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5화 (165/237)

# 165화.

***

충렬과 그 무리들은 막무가내로 앞서 나가지 않았다. 서로와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여 적들을 향해 들이쳤다. 뭐, 누가 먼저 나가든지 상관이 없을 정도로 마족들과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말이다.

마족들과 마수들은 충렬의 무리가 들이치자 그때서야 반응했다. 아무리 마족과 마수들이라고 한들, 이쪽은 최소한 자신들의 기운을 갈무리하여 숨길 줄 아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뒤늦게 반응한 마족들이 소리쳤다.

“……! 암흑 투기를 가진 자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마수들이여! 그를 잡아라!”

하지만 그들이 어떤 행동을 옮기기 전에, 이쪽의 공격이 먼저였다. 가장 먼저 스킬을 사용한 존재는 레일리였다. 그녀는 일행들이 적들에게 도착하기 전, 광활한 지옥의 화염 마법을 적들에게 퍼부었다.

“스피어스 오브 헬.”

그녀가 말을 끝내자 지옥의 문이 열렸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불의 창이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왔다. 치명적인 속성의 마법 공격이 들이치자, 마족들이 당황했다.

“어, 언데드가 어떻게 지옥의 마법을……?”

“리, 리치다!”

그러나 당황도 잠시였다. 녀석들은 마법에 당하기 전 즉각 대처했다.

“다크베어의 뒤로 숨어!”

마족들이 마수들의 뒤로 몸을 숨김과 동시에, 레일리의 마법은 놈들의 앞 열을 휩쓸었다.

콰광!

쾅!

콰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마족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게 된 다크베어들은 갑작스런 마법 공격에 괴로워했다. 면적이 넓었기에 수많은 불의 창을 온몸으로 감당해 낼 수밖에 없었다.

“쿠오오오!”

“캬아아악!”

물론 그 괴로움은 잠시였다. 곧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불의 창에 다크베어들은 전신이 꿰뚫리고, 불에 타들어가며 생을 마감했다.

[레일리가 다크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카르마는 영지의 방어를 완전히 성공했을 때, 마지막에 합산하여 주어집니다.]

[레일리가 다크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레일리가 다크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레일리가 다크베어를 처치…….]

…….

적지 않은 수의 다크베어들이 처치되었다. 사람 다섯을 합한 정도의 덩치를 가진 다크베어였다. 그런 다크베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마족들이 놀라했다.

“헉!”

“다크베어가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그러나 마족들의 반응과 달리, 레일리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겨우 10마리 정도밖에 죽이지 못했나…….”

스피어스 오브 헬은 그녀의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고작 10마리밖에 죽이질 못하다니. 고기 방패의 역할을 한 다크베어의 벽을 뚫지 못하자 그녀는 약간의 허무함을 느꼈다.

물론 마족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막강한 체력과 방어력을 소지한 다크베어가 저리 쉽게 처치될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족들이 놀라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어서 도착한 제레미가 그들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제레미가 죽음의 방패를 툭툭 치며 적들을 도발합니다.]

[주변에 몰려 있는 적들의 시선이 제레미에게로 변경됩니다.]

[제레미를 인식한 적들이 그를 처치하기 위해 달려듭니다.]

제레미의 도발은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도발 스킬을 사용하자 마족과 마수들의 눈이 일순간 붉게 변하더니, 모조리 제레미를 향해 움직이던 것이다.

“해골 따위가 감히?”

“크으윽. 박살 내어주마!”

“쿠오오오오오!”

당연히 도발의 범위는 무한정이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마족과 마수들에게 적용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수는 30을 가뿐히 넘어갔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서 관건은 앞에 위치한 적들의 시선을 모조리 붙잡았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레미가 크게 뛰어올라 방패로 땅을 내려찍습니다.]

[주변의 땅이 일순간 흔들리며 적을 쓰러뜨립니다.]

그랬다. 제레미의 방패와 땅바닥이 부딪치자,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마치 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의 땅이 몹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결국 그로 인하여 제레미에게 달려들던 마족 몇과 마수들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엄청나게 화려한 스킬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마족들과 마수들을 처치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던 충렬은 충분히 만족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들의 움직임을 무력화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제레미의 제대로 된 진가를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는군.’

먼저 나서서 적들의 시선을 끌어주니 확실히 편하게 진입이 가능했다.

그렇게 제레미의 뒤를 이은 것은 데프론이었다.

[마기공.]

가로로 크게 벤 데프론의 대검에서, 다크 오러가 응축되더니 반월 형태로 쏘아져 나갔다. 제레미는 데프론이 마기공을 사용하는 도중 그 즉시 자리에서 벗어났고, 응축된 오러는 곧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적들에게 들이쳤다. 제레미에 의하여 고꾸라진 이들은 전원 마기공의 먹잇감이 되어야 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데프론이 마족 ‘키랑’을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마족 ‘잔투’를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다크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다크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다크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다크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데프론이 다크 베어를…….]

…….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순식간에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데프론이 쏘아낸 날카로운 오러가 힘을 다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더 나아가 수많은 이들을 도륙할 텐데, 다크 베어들의 생명력이 너무나 질겼던 탓에 막혀 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무방비한 적들을 상대했기 때문일까? 데프론이 처치한 숫자는 오히려 레일리보다 많았다. 마족 둘에 마수 열 마리였다.

물론 그 상황을 지켜보던 충렬은 침을 꿀꺽 삼켰다. 쉽게 쓸려 버리지 않는 적들의 모습에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다.

‘강력한 스킬들이 들어갔는데 저것밖에 죽이지 못하다니. 조금 고생하겠어.’

하지만 잡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는지, 마족들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마족들은 마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본능을 억제하지 못한 마수들이 날뛰려고 했고, 마족들은 그런 마수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러한 혼란을 틈타, 충렬은 앞 열에서 사망한 시체를 뛰어 넘었다. 그리고 놈들의 중심부로 뛰어들었다. 놈들의 중심부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암흑 투기의 랭크가 올라가고 새로 얻은 ‘허공 도약’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충렬은 더 이상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이제는 고작 죽음 따위를 겁낼 실력이 아니었다. 놈들의 중심부에 뛰어들자, 당장에 스킬이 발동되었다.

[라이프 드레인이 다크 베어에게 적용됩니다.]

[라이프 드레인이 마족 ‘푸샨’의 생명력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다크 베어와 마족의 강인한 생명력이 당신을 회복시키며 활력을 줍니다.]

충렬은 뛰어들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방출.”

그와 함께 충렬의 몸에 내제되어 있던 암흑 투기가 일시에 폭파했다.

퍼어엉!

소리는 매우 잠깐이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았다. 주변에 위치해 있던 마족과 마수들이 암흑 투기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렬이 처치한 적의 숫자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마족 ‘푸샨’을 처치하였습니다.]

[다크 베어를 처치하였습니다.]

[다크 베어를…….]

…….

대충 그 숫자를 세어보니 충렬 또한 10마리에 해당하는 적을 처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충렬의 스킬 연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데프론!”

충렬은 적들의 중심부에 뛰어들기 전, 데프론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그 지시는 바로 해골 보병들의 돌격이었다. 다행히 데프론은 마족과 마수들의 시선이 충렬에게 모이는 순간, 해골 보병들을 소환하여 놈들의 가까이에 근접시키는 것을 성공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충렬은 다음 스킬을 연계했다.

“데프론을 제외, 시체 폭파.”

그 말을 끝으로, 해골 보병 20마리와, 마족과 마수들로 이루어진 주변의 시체 30구가 일시에 터져 나갔다.

퍼벙!

펑!

퍼버버벙!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결국 도합 총 50이라는 숫자의 시체가 터져나가는 꼴이었다. 충렬의 시체 폭파의 랭크는 결코 낮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엄청난 폭파의 향연은 주변을 휩쓸었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

충렬은 시체 폭파를 사용한 것을 후회했다. 시체 폭파로 인해 인근에 있던 마족들과 마수들을 순식간에 처치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충렬 또한 시체 조각도 건지지 못하고 사망할 뻔했기 때문이다.

[시체 폭파의 위력을 견뎌내느라 가지고 있는 암흑 투기를 모조리 소모하였습니다.]

암흑 투기를 모두 잃자, 충렬은 더 이상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두 다리가 떨려왔고,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솔직히 충렬은 암흑 투기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으리라 계산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시체 폭파의 화력은 상상외로 너무나 강력했다.

폭파 한번으로 현재 주변에 남아 있는 마족들과 마수들은 고작 40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폭파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했어.’

단번에 적들을 쓸어버릴 수가 있어서 나쁘지 않기는 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쪽이 골로 가버리게 생기는 스킬이었다. 물론 멀리서 사용하면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충렬이 단번에 적들을 쓸어버리자, 충렬의 네임드들도 잠시나마 침묵했다. 하지만 침묵도 잠시, 샤오링을 포함한 나머지 네임드들은 곧 장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마족들과 마수들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고 있었기에, 상대하기는 수월했다. 여전히 적의 숫자가 조금 더 많기는 했지만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충렬은 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며 고개를 저었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사용하지 말아야겠군.’

그렇게 충렬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적들이 정리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

충렬과 그 무리들이 적들을 정리할 사이, 빈센트를 위시한 죽음의 기사들 또한 마족들과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선 전투와는 달리, 이들의 전투는 학살. 그 자체였다.

죽음의 기사 다섯이 마수들의 사이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다. 온몸이 활화산처럼 어둠의 힘으로 타오르고 있는 죽음의 기사들. 그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수들의 목이 단번에 베어지며 몸으로부터 분리되었다.

서걱.

서걱. 서걱.

그것은 양 떼에 들이친 늑대들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순간 마족 하나가 죽음의 기사들을 보고 외쳤다.

“어떻게 이런 해골들이 튀어나온 것이……!”

하지만 마족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놈은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면 안 되었다. 소리를 내자마자, 거기에 반응한 죽음의 기사 하나가 자리를 박찼다.

파밧.

그러더니 엄청난 빠르기로, 마족을 처형했다.

서걱.

너무나도 일방적인 전투력이었다. 그렇지만 죽음의 기사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주변에 위치하던 마족 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시에 협공해 나아가던 것이었다. 마족들은 날카로운 손톱에 어둠의 힘을 잔뜩 일으켰다. 이대로라면 분명 죽음의 기사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죽음의 기사가 당하는 일은 없었다.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전투의 양상을 지켜보던 빈센트가, 그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이며 뒤로 세 걸음 물러나라.]

빈센트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신기하게도, 죽음의 기사는 명령을 받은 기계처럼 곧바로 움직였다. 그러자 죽음의 기사를 양쪽에서 공격하려던 마족 둘은, 결국 서로를 향해 달려들게 된 꼴이 되었다.

옆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갑작스레 협공을 피해내자 마족 둘은 서로 충돌하게 되었고, 그 찰나의 순간이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지었다.

물론 빈센트의 지시에 의하여, 그 결과는 죽음이었지만 말이다.

[두 놈의 목을 베어라.]

빈센트의 지시가 있자마자 죽음의 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회심의 일격을 시도했던 마족 둘의 머리가 사이좋게 목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서걱.

서걱.

만약 마족들의 숫자가 조금만 더 많았다면, 죽음의 기사들도 이 정도로 활약하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있는 마족들의 숫자는 10이라는 숫자에 불과했고, 아쉽게도 그들의 수준으로는 죽음의 기사를 제대로 상대할 수가 없었다.

마수들이 많지 않느냐고? 많으면 뭐 하겠는가. 고작 몬스터에 불과한 마수들로는 죽음의 기사의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죽음의 기사들이 가진 오러의 양은 이곳에 있는 마수들을 쓸어버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게 다섯에 불과한 죽음의 기사에 의하여, 마족들과 마수들은 쓸려 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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