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59화 (159/237)

# 159화.

?

***

드래곤의 브레스.

그것은 도무지 막을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더더욱 막기란 불가능했다. 그 때문일까? 일순간 강력한 힘을 꺼낸 김시민이었지만, 그는 결국 아르타디아의 아이스 브레스를 막아내지 못했다.

엄청난 혹한의 기운을 머금은 용의 숨결이 그를 덮치자, 그는 사망해야만 했다.

[김시민이 아이스 브레스에 의하여 처치되었습니다.]

[15,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간결한 시스템의 음성을 끝으로 그의 몸뚱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얼어붙었다가 거센 바람에 의하여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렸던 것이다.

물론 김시민뿐만이 아니었다. 김시민을 제압하고 있던 레일리도 마찬가지로 역소환이 되었다. 브레스의 영향 범위 안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일리가 역소환됩니다.]

그렇게 김시민과 레일리를 사라지게 만든 아르타디아. 그녀도 마찬가지로 역소환이 되었다. 브레스를 사용하면 24시간 동안 그녀를 재소환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아르타디아가 브레스를 사용하였기에 24시간동안 그녀를 소환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계곡에 남은 것은 충렬 혼자였다. 충렬은 곧 바닥으로 추락하는 몸을 안전하게 착지하기 위하여 온몸에 암흑 투기를 둘렀다.

그리고 잠시 뒤. 충렬은 안전하게 착지를 할 수가 있었다.

쿠웅!

충렬이 작지한 장소의 땅은 움푹 파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땅 위에는 더 이상 함정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김시민이 처치되면서 주변의 함정들이 모조리 해제되었나 보군.’

숨겨져 있을 때는 그 수량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시민이 처치되면서 파괴된 흔적을 보니 어마어마했다.

‘만약 지상에서 싸웠다면 제법 위험했겠어.’

그래도 결국 승리는 충렬이 가져가게 되었다.

“그나저나 왜 임무가 끝나지 않은 것이지?”

분명 타락술사인 김시민을 처치한 것이 맞았다. 아직 네임드들이 다른 정령들을 처치하지 못했다고 해도, 타락술사를 처치했다면 끝나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임무가 왜 끝나지 않을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렬은 곧 위기가 닥쳐왔음을 인지할 수가 있었다.

[타락술사 김시민이 처치되며, 그의 몸 안에 봉인되어있던 타락귀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옵니다.]

[타락귀들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령의 계곡은 녀석들의 터전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김시민의 영혼이 타락귀들에게 뜯어 먹히기 시작합니다.]

[김시민의 영혼이 소멸하면, 타락귀들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

타락술사를 처치했더니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

김시민이 처치된 흔적이 있던 장소에서 적지 않은 숫자의 괴물들이 몸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러고서는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런 괴물들의 사이로 하나의 영혼이 서서히 떠올랐다. 마치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떠오른 그 영혼은 김시민이었다.

그런 김시민을 중심에 두고, 타락귀들이 그의 영혼을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은 김시민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그저 당하고만 있다는 것이었다. 영혼의 형체는 아무리 뜯어 먹혀도 그대로였지만, 그의 영혼이 가진 색깔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지켜본 충렬은 즉시 움직이기로 했다. 만약 그가 투명해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면 타락귀들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김시민의 영혼이 소멸하기 전에 타락귀들을 모조리 처치해야 한다.’

김시민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귀찮을 일을 떠맡아야 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고생할 것이 너무나도 뻔했다.

나중에 계곡 곳곳에 퍼져 버릴 타락귀들을 또 언제 상대한단 말인가? 지금도 계속해서 타락귀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끊임이 없었다. 그 숫자를 세어보기가 겁날 정도였다.

‘숫자가 너무 많아.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히 힘들다.’

하지만 지금 당장 녀석들을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도 고민이 되었다. 타락귀들이 얼마나 강할지 감히 상상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충렬은 일단, 녀석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하기는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충렬이 접근하자, 수많은 타락귀들이 충렬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김시민의 영혼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일까? 녀석들은 김시민의 근처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충렬이 이 이상 접근하기만 한다면 곧바로 공격해 버릴 낌새였다.

그런 타락귀들의 반응을 보며 충렬은 조심스럽게 암흑 투기를 끌어 올렸다.

‘암흑 투기가 통하긴 하겠지.’

물론 통할 것이었다. 놈들의 수가 많았고, 그 강함을 측정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뿐이었다.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면 놈들을 단번에 쓸어버릴 텐데. 아쉽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는 오염된 정령을 쫓아가 보았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이미 그러기에는 타락귀들로 인하여 늦은 감이 있었다. 때문에 충렬은 네임드들을 차례로 소환하여 타락귀들을 상대하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당신의 정신계 개척도는 50%입니다.]

[더불어 당신은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영혼의 상태인 김시민과, 영혼 계열의 몬스터인 타락귀들을 당신의 정신에 끌어들여 가둘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두 눈을 번뜩였다.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소리였다.

‘……! 이건 기회다.’

그러지 않아도 실제로 녀석들을 상대하려면 쉽지가 않을 터였다. 타락귀의 힘을 일부만 사용했던 김시민도 만만치 않았는데, 타락귀 자체는 얼마나 강할지 감히 추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계에서라면 다르다.’

충렬은 이미 정신계에서 날뛰는 법을 알고 있었다. 끈질긴 집념으로 발록마저 사냥하지 않았던가? 만약 정신계로 타락귀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면, 어렵지 않게 녀석들을 처치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정신계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더 이상의 생각은 불필요함을 느낀 충렬이 즉시 입을 열었다.

“나의 정신계로 타락귀들을 가둔다.”

충렬의 대답에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김시민의 영혼과 모든 타락귀들이 당신의 정신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주의하십시오.]

[타락귀들을 완전히 처치하기 전까지, 당신은 정신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정신계가 장악당한다면 당신의 육체는 타락귀들에게 빼앗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시민의 영혼을 포함하여 수많은 타락귀들이 연기가 되었다. 그러더니 충렬의 콧속으로 급격하게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충렬의 시야도 깜깜해지며, 의식이 정신계 내부로 전환되었다.

***

충렬이 정신계로 진입하자 도착한 곳은 평범한 들판이었다. 그리고 당장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김시민의 영혼이었다. 그는 충렬의 정신계로 들어오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으음……? 여긴 어디지?]

그러더니 이내 그는 충렬을 발견하였다.

[네크로맨서 이충렬?]

하지만 그는 당장에 적의가 없었다. 오히려 의문을 표했다.

[나는 분명 죽었을 텐데…….]

그러나 그와의 대화는 나중이었다. 가지각색의 모습을 가진 타락귀들이, 곧 방방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혹은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타락귀들의 숫자가 끊임이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타락귀들이 김시민에 의하여 발생한 것인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충렬은 우선 김시민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일단은 그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무리 정신계라고 하더라도, 그가 혹여나 타락귀들에게 먼저 처치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가 있기에 타락귀들이 한곳에 모여들 수가 있다.’

정신계는 방대한 하나의 세계였다. 만약 타락귀들이 흩어지게 된다면 억겁의 세월 동안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시스템은 타락귀들을 모두 처치해야 정신계에서 나올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시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잠깐 보았지만 타락귀들은 무조건적으로 그의 영혼을 가장 먼저 소멸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일단은 그를 보호하며 타락귀들을 불러들여 처치하는 것이 답이었다.

어쨌거나 충렬이 그를 보호하려는 의사를 보이자, 김시민이 잠시 머뭇거렸다.

[나는 방금까지 너를 죽이려고 했는데 어째서…….]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겠지.

어떻게 보면 거기에 대한 답은 당연했다.

‘왜긴,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니까 그런 거지.

그러나 속뜻을 당장에 내비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은 그를 최대한 다독이며 보호하는 것이 먼저였다.

솔직히 충렬은 어째서 타락귀들이 그를 공격하려 하는 것인지,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렇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타락귀들을 먼저 처치하고 난 후에 알아보기로 했다.

***

본래 김시민은 사망하는 순간, 타락귀들에 의하여 소멸될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충렬의 앞에서 사망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도전자의 육체로는 살아날 수 없겠지만, 이제는 소멸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충렬의 가까이로 도착한 김시민은 눈앞에 위치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등지고, 사방에서 들이치는 타락귀들을 견제하는 중이었다.

상황은 암담했다. 하지만 김시민은 왜인지 여기서 소멸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가 느끼기에 충렬의 등이 매우 듬직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혹시라도 그가 타락귀들을 모조리 물리쳐 준다면… 나는 주민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물론 어디에서의 주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솔직히 김시민은 도전자의 삶 따윈 진즉에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직업을 얻으며 생긴 특성 때문에, 억지로 도전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존재 자체가 소멸되기는 싫었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다른 도전자들을 상대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처치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김시민은 충렬이 어떠한 이유로 자신을 도와주는지 몰랐다. 그 때문일까? 김시민은 충렬이 일부러 자신을 위해서 희생을 한다고 단단히 오해를 하였다.

‘만약 여기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에게 꼭 은혜를 갚아야 한다.’

물론 어딘가로의 주민이 된다면 은혜를 갚을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지금 당장도 그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시민은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신계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에게는 그 어떤 힘도 허용되지 못했기에, 그냥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김시민에게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크로맨서 이충렬을 도와 타락귀들을 물리치십시오.]

[당신에게 일시적으로 타락술사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습니다.]

[단, 타락의 힘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어둠의 힘뿐입니다.]

[모두 물리치는 것에 성공하면 당신은 그의 영지에서 주민으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 타락귀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시민은 시스템의 음성을 듣고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평소에 들었던 시스템의 음성과 다른데?’

그가 평소에 들었던 시스템의 음성은 무척이나 칙칙하고 어두운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스템은 전혀 달랐다. 중저음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밝은 톤이었다. 전혀 칙칙하거나 어두침침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마음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 방금까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죽이려고 했던 상대였지만,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자신을 먼저 돕는 네크로맨서를 도와 앞으로 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마침 시스템이 그 기회를 주었다.

‘그가 적이었던 내 목숨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이곳에서 타락귀들을 모두 물리칠 수만 있다면, 그의 영지에서 주민으로 태어날 수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김시민은 이곳에서의 전투뿐만 아니라, 그의 영지에서도 앞으로 봉사하며 은혜를 갚아나가기로 했다.

정말로 그의 영지에서 태어날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김시민은 이를 바드득 갈며 사방에서 들이치는 타락귀들을 노려보았다.

‘이 지긋지긋한 놈들.’

그러면서 등을 돌려 충렬의 뒤에서 놈들을 맡기로 했다.

‘반드시 모조리 쓸어주마.’

지금까지 진저리나게 자신을 괴롭혔던 타락귀들. 녀석들과의 악연을 이제는 끝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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