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60화 (160/237)

# 1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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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렬의 정신계로 들어온 타락귀들. 녀석들은 무엇이 그리 신난 것인지 연신 이상한 웃음을 흘렸다.

-키키키킥.

-키키킥.

-키키키키키킥.

놈들은 정확한 형태가 없었다. 그냥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이 사방에서 충렬과 김시민을 포위했다. 일단은 포위망을 먼저 형성할 생각인 듯이, 당장에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놈들의 행동에 김시민은 굳은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타락귀들을 찢어발기고 싶다고는 하나,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렬은 김시민과는 반대로 매우 여유롭게 서 있었다. 그리고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놈들을 처리할 방법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충렬의 여유도 잠시였다.

[타락귀들이 당신의 정신계에 ‘정신 억제’를 사용합니다.]

[상상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만 그대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충렬은 알 수 없는 무기력감이 발생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솔직히 충렬은 아르타디아가 생전에 드래곤일 때 사용할 수 있던 무지막지한 스킬들을 복사하여 사용하려 했다. 그리고 그 스킬들로 이곳에 있는 모든 타락귀들을 단번에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 스킬들 중 하나만 사용하더라도 모여든 타락귀들을 온통 쓸어버릴 수가 있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런…….’

그렇다면 조금 위험했다. 그래도 시스템은 꽤나 나쁘지 않은 소식을 이어서 알려왔다.

[당신의 정신계 개척도가 높습니다.]

[정신 억제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타락귀들은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게 됩니다.]

[타락귀들은 오로지 신체 능력만으로 당신을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충렬이 걱정하는 것은 타락귀들의 마법적인 능력이었다. 신체적인 능력 따위야 전혀 겁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마법적인 능력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결국 유리해진 것은 충렬이었다.

충렬을 억압하려고 했던 술수가, 도리어 녀석들에게는 악수로 작용했다.

‘개척도를 높이지 않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물론 눈앞에 보이는 타락귀의 숫자가 엄청난 데다가, 일일이 처치해야 하는 탓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었다. 때마침 시스템은 타락귀들의 숫자에 대해서 알려왔다.

[정신계에 갇힌 타락귀의 수: 200마리]

그 숫자를 본 충렬은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더럽게 많군.’

하지만 충렬의 생각도 거기까지였다. 놈들이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 이제 날뛰면 그만이었다. 충렬은 자신의 뒤에서 긴장하고 있는 김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영혼의 상태였지만, 그의 힘이 어느 정도 돌아온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자기 몸은 챙길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의 몸을 지킬 정도의 수준은 되냐는 물음이었다. 충렬의 물음에 김시민이 대답했다. 그의 어투는 어느새 공손해져 있었다. 충렬을 은인으로 생각해서일까? 그는 더없이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다.

[예. 놈들이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다면 버티는 정도야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이해할 수 없는 듯 충렬을 빤히 바라보는 김시민의 시선에도, 충렬은 별다른 대답 없이 한마디를 툭 내던졌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러고서는 자리를 박찼다.

***

암흑 투기를 잔뜩 끌어 올린 충렬이 타락귀들의 사이에 뛰어들었다. 충렬의 지척으로 대략 2미터에서 3미터는 가볍게 넘어가는 덩치를 지닌 타락귀들이 즐비했다. 타락귀들은 충렬이 자신들의 사이로 도착하자 더 이상은 간을 보지 않았다. 곧바로 공격해 왔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혹은 날이 날카롭게 벼려진 사마귀의 낫으로, 또는 가시들이 촘촘히 박힌 몸통으로 충렬을 덮쳐왔다.

하지만 녀석들의 공격이 적중되기도 전에, 충렬이 스킬을 사용했다.

“방출.”

그러자 충렬의 몸에 내제된 암흑 투기가 일시에 응축되더니, 곧이어 폭파했다.

퍼어엉!

동시에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던 타락귀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라이프 드레인으로 놈들의 생명력을 빨아먹기도 전이었다.

그렇지만 정신 억제에 걸려 있었던 탓일까? 본래 정신계에서는 아무리 힘을 사용해도 무한대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충렬이 암흑 투기를 사용하자 실제처럼 소모가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가 있었다.

‘흐음, 힘을 조절해서 사용해야 하나.’

그러나 충렬은 그런 고민이 곧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정신계에 갇힌 타락귀를 ‘암흑 투기’를 이용하여 처치하였습니다.]

[암흑 투기가 타락귀들의 영력을 흡수합니다.]

[암흑 투기의 최대 용량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의 말이 전달되는 와중에, 죽은 타락귀들의 시체가 검은 연기로 변했다. 그러더니 충렬에게 흡수되었다.

그와 동시에 충렬은 알 수가 있었다. 방출로 사용한 암흑 투기의 양보다, 회복되는 암흑 투기의 양이 더욱 많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모한 암흑 투기가 회복된다는 것이 아니었다.

‘암흑 투기의 최대 용량이 늘어난다고?’

그랬다. 중요한 것은 암흑 투기의 최대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늘어난 것이기에 이렇게 많은 양이 회복되는 것일까?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만큼 타락귀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적지 않다는 것이리라.

설마 정신계에서의 전투가, 이런 효과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딱히 카르마를 주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암흑 투기의 용량을 늘려준다면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더군다나 기쁜 소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10마리의 타락귀를 처치하였습니다.]

[정신계의 개척도가 1% 상승합니다.]

타락귀들을 처치하니 정신계 개척도도 제법 괜찮을 정도로 상승했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굳이 다른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암흑 투기만 이용해도 녀석들을 쓸어버리기는 쉬울 것이었다.

그러나 충렬과는 다르게 김시민은 방어만 하는 것에도 벅차 보였다. 그 또한 충렬과 마찬가지로 타락귀들을 공격해 보았으나, 이상하게도 공격이 제대로 통하질 않았다. 아무리 자신의 힘을 일부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정신계 자체에서의 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타락귀들을 직접 사냥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당하지 않고 방어만 해주어도 되었다. 나머지는 충렬이 해결해 줄 것이었으니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괴물의 모습을 가졌을 뿐인 타락귀들. 놈들은 충렬의 정신계 개척도가 낮았을 시기에 방문했다면 무난하게 승리를 거두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놈들이 방문한 시기는 아쉽게도 적절하지 못했다.

상황이 매우 유리함을 파악한 충렬이 씨익 웃었다.

“자, 그럼 농사를 시작해 볼까.”

그렇게 충렬은 암흑 투기와 개척도라는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날뛰기 시작했다.

***

타락귀들은 생각보다 영악한 놈들이었다. 만약 김시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충렬은 꽤나 고전했을 것이리라. 아무리 상황이 유리하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고? 놈들은 상대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가 매우 협동적이었다.

충렬이 막무가내로 날뛰자 흩어지고 몸을 숨기더니, 사방에서 충렬의 심력을 소모하게 만들어갔다. 아마도 충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야금야금 갉아먹을 생각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설마 그렇게 기회를 엿보는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자칫하면 놈들의 도망에 엄청난 시간을 소비할 뻔했다.

그러나 녀석들은 장기전으로 갈 수가 없었다. 바로 김시민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가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존재함으로 인하여 타락귀들은 참을성을 상실해 버렸다. 곧잘 숨어 있다가도 김시민의 냄새를 맡더니 금방 모습을 드러내었다.

때문에 아무리 영악하게 행동한다고 한들, 그 행동이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충렬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타락귀들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마침내 마지막 타락귀의 앞에 선 충렬이 주먹에 암흑 투기를 잔뜩 응축시켰다. 그리고 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가라.”

그 말을 끝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단단하게 말아쥔 충렬의 주먹이, 박쥐 날개가 달린 사자 모습의 타락귀의 안면으로 들이쳤다. 타락귀가 충렬의 주먹을 막아보려 앞발을 들어 올렸다. 충렬의 주먹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녀석의 앞발은 암흑 투기의 힘을 버티지 못했다.

충렬의 주먹과 충돌한 타락귀의 앞발은, 곧 지뢰를 밟은 것처럼 터져 나갔다.

퍼엉!

동시에 타락귀가 비명을 질렀다.

-키에에에엑!

하지만 타락귀의 비명은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타락귀의 앞발을 박살 낸 충렬의 주먹은 아직 멈추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놈의 앞발을 박살 낸 충렬의 주먹은, 곧 놈의 면상을 후려쳤다. 충렬의 주먹과 타락귀의 안면이 충돌하자, 놈의 머리는 사방으로 조각이 나며 흩어져야 했다.

퍼어엉!

분해된 녀석의 고기 조각이 충렬의 얼굴로 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의 시체는 곧이어 암흑 투기의 힘으로 환원되어 사라졌다.

마지막 녀석을 처치하자 시스템은 놀랄 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마지막 남은 타락귀의 힘까지 암흑 투기로 흡수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카르마의 소모 없이, 암흑 투기의 스킬 랭크가 상승합니다.]

[암흑 투기의 랭크가 A랭크에서 9랭크로 상승하였습니다.]

[암흑 투기에 새로운 기능 ‘허공 도약’이 추가됩니다.]

[허공 도약: 암흑 투기를 이용하여 허공을 땅을 밟는 것처럼 다닐 수 있다. 암흑 투기의 랭크가 상승하면 공간 도약으로 바뀐다.]

그렇게 충렬의 암흑 투기는 이전보다 한층 더 강력하게 바뀌었다. 허공 도약이 공간 도약으로 언제 바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허공 도약만으로도 충렬의 전투력은 이전보다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암흑 투기 ? 9랭크: 발록이 가지고 있던 무척이나 패도적인 어둠의 힘이다. 체내에 자리 잡은 암흑 투기는 원할 때 그 언제라도 사용할 수가 있다. (방출: 암흑 투기를 일시에 터뜨려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허공 도약: 암흑 투기를 이용하여 허공을 땅을 밟는 것처럼 다닐 수 있다. 암흑 투기의 랭크가 상승하면 공간 도약으로 바뀐다.) (8랭크까지 200,000카르마 필요)]

암흑 투기의 랭크가 오름과 동시에, 정신계 또한 이전에 비하여 총 20%라는 수치가 상승했다.

[견고한 정신의 정신계 개척도가 70%에 도달하였습니다.]

[정신과 관련된 각종 상태 이상의 저항력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웬만한 정신 관련 공격으로는, 당신을 건드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타락귀들의 굴레에서 벗어난 김시민이, 당신의 영지에서 모든 기억을 가진 채 죽음술사로 태어납니다.]

[타락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저주와 부패의 능력은 그대로 계승됩니다.]

[김시민이 영지의 주민이 되면서 ‘마법 학교’의 건설이 가능해졌습니다.]

마법 학교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건설을 해야 알 수가 있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김시민의 합류가 설마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모든 타락귀들을 처치하자, 곧 김시민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승천하는 것이 아니었다. 충렬의 영지로 이동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공손해진 그가 충렬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따가 뵙겠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전투를 끝낸 충렬에게 시스템이 알려왔다.

[모든 타락귀들을 정신계에서 물리쳤습니다.]

[당신의 의식을 현실 세계로 전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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