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마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을 사용하여 충렬과 그 무리들을 가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 따위를 상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생성된 거룩한 포탈에서.
무수히 많은 천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서다.
마왕은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 듯 했다.
“어… 어떻게 인간 따위가 천계와의 연결을……!”
마왕이 믿던지 말든지, 천사들은 하나둘씩 이동을 시작했다. 충렬과 그 무리들, 그리고 다수의 도전자를 탑승시킨 아르타디아가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동안에도 그 행렬은 계속되었다. 시스템은 천사들의 행렬을 끊임없이 알려왔다.
…….
[<인도의 하급 천사>가 포탈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투 천사>가 출전하기 위해 나타납니다.]
[<보좌 천사>가 주변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성경을 들고…….]
[<정6품 대천사>가 그 휘하의 천사들과 함께…….]
…….
등장하는 천사들의 종류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끝없이 등장할 것 같았던 천사들이었다. 하지만 제한 인원은 존재했다. 잠시 뒤, 소환된 천사들의 숫자가 모두 합쳐 200정도에 달했을 때, 시스템이 알려왔다.
[200의 천사들이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수많은 천사들을 이동시킨 포탈이 그 힘을 다해 사라집니다.]
[더 이상은 다른 천사들이 이동해 오지 못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천사들을 뱉어내었던 포탈이 즉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부터 천사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천사들은 소환이 되자마자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은 마계로군요”
“추악한 기운이 무척이나 느껴집니다.”
“코가 벌써부터 얼얼한 것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어지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딱히 아리엘과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들은 다른 이유로 포탈이 연린 줄 알았다.
“그나저나 마계로 파견을 간 천사가 있었나요?”
“비밀리에 무언가를 수행했을 지도.”
“분명 도움이 필요했으니, 그 막대한 신성력을 소모했을 터. 어서 빨리 도움을 주어야 해요. 아마 지금 많은 힘을 소모하여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 분명해요.”
“도움을 요청한 천사는 어디에 있죠?”
마왕과 그에게 현혹된 도전자들이 주변에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사들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자신들을 이곳에 불러냈을 천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천사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마렉을 발견하더니 말했다.
“저기 있습니다.”
동시에 다른 천사들 또한 아르타디아의 주변에 떠있는 마렉을 발견했다. 그러더니 의문을 품었다.
“왜 언데드와 함께하는 것이지?”
“그나저나 천사치고는 그 기운이 너무 패도적인…….”
하지만 몇몇의 의문을 곧 풀어졌다. 누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납득했다는 말투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징벌동에서 일을 하는 천사였군.”
그 말에 다른 천사들이 감탄사를 내보였다.
“아, 그래서 모습이 저런 것이었군요.”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더니, 추악한 자들을 단죄하기 위해서 굳이 저런 모습으로 희생을…….”
그러더니 하나둘씩 오해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관련된 천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싶었다.
“괜히 천계를 위해 징그러운 언데드를 부려주는 고마운 형제였군요.”
“오오, 그 힘겨운 일을 위해 봉사하는 위대한 형제였다니!”
“어서들 도와줍시다.”
실제로 마렉은 충렬의 소환수였다. 그러나 저들은 반대로 마렉이 각종 언데드를 부리는 줄로 알고 오해했다.
거기에 더하여 포탈은 충렬이 아리엘을 처치하고 얻은 아이템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마렉이 도움을 요청한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
아마 마렉이 실제로 천사의 한 종류가 되어서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리엘의 시체를 이용한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도망가려고 상황을 주시하던 충렬이 침묵했다. 왜냐하면 분위기를 보니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어 보여서다.
마침 아르타디아 또한 빠르게 주변 상황을 인지했다. 때문에 더 이상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충렬의 지시를 기다렸다. 적막감이 일순간 자리를 잡은 이때에, 충렬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잘하면 이 기회를 이용할 수가 있다.’
천사들의 반응은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렉의 존재로 인해 사기를 칠 수가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음을 정한 충렬이 도망가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충렬의 시선은 정확히 마렉을 향해 있었다. 마렉 또한 충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마렉에게 충렬이 눈짓을 보냈다.
무언의 눈짓이었지만 이미 충렬과의 오랜 시간을 보낸 마렉은 그 눈짓이 무얼 말하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마렉은 아래에 위치한 천사들에게 들리지 않게, 충렬에게 조용히 말했다.
[젠장할, 설마 나보고 오글거리는 말을 하라는…….]
충렬은 마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하라는 것이 맞았으니 말이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마렉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오글거리는 연기는 자신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래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어디서 본 것은 있었는지, 제법 천사들의 말투를 잘 흉내내었다.
[하… 하. 형제, 자매님들 저의 부름에 응답해 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
마왕은 애초에 충렬이 이 무리의 중심 인물인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충렬이 천사들을 지원군으로 부른 줄로 알고 경악했다.
“어떻게 언데드를 부리는 네놈 따위가 천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이냐!”
마왕은 충렬에게 한 말이었지만, 천사들은 마렉에게 그 말을 하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일까? 마왕의 경악에 천사들이 하나둘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저 마왕이었군요. 우리 형제를 괴롭히던 마왕이.”
“흥, 무척이나 어린 마왕이 저따위 말투를. 건방지네요.”
“고작 저런 마왕 때문에 고결한 희생을 하는 형제가 힘들어해야 한다니.”
그러나 천사들은 성급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만의 규율이 있었던 것일까? 자신들과는 상극의 존재인 마왕이 있음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규율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인 듯, 천사들 중 하나가 어느새 천천히 하강한 마렉에게 물어보았다.
“형제여 당신은 무슨 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이지요?”
그러자 마렉은 대충 눈치를 보다가 미리 짜인 대본처럼 입을 술술 열기 시작했다. 물론 마렉이 말하는 것은 시스템이 충렬과 그 일행들에게 부여해 준 임무의 내용이었다.
[저 마왕을 처치하라는…….]
하지만 마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의 처치. 그 한마디로 수긍했다.
“역시, 그런 이유가 있으니 우리들을 부른 것이었나요?”
“과연. 그랬군요.”
그러더니 평화로웠던 기세를, 곧바로 전환했다. 마렉의 말이 끝나자마자 200의 무리를 이룬 천사들의 신성력이, 일순간 주변으로 폭파한 것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두침침한 기운이 감도는 마계에, 바라보기만 하여도 절로 무릎이 굽히는 거룩한 빛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천사들이 그들의 힘을 터뜨리자,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천사들의 신성력이 주변의 부정한 힘들을 모조리 무력화시킵니다.]
[도전자들에게 잠식된 ‘어둠의 각인’이 해제됩니다.]
[도전자들에게 적용된 ‘현혹’이 해제됩니다.]
[당신과 언데드를 마렉의 수하로 인식한 천사들이 당신의 주변으로 향하는 신성력을 빗겨가게 하였습니다.]
[신성한 힘에 의하여 소환된 언데드들이 역소환되는 ‘턴 언데드’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결국 마렉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마왕의 처치를 천계의 신이 내린 신의 묵시로 인식했다.
“자! 참회하지 못한 마왕에게 참회의 철퇴를!”
“천계를 위하여!”
“위하여!”
***
천사들의 행동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왕이었다. 그는 이전까지의 체면은 없다는 듯이, 즉시 등을 돌렸다.
“제, 제기랄!”
마왕은 후회했다. 그냥 차분히 마왕성에서 기다릴 것을, 혹은 다른 마족들을 모두 이끌고 나올 것을 말이다. 괜히 기분이 들떠 혼자 나온 것이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은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어… 어서 마왕성으로 돌아가야……!”
마왕은 그 즉시 자신의 힘을 일으켰다.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자신의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그 꼴을 천사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흥, 어디를 벗어나려는 것이냐. 어린 마왕이여.”
“자, 순순히 회개하여라!”
천사들은 무작정 들이치지 않았다. 각자의 역할이 있었는지, 천사 하나가 마왕에게 스킬을 사용하였다.
“천계의 월계관이여. 부정한 존재인 저 마왕을 묶으소서. 홀딩!”
동시에 커다란 월계관이 훌라후프처럼 마왕을 중심을 두고 생성되었다. 그리고 곧 그 크기가 급속도로 축소되기 시작하며 마왕의 몸을 조였다.
월계관의 기능은 단순히 묶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마왕에게 범상치 않은 고통을 주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마왕은 월계관이 자신의 양 팔과 함께 몸을 조여 오며 고통을 주자 비명을 질렀다.
“크… 크아아아아아악!”
마왕의 몸이 신성한 힘에 의해 타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왕이 아직 처치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몇의 천사들이 마왕을 둘러쌌다. 그러고서 입을 열었다.
“자, 마왕에게 회개의 기회를.”
“부정한 그 몸을 버리고 죄를 뉘우치십시오.”
“거룩한 성가를 그를 위하여 불러줍시다.”
“개종의 하모니!”
여럿이 모여서 사용하는 스킬일까? 노래가 적힌 책을 손에든 천사들이 다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성가대에 속한 천사들이 마왕에게 성가를 부릅니다.]
[마왕의 부정한 힘이 급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합니다.]
천사들의 노래에 의해 발생한 광경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마왕의 몸이 타들어가는 것 이상으로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성가에 당하자 마왕의 전체적인 피부가 가루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하여 마왕은 이전보다 더욱 괴로운 듯 비명을 질러대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충렬 또한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천사들의 성가가 듣기가 조금 거북했다. 하지만 천사들의 배려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충렬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천사들의 성가가 있고서 얼마 후, 마왕의 처치가 곧 허무하리만치 간단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한 일이었다. 마왕의 처치를 위한 공략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마왕의 육체가 소멸하였습니다.]
[마왕의 영혼이 포함된 그 정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게 결국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마왕이 처치되자 그 근본이 되는 힘이, 두둥실 떠오르며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