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1화 (161/237)

# 161화.

?

***

정신계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 충렬을 반기는 것은 시스템의 음성이었다.

[마렉의 숙련도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마렉의 숙련 등급이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동시에 마렉에게도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났다. 물론 이전에도 혼돈의 징벌이라는 스킬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마렉이 ‘발키리 소환’스킬을 배웠습니다.]

[발키리 소환: 혼돈의 힘을 머금은 카오스 발키리를 소환한다. 날개가 있어서 생김새는 천사를 닮았으나, 한 손에는 장검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착용한 하늘의 전사다. 전투를 위해 태어난 처녀 발키리는, 마렉을 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아직은 1명만 소환이 가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발키리 소환이라.’

카오스 발키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는 않았다. 마침 충렬이 정신계에서의 전투를 끝내는 동안, 나머지 네임드들도 하나둘씩 충렬의 앞으로 모이는 중이었다. 마렉은 이미 도착해있었는데, 그는 새로운 스킬이 생기자마자 사용해 보았다.

[발키리 소환.]

마렉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주변으로 회색의 빛이 순간 번쩍였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질 즈음, 아슬아슬한 차림의 갑옷으로 무장한 젊은 처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오스 발키리>

발키리의 날개는 빛의 속성을 가진 천사들처럼 깃털이 달린 날개는 아니었다. 혼돈의 천사인 마렉이 가진 날개처럼, 빛 자체가 날개를 이룬 모양이었다. 어찌되었거나 날개가 있으니 마렉처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리라.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발키리를 더욱 강하게 보이게 했다.

‘더군다나 장비 자체는 평범해 보이지만 풍기는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아 보인다.’

발키리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추후에 확인해 보면 될 문제였다.

어쨌거나 발키리는 나오자마자 충렬을 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마렉에 의하여 소환이 되었지만, 마렉을 부리는 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해골들과 달리 멀쩡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도 따로 말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마렉은 자신의 소환 스킬로 아름다운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헤벌쭉해하며 웃기 시작했다.

[크크큭, 데프론과 레일리는 해골들을 소환하는데. 나는 완전히 횡재했구만! 역시 내가 짱이야! 나중에 놀려…….]

아이 같은 마렉의 반응에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발키리는 마렉이 저런 모습을 보이던지 말든지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이동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 그와 관련된 시스템의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스템은 곧 충렬에게 알려왔다. 영지로 향하기 전, 아직 이벤트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염된 정령들이 모두 처치되며 계곡이 정화 작용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치된 정령들은 계곡의 힘에 의해 깨끗한 상태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충렬의 앞으로 무언가가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계곡 정령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켈드론이 당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켈드론은 분명 충렬이 봉우리에서 처치한 정령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충렬의 앞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 녀석은, 이전과 달리 사람의 손바닥 정도의 매우 조그마한 모습이었다.

<베이비 켈드론>

자이언트 켈드론에서 베이비 켈드론으로 명칭이 바뀐 녀석은, 충렬의 눈앞에 두둥실 떠오르더니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고맙다. 인간. 덕분에 타락의 힘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물론 가지고 있던 힘을 모두 잃기는 했지만 말이지.]

작은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무거운 말투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감했다.

‘보상을 받을 차례군.’

하지만 충렬의 직감과는 다르게 켈드론은 감사 인사만을 전했다.

[그럼, 그대가 앞으로 향할 길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곧 형체가 흐려지며 모습을 감추려고 했다.

당황한 충렬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잠깐! 뭔가 빼먹은 것이 있지 않…….”

그러나 충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켈드론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순간 충렬은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먹튀냐?’

그렇지만 잠시 뒤, 충렬은 켈드론에게서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계곡 정령의 수장 켈드론이 당신의 앞길을 축복하며 ‘소환석’을 남겼습니다.]

설마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귀환할까 봐 걱정했던 충렬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잠깐 속물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충렬도 무료 봉사는 사절이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무료 봉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어쨌거나 켈드론이 사라진 장소의 바로 위로, 정체불명의 글자가 적힌 돌멩이가 나타났다. 충렬은 그것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손으로 낚아채 잡았다.

하지만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에 대한 설명을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소환석: ???]

[소환석에 대한 내용은 영지로 되돌아가면 개방됩니다.]

그러나 아직 보상은 끝나지 않았다.

[계곡의 오염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당신의 레벨이 1만큼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8에서 19로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레벨: 19 (다음 레벨까지 190,000카르마 필요)]

그렇게 계곡에서의 일을 모두 끝낸 충렬에게 시스템이 알려왔다.

[잠시 뒤, 영지로 귀환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렬과 그 무리들은 영지로 이동되었다.

***

영지에 도착하자 수많은 알림이 충렬의 귓가로 전달되었다.

[경비 초소가 건설되었습니다.]

[경비 초소: 경비 인원들이 상주하여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대비한다. (건설된 장소: 선착장, 철광)]

[발라무트를 포함한 유령 선원들과 드워프들, 그리고 머메이드 비솔라가 합작하여 ‘산호선’을 건조하였습니다.]

아직 산호선의 외관은 보지 못했지만, 그 설명에 대해서는 조금 놀라웠다.

[산호선: 마스트가 3개인 중형 범선급의 배다. 나무로 건조한 뒤, 머메이드들이 집을 꾸밀 때 사용하는 특유의 산호로 선체를 강화하였다. 그 덕분에 물리 저항력과 마법 저항력이 극도로 뛰어나게 되었으며, 웬만한 피해는 자체적으로 복구가 가능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더군다나 드워프의 손길이 닿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관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선착장에 정박 중)]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일렀다. 충렬이 선착장을 지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단순히 선착장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 하나쯤은 만들어놓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충렬이 이번에 얻은 소환석으로 인해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있음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소환석에 대한 설명이 나타납니다.]

[기존의 설명과 달리, 당신의 상황에 알맞게 바뀌어 나타납니다.]

[소환석: 특수한 용도가 있는 물건에 적용할 수가 있다. 적용된 대상은 영주의 반지를 통하여 앞으로 임무 지역에서도 따로 소환할 수가 있게 된다. (적용 가능한 대상: 산호선)]

소환석이라고 해서 대충 짐작은 했다. 무언가 소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설마 이런 기능이 있을지는 몰랐다.’

배를 소환할 수 있게 해주다니. 나중에 망망대해와 같이, 그와 비슷한 임무 지역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럴 때 산호선을 소환할 수가 있다면 무척이나 든든하리라.

충렬은 옆에서 헬 하운드와 놀기 시작한 악티니언에게 말했다.

“하운드랑 같이 가서 선착장에 이것 좀 주고 와. 산호선에 적용하라고 해주고.”

충렬의 말에 악티니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기차게 외쳤다.

“네, 아빠!”

그러더니 헬 하운드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멍멍아 출발!”

그렇게 소환석을 산호선에 적용시키기 위해 출발한 악티니언의 뒷모습을 보며, 충렬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나저나 산호를 사용했다면 비솔라가 자신의 재산을 소모했다는 소리인데.’

그녀는 어떻게 보면 생존의 사활이 걸린 다른 주민들과는 다른 처지였다. 자신의 재산을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선뜻 도움을 주다니.

‘조만간 선물을 하나 들고 찾아가야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새로운 주민이 된 김시민이 박해일과 함께 충렬이 있는 장소로 오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김시민의 모습은 역시나 해골이었다. 다만 평범한 해골들과는 달리, 검은색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박해일은 충렬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말했다.

[엄청난 녀석을 주민으로 합류시켜 주어서 고맙군. 그러지 않아도 요즘에 머리를 쓰는 일손이 부족해 골머리가 울리던 와중이었는데. 덕분에 유능한 친구가 많은 일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어.]

김시민은 그런 해일의 옆에서 충렬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주민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그 은혜를 천천히 갚아나가겠습니다.]

딱히 충렬이 허락해서 주민으로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에 의해서 그가 주민이 된 것이었다.

물론 그런 내용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 어쨌거나 새로운 주민이 주어진다면 충렬도 좋았다. 더군다나 이전의 힘을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주민이라면 대환영이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적으로 만났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인사를 이어서 할 즈음, 박해일이 중간에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김시민이 주민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마법 학교를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겠지?]

그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더군요. 마법 학교의 건설이 가능해진다고.”

[그래. 그래서 김시민이 오자마자 마법 학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영지 상태창으로 마법 학교에 대한 설명을 볼 수가 있을 거야.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더군.]

박해일의 말에 충렬이 곧바로 영지 상태창을 살폈다. 그러자 마법 학교에 대한 설명을 볼 수가 있었다.

[마법 학교: 일반 주민들을 교육시켜 마법 병과로 변경시킨다. 단, 한 번에 교육시킬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있고, 학교에 등록된 교수에 따라 배울 수 있는 마법이 다르다. (상주하는 교수: 죽음술사 김시민) (배울 수 있는 계열: 저주, 부패)]

[마법 학교는 아직 짓는 도중이기에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합니다.]

충렬의 영지에는 일반 주민에 속하는 해골 일꾼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교육하여 마법사로 만든다면…….’

영지의 전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리라. 그리고 일꾼들이 마법사가 된다고 해도 굳이 자원 채취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법사가 된다고 한들, 할 일이 없을 때는 자원 채취나 기타 등의 노동을 시키면 될 테니까.’

어차피 평범한 노동은 누구든지 가능했다.

그렇게 발전하는 영지에 대해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좋은 소식을 알려왔던 박해일의 음성이 일순간 바뀌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임무 지역에 가 있는 동안, 평범한 수준 이상의 침략이 한차례 발생했다.]

“침략이 말입니까?”

[그래, 피해를 입은 인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어. 혼돈의 신전이 가진 영지를 보호하는 기능덕분이지. 하지만 조만간 무언가 심상치 않을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범상치 않을 것 같은 내용에, 다른 네임드들 또한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해일과 충렬이 자리를 옮기자, 나머지들은 곧 둘을 뒤따라 이동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