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예상 밖의 보상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무기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색은 다시 어두워졌다. 케르베로스가 기껏 정화를 시켰는데, 충렬에 의하여 다시금 어두침침한 무기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어둠이었다.
샤이아가 가지고 있을 때는 요사스러운 느낌을 풍겼다면, 이번에는 스산한 죽음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충렬의 전투 방식을 고려하였던 것일까? 단순한 무기 형태가 아니었다. 검은색의 가죽장갑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한 쌍은 아니었고, 한 짝이었다.
가죽 장갑은 서서히 날아와, 곧 충렬의 손바닥 위로 안착했다. 장갑이 안착하자 충렬은 확인할 수가 있었다. 어떤 녀석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설명은 지금껏 보지 못했을 정도로 장문이었다. 그렇지만 읽어나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설명은 무척이나 자세했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죽음의 인도자(왼손 전용): 본 완드와 완전무결한 순결이 합쳐져 만들어진 네크로맨서 전용의 장갑이자 무기이다.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정 이하의 상태 이상에는 모조리 저항한다. 더불어 상대의 공격에 대미지를 받으면, 받은 만큼의 대미지를 축적할 수 있다. 축적된 대미지가 일정량을 넘어서면 ‘파멸’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위력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본 완드의 기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도전자 ‘이충렬’의 전용으로 제작되었으며, 이충렬 외에는 그 누구도 사용할 수가 없다. (파멸: 최근까지 축적된 대미지를 일시에 터뜨려 대상을 파괴한다.)]
죽음의 인도자. 설명을 이리저리 읽어보아도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였다.
‘대박이다.’
이것은 엄청난 성능을 가지고 아이템이었다. 어떻게 감탄을 해야 할지, 감히 감을 잡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무기였다. 아니, 감탄할 수준도 아니었다. 단순히 무기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아이템이었으니 말이다.
‘착용한 것만으로도 일정 이하의 상태 이상에는 모조리 저항한다라…….’
평범한 상성 따위는 모조리 씹어서 먹어버리는 그러한 아이템임에 분명했다.
‘그러지 않아도 각종 상태 이상에 저항하려면 적지 않은 암흑 투기를 소모해야 했다.’
하지만 죽음의 인도자라면 이제 쓸데없는 암흑 투기의 소모를 줄일 수가 있었다. 아마도 과거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게 될 것이리라.
그리고 아이템의 기능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누적된 대미지를 일시에 터뜨리는 ‘파멸’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이건 어떤 것인지 추측도 하지 못하겠군.’
그래도 확실한 것은 강력한 한 방 스킬이 생긴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터였다.
어쨌거나 뜻밖의 보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당신이 소환할 수 있는 네임드 언데드 중, 숙련도의 퍼센트가 제일 높은 언데드의 숙련도를 최대로 조정합니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의 숙련도의 퍼센트가 가장 높습니다.]
[아르타디아의 숙련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켜 드리겠습니다.]
[아르타디아의 숙련 등급이 D등급에 도달합니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아이스 샤워’를 배웁니다.]
[아이스 샤워: 하늘에 얼음 속성의 구름을 소환한다. 소환된 구름은 날카로운 고드름과 우박을 무수히 많이 생성하여 지상으로 추락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스킬의 설명은 간단했다. 하지만 결코 위력이 약한 스킬은 아니리라. 대충 추측해도 넓은 범위기의 스킬이 분명했다. 그렇게 아르타디아는 또다시 범위 스킬을 얻었고, 예상치 못한 보상은 거기까지였다. 이제는 시스템이 약속한 보상을 받아갈 차례였다.
***
시스템이 먼저 알려온 것은 혈맹원들에 대한 보상이었다.
[해골만세 혈맹원들이 영지의 방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도전자 ‘이충렬’의 영지에 해골만세 혈맹원들의 본부가 들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하시는 위치를 설정하여 주십시오.]
어차피 영지의 땅은 넓었다. 들어설 곳을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는 소리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머렐에게 물어보았다.
“원하시는 위치가 있습니까?”
“아무런 곳이나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충렬은 혈맹 본부를 대충 신전의 근처에 설치하기로 했다. 어차피 길게 고민해 보았자 특별할 것도 없었다. 마음을 정한 충렬이 입을 열어 말했다.
“시스템, 저쪽으로 고른다.”
그러자 시스템은 곧바로 혈맹 본부를 들어서게 해주었다.
[‘해골만세’ 혈맹의 본부가 신전의 근처로 들어섭니다.]
동시에 혈맹 본부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혈맹 본부: 혈맹원들을 이충렬의 영지에 머물게 하고, 각종 도전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게 해준다. 또한 이충렬은 영주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임무를 제공할 수 있다.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혈맹의 본부에는 일정량의 카르마가 자동으로 쌓이게 되고, 이는 영주의 자격을 가진 이충렬만이 꺼내어 사용할 수가 있다. 혈맹원들은 자신들의 본부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부지런히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혈맹 이름: 해골만세) (군주: 각인사 머렐) (혈맹 인원: 30명) (축적된 카르마: 0)]
혈맹 본부의 전체적인 모양은 여관과 비슷했다. 그러나 크기는 2배가량 더 컸다. 아마 여관과 관련된 기능 또한 존재할 것이리라.
그렇게 혈맹 본부의 설치가 끝나고, 그다음으로 이어진 보상은 충렬에게 미리 약속된 보상이었다.
[기존에 약속된 보상 ‘마왕성으로 가는 티켓’이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충렬의 손으로 거무튀튀한 색상의 티켓이 나타났다.
[마왕성 티켓: 사용하면 마왕성이 지어진 섬 근처의 바다로 이동한다. 마왕성이 건설된 섬은 삼엄한 경비로 이루어져 있기에 곧바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대신 티켓을 사용하면 나룻배가 제공되며, 그것을 이용하여 마왕성이 있는 섬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티켓을 사용해도 곧바로 이동할 수는 없다. 티켓을 사용한 도전자들의 정원이 100명까지 모이게 되면, 그때서야 이동할 수가 있다.]
그냥은 갈 수가 없는 지역이 분명했다. 다른 도전자들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면, 특수한 지역임에 확실했다.
충렬은 일단 티켓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우선은 영지의 상황부터 정리하고 생각을 해보아야겠어.’
그러지 않아도 아직 정리할 것은 많았다. 대충 보상에 대한 것이 끝나자 충렬은 빈센트를 향해 걸어갔다.
***
빈센트를 포함한 다섯 명의 기사들, 그리고 수많은 좀비와 해골들이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빈센트가 고생해서 데리고 온 병력들이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힘들게 병력들을 이끌고 오셨을 텐데…….”
충렬이 미안하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병력들이 활약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는 것에 있었다. 물론 다른 의미도 함축되어 있었다. 시스템과는 달리, 그에게는 충렬이 직접 고마움의 성의를 표시해야 했다. 하지만 딱히 그에게 해줄 만한 것이 없으니 고마우면서도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충렬의 마음을 읽은 빈센트는 고개를 저었다.
[뭐, 이웃 간에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 병력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니 나야 좋았다.]
그러더니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사실 전투가 발생했어도 병사들 중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은 여기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
그의 말에 충렬이 의문을 품었다. 뭔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설마 좀비 50마리와 해골 병사 300이 멀쩡히 있는데 이것을 그냥 준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 설마는 정답이었다.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군. 그러나 이것은 전하의 뜻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만약 병력이 남게 된다면 이곳에 남겨두라고 하시더군. 뭐, 나도 설마 모든 병력이 멀쩡히 남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물론 모두를 남기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죽음의 기사 다섯과 함께 해골왕에게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가 남기는 것은 온전히 좀비 50마리와, 해골 병사 300마리였다. 하긴, 해골왕을 호위하는 기사 다섯을 내어줄 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좀비와 해골 병사들을 그냥 주고 간다니.’
이번에 받은 다른 그 어떤 보상들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해골왕의 선물이었다.
물론 해골왕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병력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도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충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마웠다. 어쨌거나 빈센트는 더 이상은 용무가 존재하지 않자, 곧바로 떠나고자 했다.
[그럼, 나는 기사들과 함께 이만 복귀하겠다. 잘 있어라.]
그런 그에게 충렬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귀한 병력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센트는 충렬의 인사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깔끔하게 작별을 고했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
그러나 빈센트가 그냥 떠나려 하자 죽음의 기사들이 투덜거렸다.
[나는 여기가 좋은데…….]
[선배님, 저는 그냥 여기에 남으면 안 됩니까?]
[아, 죽어서는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 말입니다.]
[맞아. 돌아가면 또 개고생을 해야 할…….]
이러한 일이 한 번, 두 번이 아니었던 것일까? 빈센트는 표정을 잠시 구기기만 할 뿐, 능숙하게 대처했다.
[흐음, 전하께 보고할 것이 늘어버렸군.]
빈센트의 협박에 후배 기사들은 자신들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하, 장난이지 말입니다.]
[아이, 선배님.]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이 있고난 후, 빈센트는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죽음의 기사 다섯과 함께 순식간에 해골왕에게로 복귀했다.
그들이 떠나자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해골왕 레오가 빈센트를 통하여 당신에게 병력을 하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영지에 새로운 병력이 주어집니다.]
[주어진 병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조된 방어형 좀비: 50]
[불굴의 해골 병사: 300]
그렇게 새로운 병력이 편입되자, 병력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개조된 방어형 좀비: 물리와 마법 공격에 대한 내성이 무척이나 뛰어난 좀비다. 일반적인 물리 공격과, 기초 마법들은 모조리 튕겨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움직임이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병력의 수: 50)]
[불굴의 해골 병사: 전장에서 투지를 잃지 않고 전투를 벌이다가 목숨을 잃은 병사들이, 죽어서까지 그 투지를 이어가기 위하여 다시 한번 해골 병사로 일어섰다. 일반 해골 병사에 비하여 움직임이 빠르며 무척이나 패도적으로 적을 들이친다. (병력의 수: 300)]
충렬이 병력에 대한 설명을 읽어나갈 사이, 시스템이 말을 이어갔다.
[축하드립니다.]
[대량의 병력이 당신의 영지에 추가되었습니다.]
[영지 상태창에 ‘병력’의 목록이 새롭게 생성됩니다.]
[주민의 목록에서 보였던 기존의 ‘해골 경비병’들이 병력의 목록으로 이동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영지에 발생한 큼지막한 일들은 모두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