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전력 강화
영지로 되돌아온 충렬은 즉시 결사단의 깃발이라는 아이템부터 살펴갔다. 깃대는 대략 2미터 정도가 되었고 거기에는 붉은 방패의 그림이 그려진 천이 달려 있었다.
[결사단의 깃발: 소환 가능 한 소환수의 직업을 방어와 관련된 직종으로 변경한다. 이미 방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결사단과 관련된 직위가 부여된다. 한번 장착시키면 그 소환수의 고유 아이템이 되며 다른 이들은 착용할 수가 없다.]
아이템의 설명을 읽은 충렬은 순간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흐음… 이건 좋다고 할 수도, 좋지 않다고 할 수도 없는데…….’
아무리 설명을 읽어보아도 딱히 특이한 점은 없었다. 소환수와 관련된 아이템인지라 가만히 고민하던 충렬은 곧,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결정을 내렸다.
‘이건 제레미를 위한 아이템이다.’
충렬의 소환수 중에서 방어와 관련된 직업이라면 제레미뿐이었다. 물론 다른 직업군의 네임드들도 착용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직업의 전환만 발생할 뿐, 결사단과 관련된 직위는 부여되지 않았다.
때문에 충렬은 자신의 주변에 위치한 제레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깃발을 내어주며 말했다.
“제레미, 이것을 써라.”
충렬의 명령에, 자아가 없는 제레미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충렬이 내민 깃발을 받아 들었다. 그렇게 왼손에는 죽음의 방패를, 오른손에는 결사단의 깃발을 들게 된 제레미였다.
제레미가 깃발을 가져가자 시스템이 물어왔다.
[결사단의 깃발을 제레미에게 적용하시겠습니까?]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스템의 엄포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적용한다.”
충렬의 동의와 동시에 깃발에서 붉은빛이 순간 번쩍였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된 빛은 순식간에 제레미의 머리로 스며들었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고, 잠시 후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결사단의 깃발이 제레미의 고유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제레미의 성장이 큰 폭으로 이루어집니다.]
***
제레미에게 나타난 당장의 변화는 숙련 등급의 상승이었다.
[제레미에게 총 180%에 해당하는 숙련도의 상승이 주어집니다.]
[제레미의 숙련 등급이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제레미의 숙련 등급이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기존에 23%라는 숙련도가 있었다. 때문에 숙련 등급이 단번에 2단계나 상승했다. 그 소식에 충렬은 그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숙련 등급을 하나만 상승시키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데…….’
무려 2단계나 상승시키다니. 역시 쓰레기 같은 아이템을 시스템이 줄 리가 없었다. 그것도 마왕 처치에 관련해서 1등의 전공을 세운 충렬에게 말이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제레미가 새로운 스킬을 배우기도 전에, 녀석에게 하나의 직위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방패병 제레미가 결사단의 직위 ‘수호대장’를 획득합니다.]
[제레미가 앞으로 수호대장과 관련된 스킬을 배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레미가 새로운 스킬을 배워갔다.
[수호대장의 아우라: 제레미가 소환되어 있을 때, 근처에 존재하는 아군이 입는 피해량이 일정량 감소된다.]
첫 번째 스킬은 매우 간단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마도 패시브 스킬인 것 같은데.’
피해량을 얼마나 감소시켜 주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래도 일단은 감소시켜 준다는 것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제레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저런 것을 챙길 수가 있다면 일단 이득이었다.
더군다나 배운 스킬은 그것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숙련 등급이 2단계를 상승했으니, 배우는 스킬은 당연히 총 2개였다.
[제레미가 ‘수호방패병 소환’을 배웁니다.]
[수호방패병 소환: 아군을 지키기 위해 조직된 결사항전의 수호방패병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방패뿐이다. 그렇지만 전원 해골로 이루어졌기에, 자신들이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대 10기의 방패병의 소환이 가능하다. (재사용 대기시간: 5분)]
데프론과 레일리, 그리고 마렉처럼 제레미 또한 추가적인 병력을 소환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것도 처음부터 무려 10기에 해당하는 수호방패병을 말이다.
‘완전 대박이군.’
하지만 스킬을 배우는 것 외에도, 기존의 스킬에 대한 강화가 이루어졌다.
[지면 강타의 스킬이 ‘지면 강타2’로 강화됩니다.]
[지면 강타2: 방패가 없이, 발 구르기만으로도 주변의 땅을 일순간 흔들리게 한다, 흔들리는 땅위에 서 있는 적은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다. 만약 제레미가 자신이 소환한 해골마에 탑승하고 있다면, 해골마가 지면 강타2를 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 3분)]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제레미에게 놀랄 만한 일이 이루어졌다.
[결사단의 깃발에 잠들어있는 수많은 결사대원들의 의지가, 제레미의 잠든 영혼을 일깨웁니다.]
[제레미의 자아가, 결사단의 의지에 의해 강제로 각성됩니다.]
[제레미가 ‘자아 발현’을 습득하였습니다.]
동시에 제레미에게 자아가 발생하게 되었다. 충렬의 네임드 중에서 유일하게 자아가 없던 그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자아 발현: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난다. 비록 ‘이충렬’에게 소속된 언데드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다.]
그렇게 제레미에게 주어진 것은 거기까지였다. 고작 결사단의 깃발이라는 아이템 하나였지만, 그 아이템 하나가 제레미의 변화를 무지막지하게 이루기에는 충분했다.
어쨌거나 제레미의 두 눈에는 잔잔하고 굳건한 안광이 번뜩였다. 자아가 생겼다는 소리다. 자아가 생긴 제레미는 충렬과 주변의 인물들을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라……? 나도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 하하. 다들 반갑습니다.]
***
충렬은 한층 더 강화된 제레미와 나머지 네임드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왔다.
영주의 저택으로 돌아온 충렬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했다. 생각보다 충렬이 빨리 돌아온 것인지, 영지의 상황은 떠나기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어쨌거나 충렬의 영지에 침공한 마족들부터, 그들의 수괴인 마왕까지. 그들을 모조리 처치해 버리자 이제 영지의 침략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천사들이 걱정이긴 하다만.’
천사들이 영지로 찾아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마족들도 충렬의 영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암흑 투기의 존재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느긋한 여유를 즐길 즈음, 오랜만에 반가운 존재가 충렬의 귓가로 소식을 알려왔다.
[헬리오스의 신들 중 하나, ‘새벽을 관장하는 자’가 당신의 행보를 방금 확인하였습니다.]
[그가 박장대소하며 무척이나 행복해합니다.]
새벽을 관장하는 자도 천신이나 마신처럼 헬리오스의 신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가 왜 행복해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설명은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자신의 세력을 일정 부분 집어삼킨 천신과 마신이, 서로 치고 박으며 싸우게 될 상상을 하니 너무나 기뻐서 미칠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당신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사이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신에게 도움을 준 충렬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충렬이 그러고 있거나 말거나 새벽을 관장하는 신은 감사 인사를 말로만 하지 않았다.
무언가의 보상을 해주었고, 그 보상은 매우 달콤했다.
[새벽을 관장하는 자가 당신의 영지에 설치한 혼돈의 신전에 ‘새벽의 가호’를 내립니다.]
그가 내린 새벽의 가호.
그것은 매우 놀랄 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새벽의 가호: 당신의 세력에 속한 아군을 새벽의 힘을 이용하여 각성시킬 수 있다. 일정량의 카르마가 필요하다.]
설명은 매우 짧았다. 그렇지만 그 설명에 들어가 있는 의미는 심상치 않았다.
‘한마디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소리인가?’
굳이 ‘세력에 속한’이라는 표현을 한 것을 보니, 영지의 주민과 네임드들 등, 혹은 이곳에 자리를 잡은 해골만세 혈맹의 도전자들까지 이용이 가능한 것 같았다.
비록 카르마의 소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지만, 카르마만 지불하고 각성할 수가 있다니.
‘무척이나 귀한 기능이 영지에 생긴 셈인가.’
너무나 놀라웠다. 그러나 충렬이 놀라할 틈도 없이, 새벽의 가호를 내린 신은 다시 물러났다.
[새벽을 관장하는 자가 다음에 또 보자고 합니다.]
[그때는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당신의 수준이 높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신들끼리의 싸움을 발생하게 만든 일이, 제법 커다란 영향을 이곳저곳에 끼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흐음… 나한테만 불똥이 튀지 않아야할 텐데.’
그거면 완벽했다.
***
충렬이 영지에서 딱히 무언가를 지시해야 할 일은 없었다. 박해일이 열심히 다니며 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충렬은 대충 씻고 약간의 수면을 취한 후에 저택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혼돈의 신전을 방문한다.’
신전에 주어진 새벽의 가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아야 할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충렬은 금방 신전의 앞에 도착했다. 신전의 앞에는 징벌의 기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그들은 충렬이 방문하자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신전의 인물들은 새벽의 가호가 내려지자, 충렬에 대한 눈빛이 한없이 달라졌다. 이전에도 호감의 눈빛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완전히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마치 역사에서나 기록될 법한, 동경하는 영웅을 눈앞에 두었다는 반응이었다.
“오셨습니까, 영주님.”
“신께서 직접 가호를 내리시다니. 정말 당신의 영지에 머물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항상 깨달음을 주시는군요. 솔직히 혼돈의 힘이 처음 주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걱정이 조금은 있었는데… 이제는 이 힘을 결코 부끄럽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한 부탁만을 할 뿐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여러분들께서는 실비아 님의 경호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충렬의 말에 더욱 감명을 받았다는 듯, 기사들은 충렬이 신전으로 들어서는 동안까지 숙였던 고개를 들지 않았다. 최대한의 예우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거창한 인사를 받으며 충렬은 신전의 안으로 들어섰다.
***
신전의 안으로 들어가자, 성녀 실비아와 혼돈의 주교 윌리엄이 충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실비아는 충렬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더니 윌리엄에게 말했다.
“주교님, 제 대신 아이들을 돌보러 가주시겠어요?”
충렬에게 따로 할 말이 있는지, 윌리엄을 내보내는 실비아였다.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윌리엄이 물러나자 실비아가 충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고 오셨다고 들었어요. 신께서 직접 가호를 내리실 정도라니…….”
동시에 그녀는 충렬이 신전에 방문한 이유를 알아채었다.
“가호에 대해 궁금하셔서 오셨겠죠?”
그녀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충렬의 대답에 실비아가 가호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주었다.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