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9화 (169/237)

 


# 169화.


***


폭주된 헬 하운드의 존재는 모든 마족들과 마수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헬 하운드가 지옥의 수많은 권능 중 하나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어떠한 권능이 주어질지는 무작위입니다.]


‘권능의 사용이라고?’


그 궁금증은 금방 해소되었다. 시스템이 1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알려왔기 때문이다.


[헬 하운드에게 ‘억압 지옥 발현’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동시에 헬 하운드의 두 눈이 번뜩였다. 녀석의 두 눈이 번뜩이자, 주어진 권능은 곧바로 사용되어졌다.


[억압 지옥이 발현됩니다.]


[하운드로부터 발생한 지옥의 불길이, 주변의 환경을 ‘억압 지옥’으로 바꿔 버립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불기둥이 주변으로 번졌다. 사방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던 것이다. 사방으로 흩어지던 덕분에 불길의 기세는 약해졌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퍼지는 지옥의 불길은 마족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헉……!”


“어떻게 지옥의 불을 이렇게나 사용할 수가……!”


특히나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샤이아의 두 눈은 무척이나 커다랗게 뜨여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는 눈빛이었다. 어느새 여유 만만하던 자신감은 진즉에 사라진 지가 오래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이들은 무척이나 노련한 이들이었다. 결국 샤이아를 포함한 마족들의 당황은 잠시뿐이었다. 마족들과 샤이아는 즉시 마족이 가진 본연의 힘을 끌어 올리며 몸을 보호해 나갔다.


그것은 마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성은 없지만 본능이 발달한 마수들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힘을 발동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헬 하운드로부터 발현된 권능의 힘은,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적들을 순식간에 스치며 지나쳤다.


불길이 지나간 장소에는 작은 불씨가 심어져 그곳을 불태웠다.


화륵!


화르륵!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그것은 몸을 방어한 마족들과 마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어를 하든지 말든지, 모든 이들과 장소에 주어졌다. 결국 그로 인하여 마족들과 마수들 전원에게는 지옥의 불씨가 전달되었다. 지옥의 불씨가 몸에 달라붙자 마족들이 괴로워했다.


“크아아아악!”


“몸이… 타들어간다……!”


마수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놈들은 불길을 꺼뜨리기 위해서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것은 멍청한 행동이었다. 바닥에는 수많은 불씨들이 있었고, 바닥을 구른 마수들의 전신에는 이전보다 더욱 골고루 불씨가 번져 버렸다.


“키아아악!”


“키에에엑!”


“쿠워어어어어!”


얼마나 심각한 고통이었는지, 더 이상 마수들은 통제가 되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는 마수들은, 주변에 피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억압 지옥은 완성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장내에는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고통에 의해 미쳐 버린 마수 ‘스코르피’가 마수 ‘센티페드’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지옥의 불씨에 괴로워하는 마수 ‘차퍼’가 폭력적으로 변하며 마수 ‘로쿠스트’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영혼까지 태우는 지옥의 불이 마수 ‘트로피코 몽쿠’의…….]


…….


이성을 가진 마족들도 그 정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마수들은 이미 게임 오버였다. 자기들끼리 자멸해 갔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버티는 마족들과 마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잠시 뒤, 몸에 붙은 불길을 꺼트리고 땅 위에 당당히 서 있는 마족들과 마수들의 숫자는 합쳐서 50도 채 되질 않았다. 지옥의 권능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250이라는 숫자를 단번에 처치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마족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문제의 축에도 들지 못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헬 하운드로부터 퍼져 나간 불길은 정확히 모든 적들을 스쳐 지나가고 일정 거리를 벌린 후에야 멈추어졌다. 불길이 멈추어지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억압 지옥의 범위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설정된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은, 헬 하운드가 허락하지 않는 한 억압 지옥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심어진 불씨가 점점 성장합니다.]


[그리고 적대적인 모든 존재들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줍니다.]


그랬다. 뒤에서 구경만 하던 샤이아. 그리고 총합 50의 마족들과 마수들은, 지금부터 지옥과 같은 환경에서 헬 하운드를 상대해야 했다.


***


지옥의 불씨는 서서히 그 크기를 불려가며 금세 불꽃 수준에 이르렀다. 마족과 마수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소모시키는 지옥의 불꽃이었다. 하지만 헬 하운드에게는 도리어 끊임없이 힘을 공급하는 생명의 원천이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 속에서 마족들과 마수들이 땅을 박찼다. 간신히 살아남은 그들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힘도 아껴야 했다. 지금부터 헬 하운드를 처치하지 않으면 이쪽의 전멸은 확실했으니까.


지금껏 제대로 움직이지 않던 그들의 수장. 샤이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솔직히 자신이 일반적인 헬 하운드는 가볍게 상대할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헬 하운드가 설마 등장할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잠깐의 방심이, 이러한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마족들의 나머지 병력과 헬 하운드의 격전이 시작되기 직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영지의 수많은 혈맹원들이 수군거렸다.


“우리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겨우 우리들의 실력으로 네크로맨서님을 돕자고 했다니…….”


“역시 엄청난 분이셨군.”


처음에만 해도 비장한 각오로 영지 방어에 참여했던 혈맹원들은, 이제는 아예 경기를 관람하는 자세로 있었다. 헬 하운드의 폭주하는 모습을 보자 더 이상 걱정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리어 걱정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고래들의 싸움에 끼어버린 새우의 느낌을, 그들은 강렬하게 체감하는 중이었다.


그러한 느낌을 받는 것은 혈맹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영지를 방어하기 위해 준비했던 각종 주민들, 드워프부터 시작해 신전의 인물들까지. 모두가 혈맹원들의 수군거림에 동의했다.


“이거, 우리가 나설 차례는 오지도 않을 것 같구먼.”


“그러게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누군가 다치는 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혈맹원들과 충렬의 주민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샤이아의 속은 다른 의미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힘들겠지만 아직 헬 하운드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저 미친개를 상대하면 적지 않은 힘을 소모할 텐데…….’


자칫하면 암흑 투기의 회수가 어려워질까, 바로 그것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고민할 틈은 없었다. 일단 그 고민은 헬 하운드부터 상대한 다음에 해야 할 고민이었다.


어쨌거나 헬 하운드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샤이아에게는 시선조차 주지를 않았다. 그녀보다는 50의 병력들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헬 하운드가 움직이려고 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헬 하운드가 전투에 돌입합니다.]


[일시적으로 현재 진화가 가능한 모습으로 전투에 참여합니다.]


그 말인 즉, 진화하게 될 존재의 모습을 미리 체험해 볼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힘을 소모할수록 그 다음 단계의 존재도 어떠한지 미리 알 수가 있다는 소리겠지.’


그렇게 해석을 하는 동안, 헬 하운드의 주변으로 일순간 불이 타올랐다.


화르르륵!


잠시 뒤, 타오른 불이 사라지자 그 안에서 트윈 헤드 하운드로 바뀐 헬 하운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헬 하운드가 ‘트윈 헤드 하운드’의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10분 이내에 다음 단계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으면 헬 하운드는 트윈 헤드 하운드로 진화합니다.]


전체적인 외향은 헬 하운드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그저 머리가 하나 더 달린 것. 그뿐이었다.


하지만 곧 발생한 전투에서 충렬은 확인할 수가 있었다. 머리가 하나 더 달린다는 것은,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강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각자 서로 다른 두뇌를 가진 하운드의 머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족과 마수들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크르르르르르!”


동시에 녀석은 머뭇거리지 않고 마족과 마수들을 향해 땅을 박찼다. 아니, 달려들기 위해 박찬 수준을 넘었다. 그것은 일종의 도약이었다.


파밧!


하운드가 도약하자 적들의 틈으로 도달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하운드의 접근에 달려들던 마족들과 마수들은 자리에 멈추어 충격에 대비했다. 평소 협동조차 모르던 마족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힐끔 보더니 뜻을 모았다.


“제기랄! 일단 제대로 막고 보자!”


“지옥개를 막을 방어막부터 생성하는 거다!”


“전방으로 힘을 모아!”


마족들은 자신들의 힘만 끌어다 쓰지 않았다.


“마수들을 고기 방패로 사용해라!”


“마수들의 제어는 내가 하도록 하지!”


그들은 그렇게, 맨 앞줄에는 방어막을 만들고, 그 뒤에 마수들로 벽을 세워 몸을 보호한 채로 도약해 오는 하운드에 대비했다.


“한차례 막은 후에 반격하는 거야.”


“그래, 지옥개가 착지하면 분명 준비 동작을 위한 순간이 발생한다.”


“그 기회를 노리자는 것이군.”


“좋아.”


하지만 그들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힘을 합치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이윽고 놈들의 무리와 헬 하운드가 충돌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명백하게도 마족들의 패배였다.


마족들이 생성한 거대한 방어막과, 그 방어막에 몸을 들이민 하운드. 서로가 충돌하자 수많은 지옥의 불꽃들이 불길이 되어 방어막을 집어삼켰다.


화르르르륵!


방어막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뭉쳐서 서 있던 마족들과 다수의 마수들. 그들 또한 방어막과 함께 솟아오르는 불길에 집어 먹혔다.


불길에 삼켜진 그들은 소리조차 내질 못했다.


다만 잠시 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알려올 뿐이었다.


[마족들과 마수들.]


[도합 50에 해당하는 그들의 육체가, 하운드가 조종한 지옥의 불길에 의해 소각되었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옥으로 옮겨집니다.]


[그들은 억압의 지옥 속에서 영겁의 세월동안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


남아 있던 마족들과 마수들의 전멸. 그것은 하운드가 폭주의 힘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는데 일어난 일이었다. 손도 쓰지 못하고 소각되어버린 그들의 모습에, 조급해진 것은 충렬이었다.


‘이런 큰일이다.’


하운드가 최대한 힘을 많이 사용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상대는 하운드의 평범한 공격도 받아내질 못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이었다. 자칫하면 하운드가 제대로 된 진화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할 터였다.


충렬은 무조건 케르베로스로 진화를 시키고 싶었다. 고작 첫 번째 단계인 트윈 헤드 하운드는 사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마족 하나인가.’


충렬의 시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며 하운드에게 접근하는 마족이 보였다. 요녀와 같은 모습으로, 채찍을 들고 있는 그 마족은 한눈에 보아도 엄청나게 강해 보였다. 그러나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마족으로는 하운드의 폭주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 같은데.’


물론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충렬은 암담한 미래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과연 저 마족 하나로 하운드의 힘을 케르베로스의 힘까지 이끌어낼 수가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혼자 남은 마족을 응원하고 싶을 정도였다.


‘일단은 지켜봐야겠군.’


충렬은 만약 저 마족조차 하운드를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다면,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고자 했다.


‘내가 직접 상대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운드의 힘을 모조리 이끌어내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셈이었다. 물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혼자 남은 마족과 하운드의 전투를 지켜보아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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