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51화 (151/237)

# 151화.

?오염된 정령의 계곡

영지전을 빠르게 다녀왔기에 따로 챙겨 봐야 할 추가적인 업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굳이 했던 일을 꼽자면 그나마 비솔라의 얼굴을 보며, 조선소를 겸비한 선착장을 살핀 것뿐이었다. 드워프와 머메이드가 있어서인지, 건조 가능한 배의 종류는 꽤나 다양했다.

물론 신기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악티니언을 데리고 가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추파를 던지던 머메이드들이 더 이상 쉽게 말도 걸지 못했지.’

충렬의 의해서 적아의 구분이 가능해졌지만, 악티니언이기 때문일까? 아무리 아군이더라도 바다에서 살아가는 머메이드들은 악티니언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악티니언이 충렬을 아빠라고 부르자, 영문을 몰랐던 영지민들은 모두 잠시나마 오해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중간에 해명을 통해서 상황을 잘 마무리하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잡다한 일을 마무리한 충렬은 다시 여관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샤오링은 충렬이 머무는 방의 침대에서 곤히 잠에 빠져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시간이 되었다.”

다음 임무지역으로 가기까지 어느 정도는 휴식 시간을 줄줄 알았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렇게까지 많은 휴식 시간을 주지 않았다.

샤오링이 새로운 육체를 얻는 것을 완료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음 임무에 대해 알려왔기 때문이다. 무조건 가야 하는 것인지,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다음 임무까지 약간의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음 임무 지역]

[오염된 정령의 계곡]

[이동까지 남은 시간: 6분 42초.]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임무 지역을 겪은 도전자들의 평가에 대해서 미리 알려주었다.

[정령의 계곡을 겪은 도전자들의 평가]

[고난, 쉽지 않음, 급박한 시간, 극도로 혐오스러운]

그렇게까지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대충 분위기에 대해서는 파악되었다.

‘뭐, 어차피 도착하면 묘비가 줄기차게 있겠지. 거기서 정보를 얻으면 된다.’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오염된 정령의 계곡에는 모든 네임드들을 데려갈 생각이었다.

“시스템. 여관에 영웅으로 등록했던 샤오링과 제레미의 등록을 해제한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곧바로 충렬의 말을 들어주었다.

[현재 여관에 등록된 영웅: 없음.]

생각해 보면 시스템이 괜히 도전자들의 평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닐 터였다. 자그마한 단서였지만 충분히 숨은 뜻이 있으리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최대한 모든 인원을 데리고 가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충렬은 샤오링을 깨워갔다. 이제는 이동되는 것에 대비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샤오링, 일어나.”

충렬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흔들자, 샤오링이 길게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그러면서 침대에 걸터앉은 충렬의 팔에 기대어왔다.

“하암… 이제 가나요?”

“그래. 흐트러진 옷도 정돈하고. 갈 준비하자.”

“네에.”

이제부터는 따로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면 영지의 인원들이 배웅하는 것을 자제시켰다. 그 시간에 각자가 할 일을 하는 것이 좋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렇게 있다가 곧바로 임무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었다.

***

결국 남은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시간이 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대기 시간을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오염된 정령의 계곡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

충렬이 도착한 장소는 계곡의 언저리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였는데, 주변에는 무척이나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었다. 태양은 저 높이 떠 있었으며 주변의 환경을 환하게 비추어주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안락함이었다. 마치 물놀이를 위해 놀러 왔을 법한 그런 장소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물이 흐르는 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번 임무는 다른 도전자와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보군.”

충렬은 주변에서 자신 이외의 도전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있는 이들이라고는 함께 이동된 데프론 등의 네임드들과, 헬 하운드와 악티니언뿐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곳은 도대체 어떤 장소일까?

궁금증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 시스템이 알려왔다.

[정령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정령의 계곡 중 하나입니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오염된 계곡을 정화하십시오.]

동시에 시스템은 주의 사항에 대해서 경고해 왔다.

[일정 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임무는 자연히 실패하게 됩니다.]

경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골짜기를 벗어나 산속으로 가지 마십시오.]

[산세가 매우 복잡하여 자칫하면 당신은 영원히 산을 헤매게 될 것입니다.]

그 외의 설명은 없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그런데 제한 시간도, 그 어떤 추가적인 설명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충렬이 시스템에게 물어보았다.

“시스템, 정화는 어떻게 하고, 제한 시간은 정확히 어떻게 되지?”

[계곡의 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상시적으로 뒤바뀝니다.]

[정화 방법과 정확한 제한 시간은 계산하여 드릴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괜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제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압박감에 시달리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오염된 계곡의 정화 방법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다.’

하지만 충렬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소에, 묘비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묘비를 발견한 레일리가 충렬을 향해 알려주었다.

“충렬 씨. 저기부터 살피는 것이 나아 보여요.”

아무것도 없이 고요한 골짜기에서 하염없이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묘비의 위치를 확인한 이상,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충렬은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가죠.”

***

-아, 시간 표시 안 되니까 급하게 하다가 실수로 죽었다.

-근데 굳이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됨.

-왜?

-왜긴. 어차피 실패할 거니까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ㅇㅈ

묘비의 숫자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방금과 같이 잡다한 내용 외에, 제법 괜찮은 것들도 있었다.

-계곡 정화에는 대충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오염된 정령들을 모두 퇴치해 버리던가.

-아니면 오염시킨 근원을 찾아서 해결.

-오래 걸려도 정령들만 퇴치하는 것이 가장 단순.

-근데 단순하면 뭐 해. 너무 방대해. 노답.

‘정령의 퇴치가 아니라면 오염의 근원을 찾아서 해결하라고?’

거기에 대해서도 정보는 있었다.

-계곡을 오염시킨 놈은 타락술사라는 놈이다.

-그 새끼 발견해서 처치하면 임무 자연히 완료됨.

-ㅇㅇ 그 새끼임.

-님들 왜 이렇게 핏대를 세웠어요?

-ㅋ 직접 만나보면 안다.

묘비들의 내용을 둘러본 결과 대충 결론은 둘 중 하나였다. 오염된 모든 정령의 사냥, 또는 타락술사라는 녀석의 처치.

문제는 타락술사라는 녀석의 실력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이 구간에 올 정도의 이들이 저렇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정도라면 한 실력 한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충분히 상대할 수는 있겠지.’

충렬은 다른 도전자들처럼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승산은 충분하리라 판단했다.

대충 현재 지역에 대해서 파악한 충렬은 이동하기로 했다.

***

많은 인원이 동시에 이동해도 될 정도로 공간은 충분히 넓었다. 물을 직접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 귀찮긴 했지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동을 해도 딱히 변화된 환경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한참 함께 이동하던 아르타디아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정령들이 심각하게 몸을 사리고 있는군.”

“정령들이 주변에 있습니까?”

충렬의 눈에는 정령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정령들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한 듯했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녀가 정령에 대해서 괜히 입을 연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나저나 녀석들이 두려워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곧 변화된 장소가 나타날 거야.”

과연 그녀의 말 그대로, 조금 더 이동하자 변화된 장소는 금방 나타났다. 저 앞에 위치한 골짜기의 색은 기존에 걸어왔던 길과는 달랐다. 완전히 어둠에 잠식된 듯한 거무튀튀한 색이었고, 주변의 식물들은 모조리 시들어있었다.

‘마치 언데드의 땅을 보는 것 같군.’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오염된 정령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난 것이라고는 변화된 환경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레일리가 저 앞의 광경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거 곤란하게 되었네요. 길이 나뉘어 있다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나뉘어 있었다. 직선으로 올라가는 길과, 그 옆에 왼쪽과 오른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길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즉, 총 3갈래의 길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길로만 계속해서 지나치는 것이 아니었다.

‘왜 다른 도전자들이 단순하지만 힘들다고 했는지 대충 알겠네.’

만약 오염된 정령들만 퇴치한다고 해도,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나뉜 장소를 모두 둘러보아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충렬은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마침 이쪽의 인원은 많았다.

‘나눠서 가야겠군.’

자신을 포함한 인원은 총 아홉이었다. 세 팀으로 나눈다면 한 팀당 3명씩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리라.

생각을 정리한 충렬은 일행들에게 곧장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

모두의 생각은 같았다. 이대로 우르르 몰려다니느니 팀을 나누어서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다만 서로가 향한 길에서 타락술사가 등장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신중하게 인원을 나누어야 했다.

그렇게 서로가 고심한 결과, 결성된 3개의 팀은 다음과 같았다.

[좌측: 레일리, 샤오링, 제레미]

[중앙: 이충렬, 헬 하운드, 악티니언]

[우측: 데프론, 마렉, 아르타디아]

솔직히 샤오링의 전투력은 거의 최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났다. 일행들 중 그 누구보다 빨랐으며, 새로 배운 검기는 다크 오러나 암흑 투기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는 영지에 잠깐 머물렀을 때 확인한 것이었다. 잠깐뿐이었음에도 이 정도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물론 샤오링은 충렬과 떨어지기 싫어했다.

“오라버니랑 떨어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어. 나중에 보자.”

“네에…….”

그래도 말은 잘 들으니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좌측은 레일리와 샤오링, 그리고 제레미에게 맡겼다. 레일리는 판단력이 뛰어났다.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알아서 잘 대처해 줄 것이리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해골마를 소환할 수 있는 제레미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우측은 데프론과 마렉, 아르타디아가 맡기로 했다. 그 셋의 조합도 만만치 않은 조합이었다. 특히나 우측은 아르타디아가 있으니, 그녀가 잘 맡아서 진행해 줄 것일 터였다.

가장 부실한 팀은 중앙으로 가는 충렬의 팀이었다.

충렬을 포함해 헬 하운드와 악티니언, 이렇게 셋이서 팀을 이루고 있었으니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충렬은 일부러 이렇게 편성했다. 혹시나 충렬이 있는 장소 외에서 네임드가 사망한다면, 다시 소환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충렬 쪽이 위험해지면 이쪽으로 다시 소환하면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는 암흑 투기로 인해 감히 적수를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었다. 더군다나 라이프 드레인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니 다칠 염려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편성한 인원들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이 참에 악티니언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야겠지.’

악티니언이 어떻게 전투를 이어갈까도 궁금했다.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나 그것은 외형일 뿐이었다. 악티니언 자체는 본래 흉포한 몬스터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인원이 나뉘고, 이제는 출발할 때였다.

“그럼, 다들 조심해서 가십시오.”

[이따가 보자고.]

“다녀올게요.”

그렇게 각자가 나뉘어 거슬러 올라갈 물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쉽게 당할 이들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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