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52화 (152/237)

# 152화.

?

***

헬 하운드의 위에 탑승한 충렬은 주변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충렬의 앞에는 소녀의 모습인 악티니언이 함께 탑승해 있었다.

아직은 잠이 많을 나이라 그런 것일까? 악티니언은 하운드의 위에 올라타자마자 앞으로 누워 잠에 곯아떨어졌다.

“멍멍이 좋아… 헤헤…….”

하운드의 목으로 잠꼬대하는 악티니언의 침이 흘러내렸지만, 하운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최대한 조심히 움직였다. 차라리 악티니언이 자고 있는 것이 더 좋다는 듯이 말이다.

어쨌거나 주변은 그만큼 고요했다. 적막감만이 있을 뿐. 삭막한 장소로 들어오자 이제는 바람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 정도 올라갔을까? 드디어 정령들을 마주할 수가 있었다. 당연히 멀쩡한 정령들은 아니었다. 탁한 보라색의 색상을 가진 정령이었다. 정령의 덩치는 거대했다. 대충 2미터 50센티미터는 될 법한 덩치였다. 정령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염된 계곡물의 정령>

눈앞의 공간은 매우 넓었다. 그리고 오염된 정령들의 숫자는 대략 20마리를 웃돌았다.

‘더럽게 많군.’

마침 근처에 묘비 또한 있었다. 그곳에는 정령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아, 나는 온통 물리 특성인데. 공격할 방법이 없네.

-ㅎㅎ 무기에 속성 부여만 할 줄 알아도 쉽게 잡는데요.

-ㄴㄴ 있어도 방심하는 순간 사망임.

-ㅅㅂ 정령 생퀴들이 던지는 물, 마시지 마라. 익사한다.

-미친, 그걸 왜 마심요? 딱 봐도 공격하는 건데.

-목이 말랐나 보지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ㅇㄱㄹㅇ ㅂㅂㅂㄱ

묘비들의 수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물의 정령에 대해서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대충 어떠한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가는지는 알 수가 있었다.

‘뭉친 물을 던지는 것이 전부인가 보네.’

덩치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었다. 어쨌거나 그 공격이 전부라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충렬은 하운드에게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그러면서 동시에 암흑 투기를 끌어 올린 뒤, 녀석의 등을 박찼다.

파밧!

충렬이 순식간에 날아가자 정처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던 정령들이 반응을 보였다.

[오염된 계곡물의 정령들이 당신을 인식합니다.]

[정령들이 당신을 향해 ‘집어삼키는 구정물’을 투척하기 시작합니다.]

***

정령들이 던지는 물. 그것은 단순한 물이 아니었다. 오염된 계곡의 물을 응축한 것이었다. 묘비의 글을 읽어본 충렬은 대충 알 수가 있었다. 저것에 몇 번 정도는 적중되어도 괜찮다는 것을. 물론 많이 적중되었을 때는 문제가 발생했다.

‘저 구정물은 몸에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

액체라면 본래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흘러내려야 한다. 그러나 정령들이 던지는 구정물은 흘러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엔 대상을 물에 잠기게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처음부터 얼굴에 맞게 되면 곧바로 익사였다. 떨어지지 않으니 호흡이 불가능하게 되는 탓이었다.

물론 충렬은 상관이 없었다. 몸 주변을 암흑 투기로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녀석들이 던지는 구정물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충렬은 그저 일직선으로 앞으로 달렸다.

당장 충렬의 가슴팍을 향해 뭉쳐진 구정물이 날아왔다. 그러나 구정물이 충렬의 몸에 닿자,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몸을 감싼 암흑 투기가 구정물의 효과를 무효화시킵니다.]

[집어삼키는 구정물이 평범한 물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솔직히 충렬도 암흑 투기가 없었다면 꽤나 고전했을 터였다. 녀석들의 공격은 매우 단순했지만 착실히 누적이 되어 상대방을 죽이는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라면 다른 쪽으로 향한 이들은 볼 것도 없겠네.’

솔직히 충렬을 제외하고, 다른 방향으로 향한 이들은 전부 언데드였다. 언데드가 익사로 사망할 일은 없었으니 정령들의 공격에는 절대 죽지를 않으리라.

그렇게 잠깐의 잡생각을 끝내었을 때, 충렬은 아무런 피해도 없이 정령들이 모인 중앙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충렬이 착지하자 일순간 충렬이 착지했던 곳의 계곡물이 튀어 올랐다.

촤악!

하지만 지금 튀었던 계곡물은 곧 이어질 상황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착지와 동시에 충렬은 최근에 배운 스킬을 사용했다. 보유하고 있는 암흑 투기를 터뜨려 주변에 피해를 주는 스킬이었다.

“방출.”

방출을 사용하자, 충렬이 보유하고 있던 암흑 투기의 기운이 잠시나마 응축되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퍼어어어어어엉!

응축된 암흑 투기가 터져 나가자 주변의 물도 함께 터져 나갔다. 그와 함께 충렬이 서 있던 자리가 움푹 파였다.

그렇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데가 아니었다. 충렬이 방출을 사용하자 주변을 완벽히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라이프 드레인이 정령들의 생명력을 빨아먹을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터져 나간 암흑 투기는, 가까이에 위치했던 정령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터뜨렸다.

퍼벙!

퍼버벙!

퍼버버버벙!

얼마나 많은 숫자를 처치한 것인지, 시스템도 짤막한 음성으로만 정보를 전달했다.

[오염된 계곡물의 정령을 처치하였습니다.]

[마리당 500카르마가 주어집니다.]

세어보니 처치된 정령의 숫자는 10마리였다. 방출 스킬 한 번으로 뭉쳐 있던 10마리의 정령들이 완전히 터져 나가며 처치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5,000이라는 카르마를 순식간에 벌어갔다.

어쨌거나 충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즉시 암흑 투기를 다시금 운용했다. 그리고 다른 정령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이제는 굳이 방출 스킬을 사용할 것도 없이, 순수한 방법으로 그냥 타격으로 처치하면 되었다.

정령들은 충렬이 들이침에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구정물을 던질 뿐이었다.

물론 충렬은 당하지 않았다. 응축된 구정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구정물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촤악!

촤악!

촤아악!

그 소리만 내며 일반 물처럼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렇게 정령들의 공격을 받으며 이동한 충렬은 곧 한 녀석의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암흑 투기를 주먹에 주입시킨 뒤 휘둘렀다.

그러자 주먹에 얻어맞은 정령의 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퍼엉!

마치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물풍선을 강력한 주먹의 힘으로 터뜨리는 것 같았다.

결국 이제 남은 정령들의 숫자는 10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상대하기가 어렵지 않자, 충렬은 빠르게 장내를 정리하고자 했다.

‘쉽네.’

솔직히 충렬이 암흑 투기로 방어를 할 수가 있어서 망정이었지, 본래라면 이렇게까지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구간은 아니었다.

***

정령들을 모조리 처치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정령들은 죽을 때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때문에 건질 만한 것은 없었다.

현재 충렬은 하운드의 등에 탑승하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산을 오르는 것이라 그런지, 가끔씩 가파른 길이 나타나곤 했다.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힘이 들지는 않았다. 애초에 하운드가 움직이는 것이기에 충렬이 힘이 들 이유도 없었다.

이동하는 도중에 계곡물의 정령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러나 처음과 같이 많은 숫자들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보통 한 번에 두세마리 정도가 나오고, 간혹 넓은 공간이 나타나면 다섯 마리가 등장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동할 때였다.

저 앞에 계곡의 절벽이 등장했다. 충렬의 입장에서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절벽이 아니었다. 등반을 해야 할 암벽이었다.

당연히 등반은 쉽지 않을 터였다. 주변이 온통 깎아지른 듯이 솟아올라 있었으니 말이다. 그 높이만 해도 엄청나게 높았다. 암흑 투기를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나 고생을 할 것이리라.

‘하운드가 못 올라가면 문양에 넣고 직접 암벽을 타야겠군.’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물웅덩이가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일단 등반하기 위해서는 헤엄쳐서 암벽까지 도착해야했다.

‘그나저나 꽤나 수심이 깊은데.’

더군다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물웅덩이는 생각보다 더욱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웅덩이의 크기만 해도 대충 2,000평은 가볍게 넘어갈 정도였다. 물론 아무리 넓어도 그냥 헤엄쳐서 가는 정도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문제는 그런 물웅덩이 안에 심상치 않은 녀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지만.

‘저 녀석들은 뭐지?’

정령들은 아니었다. 모양부터가 달랐다. 모양만 본다면 물고기와 비슷했다.

<오염된 피라니아>

물고기가 맞는 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생선이라고 말하기엔 그 생김새가 심히 괴랄했다.

사납게 생긴 눈알에 툭 튀어나온 이빨, 거기에 더하여 족히 1미터는 될 법한 덩치는 물고기 치고는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동그란 머리와 옆에 붙은 아가미를 제외하고는, 그 뒤에 붙어있어야 할 몸통이 없었다. 그래서 물고기라고 말하기가 조금 그랬던 것이었다.

충렬은 저 웅덩이로 가기 전, 살짝 고민했다.

‘길을 돌아서 가야 하나?’

아무리 암흑 투기가 있다고 한들, 수중에서 싸우기란 쉽지 않았다. 분명 적지 않은 암흑 투기를 소모하게 되리라. 녀석들의 숫자만 보아도 간단히 어떻게 해볼 정도가 아니었다. 족히 수백 마리 이상은 간단히 넘어갈 정도로 빼곡했으니 말이다. 대충 계산을 해도 잘못한다면 이곳에서 보유한 양의 암흑 투기를 절반 이상 소모할 것 같았다.

고민하던 충렬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하운드의 등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악티니언이 코를 벌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크응, 킁, 으음……?”

동시에 눈을 게슴츠레 뜬 악티니언은, 물웅덩이의 광경을 보더니 화색했다.

“우와!”

이러나저러나 악티니언은 바다 몬스터였다. 충렬의 영지에 있는 호수에서 놀았다고는 하나, 물과 관련된 새로운 장소가 나타나자 신이 났던 것이다.

어느새 졸렸던 눈을 행복한 눈으로 바꾼 악티니언은 충렬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빠! 먹고 싶어요!”

놀고 싶어요도 아니고 먹고 싶어요라니. 순수한 얼굴로 저리 말하니 뭐라 대답해 주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충렬은 곧 생각을 정리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악티니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염된 피라니아를 먹고 싶다는 뜻이겠지.’

충렬은 천천히 입을 열어갔다. 그리고 악티니언이 날뛰는 것을 허락했다.

“조심히 갔다 와.”

충렬의 허락이 떨어지자, 악티니언이 웅덩이를 향해 점프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악티니언이 ‘육식화’ 스킬을 사용합니다.]

[인간의 모습에서 포악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새끼라서 그런지 그 크기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대략 10평 정도의 넓이는 가뿐히 넘길 덩치를 가진 악티니언이었다.

그런 악티니언이 물웅덩이에 뛰어들자 엄청난 물보라가 일어났다.

풍덩!

그렇게 수중 몬스터인 피라니아들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