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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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가 시작되자 먼저 움직인 것은 레일리였다. 레일리는 즉시 해골 마법사들을 조작했다.
[레일리를 포함하여 10마리의 해골 마법사들이 기초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자리를 잡아갑니다.]
아르타디아는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이 마법 사용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비행 방향을 틀어주었다. 물론 아르타디아는 현재 브레스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자제하는 중이었다. 만약 브레스로 적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이쪽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려 24시간 동안 아르타디아를 소환할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브레스를 사용하는 때는 최후의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아르타디아가 방향을 틀어주자 레일리를 포함한 해골 마법사들이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트리플 파이어 볼트.”
그렇게 레일리의 마법을 시작으로, 해골 마법사들이 가진 각종 기초 마법들이 공중에 떠 있는 김시민을 향해 날아갔다.
[<해골 마법사1>의 아이스 볼트가…….]
[<해골 마법사2>의 라이트닝 볼트가…….]
…….
해골 마법사의 숫자가 무려 10마리나 되었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당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화력이었다.
‘더군다나 이 정도라면 어둠의 장막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막기가 힘들다.’
특히나 레일리는 매우 능숙하게 대처했다. 김시민의 어둠에 장막에 대한 설명을 이전에 듣고는, 일부러 순차적으로 마법을 날렸기 때문이다.
기초 마법은 다른 마법들과 달리 매우 짧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주어졌다. 덕분에 레일리의 방식대로라면 쉴 틈 없이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마법을 날릴 수 있었다.
순차적으로 날린다고 해도 마법들은 곧바로 이어지며 날아갔다. 그렇기에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시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엄청난 숫자의 마법들이 이어서 들이쳐 옴에도 그는 멀뚱히 공중에 떠 있었다.
그러더니 첫 마법이 덮쳐오기 직전, 드디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락의 장막.]
분명 이전에는 어둠의 장막을 사용했던 김시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괴물들의 힘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일까? 이전과는 다른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저게 뭐지?’
그냥 보아서는 어둠의 장막과 비슷해 보였다. 그렇지만 명백히 다른 점은 존재했다. 새롭게 생성된 장막은 그 안에서 스산한 회색의 기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기분이 찜찜한데.’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지금 막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의 마법이 타락의 장막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기에만 해도, 예상한 반응이 나타났다.
[타락의 장막이 트리플 파이어 볼트를 집어삼킵니다.]
[타락의 장막이 아이스 볼트를 집어삼킵니다.]
[타락의 장막이…….]
어둠의 장막이 가진 기능과 비슷했다. 상대의 공격을 집어삼켜 무효화시키는 종류의 방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유지 시간이 어둠의 장막보다 더욱 길기는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마법들의 화력을 계속해서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자 타락의 장막은 곧 흩어지려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타락의 장막이 지금까지 집어삼킨 각종 마법들을 타락시켜 다시금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타락의 장막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김시민에게 날아갔다가 장막에 삼켜진 마법들이 그의 앞에서 다시 형성된 것이다.
우우우우웅.
형성된 마법들은 잠시 후, 이쪽을 향해 들이쳤다. 이전에 비해 탁한 색상으로 변한 마법들이었다.
그렇게 자신과 마법사들이 쏟아낸 마법이 되돌아오자 레일리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헉……!”
그러나 당황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엄청난 숫자의 마법들이 이쪽을 향해 덮쳐오는 순간이었다. 자칫하면 꼼짝 없이 당할 뻔했던 그 상황을 타개한 것은 바로 아르타디아였다. 심상치 않은 장막을 의심하고 있던 그녀는, 마법이 되돌아오는 것을 봄과 동시에 날갯짓했다. 그리고 높이 날아올랐다.
동시에 각종 마법들이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쉬이이익!
쉬이익!
쌔애애애앵!
적중되었으면 큰일이었겠지만, 다행히도 마법은 시끄러운 소음만을 남긴 채 빗나갔다. 반격이 실패하자 김시민이 아깝다는 투로 말했다.
[쳇. 눈치가 빠르군.]
고작 타락귀라는 괴물들의 힘을 빌릴 뿐인데 저 정도라니.
‘처음부터 브레스를 사용했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혹시라도 타락의 장막이 브레스를 집어삼키고, 역으로 쏘아내었더라면 이쪽의 필패였다. 물론 충렬은 우로갈의 펜던트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차례의 공격쯤은 막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하여 쓸데없는 낭비가 생기는 것은 사절이었다.
어쨌거나 아르타디아가 반격해 오는 마법을 피해내자, 레일리도 즉시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서는 또다시 기초 마법을 퍼붓기 위해 준비했다.
상대도 분명 타락의 장막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을 터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틀림없이 먹히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김시민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다.
[타락의 손.]
스킬의 이름을 들은 충렬은 잔뜩 긴장했다.
‘아무래도 부패의 손에서 강화된 것 같은데.’
그러나 부패의 손처럼 그의 손에 무언가의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이 변한 것일까.
그렇게 1초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할 사이였다.
충렬은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즉시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 있었던 머리 위로, 시커먼 손아귀가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곧바로 피해내니 부패의 손과는 달리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허공에 직접 타락의 손을 소환하여 공격하다니.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몰랐지만, 자칫하면 곧바로 당할 뻔했다.
하지만 타락의 손은 충렬에게만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레일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레일리 또한 당하지 않았다. 충렬과 마찬가지로 피해내었다.
“휴… 위험했네요.”
물론 피하지 못한 존재도 있었다.
애초에 타락의 손은 아르타디아를 공격하지 않았다. 아르타디아의 면적이 크다 보니, 상대도 드래곤에 대한 공격은 포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당했냐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해골 마법사들이 당했다.
물론 당한 것은 3마리뿐이었다. 타락의 손에 당한 마법사 3마리는 곧 역소환이 되어야 했다.
머리가 직접 붙잡힌 해골 마법사 2마리는, 부패의 손에 당하는 것처럼 뼈가 썩어버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나머지 한 마리는 피하려고 했다가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추락한 마법사는 잠시 뒤, 심상치 않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한참동안 추락하던 해골 마법사가 마침내 땅에 다다르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늘에서 추락하면 지상과 충돌한 해골의 뼈가 산산이 부서져야 할 터였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 무서운 일이 발생했다.
[지상에 설치된 타락의 구덩이가 <해골 마법사10>을 집어삼킵니다.]
[<해골 마법사10>이 끊임없이 구덩이에 빨려 들어가며 부서져갑니다.]
[<해골 마법사10>이 역소환됩니다.]
역시, 상대는 지상에 수없이 많은 함정을 설치해 놓고 있었다. 이대로 이곳에서 싸운다면 무척이나 불리했다.
‘무조건 공중에서 싸워야 하는 것인가.’
아마 그렇게 해야 할 듯싶었다. 지상에서는 저 함정들이 마치 지뢰처럼 이쪽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장소에서 이탈하여 다른 곳에서 전투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의 낌새가, 이곳에서 보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역시나, 상대는 잠깐의 틈도 주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한 상대는 계속해서 타락의 손을 충렬과 레일리의 주변에 소환하여 괴롭혔다.
보다 못한 아르타디아가 입을 쫘악 벌렸다. 그러면서 직접 몸으로 김시민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 들이쳐 그를 잘근잘근 씹어버릴 생각에서이리라.
설마 드래곤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올 줄은 몰랐는지, 김시민이 잠깐 멈칫했다. 그러나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여전히 충렬과 레일리만 노렸다. 그러면서 그는 아르타디아의 사각으로 연신 이동했다.
아무래도 아르타디아의 공격은 성공하질 못할 것 같았다. 그가 미꾸라지처럼 자꾸 회피했으니 말이다.
그의 얄미운 회피에 아르타디아가 드래곤 피어를 사용했다.
[멈춰라!]
그러자 김시민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아르타디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김시민을 아가리 속으로 넣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르타디아는 그를 입에서 곧바로 뱉어내어야 했다.
[김시민의 몸에 달라붙은 타락귀들의 신체가 본 드래곤의 몸을 반깁니다.]
[타락귀들이 김시민에서 아르타디아에게 전이하려고 합니다.]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아르타디아는 본능적으로 무슨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본 드래곤의 모습인 자신을 숙주로 삼으려는 것이다.
만약 온전한 드래곤이었다면 당하지 않았을 테지만, 언데드인 본 드래곤의 모습이다 보니 쉽게 노출된 것 같았다.
그러한 이유로 아르타디아가 김시민을 다시 뱉어내었다. 그는 뱉어지자마자 곧바로 드래곤피어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무척이나 빠른 회복 속도였다.
[후… 하마터면 위험했군. 드래곤의 입이라니. 섬뜩했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타락의 손을 이어서 사용했다. 아르타디아가 근접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충렬이 당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끊임없는 타락의 손에 충렬은 암흑 투기를 끌어 올렸다.
‘이런 식으로 회피만 할 수는 없다.’
주변에서 등장하는 타락의 손의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분명 당하고야 말 터였다. 그럴 바에야 암흑 투기를 끌어 올려 방어하는 것이 나았다.
다행히도 암흑 투기를 끌어 올리자, 타락의 손은 충렬의 몸을 건드리려다가 반대로 튕겨 나갔다.
터엉!
텅!
텅! 텅!
그러나 그 숫자가 많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르자 수많은 타락의 손이 곧 충렬의 몸을 수없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터더더더더덩!
그렇게 충렬은 그나마 버텼다. 그렇지만 레일리는 아니었다. 리치에 이어서 뱀파이어의 몸을 얻었다고는 하나, 그녀에게 있어서 이 이상의 상황은 힘겨워 보였다. 충렬은 즉시 레일리에게 외쳤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러면서 충렬 또한 레일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서로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충렬은 즉시 자신의 몸으로 레일리의 몸을 감쌌다. 자신의 몸으로 직접 그녀를 보호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레일리의 뒤에서 그녀를 한껏 품은 충렬이 입을 열었다.
“제가 몸을 보호해 드릴 테니, 마법을 부탁드립니다.”
둘의 몸은 엄청난 횟수로 들썩였다. 밀착된 상대로 타락의 손이 충렬의 몸을 연신 두드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로 인하여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가 있을 텐데도, 레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러나 그녀는 잠시 뒤, 좋은 생각을 떠올렸는지 충렬을 향해 말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뭡니까?”
“제압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흡혈 스킬을 사용해 볼게요.”
그랬다. 레일리는 흡혈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흡혈은 평범하게 흡혈만 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대상을 제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흡혈이었다.
그녀의 생각에 충렬이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마침 그녀가 김시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블링크를 사용하여 접근할 생각인가 보군.’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충렬의 품속에서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던 레일리. 그녀가 마침내 두 눈을 번뜩였다.
“블링크!”
순식간에 스킬을 사용한 그녀가 곧바로 김시민의 등 뒤에 나타났다. 난데없는 상대의 접근에 김시민이 그만 당황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이……!]
그러나 그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흡혈.”
레일리가 흡혈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크윽……! 몸이……!]
***
레일리의 흡혈 스킬은 김시민을 제압하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흡혈 스킬로는 그를 처치할 수가 없었다. 단지 제압하기만 할 뿐이었다.
괴물의 몸과 같은 김시민의 목을 이빨로 꿰뚫어 연신 흡혈하고 있는 레일리가 충렬에게 눈을 찡그리며 신호를 주었다.
‘이제 곧 흡혈 스킬이 종료되니 빨리 공격하라는 뜻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니 작은 신호에도 무슨 뜻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지금이 기회야.’
김시민이 움직이지 못할 때, 그를 처치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를 단숨에 처치할 방법은 단 하나였다.
“아르타디아. 브레스를 부탁합니다.”
충렬이 말하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입을 벌리며, 쏘아낼 아이스 브레스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잠시 뒤.
김시민이 흡혈로 인한 제압 상태에서 벗어나기 전, 준비를 끝마친 아르타디아의 입에서 브레스가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