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84화 (184/237)

# 184화.

소환수 대전

실비아가 충렬을 안내한 장소는 신전의 작은 방, 기도실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 보시면 제가 따로 알려 드리지 않아도 아실 수 있을 거랍니다.”

그녀의 말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충렬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 또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녀가 문을 닫고 잠시 후, 시스템이 알려왔다.

[새벽의 가호를 이용하시겠습니까?]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충렬은 우선 대답했다.

“사용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답했다.

[새벽의 힘을 이용하여 각성시킬 수 있는 대상의 목록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충렬의 앞으로 사각형의 스크린이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에는 충렬의 영지에 머물고 있는 주민들부터 시작해, 충렬의 네임드들까지 모두 나타났다.

<새벽의 힘 적용 가능 목록>

[머메이드]

[유령선원]

[드워프]

[케르베로스]

[악티니언]

[혼돈의 신전]

[듀라한]

[리치]

[해골…….]

…….

처음의 목록은 종족의 범주로 등장했다. 그리고 거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그 안에서 또다시 누구를 선택할 수 있는지 나타났다.

충렬은 일단 호기심에 아무나 눌러보았다. 누른 대상은 케르베로스였다. 충렬이 케르베로스를 누르자 새벽의 힘으로 각성시키는 데 필요한 카르마의 수치가 보였다.

[새벽의 힘을 사용한 횟수: 0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카르마: 1,000,000 카르마]

[100만 카르마를 이용하여 ‘케르베로스’를 각성시키겠습니까?]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을 본 충렬은 할 말을 잃었다.

‘100만 카르마나 필요하다고?’

잘못 봤나 싶었지만 100만 카르마가 맞았다. 혹시나 싶어 충렬은 케르베로스 외에, 다른 이들의 각성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박해일이었다.

[새벽의 힘을 사용한 횟수: 0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카르마: 1,000,000 카르마]

[100만 카르마를 이용하여 ‘대리인 박해일’을 각성시키겠습니까?]

박해일 외에도 다른 이들을 각성시키는데 필요한 카르마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하나같이 결론은 같았다.

‘각성시키는 데 무조건 100만 카르마가 필요한가 본데.’

어떤 대상에게 적용시키던지 상관없이 말이다. 일단 충렬은 100만 카르마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와야겠군.’

도대체 언제 100만 카르마를 모을 수 있게 될까? 그 정도로 많은 양의 카르마를 모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할 터였다.

어쨌거나 새벽의 가호에 대해서 대충 살펴본 충렬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충렬이 금방 밖으로 나오자 실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빨리 나오셨네요?”

“아, 예. 지금은 이용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뵈어요.”

어차피 신전에서 할 일은 없었다. 때문에 충렬은 금방 밖으로 나와 저택으로 되돌아갔다.

***

저택으로 되돌아온 충렬은 오래간만에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 중이었다. 마왕성을 초토화시키고 돌아온 충렬에게 시스템이 다음 임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지는 충렬이 딱히 관여하지 않아도 잘 흘러갔다.

케르베로스 또한 기나긴 잠을 끝내고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하릴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당신은 일류 도전자가 되었습니다.]

[일류가 된 기념으로 도전자들끼리의 친선 경기 중, 하나의 참여가 가능합니다.]

[친선 경기를 통해 많은 카르마를 얻어갈 수가 있습니다.]

‘친선 경기?’

대충 들어보아서는 위험한 종류의 것이 아닌 듯 했다. 도대체 뭘까? 하지만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난 후, 충렬의 시야로 친선 경기에 대한 목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어진 목록은 겨우 1개였다.

[선택할 수 있는 친선 경기의 목록이 주어집니다.]

[여러 경기들 중 가장 유리한 경기의 목록을 우선적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소환수 대전: 소환수를 가지고 있는 대상만이 참여 가능. 각자의 소환수들을 겨루게 하여 승부를 가른다.]

시스템의 말대로 소환수 대전은 충렬의 전문 분야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참여하면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리라.

그렇게 처음으로 목록을 보여준 시스템이 말을 이어갔다. 이어진 시스템의 설명에는 왜 목록을 1개밖에 보여주지 않았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만약 이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경기의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하십시오.]

[다른 목록을 보는 순간, 소환수 대전에는 참가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굳이 다른 목록을 볼 필요가 없었다. 충렬은 시스템이 보여준 목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소환수 대전에 참여할게.”

충렬의 대답에 시스템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24시간 뒤, 친선 경기 ‘소환수 대전’을 위한 장소로 이동됩니다.]

그렇게 충렬은 다음 지역으로 이동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이라는 휴식 시간이 또다시 생겼지만 말이다.

‘흐음…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해야 할까?’

이번 임무는 굳이 많은 소환수를 데려갈 필요가 없어 보였다.

‘2명 정도는 영지에 머물게 해서 숙련도나 상승시켜야겠군.’

***

충렬은 2명 정도를 영지에 머물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딱히 남으려고 하는 이들은 없었고, 영지에서 할 일도 마땅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모두를 데려가야겠네.’

이렇게까지 할 일이 없던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의 주민들이 생기자 영지는 너무나 순탄하게 발전해 나갔다.

어쨌거나 24시간이라는 휴식 시간은 생각 외로 금방 지나갔다. 24시간이 지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소환수 대전을 위한 친선 경기장으로 당신을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빕니다.]

***

시스템의 말이 끝나고 충렬과 네임드들은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새롭게 바뀐 충렬의 시야로 보이는 것은 콜로세움과 비슷하게 건설되어진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일반 경기장과는 달랐다. 바닥은 온통 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위에는 10평 정도의 크기를 가진 원형의 땅이 곳곳에 솟아올라 있었다. 아마 그곳에서 각자가 경기를 치르는 듯했다.

일단 충렬이 도착한 장소는 관중석이었다. 충렬 외에도 수많은 도전자들이 서로 떨어져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경기장 위에는 아직 아무도 있질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모든 이들이 도착하지 않아서다.

[도전자 ‘이충렬’ 님]

[당신은 현재 총 여덟에 해당하는 소환수를 부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여덟 번의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총 여덟 번의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장소라니. 무슨 소리인 것일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설명에 이어졌다.

[경기는 토너먼트 방식, 즉 승자 진출전으로 이루어집니다.]

[매번의 경기마다 하나의 소환수만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한 번 사용한 소환수는 다음 경기에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인원이 모두 찰 때까지 기다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256명의 도전자가 모두 모이면 경기가 시작됩니다.]

[현재 모인 인원: 199명.]

256명이라는 대인원이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지금은 비록 199명밖에 모이질 않았지만, 새롭게 합류하는 도전자들은 금방금방 생겼다.

5분도 기다리질 않았는데 모이는 속도는 빨랐다.

[현재 모인 인원: 202명.]

[현재 모인 인원: 211명.]

…….

충렬은 도전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며 머리를 굴렸다.

‘흐음… 아무래도 순서를 잘 정해야 할 것 같은데.’

시스템이 확실한 규칙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대충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는 알려주었다.

한 경기당 하나의 소환수만 출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출전시킨 소환수는 두 번 다시 출전시킬 수가 없었다.

‘강력한 소환수는 최대한 뒤에서 사용하라는 소리인가.’

아마 그 뜻이리라. 그렇지만 강력한 소환수의 출전을 무작정 아낄 수만도 없었다.

‘만약 내 상대가 처음부터 강력한 소환수를 출전시킨다면 위험하겠지. 처음부터 패배하면 다음 경기를 이어가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상황을 잘 살펴서 대응해야 할 듯싶었다. 아무래도 끝까지 버틸수록 더욱 좋은 보상을 줄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충렬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충렬과 함께 이동된 네임드들 또한 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일리였다.

“일단 첫 타자부터 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녀의 말에 샤오링이 동의했다.

“언니 말이 맞아요. 아직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처음에 누가 나설지 부터 정하는 것이 좋아 보여요.”

그녀들의 말에 마렉이 입을 열었다.

[크큭 맡겨만 주라고. 첫 번째 경기는 내가 박살을 내고 올 테니까!]

하지만 마렉의 말에 아르타디아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위험하다. 네 전투력은 네 스스로가 잘 알 텐데. 잘못해서 처음부터 패배한다면…….”

차마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아르타디아의 모습에 마렉이 핑계를 대었다.

[나… 나에겐 발키리가 있는…….]

물론 마렉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마렉은 여기 있는 이들 중 전투력이 가장 약했다. 만약 처음부터 나서서 패배한다면 거기서 끝이었다. 다음 경기는 없을 것이리라.

때문에 충렬을 포함하여 일행들은 토론을 이어갔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누구를 먼저 출전시킬지 빠르게 정해야 했다.

그렇게 잠시 후.

데프론, 샤오링, 레일리, 아르타디아, 그리고 케르베로스는 뒤에 출전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당장 초반에 사용해야 할 카드는 셋으로 좁혀졌다.

마렉, 제레미, 그리고 악티니언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셋 중에 누구를 먼저 출전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충렬은 간결하게 정리하여 답을 내주었다.

“일단 경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부터 먼저 살피죠. 그다음에 상황을 보고 셋 중에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물론 이들 셋이 약하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충렬이 소환할 수 있는 이들 중에서 먼저 내보내면 좋을 이들이었을 뿐이다. 마렉은 서포터였고, 제레미는 탱커였으니 말이다. 특히 제레미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제가 먼저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조금 떨리네요. 경기를 뒤로 미루면 조금 부담이 생길 것 같습니다.]

뭐, 그가 먼저 나간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얼마 전에 깃발로 폭풍과 같은 성장을 한 그였으니 충분히 1인분을 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이, 도전자들의 숫자는 금방 늘어났다.

[현재 모인 인원: 241명.]

이제 15명만 모이면 경기가 시작이었다. 그렇게 남은 인원들이 들어찰 때까지, 이야기는 이어졌다.

케르베로스와 악티니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악티니언이 케르베로스의 머리에 올라타며 괴롭히고 있었다.

“흥! 요즘 너무 나랑 놀아주지도 않구! 미워!”

악티니언의 괴롭힘에 이제는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된 케르베로스가 괴로워했다. 그런데 머리가 3개이다 보니, 하는 말도 3번이었다.

[주인, 살려달라. 너무 힘들다.]

[힘들다.]

[내가 더 힘들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언어가 조금 발달한 녀석이었다. 물론 말과는 다르게 케르베로스는 무척이나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지금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누워 있을 뿐이었다. 헬 하운드일 때는 활발하던 녀석이었는데, 진화를 하니 게으른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충렬이 고개를 저었다.

“휴… 저러다 나중에는 더욱 게을러지는 게 아닌가 몰라…….”

그렇게 충렬과 그 무리들은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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