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53화 (153/237)

# 1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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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에 들어간 새끼 악티니언, 녀석은 기존의 악티니언과 닮아 있었다. 대신 그 크기는 현저히 작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악티니언의 등장에 주변에서 뻐끔거리며 헤엄치던 피라니아들이 반응했다. 피라니아는 오염된 녀석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염된 피라니아> <부패한 피라니아> <물어뜯긴 피라니아> <광기의 피라니아>…….

종류가 생각 외로 다양했다. 그렇지만 녀석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수중 몬스터라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을 악티니언에 대한 두려움이, 녀석들에게는 없다는 것이었다. 피라니아들은 악티니언이 등장하자마자 일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잡아먹힐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

귀찮게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몬스터의 모습으로 변한 악티니언이 행복하다는 음성을 내었다. 괴물의 형태이기에 악티니언의 음성은 정신으로 전달되었다.

[아이, 좋아.]

그러면서 즉각 촉수를 움직이는 악티니언이었다. 수없이 많은 촉수가, 주변에서 달려드는 피라니아들의 머리통을 향해 짓쳐들었다. 악티니언에게 있어서는 첫 사냥이나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러나 악티니언은 조금의 실수도 없이, 들이치는 피라니아들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었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숙련된 사냥꾼의 모습처럼 거의 완벽했다.

푸슉!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머리통이 꿰뚫린 피라니아들은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 사망했기 때문에? 아니었다. 녀석들은 머리통이 꿰뚫려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도리어 반사적으로 입을 움직여 죽어가는 와중에도 상대를 물어뜯는 것이 피라니아였던 것이다.

녀석들이 저항하지 못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악티니언의 촉수가 피라니아의 신경계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악티니언과 달리, 충렬의 악티니언은 피라니아들을 조종하여 다른 녀석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냥 저항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입속으로만 넣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끝없이 달려드는 피라니아들로 인하여, 악티니언은 뜻밖의 포식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악티니언은 다가오는 피라니아를 꿰뚫고 즉각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었다. 입에 들어간 피라니아들은 악티니언의 이빨에 의하여 단번에 찢어지며 분해되었다.

콰득.

콰직.

콰드득.

콰지직.

악티니언이 피라니아를 포식할 때마다 충렬에게 시스템의 음성이 미친 듯이 울려대었다.

[부패한 피라니아를 처치하였습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악티니언의 성장도가 0.007% 상승합니다.]

[오염된 피라니아를 처치하였습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악티니언의 성장도가 0.01% 상승합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에 중첩이 쌓입니다.]

[현재 중첩된 숫자: 120]

…….

사냥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지금껏 겪어본 그 어떤 사냥보다 빠른 속도로 카르마가 상승했다. 그냥 떡볶이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는 수준이었다. 물론 떡볶이를 찍어가는 포크의 수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았다.

‘엄청나군.’

하지만 악티니언의 사냥이 무작정 안전한 것만은 아니었다. 다수의 피라니아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일까? 가끔 몇몇의 피라니아들이 촉수 공격을 회피했다. 거기에 더하여 도리어 촉수를 이빨로 물어뜯었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악티니언의 상처 부위는 곧바로 재생되었으니까.

부글부글.

그 소리를 끝으로 피라니아가 물어뜯었던 촉수에서 보다 배는 더 많은 양의 촉수가 튀어 나왔다. 그리고 그 촉수는 감히 자신을 공격한 피라니아의 머리를 무차별적으로 꿰뚫었다.

푸욱!

푹!

푸부북!

새끼 악티니언의 전투력도 저 정도인데, 이전에는 어떻게 악티니언을 토벌했나 싶었다.

어쨌거나 어느 정도 사냥했을까? 웅덩이는 어느새 피라니아들의 피로 붉게 변한 지 오래였다. 아무리 오염된 계곡일지라도 아름다웠던 웅덩이의 경관은, 하나의 도축장이 되어버렸다.

악티니언도 그 시점에는 배가 불렀는지, 더 이상 포식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에게 덤비는 피라니아들은 아직 많았다. 그렇기에 피라니아가 전멸할 때까지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악티니언에게 있어서 그것은 하나의 놀이나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얼마나 재밌었는지 연신 기분 좋은 음성을 내었다.

[히히.]

만약 평범한 사람이 저런 반응을 보였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았다. 살육의 광기에 빠져든 그 모습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꺼려지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악티니언은 사람이 아니었다. 본래 바다에서 살아가는 괴물이었다.

때문에 충렬은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피라니아들이 정리되는 것을 기다렸다.

***

역시 악티니언의 광기는 본능적인 것일 뿐. 충렬과 함께하게 되면서 녀석은 더 없이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모든 피라니아를 쓸어버린 악티니언은, 배불러서 먹지 못하는 피라니아들을 하운드에게 계속해서 던져주는 중이었다.

[자, 간다! 멍멍아!]

악티니언이 생선을 던질 때마다 헬 하운드는 입을 확 벌리더니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러고서는 더 달라는 듯이 연신 짖어대었다.

“컹컹!”

하지만 악티니언은 곧 미안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방금 그게 마지막이야.]

그러자 하운드가 귀를 축 늘어뜨리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끼이잉.”

둘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충렬은 하운드의 진화도를 살폈다. 악티니언이 피라니아를 던져준 덕분에 하운드의 진화가 어느덧 임박했다.

[현재 진화도: 97%]

이제 3%만 더 상승시키면 하운드는 진화할 것이었다. 드디어 하운드가 진화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가 되었다.

“그나저나 슬슬 정리도 끝났는데 올라가 볼까?”

이제는 암벽을 타고 올라갈 때였다.

***

방해꾼이 없으니 암벽을 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도전자의 육체에 암흑 투기까지. 그 두 가지가 있었기에 땅을 힘껏 박차기만 해도 암벽 따위는 우스웠다. 하운드와 어느새 소녀의 모습이 된 악티니언도 의외로 잘 따라왔다.

암벽이 높았지만 완전히 올라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모든 암벽을 올라가자, 이전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가파른 길이 등장했다.

그렇게 충렬이 암벽을 완전히 올라갔을 때, 다른 길로 향한 네임드들도 그들만의 전투를 시작했다. 그걸 어떻게 알 수가 있었냐고? 마침 카르마가 주어졌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오염된 계곡물의 정령이 레일리에 의하여 처치되었습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마렉이 혼돈의 징벌로 오염된 정령을 처치합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하였습니다.]

좌측과 우측의 길로 향한 네임드들이 동시에 전투를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역시 인원이 많으니 금방이네.’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네임드들이 퍼다 주는 카르마를 얻어먹으며 말이다.

***

아직 다른 쪽의 팀에서도 별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상황은 너무나 원만하게 흘러갔다. 오히려 어렵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고, 많은 카르마를 얻으니 조금 찝찝한 감이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물론 순탄히 나갈 수 있는 것은 충렬이 혼자 임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타락술사를 처치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타락술사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곧 있으면 산의 끝, 산봉우리까지 도착할 정도였는데도 녀석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중에 간간히 보이는 묘비들을 보아도 알기란 불가능했다. 타락술사가 언제, 혹은 어느 장소에서 나타나는지에 대한 힌트 같은 것도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마침 이상한 내용의 글이 보였다.

-야, 타락술사도 우리랑 같은 도전자인 것 같은데?

-ㅇㅇ, 마주치면 직업 옆에 이름 뜸.

-? 어떻게 마주쳐, 마주치기도 전에 죽던데.

-ㅇㅈ. 마주치지도 못하고 당했다는 알림만 뜨고 죽음;

‘도전자라…….’

그러나 굳이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충렬의 목표는 오염된 계곡의 정화였으니까.

그렇게 곧 계곡의 최상부에 도착해 갈 즈음이었다. 이대로 계곡의 오염된 정령들을 모두 처치하게 될 때 쯤, 시스템이 충격적인 소식을 알려왔다.

[마렉이 역소환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충렬이 당황했다. 솔직히 마렉이 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늘을 날아 도망칠 수 있는 존재가 마렉이었다. 그런데 당했다고? 더군다나 마렉은 데프론, 아르타디아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당할 확률이 낮았다.

그래서 충렬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렉이 당했다니.’

그러나 충격적인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렉과 함께 이동했던 이들 또한 순서대로 역소환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던 마렉과 데프론, 그리고 아르타디아. 셋은 충렬과 마찬가지로 쉽게 길을 나아갔다. 데프론의 다크 오러는 정령들에게 충분히 피해를 줄 수가 있었고, 데프론이 소환한 보병들의 검은 무기 역시 정령들을 처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하여 마렉의 버프와 아르타디아의 빙결 마법까지 있으니 상황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타락술사가 등장하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니, 타락술사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타락술사가 파놓은 함정에 걸린 마렉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처참히 당해야 했다.

[타락술사가 만들어놓은 부패의 구덩이를 밟았습니다.]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마렉은 땅속으로 끌려가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흐어억! 이게 무슨……!]

물론 그 음성을 끝으로 마렉은 더 이상 외치지 못했다. 그의 몸이 말 그대로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밑에서 강력하게 잡아당기는 것처럼, 마렉이 저항할 시간은 없었다.

하필 마렉이 먼저 앞서간다고 앞으로 나섰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해골 보병이 먼저 앞서갔다면 아무래도 그가 당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어쨌거나 마렉이 순식간에 당해버리자 아르타디아가 즉시 외쳤다.

“데프론! 멈춰!”

아르타디아의 말에 데프론은 해골 보병과 함께 즉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데프론 또한 알고 있었다. 이대로 전진한다면 또 다른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데프론이 아르타디아에게 물어보았다.

[마렉이 당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르타디아는 고민했다. 이대로 전진하느냐, 마느냐.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타락술사라는 녀석의 기운이 근처에서 느껴진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화할 테니까 내 위로 올라 타…….”

곧바로 판단을 한 그녀는,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여 데프론과 함께 녀석을 사냥하고자 했다. 어차피 뒤로 물러나 보았자 시간만 지체될 뿐이었다. 둘이서라도 최대한 녀석을 상대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락술사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상황이 꼬여 버렸나. 곧 정령의 계곡을 완전히 오염시키기 직전이었는데 말이야.”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는 전형적인 흑마법사 계열로 보이는 이였다. 타락술사는 아르타디아와 데프론을 보더니 성을 내었다.

“이번엔 대규모로 온 것인가? 어지간히도 귀찮게 하는군. 아무리 임무라지만 이렇게 귀찮게 하다니.”

그가 이쪽을 쳐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르타디아와 데프론 또한 전방을 주시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그에 대한 이름이 표시되었다.

<타락술사 김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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