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49화 (149/237)

#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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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렬이 복용하라는 말과 함께, 샤오링이 홍염단을 입으로 가져갔다. 해골의 상태인데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거기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입에 홍염단을 넣자마자 홍염단이 녹으며 샤오링의 뼈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샤오링이 홍염단의 복용을 시작하였습니다.]

[홍염단은 조금씩 녹아 샤오링의 뼈에 차차 스며들 것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곧바로 경고를 해왔다.

[경고합니다!]

[샤오링의 육체가 불타기 시작합니다!]

[당장에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녀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앞으로는 소환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역소환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역시 완전한 소멸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충렬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이 정도의 경우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어쨌거나 시스템의 경고가 끝난 직후, 샤오링의 육체에 일순간 화마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불길은 샤오링의 뼈를 소각시키며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가려고 했다.

일반적인 불길이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의 뼈는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라져가고 있었다.

그러자 마렉이 샤오링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혼돈의 치유.]

동시에 타들어가던 샤오링의 뼈가 약간이나마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작 한 번의 치유로 샤오링을 완벽하게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마렉의 치유 스킬은 1분이라는 쿨타임이 존재했다. 이대로라면 샤오링은 불타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샤오링을 위해 회복 스킬을 사용해 줄 이는 마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이어 성녀가 마렉을 따라 스킬을 사용했다.

“치유.”

성녀의 뒤를 이어 사제에서 주교가 된 윌리엄이, 그리고 징벌의 기사들이 차례대로 순서를 이어갔다.

“치유.”

“치유.”

“치유.”

“치유.”

…….

덕분에 그들로부터 발생한 회복의 힘이, 샤오링의 상태를 순식간에 원래대로 회복시켜 주었다.

[바싹 타버린 샤오링의 뼈가 회복됩니다.]

[갈라진 뼈의 틈이 다시 메워집니다.]

[샤오링의…….]

그 말과 동시에 시스템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샤오링이 일정 시간 홍염의 불길에 노출되어 화염 저항력이 약간 상승하였습니다.]

[화염 저항력이 생기며 내공을 운용할 기회가 발생하였습니다.]

[내공을 운용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홍염의 불길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확률이 증가할 것입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샤오링에게 명령했다.

“샤오링! 당장 운기조식을 시작해라!”

충렬의 명령에 샤오링이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면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 저런 상황이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터였다. 몸이 불타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 엄청난 고통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화상의 고통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지만 샤오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명령을 이행했다. 자아가 없는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샤오링이 운기조식을 시작하였습니다.]

[홍염의 기운을 일부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운기조식을 시작하자, 샤오링의 몸을 뒤덮은 불길이 약간이지만 사그라졌다. 그러나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었다.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다.

[어서 빨리 추가적인 조치를 시작하십시오.]

[샤오링의 상태로는 아직 홍염의 불길을 제대로 견뎌내기 힘듭니다.]

다행인 점은 시스템의 음성이 이제는 급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렉의 치유 스킬은 아직 재사용 대기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이제부터는 실비아를 포함한 윌리엄, 그리고 일곱의 징벌 기사들이 수고를 해주어야 했다. 그들은 쿨타임에 따로 구애를 받지 않았다. 내재된 힘을 사용하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성녀를 시작으로 그들의 스킬이 샤오링에게 계속해서 이어졌다.

***

샤오링과 홍염단의 불길.

둘의 사투는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만 해도 상황은 금방 종료될 것이라 예상했다. 불길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다는 소식에 고지가 금방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절대 그렇지 않았다. 홍염의 불꽃은 지독했다. 막상 꺼질 것 같다가도 샤오링이 버텨낸다 싶으면 다시 더욱 타올랐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복용한 홍염단이 처음부터 모조리 내부에 스며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홍염단은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샤오링의 내부에 흡수되는 중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불길은 계속해서 힘을 더하고 있었다. 때문에 회복 타이밍을 잠깐이라도 놓치면, 불길은 더욱 지독하게 타올랐다.

처음에 샤오링을 불태웠던 불길은 홍염단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힘일 뿐이었다.

[홍염단이 녹아들면서 불길이 더욱 거세어집니다.]

그래도 다른 이들이 계속해서 치유를 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상황은 나아질 터였다. 그렇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이들의 체력이 더 이상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혼돈의 힘을 얻게 되어 강력해졌다고 한들, 벌써 2시간째였다.

그랬다. 성녀를 포함한 이들이 쉬지도 않고 치유 스킬을 사용한 시간이 벌써 2시간째라는 소리였다.

내재된 혼돈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지금까지 스킬을 사용할 수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징벌의 기사들 중 한 명이 드디어 떨어져 나갔다.

그는 최후의 최후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짜내어 샤오링에게 치유 스킬을 사용했고, 결국 탈진으로 기절했다.

[당신의 영지민인 ‘징벌의 기사’가 내재된 힘을 한계 이상으로 사용하여 탈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심각한 탈진으로 인해 그가 쓰러집니다.]

[쓰러진 징벌의 기사는 당분간 깨어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다른 징벌의 기사들 역시 뒤를 이어갔다.

[또 다른 징벌의 기사가 쓰러집니다.]

[그 옆에 있던 징벌의 기사가 기절하였습니다.]

[맞은편의 징벌의 기사가…….]

그렇게 7명 모두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다 쓰러졌다. 이제 샤오링을 회복시켜 줄 이는 성녀와 윌리엄뿐이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혼돈의 주교가 된 윌리엄마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크… 크윽……!”

그도 마지막까지 발악을 해보았지만 결국은 버티지 못했다.

[혼돈의 주교 ‘윌리엄’이 쓰러졌습니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윌리엄을 포함한 징벌의 기사들은 당분간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마렉이 간간히 회복 스킬을 사용할 수가 있었음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제는 성녀 혼자서 모든 회복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성녀의 얼굴에는 땀이 비가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그녀가 입은 옷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모조리 젖어 있었다.

생각보다 홍염의 불길이 너무나 오래 갔다. 한쪽에서는 샤오링의 상태를 무심한 듯 바라보는 아르타디아가 있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얼음 마법을 쓰면 불길이 사그라지지 않을…….”

그러나 충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방식으로 불길을 약하게 하면 힘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관건은 버티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 텐데?”

냉정한 그녀의 말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샤오링이 버티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성녀가 마지막까지 버텨주고 있었기에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보였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아슬아슬했다. 샤오링이 빠르게 극복하지 못하면 이 이상은 정말로 위험했다. 실비아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녀 역시 탈진하고 쓰러질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샤오링은 끝이었다.

‘젠장… 방법이…….’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딱히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성녀의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한 아이가 무릎을 꿇더니 가지런히 손을 모았다. 즉석에서 기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 아이를 시작으로, 다른 어린 아이들 역시 똑같은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드워프들을 악인들의 섬에서 구출할 때, 함께 구출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더불어 신전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복사 두 명 또한 그런 아이들을 따라 기도 자세를 취했다. 그 두 명은 망망대해에서 죽은 도전자가 주민이 되면서 복사가 된 경우였는데, 기억이 초기화되고 충렬의 주민이 된 이들이었다. 주민이 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도 둘은 적극적으로 기도에 동참했다.

어찌되었거나 기도를 위해 먼저 입을 연 것은, 예비 신자라는 직업군을 부여받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성녀님께서 힘들지 않게 도와주세요.”

“성녀님이 아픈 것은 싫어요.”

“성녀님께 힘을 주세요.”

“제발요.”

아이들은 진심으로 성녀가 기력을 회복했으면 했다. 자신들을 돌보아주었던 성녀마저 여기서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지 않은 것이다.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기도의 내용은 실로 직설적이며 간단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기도는 놀랄 만한 이적을 이루어내었다.

[‘새벽을 관장하는 자’가 아이들의 순수하고도 간절한 기도에 신력을 급속도로 회복하였습니다.]

[힘을 회복한 신이 무슨 일인가 싶어 당신의 영지를 살펴봅니다.]

이전에 충렬의 영지로 수많은 주민을 퍼다 주었던 신이었다. 그로 인하여 힘을 소모한 것이 분명했는데, 아이들의 순수한 기도가 그의 신력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켰던 것이다. 덕분에 그는 다시 돌아올 수가 있었다.

[상황을 대강 파악한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갑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기도로 신력을 회복한 그는, 그 힘을 성녀를 회복하는 것에 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성녀의 몸으로 대량의 힘이 스며들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감당하지 못할 그런 엄청난 힘이었다. 신에게는 미약한 힘일지라도, 지상의 인간에게는 무척이나 과분할 정도였다.

파아앗!

동시에 지쳐 보이던 성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거칠었던 호흡 또한 완벽히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충렬은 신의 힘으로 샤오링을 지속적으로 회복시켜 주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기도는 성녀가 회복하기를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샤오링이 홍염단의 기운을 절반 이상 극복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이후부터는 내공을 이용하여 홍염의 기운을 느리게 순환시키도록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더 이상은 불길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사실 아이들의 기도가 없었어도, 샤오링은 이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아이들 덕분에 샤오링이 홍염단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말이다.

시스템의 음성을 함께 들은 성녀가 충렬에게 말했다.

“그냥 빠르게 순환시키라고 해주세요. 신께서 힘을 주시는 바람에 지금 제 안에 힘이 너무 넘치게 되었어요. 빨리 소모시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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