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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162화 (162/237)

# 1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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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타디아는 브레스를 사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소환이 불가능했다. 그런 이유로 여관의 식당칸에서 박해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들은 충렬과 데프론, 마렉과 레일리, 그리고 샤오링이었다. 제레미는 아직 자아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다른 주민들이야 따로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어쨌거나 해일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차례의 침략을 벌인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침략자들은 마족들이었다.

[다행히도 하급 마족들만 왔다. 아마 간을 보려고 보낸 것이겠지.]

박해일은 마족 하나를 잡아 이미 심문해 본 뒤였다.

[발록의 힘을 회수하라는 임무를 받았더군.]

그의 말에 충렬은 마족들의 침략이 왜 발생했는지 이해했다.

‘암흑 투기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었나.’

어지간히도 질척거리는 악연이었다. 아마 아르타디아가 소환되어 있었다면 당장에 녀석들을 처치하기 위하여 움직이려 했을 것이리라.

그나저나 충렬은 조금 걱정이었다.

혹여나 다음 임무를 나가는 도중에, 놈들의 침략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좋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어떤 면에서 시스템은 항상 시기적절한 임무를 부여해 주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때마침 시스템이 알려왔다.

[돌발 임무가 발생하였습니다.]

[발생한 돌발 임무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돌발 임무: 영지를 방어하라.]

[임무  내용: 마왕으로부터 암흑 투기의 회수를 명받은 마족들이 일주일 내로 다시 침공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들의 침공으로부터 영지를 방어하십시오.]

[성공 조건: 침공한 마족들의 전멸]

[실패 조건: 이충렬의 사망]

[보상: 마왕성으로 가는 티켓.]

마족들이 침공해 오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다만 기한에 대해서는 대충 알려 주었다.

‘일주일 안으로라…….’

그런데 시스템이 주는 보상이 조금 특이했다. 마왕성으로 가는 티켓이라니. 아직 아이템을 얻은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 용도에 대해서는 대충 추측할 수가 있었다.

‘방어에 성공하면 복수하러 가라는 것인가.’

아마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찌 되었든, 적의 침공 시기를 알게 되었으니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야 했다. 충렬 외에도, 다른 네임드들이 모두 시스템의 음성을 들었다. 박해일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일단 방어 시설부터 제대로 만들어놓아야겠어.]

그리고 그는 여관에서 떠나기 전, 충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충렬. 해골 왕의 도움을 받을 때가 왔다.]

하기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고 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연락한단 말인가? 어느 정도의 적이 들이칠지 모르는 이때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았다.

[그쪽에는 내가 따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 만나는 것은 대신 부탁한다.]

박해일이 그렇게 부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대리인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영지의 주인은 엄연히 충렬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때에, 그것도 병력의 도움이 필요한 지금은 충렬이 직접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으리라.

박해일의 의도를 즉각 파악한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답한 충렬은 다른 생각을 이어갔다.

‘일단 몇몇은 대피시켜야 할 텐데.’

충렬의 영지에는 전투를 할 수 있는 인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신전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너무나 위험했다.

‘아이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비솔라에게 부탁해야겠군.’

머메이드 왕국이라면 충분히 피해 있을 수 있으리라. 그곳의 여왕 아란티아도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으니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알아서 대처를 할 것이었다.

충렬은 아란티아가 자신의 부탁을 충분히 들어주리라 생각했다. 그녀 또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물론 병력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할 터였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골왕과 만나기 전, 비솔라와의 이야기를 미리 끝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충렬이 움직이자, 다른 네임드들 또한 눈치 빠르게 각자의 할 일을 찾아갔다.

***

선착장에 도착하니 그곳에서는 헬 하운드와 악티니언이 할 일을 마치고 호숫가에서 놀고 있었다. 본래 머메이드들은 악티니언을 무서워했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또 아니었다. 근처에 악티니언이 있음에도 호수에서 제각각 편히 쉬는 머메이드들이었다.

‘적응이 빠르군.’

충렬은 그 모습을 보며 비솔라가 머물고 있는 수중 여관으로 이동했다.

충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머메이드들이 다시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어머, 또 오셨어.”

“악티니언을 새끼로 둔 인간 남자라니. 그 씨앗은 얼마나 건강할까?”

“한번 제대로 꼬셔봐?”

“흥, 저리들 비켜. 호수 아래로 오시려면 분명 축복이 필요하실 거야. 그 축복은 내가 주겠어.”

그녀들의 행동이 물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충렬이었다.

***

머메이드의 도움을 받아 수중에서 호흡을 할 수 있게 된 충렬은, 곧바로 비솔라에게 향했다. 다행히 비솔라는 바로 만날 수 있었으며 그녀는 충렬의 이야기를 듣더니 흔쾌히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런 부탁은 무조건 들어주실 거예요. 나중에 대피시킬 인원들을 이쪽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직접 인솔해서 왕국에다가 피신시킬게요.”

덕분에 영지에서 전투가 발생하게 된다면 걱정 없이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보호해야 할 누군가가 있으면 전투에 집중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고맙습니다. 비솔라. 그나저나 제가 바삐 오느라 무언가 드릴 것을 가지고 오지 못했네요. 산호선을 건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요.”

“그래도요. 어쨌거나 나중에 방문할 때는 선물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지금은 일이 바빠서…….”

그렇게 용무를 끝낸 충렬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당장에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충렬이 떠나가려 하자 비솔라가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붙잡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영지가 지금 한창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네. 선물 기대할게요.”

비솔라는 충렬이 호수 밖으로 나갈 때까지라도 잠시나마 함께하며 배웅할 뿐이었다.

***

비솔라와의 이야기를 끝낸 충렬은 그 후에 해골왕의 궁전에 방문했다. 미리 연락을 취한 덕분일까? 그쪽에서 포탈을 열어주어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해골왕 레오는 충렬에게서 이야기를 듣자마자 호쾌하게 웃어버렸다.

[껄껄. 마족들이라.]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서늘한 살기를 내보였다. 입모양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기세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미친놈의 자식들이 감히 언데드들의 땅을 밟겠다고? 그것도 내가 버티고 있는 장소의 근처로 말이야.]

비슷한 어둠의 속성이기는 했지만, 서로 사이는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레오는 잠깐 고민하더니 자신이 내린 결정을 알려주었다.

[크흠, 기사단의 인원들을 내어주겠네. 여봐라, 빈센트.]

레오의 부름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골 기사 빈센트가 즉각 반응했다.

[예. 전하. 부르셨습니까.]

[죽음의 기사단에 속한 기사들 몇몇이 최근에 돌아와서 대기하고 있을 거다. 그들을 이끌고 가서 지원해 주어라.]

죽음의 기사단이라는 말에 빈센트가 당황했다.

[주, 죽음의 기사단을 말입니까?]

죽음의 기사단이 무엇이기에 그가 그렇게 놀라던 것일까?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레오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 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놈들이 언데드의 땅에서 활개 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린다면 비웃음을 사게 되겠지. 특히 나의 영토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 정도는 더더욱 심할 것이다.]

레오의 말을 들은 빈센트는 안광을 번뜩였다. 자신이 모시는 왕이 비웃음을 사게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었던 것이 분명했다. 빈센트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분부하신 대로 거행하겠습니다.]

빈센트는 곧바로 어딘가로 향하며 충렬에게 말했다.

[따라와라.]

충렬은 빈센트를 따라 떠나기 전, 해골 왕에게 가벼운 목례를 했다.

“선뜻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야 어렵지 않으니 부담 갖지 말게. 마침 내가 왕궁에 머물러 있어서 다행이었군. 그럼 살펴가시게.]

그렇게 해골 왕과도 이야기를 잘 끝낸 충렬은, 곧장 빈센트의 뒤를 따라갔다.

***

기사단이 머무는 장소에 도착한 충렬은, 빈센트의 안내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두운 검은색의 뼈에, 범상치 않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충렬을 지원하게 될 기사단의 인원은 고작 다섯에 불과했다. 어떻게 본다고 한들 적은 인원이 분명했다.

하지만 충렬은 보기만 해도 알 수가 있었다. 이들은 결코 평범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들이 풍기는 기운이 데프론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했다.

빈센트가 죽음의 기사단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본래 인원들이 많지만, 여기 있는 다섯을 제외하고는 다른 일을 수행하고 있어서 말이야. 그래도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전원이 다크 오러 사용자니까.]

역시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평범하지 않다고 했는데 데프론과 같은 다크 오러를 사용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빈센트의 설명에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었다.

[솔직히 이들 중 하나만 가도 일반적인 마족들 따위는 어렵지 않게 도륙할 거다. 오러를 사용하는 수준이 절정에 이를 정도이니까.]

빈센트의 칭찬에 죽음의 기사 하나가 쑥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두개골을 긁었다.

[선배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부담스러운데…….]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지 말입니다.]

빈센트의 힘은 그들에 비하여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저렇게 존칭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빈센트 또한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일 터였다.

[시끄럽다. 너희는 이번에 전하의 명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그들을 다그치는 빈센트의 모습을 보니, 꽤나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것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죽음의 기사단의 인원들을 소개해 준 빈센트가 충렬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기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니 병사들을 빨리 모아야겠군. 병력을 따로 모아서 갈 테니 기사들과 먼저 영지로 돌아가 있어라.]

그의 말에 충렬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기사단의 인원만 지원해 주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설마 병사들까지 따로 내어줄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이 모든 것이 전하의 뜻이다.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렇게 이쪽에서도 용무를 끝낸 충렬은, 데프론보다 훨씬 강한 기사 다섯과 함께 먼저 영지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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