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76화 (176/237)

# 176화.

***

막상 충렬이 중형 범선급에 해당하는 산호선을 꺼내어 들자, 더 이상 도전자들끼리의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기적으로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이 풀이 죽어 나머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미안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현재 모인 인원들에 대해서 파악해 나갔다. 함께하게 될 도전자들의 실력과 그 수준은 알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곧 놀라운 정보를 알 수가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의 직업은 대부분 베테랑이었던 것이었다. 드러난 표현으로는 충렬의 수준과 비슷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정보일 뿐. 실제로 그들과 충렬과의 수준 차이는 심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충렬은 어려운 임무를 초반부터 계속해서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명칭은 비슷할지라도 그 결과물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특히나 더욱 놀라운 점은 충렬이 헬리오스로 온 시기보다 이들의 시기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최소 1년 정도나 말이다.

그 말은 충렬이 비록 늦게 왔지만, 1년 정도는 이미 앞섰다는 소리였다.

‘헬리오스에서 오랫동안 있는다고 해서 무조건 강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 있는 도전자들은 충렬보다 더욱 많은 임무를 수행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라면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양보다는 질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결국 레벨이 비슷하다고 한들, 충렬의 전투력은 이미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다른 도전자들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확인한 충렬은, 현재 순탄하게 항해하는 중이었다. 물론 발라무트를 포함한 유령 선원들이 배를 몰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충렬의 산호선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시스템이 알려왔다.

[산호선 바닥에 코팅된 산호가 독수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바다의 독수가 ‘산호선’의 내구성을 갉아먹지 못합니다.]

한 번씩 시스템이 그 음성을 알려올 순간마다, 도전자들이 감탄했다.

“이야, 설마 이렇게 엄청난 배를 가진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그러게, 괜히 우리끼리 싸웠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어.”

“아까는 내가 미안했다고. 설마 이런 곳으로 올 줄은 몰라서…….”

“우리끼리 싸워서 뭐 하겠어. 앞으로는 잘해봐. 지나간 일은 묻어두자고.”

충렬보고 들으라는 것일까?

그들의 대화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래. 네크로맨서님만 잘 따르면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종류의 것을 소환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말이지. 완전 대박이야.”

하지만 도전자들은 감탄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제일 강자인 충렬의 지시를 원했고, 충렬은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부탁했다. 충렬 또한 딱히 누군가에게 지시할 정도로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만 하자고 말한 것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바다 곳곳에 떠 있는 수많은 묘비들을 살피는 것이었다.

도전자들은 충렬의 부탁을 어김없이 수행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주변의 묘비들을 보더니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어지간히도 많이 죽었나 본데?”

“묘비의 수가 너무 많아.”

“나도 이렇게 많은 숫자의 묘비는 처음 봐.”

“정말 믿기지가 않는군.”

묘비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지만 제대로 된 묘비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바다의 곳곳에 부표처럼 떠 있는 묘비들에는 온통 겁을 주는 내용들뿐이었다.

-애들아, 나룻배 타고 열심히 마왕성으로 가고 있냐?

-뱃머리 돌려서 집에 가라.

-탈주 가능한 사람들은 탈주하기를…….

-이건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확인도 안 하고 보내지는 곳임.

-ㅋㅋㅋㅋ반박 불가입니다.

-나 때는 황당하게도 견습 수준의 도전자도 껴 있었다.

-정말요? 그분 불쌍

-진짜 불쌍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던 그때, 누군가 특이한 글을 발견했다. 그 도전자가 크게 외쳤다.

“네크로맨서님! 저기 저 묘비를 좀 보십시오!”

충렬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자 그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마왕성의 어려움에 대한 정보가 등장했다. 그 정보는 단순히 겁을 주는 내용이 아니었다. 대충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나타내는지 알려주었다.

-직업 수식어 ‘일류’로 구성된 공격대 37명. 전멸.

-와, 내가 베테랑에서 얼마 전 일류가 되었다지만 이건 도대체…….

-마왕은 잡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여기는 일류를 넘어서 달인급의 고수가 와도 힘들 것 같은데요?

-ㄴㄴ 달인급이 오면 쉽게 토벌할 듯. 달인급들은 사람이 아님. 괴물임.

-ㅇㅈ. 전에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리얼 개쩔었다.

충렬은 노련한 네크로맨서에서 얼마 전에 베테랑 네크로맨서가 되었다. 아마 베테랑 다음이 일류인 것 같았는데, 일류로 구성된 공격대가 전멸할 수준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어렵다는 소리지?’

그런데 시스템은 왜 이곳에 자신을 보낸 것일까. 아니, 솔직히 시스템이 보낸 것은 아니었다. 마왕성 티켓을 사용한 충렬이 문제일 뿐이었다.

‘하기야, 그러니까 시스템이 어려움 정도를 확인도 안하고 보냈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겠지.’

결론은 충렬의 수준으로도 마왕성을 공략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함께 오게 된 나머지 99명은 자신보다 아래의 수준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에는, 모든 게 끝장나 버릴 터였다.

‘골치가 아프게 되었군.’

그래도 어쩔 수 있겠는가? 일단은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도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충렬은 하다가 안 된다 싶으면 탈주하면 되었다. 영지 귀환석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집중할 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자 곳곳에는 경고의 글귀들이 가득 등장했다. 마왕성과는 다른 종류의, 뱃길과 관련해서 말이다.

-나룻배 3개 이상 파괴한 사람들 아니면 지금부터 조금 힘들 듯.

-맞아요. 해상 몬스터 등장합니다.

-방어 스킬 있으면 무난한데? 고작 점프해서 뛰어드는 몬스터임.

-응, 아니야. 지옥이야.

-? 고작 방어할 스킬도 없이 마왕성 티켓 사용했냐? ㅋㅋ

-ㅋㅋㅋㅋㅋㅋ뿜고 갑니다. 여기서 죽으면 개허접.

-네, 죽으셨네요. 다음 허접 제보 받습니다.

아마도 항해를 방해하는 것은 바다의 독수만이 아닌 듯했다. 그렇게 주의를 하면서 대략 30분 정도를 나아가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묘비에 적힌 글들의 경고대로, 드디어 위험한 지역이 등장한 것이다.

[‘크레이지 고비’들의 서식지에 진입하였습니다.]

[고비들은 망둥어 종류의 몬스터입니다.]

[녀석들의 평균 크기는 1M이며, 그 특징으로는 먹성이 왕성하다는 것이 있습니다.]

평균 크기가 1미터라면 보통 크기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시스템이 알려오는 내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크레이지 고비들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은 배를 포함하여 여러분들의 몸까지 녀석들에게 뜯어먹을 것입니다.]

뱃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안전한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시스템의 기준에서는 이곳의 길이 제일 안전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크레이지 고비’들이 무섭다고 다른 곳으로 뱃머리를 돌리지 않기를 권장드립니다.]

[다른 지역은 더욱 무서운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은 사뭇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도전자들 또한 시스템의 경고를 듣고서 목에 잔뜩 힘을 주었다.

“젠장, 그러면 그렇지. 무조건 편하게만 보내주지는 않는군.”

“그래도 이렇게 거대한 배에 탑승한 게 어디야? 녀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그래, 그 정도는 우리가 해야 하지 않겠어?”

“네크로맨서님께서는 쉬십시오! 저희가 알아서 막아보겠습니다!”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니 자신들의 밥값을 스스로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염치가 있다면 저런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았다. 충렬 덕분에 편하게 간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으니까.

처음에만 해도 분열의 조짐이 있었지만, 충렬이 상황을 정리해 주니 슬슬 뭉치기 시작하는 도전자들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전자들이 지금 나설 필요는 없었다.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것은 충렬이 할 것이었다.

‘카르마를 벌어갈 기회로군.’

충렬은 혹여라도 카르마를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길까 봐 즉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다들 쉬십시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몸에 새겨진 자신의 문양에서 쉬고 있는 악티니언에게 말이다.

“악티니언 나와.”

충렬의 명령에 몸에 새겨진 문양에서 빛이 생겨났다.

화아악!

그러더니 그 크기를 부풀려가며 여자아이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문양 밖으로 나온 악티니언은 눈을 비비며 충렬을 바라보았다.

“하암… 아빠. 왜요? 졸린데…….”

헬 하운드가 케르베로스가 되며, 악티니언은 하운드와 놀지 못해 많이 심심해하던 차였다. 그리고 이제, 악티니언이 즐거워할 일이 생겼다.

“조금 있으면 물고기들의 나타날 거야. 배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

충렬의 말에 악티니언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 헤헤, 놀고 와도 된다는 거예요?”

악티니언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허락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그래.”

독수가 섞인 바닷물이지만, 바다의 포식자 악티니언에게는 아무런 피해조차 입히지 못할 것이리라. 그래서 내린 판단이었다.

어쨌거나 놀고 와도 된다는 허락에 악티니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차게 변했다. 의기소침해 있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히히! 신난다!”

그러더니 즉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가녀린 소녀가 바다로 뛰어들자 도전자들이 놀라 했다. 충렬이 소환한 존재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보이는 외관상으로는 무척이나 여려 보였고, 바다로 뛰어드는 그 모습이 많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꼬마 아가씨 위험……!”

물론 그들은 곧 다른 의미로 재차 놀라야 했다. 바다로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악티니언의 모습이 변해서다.

[새끼 악티니언이 육식화를 사용합니다.]

[인간의 모습에서 포악한 악티니언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괴물과 같은 그 모습에,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도전자들은 순간 헛바람을 삼키고 말았다.

“헉……!”

“저게 무슨……!”

“대박이잖아……. 나도 소환 재능이나 선택할 걸.”

“네크로맨서는 언데드만 소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그랬으면 거대한 선박을 소환했겠냐? 그냥 실력이지 저건.”

결국 항해에 있어서는 감히 충렬의 앞길을 막을 자는 없었다.

어쨌거나 악티니언이 바다로 뛰어들자 충렬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해졌다. 그리고서 혹시라도 도움을 줘야하나 머뭇거리고 있는 도전자들에게 다시 강조했다.

혼자서 카르마를 독식하기 위해서 말이다.

“자자, 몬스터에 대한 걱정은 마시고 묘비의 정보나 잘 살펴주세요.”

이럴 때는 참 계산이 빠른 충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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