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48화 (148/237)

# 148화.

?환골탈태

아르타디아가 나선 두 번째 대전은 너무나 쉽게 종료되었다. 하기야, 눈앞에 거대한 드래곤이 떡하니 나타났는데 누가 상대하고 싶을까? 그렇게 충렬은 2승을 거머쥐게 되었고, 시스템은 그에 대해서 알려왔다.

[마지막 영지전까지 승리로 이끈 도전자 ‘이충렬’ 님 축하드립니다.]

[잠시 뒤, 보상의 방으로 이동됩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에이브러햄은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다크엘프의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온 아르타디아에게 가있었다. 그래도 그는 기본적인 카르마를 보상으로 받은 듯했다. 충렬이 따로 보상의 방으로 이동되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휴. 나는 카르마를 얻은 것에 만족해야겠지. 그나저나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은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 무려 드래곤과 함께하다니.”

비록 충렬에게 패배했음에도 좋은 경험을 했다는 듯이, 그는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를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야만 용사들이 왜 그를 진정으로 따르는지를 말이다. 시기와 질투 따위는 가지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내다보는 이였다.

어쨌거나 중년인 신사는 정중하게 작별을 고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시스템이 이동을 시키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또 봅시다. 그럼, 이만.”

곧바로 떠나는 듯한 그에게 충렬도 잘 가라고 해주었다.

“예, 조심히 가십시오.”

여러모로 제법 평화로운 임무였다. 헬리오스에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목숨이 절벽 위에 올려진 듯한 임무를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임무를 진행하자 어느덧 점점 나쁘지 않은 임무의 빈도가 증가했다.

‘물론 심각할 때는 훨씬 더 심각해지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에이브러햄을 마중해 줄 때였다. 마렉의 치유 덕분에 몸을 회복한 바바리안 코랄, 그가 데프론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봐, 만약 또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제대로 실력을 겨루어보자고.”

데프론 또한 그의 의지에 답해주었다.

[바라던 바다. 그때는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꺾어주지.]

“기대하도록 하겠어.”

그렇게 서로가 인사를 할 사이, 에이브러햄과 그의 추종자들은 곧 빛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아마 그들만의 영지로 돌아간 것이리라.

시스템은 그들을 보낸 뒤, 충렬에게 알려왔다.

[60초 뒤, 보상의 방으로 이동됩니다.]

[나머지 인원들은 영지로 미리 복귀시키겠습니다.]

***

60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충렬은 새롭게 이동된 장소에서 주변을 살폈다. 충렬이 도착한 장소는 대략 10평정도 되는 원형의 방이었다. 천장은 막혀있었으며 평평한 바닥이 존재했다. 그런데 평범한 방은 아니었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방에서 보이는 방문은 무려 20개였으니 말이다.

문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서로 떨어져 있었다.

‘문이 왜 이렇게 많아?’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곧 알 수가 있었다.

[당신은 20개의 문 중에서 단 하나의 문만 열 수 있습니다.]

[문 너머에는 당신에게 주어질 아이템이 놓여 있을 것입니다.]

[문을 골라서 열고,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주어진 보상을 가져가십시오.]

이렇게 많은 문들 중에서 하나를 열면, 그 안에 마련되어 있는 보상을 얻어 가는 것 같았다. 무엇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복불복인가?’

그러던 그때였다.

각 문에 단어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매혹> <외모> <화목> <시야>

<노예> <과학> <성장> <초월>

…….

<화류> <전투> <부패> <파괴>

…….

뭔가 재능과 관련된 단어 같았다. 그러나 충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아마도 보상과 관련된 단어겠지.’

무작정 보상을 준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선택한 문 너머로 단어와 관련된 아이템을 준다는 소리일 터였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까. 제법 고민이 되었다. 고를 수 있는 종류가 너무나 많으니 쉽사리 선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충렬은 이내 선택지를 줄여나갔다.

‘일단 쓸데없을 것 같은 단어는 제외시킨다.’

그 결과, 제법 끌리는 단어는 성장, 초월, 전투, 부패, 파괴. 그렇게 다섯 가지였다. 하지만 충렬은 그 중에서도 몇 가지 단어를 걸렀다.

‘직접적인 전투와 관련된 단어들도 제외해야겠어.’

그러지 않아도 전투력은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네임드들의 숙련도가 오를수록 전투와 관련된 것들은 자연히 강해지니 일단은 제외시켰다.

‘그렇다면 성장, 초월, 부패. 이 세 가지만 남는군.’

잠시 고민하던 충렬은, 부패도 걸렀다.

‘끌리긴 하다만 성장이나 초월이 더욱 끌린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끌리는 단어를 선택한 결과, 성장과 초월만 남게 되었다. 문제는 이 둘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하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신중하게 생각한 충렬은 늦지 않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성장보다는 초월이 좋겠지. 단어 자체가 무언가 더 느낌이 강렬하니까.”

결론을 내린 충렬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초월이 적힌 문을 열어야겠어.”

그렇게 걸어간 충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월이라고 적힌 문을 열었다. 충렬이 문을 열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초월’의 문을 열었습니다.]

[다른 문은 자동으로 폐쇄됩니다.]

그런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내부를 살펴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1평도 되지 않은 매우 조그만 방이었다.

방에는 충렬의 허리까지 올 만한 네모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 위에는 조그만 목함이 하나 놓여 있었다.

“저 나무 상자가 보상인가?”

시스템은 충렬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목함을 열어보십시오.]

[그 안에 당신이 선택한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볼품이 없는 조그만 나무 상자였다. 그 모습에 충렬은 잠시나마 방을 잘못 선택했나 싶었다.

그렇지만 열어보지 않고 그 결과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스템의 말에 충렬은 주저하지 않고 목함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는 놀랄 만한 것이 있었다.

[홍염단: 강력한 정화의 불꽃을 품고 있는 영단이다. 복용하면 기존에 가진 육체의 허물을 벗고, 새로운 육체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육체는 이전의 육체에 비하여 무척이나 순수하며 깨끗하다. 만약 단전을 소유하고 있는 이가 복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내공까지 흡수할 수가 있다. 단, 홍염단의 힘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 줌의 재가 되어 소멸한다. 고통을 잘 버텨낼수록 홍염단의 힘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홍염단에 적힌 설명을 읽은 충렬은 순간 손을 놓칠 뻔했다. 그만큼 놀랐기 때문이다. 괜히 초월의 방에 놓인 아이템이 아니었다.

‘새로운 육체를 얻는다고?’

새로운 육체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리라.

더군다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전 소유자가 복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내공까지 흡수한다고 되어 있었다. 충렬은 이 아이템을 어디다가 사용해야 할지 마음속으로 정했다.

‘무조건 샤오링이다.’

물론 조금 걱정이 생기기는 했다. 샤오링의 속성은 언데드였다. 그런데 홍염단은 강력한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영단이었다.

‘잘못한다면 위험하겠는데.’

불을 다루는 레일리처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언데드는 보통 불에 약했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하여 복용에 실패하면 소멸한다는 위험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충렬은 도전하기로 했다.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막강하게 변모할 기회였다.

‘어차피 마렉의 부활 스킬이 있다. 역소환이 아닌, 정말로 소멸 위험성이 있다면 부활을 사용하면 되겠지.’

더군다나 홍염단에 적힌 마지막 설명은 충렬의 그런 결심을 굳히게 해주었다.

‘고통을 잘 버텨낼수록 홍염단의 복용에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

물론 보통의 언데드라면 불의 속성에 닿을수록 고통을 잘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샤오링은 고통 따위를 쉽게 느끼는 언데드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회는 충분했다.

충렬은 영지로 복귀하자마자 샤오링에게 홍염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할 사이, 시스템은 충렬을 영지로 돌려보내 주었다.

[보상을 모두 획득하였습니다.]

[이제 영지로 복귀시켜 드리겠습니다.]

***

영지로 복귀한 충렬은 즉시 샤오링부터 찾았다. 영지전을 생각보다 빨리 끝내고 와서일까? 샤오링의 숙련도는 그렇게까지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지금부터 샤오링에게 홍염단을 복용시킬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혹시나 몰라 충렬은 마렉을 따로 불렀다.

“혹시 샤오링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활 스킬을 부탁합니다.”

[맡겨만 달라고.]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충렬은 아르타디아를 찾았다. 그리고 홍염단에 대해 설명하니, 그녀가 놀랄 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신전을 찾아가라.”

“신전을요?”

“그래, 혼돈의 힘을 가지게 된 덕분에 그들도 언데드를 치유할 수가 있게 되었지 않나?”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홍염단이라는 것을 복용했을 때, 그쪽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을 것이야.”

아르타디아의 조언을 들은 충렬은 즉시 성녀를 찾아갔다. 성녀를 찾아갔을 때, 아르타디아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성녀는 충렬이 알려오는 것들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홍염단은 어떻게 보면 언데드에게 무척이나 치명적인 아이템이에요. 사용하기가 절대로 힘들 정도로요.”

“그 정도입니까?”

“네. 곧바로 재가 되어버릴걸요? 정화의 힘까지 들어가 있다면 솔직히 언데드가 복용하기엔 무리라고 보이네요.”

생각 외로 심각한 듯했다. 그러나 돌파구는 있었다.

“왜 위대하신 분께서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셨는지 이해가 되어요.”

그러더니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이걸 복용하는 순간, 저희가 치료를 계속해서 해주면 그 힘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 거예요. 샤오링과 함께 신전의 앞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자세한 것은 나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

샤오링의 홍염단 복용을 위해, 신전의 인물들이 모조리 소집되었다. 신전의 앞에는 마렉을 포함하여 성녀 실비아, 징벌의 기사 7명, 그리고 그 동안 일이 바빠 보지 못했던 윌리엄까지. 그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징벌의 기사도 기본적인 치유 능력이 있었기에 모이게 되었다. 물론 그 외의 인물들은 무슨 일을 벌이나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쨌거나 신전의 인물들이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샤오링이 홍염단을 복용하게 된다면, 타버려서 재가 되기 전에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실비아는 샤오링의 육체가 홍염단의 힘을 버텨낼 정도로 적응만 되면 그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그 힘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물어보길 잘한 것 같았다. 만약 물어보지 않고 홍염단의 복용을 시켰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뻔했다.

그렇게 도움을 주는 이들이 빙 둘러 있었고, 샤오링은 그들의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충렬이 샤오링에게 홍염단을 건네었다.

“자, 받아라.”

그리고 뒤로 물러나며, 성녀를 바라보았다. 성녀가 충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성녀의 신호를 시작으로, 충렬이 샤오링에게 명령을 내렸다.

“복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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