닥 위에서 잘 싸울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뭐, 나야 간단하게 이긴다면 나쁘지 않지.’

바다에서나 움직일법한 몬스터가 지상에서, 그것도 오우거를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우거는 차원이 다른 몬스터였다. 웬만한 몬스터들은 오우거의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포레스트 오우거는 움직임마저 매우 민첩했다.

때문에 프락은 이번 대전을 무척이나 쉽게 생각했다.

‘편하게 구경이나 해야겠군.’

그렇게 프락이 팔짱을 끼고 있을 때였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시스템이 알려왔다.

[잠시 후, 당신의 소환수 ‘포레스트 오우거’, 그리고 상대의 소환수 ‘새끼 악티니언’이 경기장으로 이동됩니다.]

[이동 후 3초 뒤에 압박을 해지할 것입니다.]

[내릴 명령이 있다면 지금 내려주십시오.]

시스템의 음성에 프락이 고개를 저었다.

“딱히 내릴 명령은 없어. 잘 싸워라.”

프락의 말에 오우거가 입을 열었다. 덩치는 녀석이 훨씬 더 거대했지만, 오우거는 프락에게 맡겨달라는 듯이 가슴을 두 번 쳤다.

쿵! 쿵!

그러면서 우렁차게 화답했다.

“크롸아악!”

***

충렬은 어느새 경기장으로 이동한 악티니언을 지켜보았다. 두 번째 대전보다 2배는 넓어진 경기장에는, 거대한 몬스터와 가녀린 소녀가 서 있었다. 거대한 몬스터는 포레스트 오우거였고, 가녀린 소녀는 악티니언이었다.

세 번째 대전이 시작하기 전, 오우거의 모습을 본 충렬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정도로 악티니언을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저게 포레스트 오우거인가?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데.’

지금껏 보아왔던 웬만한 몬스터보다는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 오우거의 앞에 서 있는 악티니언의 모습은 마치 고릴라 앞에 선 조그만 사막여우 같았다.

둘의 대치만 보아서는 오우거의 압승이었다. 오우거가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하여도 악티니언은 단번에 압사되어 버릴 것처럼 보였다. 물론 평범한 소녀였다면 분명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악티니언은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소녀의 탈을 쓴, 흉포한 포식자였다.

당장에도 악티니언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우와! 되게 큰 친구다!”

악티니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 것일까? 한창 무서운 표정으로 겁을 주던 오우거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을 앞에 두고 겁을 먹지 않는 존재는 처음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3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악티니언과 오우거가 경기장으로 이동되고 3초 뒤. 시스템이 대전의 시작을 알려왔다.

[세 번째 대전을 시작합니다.]

[당신의 소환수가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우거가 달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땅을 박차자 경기장이 크게 울렸다.

쿵! 쿵! 쿵! 쿠웅!

오우거는 별다른 무기나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착용한 것은 덜렁거리는 생식기를 가리기 위한 거적때기뿐.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으로만 악티니언을 처치하기 위해 뛰었다.

오우거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악티니언 또한 땅을 박찼다.

파밧!

악티니언은 달려오는 오우거를 바라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헤헤. 살살해 줄게.”

악티니언은 오히려 오우거를 걱정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아는 듯한 말투였다. 물론 그것은 직접 붙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여유를 보이는 악티니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오우거는 악티니언이 도망가지 않고 마주 달려오자 괴성을 질렀다. 네까짓 게 감히 덤벼 오냐는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쿠와아악!”

하지만 악티니언이 물러나는 일은 없었다. 악티니언은 한쪽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말했다.

“너무 소리가 크잖아. 조용히 좀 놀자.”

의도하지 않은 악티니언의 도발에 오우거는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렸다.

“쿠와아아아악!”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오우거는 한쪽 주먹을 내민 채 모든 힘을 쥐어짜내며 달렸다. 이번 한 방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뜻이었다. 녀석이 온 힘을 다해 달리자 경기장은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울렸다.

쿵!쿵!쿵!쿵!쿵!쿵!

오우거의 행동을 지켜보던 악니티언은 오른손 팔을 굽혔다. 녀석과 충돌하는 순간, 주먹을 내뻗어 맞대기 위해서다.

결국 악티니언과 오우거의 대전 양상은 주먹과 주먹의 충돌. 그것을 시작으로 그 결과까지 나버릴 것이었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돌격하는 오우거와, 그에 마주하는 악티니언. 둘의 거리가 지척거리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바로 그때 악티니언이 굽혔던 오른팔을 곧게 폈다.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오른쪽 주먹을 내지른 악티니언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더욱 신나게 웃었다.

“히히! 신난다!”

악티니언의 무모한 행동에 충렬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런… 조금 위험하…….’

그러나 충렬의 걱정은 거기까지였다. 악티니언에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잠시 후에 나타난 주먹끼리의 충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