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50화 (150/237)

# 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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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녀의 요청에 충렬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샤오링, 내공을 최대로 순환시켜.”

충렬이 명령을 내리자 샤오링이 빠른 속도로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하여 홍염의 기운이 급속도로 움직이며 샤오링은 거대한 불길에 다시금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샤오링이 한줌의 재가 되는 일은 없었다. 어마어마한 힘을 잠시나마 얻게 된 실비아가 샤오링에게 무지막지한 수준의 회복을 걸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샤오링의 전신을 완전히 활활 타올랐지만, 조그마한 손상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몇 분이 지나자, 시스템은 마침내 샤오링이 홍염의 불길을 모두 극복해 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샤오링이 홍염단의 뜨거운 불길을 모조리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홍염단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샤오링이 그 힘을 이용하여 ‘환골탈태’를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샤오링의 몸을 이루고 있던 뼈들이 일시에 녹아내렸다. 소멸되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육체로 재생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수은처럼, 샤오링의 뼈는 녹아버리며 액체가 되었다.

[기존에 섞인 불순물들을 분리하는 중입니다.]

[잠시 뒤, 깨끗해진 물질들만 골라내어 홍염의 힘과 융합을 시작할 것입니다.]

[융합된 물질을 시작으로 뼈대의 재구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뼈가 녹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어쨌거나 샤오링의 뼈가 녹아 만들어진 액체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뼈가 조금씩 만들어졌다. 새롭게 만들어진 뼈는 발가락뼈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차례대로 쌓아 올려졌다.

쌓아진 뼈는 서로 모양을 이루며 관절을 맞추어갔다.

우득.

우드득.

우드드득.

그 소리를 시작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뼈대를 새롭게 구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존에 적용되었던 키메라 랜서 32호의 뼈는 더 이상 적용되질 못하며, ‘홍염의 뼈’로 변경됩니다.]

[홍염의 뼈: 방대한 홍염의 힘을 머금기 위하여 형성된 뼈다. 홍염의 힘을 이용하여 육체의 손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불어 추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추가 능력: 홍염의 지배자)]

아직 샤오링의 육체가 완전히 재구성이 된 것이 아님에도, 벌써부터 새로운 능력이 주어졌다.

[홍염의 지배자: 화속성 친화력을 극한까지 이루어내었다. 불과 관련된 공격에 당한다면 피해를 입기는커녕, 회복과 동시에 그 힘을 축적할 수 있다. 앞으로는 충렬이 소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항시 소환되어 따라다닐 수 있다.]

물론 샤오링에게 일어난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그 말을 끝내는 순간, 샤오링의 모든 뼈들이 제자리를 완전히 찾아가며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샤오링의 표면 전체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바로 심장부터 시작해 내장까지. 각종 장기들이 생겨나며 그 위에 새로운 살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부글부글부글.

그렇게 얼마 후, 그곳에는 더 이상 해골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샤오링은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샤오링이 홍염의 힘을 이용하여 인간의 육체를 완벽히 재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에게 종속된 이기에, 그녀의 종족은 여전히 언데드로 고정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샤오링이 새롭게 얻어가는 능력들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샤오링이 홍염의 힘 덕분에 잃어버렸던 자아를 되찾았습니다.]

[자아 발현: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난다. 비록 ‘이충렬’에게 소속된 언데드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다.]

당연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기존의 스킬들이 강화되거나 변화합니다.]

그렇게 변화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무형의 단전’이 ‘홍염의 단전’으로 바뀝니다.]

[홍염의 단전: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단전을 이루었다. 남들과 달리 막대한 내공의 축적이 가능하게 되었다.]

[홍염의 단전에 홍염으로 이루어진 막대한 내공이 추가됩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수많은 스킬들의 변화가 남아 있었다.

[역천심법(逆天心法)이 단숨에 4성의 경지에 도달하였습니다.]

[역천심법(逆天心法) 4성: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내공심법이다. 기존의 운기조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4성이 되면서 평소 호흡만으로도 내공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지금의 수준으로는 직접 운기조식을 취하는 것이 더욱 빠른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홍염의 힘이 추가되었기에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상월보(霜月步)가 홍염보(紅焰步)로 변경되며 단숨에 3성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홍염보(紅焰步) 3성: 붉은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보법이다. 매우 패도적이며 거칠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효과만큼은 탁월하다. 극성의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불길을 만들어낸다. 내공을 소모하여 사용할 수 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샤오링은 완전히 새로운 스킬을 배우게 되었다.

[방대한 내공을 소유하게 되면서 ‘검기(劍氣)’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공의 속성 때문에 샤오링의 검기는 붉은 빛깔을 보일 것입니다.]

[검기(劍氣): 착용한 무기에 내공을 응축시켜 주입한다. 응축된 내공은 무기의 표면에 드러나며, 그 무엇이든지 자를 정도로 날카롭다. 막대한 내공을 소모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샤오링이 검기를 사용하면 홍염의 힘으로 인해 붉은색을 띄게 된다. 내공과 관련된 스킬의 숙련이 상승하면, 추후 검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거기까지였다. 모든 변화가 끝나자, 시스템은 샤오링의 상태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샤오링의 칭호가 ‘홍염의 검황 샤오링’으로 변경됩니다.]

그런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눈앞의 광경을 보았다. 샤오링은 이전의 육체보다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았다. 순백의 새하얀, 20대 초반 동양인 여성의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몸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홍염으로 인해 정화되었기 때문인가.’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전보다 더욱 밝아진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강조되었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형외과 의사가 와도 절대로 만들지 못할 엄청난 비율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마침 자아가 돌아온 샤오링 또한 충렬을 발견했다. 그녀의 두 눈은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글썽이고 있었다.

“오, 오라버니!”

저 목소리가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충렬에게 달려왔다. 그녀가 달리자 일순간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파밧!

엄청난 빠르기로 접근한 샤오링은 순식간에 충렬에게 안겨왔다.

그나저나 샤오링은 현재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전라였다. 그러나 그 모습이 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지만 그대로 계속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충렬은 자신의 옷으로 샤오링의 몸을 조금이나마 가려주었다. 덕분에 샤오링의 몸이 더욱 밀착되며 품속에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하지만 충렬은 그 어떤 욕망도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때마침 성녀가 언제 준비한 것인지, 샤오링이 덮을 만한 외투를 하나 가지고 왔다. 그리고 충렬의 품에 안겨 있는 샤오링을 덮어주었다. 충렬은 실비아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뭘요. 그럼 전 형제님들을 데리고 돌아가 볼게요. 나중에 뵈어요.”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샤오링을 위해 모였던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

샤오링의 옷은 성녀 측에서 따로 마련해 주었다. 면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옷이었는데, 특별한 기능은 없었다. 어쨌거나 자아를 되찾은 샤오링은 한시도 충렬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밥을 먹든 잠을 자든, 심지어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따라오려고 했다. 딱히 귀찮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다가는 샤오링이 계속 쫓아다닐까 봐 충렬이 말했다.

충렬은 샤오링이 왜 그런지 대충 짐작했다. 랜서에게 당한 죽음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 것이리라.

“그냥 좀 쉬고 있어. 아직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시간이 있을 때 푹 자두고.”

그래도 충렬이 말하면 곧바로 말을 잘 들었다.

“네. 오라버니.”

대충 여관의 방에 샤오링을 두고 나온 충렬은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이유는 바로 박해일 때문이었다. 그는 마침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선착장이 마침 건설되었다. 아참, 그리고 연무장도 이제 만들어졌을 거야. 근처에 제법 근사하게 지어놓았지.]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선착장과 연무장의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선착장: 배를 정박시켜 머물게 한다. 조선소의 기능이 첨가되었기에 이곳에서 새로운 배를 만들거나 수리할 수가 있다.]

[연무장: 무예를 닦는 장소다. 이곳에서 수련한다면 숙련도가 제법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

해일은 굳이 그것만 알려주려고 충렬을 만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선착장 근처에 초소를 지을 계획이야. 상관은 없겠지?]

충렬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지 않아도 영지의 중심부와 거리가 먼 장소였다. 초소가 있다면 그나마 안심이 될 것이리라.

“예, 부탁합니다.”

[그래, 그럼 경비 인원은 내가 알아서 조율해 보도록 하지. 아 참, 철광에도 초소 하나를 건설할 거야. 참고해.]

그는 그 말을 끝내고 또 자신의 갈 길을 갔다.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는 그였다. 충렬이 크게 신경써야 할 것도 없었다. 영지는 잘 굴러갔다.

‘그렇기에 나는 나대로 빠른 성장을 이루어내어야 한다.’

그것이 영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조금이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헬리오스에서 약간이나마 발버둥이라도 칠 수가 있을 터였다.

그렇게 해일과의 이야기도 일단락되었을 무렵이었다.

[악티니언이 심심해합니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 악티니언의 부탁을 허락하시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악티니언은 제법 오랫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딱히 문양 속에 오랫동안 놔둘 생각이 없었던 충렬은 앞으로 악티니언도 항상 소환해 놓고 다니기로 했다.

‘헬 하운드도 마찬가지고 소환하고 다녀야겠어.’

이전에는 혹시나 다칠까 봐 드러내놓고 다니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걱정이 조금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충렬은 악티니언과 헬 하운드를 동시에 문양 밖으로 꺼내었다. 그러자 밖으로 나온 둘은 드디어 숨이 트였다는 듯이 기뻐했다.

“와아! 밖이다!”

“컹컹!”

그런데 악티니언은 이내 헬 하운드의 모습을 보더니 함박만큼 웃음을 지었다.

“귀, 귀여워!”

그러더니 곧바로 하운드에게 달려들며 녀석의 목에 올라탔다. 도대체 누가 누구보고 귀엽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르타디아 이후 하운드가 귀엽다는 이는 악티니언이 두 번째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악티니언은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지 못했다.

‘저번에 문양으로 등록하고 따로 준비하지를 못했군.’

성녀에게 옷을 한 벌 더 부탁해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주변에는 돌아다니는 이들도 없었기에, 둘을 두고서 충렬은 신전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둘이 거기서 잠시 놀고 있어. 잠깐 신전에 좀 다녀올 테니까.”

충렬의 말에 새끼 악티니언이 씩씩하게 외쳤다.

“네! 아빠!”

민망한 말이었지만 저 말에도 익숙해져야 하지 싶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충렬이 떠나려고 하자 갑자기 하운드가 애절한 목소리로 짖었다.

“끼잉… 낑!”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악티니언이 억센 힘으로 하운드를 데리고 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와 활기차게 뛰고 싶었던 하운드는 악티니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생각 외로 악티니언의 힘이 너무나 강해서다.

그래서 충렬에게 도움을 요청했건만…….

정작 충렬은 둘이 잘 놀고 있는 줄로 알고, 하운드의 애처로운 눈빛을 신난다는 것으로 인지하고서 곧 신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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