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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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랄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에이브러햄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의 결심에 에이브러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힘들 것 같으면 곧바로 항복을 선언하거라!”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혹여나 코랄이 다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왜 저렇게 무리를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저 바바리안은 확실히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자신의 의지를 전달한 코랄은 곧 데프론과 정예 보병들에게 외쳤다.
“한번 어울려 보자!”
그의 패기에 데프론이 답해주었다.
[바라던 바다.]
그렇게 대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
바바리안 하나를 중심으로 수많은 언데드가 달려들었다. 아무리 근력과 순발력이 증가했다고는 하나, 엄청난 물량을 버티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 우려도 잠깐이었다. 바바리안은 양손으로 꽉 잡은 양날 도끼를 옆으로 세우더니, 이내 스킬을 사용했다.
“휠윈드!”
동시에 그의 몸이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한 바퀴를 돌때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었다. 곧 그의 회전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그 자체가 하나의 조그만 회오리가 되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달려간 해골 보병들. 녀석들은 엄청난 빠르기로 회전하는 그의 스킬에 당해야 했다. 믹서의 칼날에 닿은 견과류처럼 갈려 버렸던 것이다.
콰드득!
콰득!
콰드드드득!
눈앞에서 동료들이 박살 났지만 보병들은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죽음을 모르는 병사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보병들이 사방에서 계속 달려들었다. 검을 찔러 넣고 베어버리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 결과는 처참했지만 말이다.
카강!
카가강!
카가가강!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닿는 순간 해골 보병들은 검을 놓쳤다. 그러면서 몸이 끌려갔고, 곧 산산조각이 나며 박살 나야 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근력과 순발력이 상승했기 때문일까? 그 파괴력은 감히 측정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실로 엄청난 공격 방법이었다. 과연 자신 있게 나섰던 이유가 있었다. 결국 그를 향해 돌진한 해골 보병 7마리가 순식간에 역소환이 되었다. 이대로 무의미한 전투를 이어갈 수가 없었던 데프론은 보병들을 뒤로 물렸다.
[뒤로 물러나라!]
바바리안의 스킬이 끝날 때가지, 데프론은 그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수정되어야 했다. 제자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해골 보병들이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코랄은 회전하는 몸과 더불어 물러나는 보병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빠른 움직임으로 몸을 빼내는 보병들이었지만 그가 달려드는 것이 더욱 빨랐다. 몸을 저렇게 회전시키는 와중에서도 어떻게 저리 빨리 이동하는지 몰랐다. 결국 거리를 벌렸던 보병들이 순식간에 따라잡히며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콰드드드드드드득!
몸을 빼내는 와중이었음에도 단번에 보병 3마리가 추가로 처치되었다. 이제 남은 보병은 10마리뿐이었다. 이러다가는 보병을 소환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보병들이 역소환될 기세였다. 그렇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당하는 이는 데프론이 될 것이리라.
그렇지만 데프론도 이대로 당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도망쳐 봤자 상대가 더욱 빠른 속도로 들이친다면, 오히려 그에 맞설 뿐이었다.
다행히 해골 병사 3마리가 당하는 사이, 다른 해골들은 거리를 벌렸다. 덕분에 반격할 찰나의 시간은 잠시 주어졌다. 마침 코랄 또한 저 앞에서 데프론을 향해 다가왔다.
[그 움직임도 거기까지다!]
데프론은 이쪽을 향해 휘몰아쳐오는 코랄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이전에는 상대가 피할까 봐 사용하지 못했던 마기공을, 이번에는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저런 상태라면 상대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기공!]
데프론이 스킬을 사용하자, 이쪽으로 접근하는 코랄을 향해 날카로운 오러가 쏘아졌다. 오러는 그 크기를 불려가며 당장에 그를 집어삼킬 듯 들이쳤고, 예상대로 그는 피하지 못했다.
잠시 뒤, 마기공과 그가 격돌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코랄은 더 이상 데프론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를 덮친 마기공이, 회전하며 들이치는 코랄과 연신 힘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코랄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오러에 계속해서 회전력으로 두들겼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덕분에 그의 회전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데프론의 마기공은 곧 힘을 잃고 산산이 흩어졌다.
와장창!
그러나 데프론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데프론은 즉시 마기공을 이어서 쏟아내었다. 이전보다 더욱 진해진 데프론의 다크 오러가, 코랄을 향해 재차 짓쳐들었다.
데프론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라고 여긴 녀석은, 마지막 한 줌의 다크오러까지 뽑아내며 날카로운 오러를 쥐어짜서 또 하나를 날렸다. 그로 인하여 코랄에게는 ×자 형태의 다크 오러가 날아갔다.
그 모습에 충렬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에 끝내지 못하면 데프론의 패배다.’
그만큼 데프론의 상태 또한 심각했다. 고작 다크 오러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계치까지 사용했기 때문일까? 데프론의 신형이 일순간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전황은 곧 매우 유리해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몸을 열심히 회전하며 데프론의 마기공을 두드리던 코랄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그러나 그의 회전 속도가 이전보다 더욱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카가각!
그러더니 이내 데프론의 모든 오러를 퇴치했을 즈음에는 더 이상 회전하지 못했다. 그 또한 마기공의 응축된 다크 오러를 막아내느라 모든 힘을 소진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무리해서 힘을 끌어다 썼기에 그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스킬의 사용이 종료되자, 붉었던 그의 육체도 본래대로 돌아왔다.
“크윽!”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내에는 데프론과 코랄이 힘겨운 듯, 서로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에 쓰러질 것 같아서다. 다만, 서로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듯. 억지로 버텨내며 서로가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대전 장소에는 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흩어졌던 데프론의 정예 보병들, 녀석들이 기회를 엿보다가 코랄을 향해 짓쳐들은 것이다.
만약 코랄에게 조금만 더 활력이 있었다면, 단숨에 보병들을 물리치고 데프론을 몰아쳤을 수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는 치명적일 정도로 생명력을 소모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그 결과, 해골들이 공격해 옴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까지 버틸 생각이었던 것일까? 그가 억지로 도끼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서 당장에라도 보병들을 상대할 듯이 행동했다. 무척이나 끈질긴 집념이며 정신력이었다.
그의 행동에 데프론도 질 수 없다는 듯. 무거운 대검을 집어 올리며 그의 행동을 따라했다.
하지만 승부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데프론의 승리였다. 둘이 서로 대치를 하는 사이, 어느새 코랄에게 다가간 보병들이 그를 완전히 포위했다. 그에게는 도망갈 틈도 주어지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면, 그의 목은 베어지리라.
그러나 이어지는 에이브러햄의 외침에 코랄은 더 이상 객기를 부릴 수가 없었다.
“그만! 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참이더냐!”
그의 외침에 코랄이 잠시 에이브러햄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집어 들었던 도끼를 앞에 던졌다.
동시에 입술을 꽉 깨물고 대답했다.
“내 패배다.”
만약 에이브러햄이 만류하지 않았다면, 코랄은 목이 베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저항을 했으리라. 그는 야수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야생의 전사였으니까. 에이브러햄이 없었다면 절대 굽히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어쨌거나 코랄이 항복은 선언하자, 시스템은 곧바로 대전을 중지시켜 주었다.
[첫 번째 대전의 승리는 듀라한 데프론이 거머쥐었습니다.]
[도전자 ‘이충렬’ 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
첫 번째 대전을 승리로 가져가면서 데프론과 코랄이 관중석으로 되돌아왔다. 과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이라는 양, 코랄은 되돌아오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졌다. 마렉은 데프론과 코랄의 상태에 혀를 차더니 둘 다 치료해 주었다. 그러자 에이브러햄이 마렉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어왔다.
“고맙습니다.”
그의 인사에 마렉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답했다.
[이 정도야 뭐…….]
그나저나 아직 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대전은 아르타디아의 차례였다.
[두 번째 대전이 곧 시작됩니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 VS 역전의 용사 폴]
두 번째 대전이 시작되기 전, 에이브러햄이 한숨을 푹 쉬었다.
“듀라한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는데 본 드래곤이라… 설마 진짜 드래곤이 나온다는 소리인가?”
그러더니 충렬이 앉아 있는 의자 너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드래곤으로 보이는 존재는 없었다. 다만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다크엘프의 머리 위에 보이는 글자가 그의 눈에서 떠나질 않았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라고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저렇게 아리따운 숙녀 분께서 드래곤이라고?”
물론 그의 예상은 정답이었다.
***
잠시 뒤, 데프론과 코랄이 한바탕 붙었던 공터에 아르타디아와 폴이라는 자가 이동되었다. 아르타디아는 이동되자마자 다크엘프의 모습을 유지시키던 스킬을 해제했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을 일순간 빛이 잠식했다. 그러면서 그 크기를 부풀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동시에 시스템의 음성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었다.
[아르타디아가 다크 엘프의 모습을 해제하고 본 드래곤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타디아가 거대한 위용을 보이며 드래곤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그녀의 상대인 폴은, 마치 코끼리 앞에 선 생쥐의 꼴이 되어버렸다.
생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폴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에이브러햄과 눈이 마주쳤다. 폴은 싸우라고 한다면 싸우겠지만 굳이 싸워야 하냐고 에이브러햄에게 물어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에이브러햄은 본 드래곤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보이지가 않아서다. 그는 지체 없이 폴에게 말했다.
“포기해. 대전을 하러 왔지. 레이드를 하러 온 것은 아니니까.”
그들의 반응에 대해서 원인을 모르는 아르타디아만이 의문을 표할 뿐이었다.
[왜 물러나려는 것이지? 목숨을 취하지는 않을 테니 한판 붙어보는 것이 어떤…….]
하지만 폴은 에이브러햄의 허락에 더 늦기 전에 입을 열었다. 아무리 역전의 용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애초에 드래곤을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항복합니다.”
결국 두 번째 대전은 채 시작되기도 전에, 폴의 항복 선언으로 끝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