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8화 (168/237)

# 168화.

헬 하운드의 진화

자르딘이 유인한 마족들과 마수들도 정리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함정은 김시민이 설치한 어둠의 구덩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도전자들이 만들어놓은 점화 장치부터 시작하여 밟으면 발목을 절단하는 날카로운 덫까지. 수많은 함정들이 마족들을 괴롭혔다.

딱히 무언가를 할 필요 없이, 그들이 함정을 밟은 순간 처치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왕찌엔과 자르딘은 그런 그들을 그저 죽음의 구렁텅이로 인도할 뿐이었다.

박해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그가 이끄는 장소는 더욱 위험한 함정들이 자리를 잡았다. 적들이 멍청하게 돌진해 주니 생각 외로 많은 사상자를 만들 수가 있었다.

박해일을 쫓아가는 마족들은 연신 고함을 질러대었다.

“크아악! 이게 뭐야!”

“캬아악! 온몸에 전류가……!”

그나마 눈치가 빠른 마족들은 어느 정도 버티나 싶었다. 그러나 온갖 종류의 마수들은 제대로 버티지조차 못했다. 이성보다는 본능이 대부분이어서다. 결국 마수들은 함정에 당한 순간, 사망이었다.

[마수 8마리가 칼날 지대 위에 섰습니다.]

[날카로운 마법 칼날이 땅위로 솟아올라 마수들을 꿰뚫기 시작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많은 칼날이 솟아올랐다. 그러면서 한 함정위에 함께 올라선 마수 8마리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가기 시작했다.

발바닥부터 시작해 허벅지까지 칼날이 스쳐 지나가며 상처를 만들어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옆구리를 가르며 피를 쏟아내게 했고 심하면 경추를 베어 단번에 절명시켰다.

푸슉!

푹!

서걱!

푸욱!

시스템이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칼날 외에도 회전하는 창 또한 존재했다. 솟아오른 창은 어떤 면에서 보면 칼날보다 잔인했다.

우선 창날은 인간형 마수의 항문을 찔렀다.

푸욱!

동시에 그것은 솟아오르며 마수의 내장과 폐, 심장을 포함해 모든 장기들을 찢어발겼다.

콰직.

콰지직.

콰지지직.

그리고 모든 장기를 헤집은 창은 곧 놈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푸슉!

결국 창에 꿰뚫린 마수는 헬 하운드에게 먹음직한 꼬치 고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마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단번에 절명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더욱 끔찍했다. 살아 있는 채로 먹혀야 했으니까.

헬 하운드는 그렇게 적들이 당하면 그곳으로 느긋하게 이동했다. 땅굴을 이용해 안전한 장소에 나타난 뒤, 처치되거나 무방비해진 마족들과 마수들을 섭취해 나갔던 것이다.

특히나 헬 하운드는 마족들을 별미로 생각했다. 헬 하운드가 주로 찾는 먹잇감은 마수보다 마족 위주였다.

물론 헬 하운드의 표적이 된 마족들은 암담한 처지였다. 헬 하운드가 접근하자 함정을 벗어나려다 말고 절망해야만 했다.

“헉……! 아… 안 돼!”

“개밥이 되기는 싫……!”

만약 앞서간 병력들이 뒤에서 절망하는 아군을 위하여 뒤를 돌아보았다면,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러 왔다면 헬 하운드도 이렇게까지 쉽게 배를 채우지 못했을 터였다. 그러나 마족과 마수들은 전진만 할 뿐이었다. 뒤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온갖 함정들이 발동되며 수많은 살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애초에 마족들은 전략이란 것을 몰랐다. 그저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종족일 뿐이었다. 물론 힘의 차이가 월등했다면 무척이나 효과적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족들이 상대하는 인간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각종 스킬과 장비들로 무장한 도전자들이었다.

그로인하여 마족들과 마수들은, 박해일을 따라갈수록 결국 그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미리 준비한 자들과, 딱히 준비 없이 들이치는 자들의 차이는 이렇게 명확히 드러났다.

그렇게 야금야금 병력의 숫자가 줄어드는 그때였다. 마족들과 마수들을 위한 큼지막한 함정이 드디어 발동되었다. 박해일조차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당하게 될, 그런 함정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늪지대를 심어놓은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김시민이 심어둔 어둠의 늪지대가 발동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일정 지대의 땅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늪지대에서 어둠의 손아귀가 튀어나옵니다.]

[어둠의 손아귀는 늪지대를 지나가려는 이들의 발목을 끌어당기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대규모의 땅이 평범한 땅에서 순식간에 늪지대로 변모했다. 늪지대 자체도 건너기란 쉽지 않았다. 하물며 정체불명의 시꺼먼 손아귀들이 튀어나와 발목을 잡아당기자, 한번 발을 디딘 늪지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수준이 낮은 마족들은 아예 저항조차 못했다.

“허억!”

“누가 이 손아귀들 좀 잘라봐!”

“틀렸어! 내 힘으로는 도저히……!”

“잘라도 계속해서 튀어나오잖아!”

“이곳의 인간들은 미쳤어! 계속해서 지긋지긋한 것들이……!”

그러지 않아도 적었던 수의 마족들은 그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도 뛰어난 마족들은 있었다.

“비켜라! 걸리적거리는 놈들. 이동하는데 방해나 하고 있어.”

“그러니까 말이야.”

애초에 놈들에게는 동료라는 개념이 없었다. 약하다면 도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약육강식의 장소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저런 반응은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덕분에 신이 난 것은 헬 하운드였다. 헬 하운드는 모든 병력들이 주저하지 않고 늪지대로 진입해 버리자, 늪지대에 들어서기 전에 당한 적들을 너무나 편하게 섭취하는 중이었다.

충렬의 시야로는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헬 하운드의 진화도가 나타났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6%]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7%]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77%]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8%]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82%]

진화도가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엄청난 숫자의 시체를 섭취했음에도 진화도의 상승률은 극악한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주변에 널린 것이 시체들이었으니까.

결국 헬 하운드는 늪지대에 들어선 마족들과 마수들 외에, 모든 시체를 먹어치우는 것에 성공했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 99.99%]

그 수치를 본 충렬은 드디어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딱 한 구의 시체만 먹어치우면 진화다.’

그렇지만 헬 하운드 또한 늪지대로는 들어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늪지대에 너무나 많은 인원이 들어섰기 때문인지, 김시민이 설치한 함정이 얼마 못 가서 취소되어서다. 엄청나게 높은 효율성을 보여주던 김시민의 늪지대 스킬도 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늪지대에 들어선 인원들을 끌어당길 어둠의 손아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둠의 늪지대가 해제됩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둠의 손아귀에 끌렸던 이들은 이미 땅속에 파묻혀 버렸다. 그래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햇빛도 보지 못하게 완전히 생매장이 되었다는 소리다. 타락의 손아귀였다면 이보다 더한 결과를 만들어내 주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적들의 병력은 평범하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되었다.

어쨌거나 땅속으로 끌려가는 도중 스킬이 멈추는 일이 발생해 버려서 머리만 밖으로 나온 마족과 마수들도 있었다. 헬 하운드는 그런 녀석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크르르르…….”

어느새 헬 하운드의 몸에서 활화산 같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마족에게는 치명적인 지옥의 불길이었다. 땅속에 파묻혀 머리만 밖으로 나온 마족들 또한 헬 하운드의 그러한 열기를 인지했다.

“헉……! 너무 뜨거워!”

“최상급의 헬 하운드라니!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었어!”

신기하게도 헬 하운드가 어느 정도 접근하자, 마족들은 버티지 못하고 살이 익어갔다. 토치에 구워지는 것처럼, 살이 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완전히 가까워진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치이이이이익.

하운드가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마족들과 마수들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그만……! 제발 그만 와……!”

“쿠워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악!”

당연히 그들의 음성은 이어질 수가 없었다. 하운드가 지척까지 접근했을 때, 완전히 익어버린 고깃덩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본 충렬은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이 상태라면 헬 하운드를 마족들과 마수들의 근처로 붙여놓기만 해도 될 것 같았다. 설마 진화도가 막바지에 이르니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충렬이 따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헬 하운드가 먼저 움직였다. 땅속에 박혀 머리만 드러낸 마족 하나의 머리를 입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주저하지 않고 깨물었다.

콰드드드득.

그러자 노릇하게 익어진 마족의 머리가 목으로부터 분리되어 하운드의 입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하운드는 따로 씹지도 않고 마족의 머리통을 집어삼켰다. 녀석이 그 머리를 꿀꺽 삼킴과 함께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가 100%에 도달하였습니다.]

[헬 하운드가 진화를 위해 폭주합니다.]

***

늪지대가 해제되며 살아남은 마족들과 마수들의 숫자는 합쳐서 겨우 300가량에 불과했다. 늪지대에서 적지 않은 숫자가 죽었다. 물론 그 전에도 다른 함정들에 많은 인원이 당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남은 300의 전력은 최종적으로 강력한 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함정들을 견뎌가며 살아남은 놈들이었으니 강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김시민의 늪지대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함정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부터는 300의 전력을 온전히 백병전으로 상대해 나아가야 했다. 드디어 때가 왔음을 마족들 또한 알았는지, 놈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박해일을 포함한 영지의 방어 시설을 향해 신나게 들이치려 했다.

하지만 무작정 돌진하던 놈들도 곧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공기를 후끈거리게 만드는 불기둥. 그것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불기둥은 하늘의 구름이 있는 곳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런 불기둥의 안에는 날카로운 털과 흉포한 이빨을 드러낸 사냥개가 있었다. 그랬다. 불기둥이 발생한 원인은 바로 헬 하운드 때문이었다. 헬 하운드조차 집어삼킬 엄청난 크기의 불기둥이 주변의 공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불기둥 속에 있는 하운드의 정확한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불의 정령처럼, 어렴풋이 존재했다. 녀석의 두 눈 또한 시뻘건 색으로 번뜩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헬 하운드가 앞으로 다음과 같은 존재로 진화가 가능해집니다.]

[1. 트윈 헤드 하운드.]

[2. 스파이크 스킨 하운드.]

[3. 자이언트 헬 휘핏.]

[4. 케르베로스.]

[헬 하운드가 폭주한 힘을 얼마나 소모하느냐에 따라서, 진화가 가능한 대상이 달라집니다.]

[후자로 갈수록 강력한 대상입니다.]

[현재 소모한 힘의 수준으로 가능한 진화: 트윈 헤드 하운드.]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뒤, 입을 열었다.

“모든 분들은 멀리 물러나 주십시오.”

나머지 적들은 모든 인원들을 총동원해서 상대하려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를 들어보니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웬만하면 하운드가 날뛰도록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위험하다 싶으면 도와주어야겠군.’

그전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는 헬 하운드의 독무대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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