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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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이 계곡의 꼭대기. 즉, 산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마렉부터 시작하여 역소환이 된 아르타디아까지 다시금 소환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르타디아로부터 타락술사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 전달받기 시작했다.
산의 봉우리는 넓은 호수와 같은 장소로 연출되어 있었는데, 더 이상의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급할 필요 없이 타락술사에 대해 자세한 파악이 가능했다.
아르타디아의 설명을 다 들은 충렬은 상대가 쉽지 않은 적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스킬들의 위력이 하나같이 약한 것이 없다.’
동시에 그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떠올랐다.
“상성을 보면 아무래도 박해일이 제격인데 말이야.”
박해일은 검치호를 타며 활을 쏘는 탓에 기동성과 전투력이 뛰어났다. 그런 그가 이곳에 온다면 확실히 타락술사는 어렵지 않게 상대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를 소환할 수는 없었다. 영지의 인원을 소환할 수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망하는 것은 너무 큰 핸디캡이 있었다. 스킬로 소환이 되는 이들과는 다르게 완전히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를 소환하는 것은 일단 보류해야겠어.’
굳이 위험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를 위험에 빠뜨리느니 영지 귀환석을 사용하여 임무를 버리는 것이 나았다. 그만큼 그의 값어치가 더욱 컸다.
어쨌거나 충렬의 생각에 대해서는 그녀 또한 동의했다. 박해일이 누구인지 그녀가 모르지는 않았으니까.
“타락술사를 상대하기에는 그가 제격이기는 하지. 그나저나 참고할 사항이 하나 더 존재한다.”
참고할 사항이라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녀가 신중한 표정으로 알려주었다.
“타락술사의 스킬이 하나같이 강력하기는 해도 장기전으로 간다면 그가 불리하다는 것이 확실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전투 내내 회피를 하는 모습만 보이더군. 특히나 공격과 관련된 스킬을 사용할 때는 매우 신중히 단 한 순간만을 노렸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이었다. 왜 강력한 스킬이 있음에도 무작정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원래 신중한 성격이라고 해도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라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터.’
결론은 하나였다. 그의 스킬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끔찍하리만치 긴 것이 분명했다.
아르타디아의 추측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아주 작은 단서였지만 거기서 정보를 얻자,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많은 방법이 구상되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충렬이 수많은 네임드들을 소환할 수 있는 이상 확실히 상황은 이쪽이 유리해 보였다.
‘더군다나 새로 얻은 스킬까지 있으니 해볼 만하다.’
암흑 투기의 방출 외에도, 최근에 얻은 스킬이 있었다. 바로 영역 선포라는 엄청난 스킬이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7일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스킬이 말이다.
그렇게 타락술사에 대해 파악할 사이, 타락술사를 마주치지 않은 다른 팀도 곧 합류해 왔다.
좌측 길로 향한 레일리와 샤오링, 제레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샤오링은 충렬의 모습이 보이자 크게 손을 흔들며 밝게 외쳤다.
“오라버니! 저희 쪽은 완전히 정리를 했어요!”
레일리는 샤오링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왔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레일리와 샤오링에게도 상황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시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다. 마침 모습을 드러낸 레일리의 숙련도가 100%에 달했기 때문이다.
[레일리의 숙련등급이 B등급에 도달하였습니다.]
[해골 마법사 소환 스킬이 강화됩니다.]
[한 번에 소환할 수 있는 해골 마법사가 4마리에서 10마리로 변경되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3분으로 늘어납니다.]
A등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럴까? 새롭게 변경된 내용은 그것이 끝이었다. 그러나 간단하기는 해도 그것은 엄청난 전력 강화였다. 4마리에 불과한 해골 마법사들의 화력도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는데 10마리의 화력은 얼마나 강할까?
특히 4마리의 해골 마법사들만 주어졌을 때도, 그녀는 망망대해에서 이쪽을 공격하려는 다른 유령선을 초토화시킨 전력이 있었다. 그런데 10마리의 해골 마법사가 소환이 가능해진다면, 그녀는 더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가 있게 되었다는 소리였다.
때문에 간단한 스킬의 강화만이 이루어졌지만, 충분히 값어치는 있었다.
‘더군다나 소환 스킬은 강화가 될수록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당장 데프론만 보아도 20마리의 보병을 소환할 수가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타락술사라는 상성이 좋지 않은 이를 만나 고전을 했지만, 악티니언을 상대했을 때처럼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는 전력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어쨌거나 레일리의 성장을 지켜보며, 충렬도 자신의 카르마를 살펴 나갔다. 마렉과 데프론, 그리고 아르타디아가 역소환이 되는 순간에 신경을 쓰느라 아직 사용하지 못한 카르마가 모여 있었다.
[보유 카르마 : 213,000]
레벨을 하나 올리던가, 스킬의 랭크를 하나 올릴 수 있는 양이었다. 충렬은 그 카르마를 어디에 사용할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라이프 드레인에 사용한다.’
아무래도 지금은 라이프 드레인이 제일 나았다. 타락술사를 상대하기에는 제격의 스킬이기도 했다. 어차피 나중에도 계속 사용할 스킬이니 지금 미리 상승시키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시스템, 라이프 드레인의 스킬 랭크를 올려줘.”
충렬의 말에 시스템이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다.
[170,000카르마를 소비하여 라이프 드레인의 랭크를 상승시킵니다.]
[라이프 드레인의 랭크가 8랭크로 상승되었습니다.]
[라이프 드레인의 흡수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라이프 드레인에 새로운 능력 ‘생명력 전이’가 추가됩니다.]
라이프 드레인의 스킬 랭크를 상승시키자, 뜻밖에 상대를 회복시키는 계열의 스킬을 얻은 충렬이었다. 새로 생긴 생명력 전이는 쿨타임 같은 것이 없었다.
[생명력 전이: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시킨 양만큼, 지정한 대상의 생명력을 회복시킨다.]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솔직히 상관은 없었다. 라이프 드레인으로 적의 생명력을 흡수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변화된 라이프 드레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라이프 드레인 - 8랭크: 적으로 인식한 대상의 생명력을 자동적으로 갈취한다. 동시에 최대 둘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단, 대상과의 거리가 6.5m를 초과하면 사용할 수 없다. 거칠게 움직여도 대상과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가 된다면 스킬이 취소되지 않는다. ‘생명력 전이’가 추가되었다. (생명력 전이: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시킨 양만큼, 지정한 대상의 생명력을 회복시킨다. 라이프 드레인의 적용 범위 내에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7랭크까지 300,000카르마 필요)]
생명력 전이가 생긴 덕분에 어떻게 보면 충렬도 이제는 수많은 전략적인 행동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산봉우리에서 한층 강화된 전력을 점검하며, 이제 막 레일리와 샤오링에게 타락술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때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타디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타락술사 녀석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다.”
그가 오는 것이면 상대해 주면 되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왜 심각해졌던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적은 타락술사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이걸 놓치다니…….”
의미 모를 말을 내뱉은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녀가 그렇게까지 반응하였는지는 시스템이 곧 알려주었다.
[타락술사가 봉우리에 접근하는 중입니다.]
[타락술사의 힘에 반응하여 그가 오염시킨 정령.]
[‘자이언트 켈드론’이 깨어납니다.]
그랬다. 타락술사가 오염시킨 이곳에서 제일 강한 정령. 켈드론의 존재가 아르타디아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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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던 호수와 같은 공간에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정령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켈드론은 호수의 물을 이용해 형체를 이루는 중이었다. 오염된 것치고는 비교적 깨끗한 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켈드론이 모습을 완전히 완성시키자 그 크기가 사뭇 본 드래곤이 된 아르타디아와 쌍벽을 이룰 정도였다.
문제는 켈드론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켈드론을 따라 주변의 수많은 정령들이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정령들은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평범한 계곡의 정령이 아니었다.
<켈드론의 호위 정령>
켈드론의 호위 정령이라는 존재도 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일반 병사들과 같이 갑옷과 무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들은 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호위 정령의 숫자가 대충 50마리 정도였다. 다행히 녀석들의 크기는 켈드론처럼 크지 않고, 보통 성인 남성의 신체 사이즈를 가지고 있었다.
아직 타락술사는 완전히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결국 이 녀석들을 먼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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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보니 아르타디아가 켈드론이라는 정령의 발을 묶는 사이, 나머지 잡스러운 정령들을 제거하고 합류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러나 상황은 충렬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아르타디아가 곧 깨어난 켈드론을 향해 거대한 본 드래곤의 육체를 들이미는 사이, 타락술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타락술사의 등장에 대다수의 네임드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긴장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그들을 바라보던 충렬이 결정을 내렸다.
“타락술사는 제가 맡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정령들을 상대해 주십시오. 먼저 끝난 쪽이 나머지를 돕기로 하죠.”
충렬의 말에 네임드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 다시금 정령들을 향해 나아갔다. 충렬은 일단 혼자서 타락술사를 맡을 예정이었다. 시간만을 끄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래도 일단 충렬의 스킬은 타락술사에게 나쁘지 않은 상성을 지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의지를 불태우는 충렬과 달리, 모습을 드러낸 타락술사는 충렬의 수많은 네임드들을 보더니 잠시 고민하는 낌새를 보였다.
“킁. 이거 조금 난감한 상황이군.”
본래 김시민은 켈드론을 이용하여 이곳에 방문한 네크로맨서를 박살 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저들은 자신보다 빠르게 봉우리에 올라와 있었고, 거대한 본 드래곤이 마침 켈드론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언데드들은 정령들을 상대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의 눈에는 대충 견적이 보였다. 정령들보다는 네크로맨서의 전력이 약간 우위에 있음을 말이다. 자신이 역소환시킨 언데드들이 다시금 소환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그를 고민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사망하는 것에 가까운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럴 바에야 악착같이 저항을 해보는 것이 좋겠지.”
어째 그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살아남기 위하여 임무를 억지로 하는 자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충렬이 알 바는 아니었다. 적으로 만난 이상 그를 처치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