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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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대전에 첫 번째로 나서게 된 바바리안 코랄. 그는 눈앞에 선 듀라한을 보고서 침을 꿀꺽 삼켰다. 듀라한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광포한 힘이 절로 손을 떨리게 한 탓이다.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상대라… 오랜만에 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이가 등장했군.’
그러나 그의 떨림은 곧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에이브러햄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분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는 없다.’
코랄은 과거 자신이 어떻게 에이브러햄을 만나게 되었는지 잠시 상기했다. 본래 그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작은 부족의 전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명을 이룩한 이들이 철갑옷과 각종 무기들을 들고 습격해 왔다. 그 이유는 바로 노예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랬다. 그들은 노예 상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각종 장비들로 무장했다고 한들, 그들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주변 부족들과의 다툼과 더불어 몬스터 사냥까지. 수많은 실전으로 거듭난 자신의 실력으로는 노예 상인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가 있었다. 같은 부족의 전사들 또한 적들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혁혁한 공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녀석들에게는 마법이라는 희대의 사악한 술수가 존재했다. 마법사가 등장하자마자 전황은 급격히 기울어졌고, 자신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전사들은 결국 마법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붙잡혔다.
여자들은 성노예로 팔려갔으며, 남자들은 콜로세움의 노예 검투사로 팔려갔다. 그렇게 노예 검투사로 활동하며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그때에, 에이브러햄이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다.
그는 노예라는 제도를 싫어하였으며, 인권을 유린하는 이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게 자신을 구해준 그는, 노예 상인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부족원들을 다시 모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물론 도중에 죽은 이들은 구할 수 없었지만, 구출된 이들은 지금 그의 영지에서 평안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에이브러햄은 그의 은인임과 동시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부족원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여기서 패배한다면 그를 볼 낯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
에이브러햄. 그는 레벨이 20이었다. 처음엔 레벨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의 전사가 되면서 자연히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자신 또한 새로운 힘을 얻었지 않았던가.
때문에 눈앞에 아무리 흉흉한 안광을 보이는 언데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더 이상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바바리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언데드가 발산하는 공포의 힘을 투쟁심으로 바꾸었다. 그는 곧 자신의 무기인 양손 도끼를 꽉 쥐었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픔을 느낄 틈은 없었다.
‘무조건 이긴다.’
듀라한 역시 자신의 의지를 읽은 것인지 더욱 광포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렇게 듀라한과 바바리안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시스템이라는 존재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 첫 번째 대전을 시작합니다.]
[대전은 한쪽이 패배를 선언하거나, 혹은 사망하였을 때 종료됩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
시스템이 대전이 시작됨을 알리자마자 듀라한과 코랄이 서로를 향해 달렸다. 다른 이들의 간섭은 불가능했다. 오로지 둘이 가진 능력만으로 승부를 보아야 했다.
듀라한은 거대한 대검인 츠바이헨더를, 바바리안은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거대한 양날 도끼를 들고 서로를 향해 짓쳐들었다.
둘이 격돌하기 직전, 데프론은 다크 웨펀을 활성화시켰다. 다크 오러를 대검에 주입한 것이다. 마기공은 사용하지 않았다. 마기공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좋았지, 이런 개별적인 대결에서는 자칫 오러의 낭비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피하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데프론의 대검과 바바리안의 양날 도끼가 충돌하기 직전, 데프론이 외쳤다.
[미안하지만 승리는 내가 가져가겠다!]
데프론은 자신의 대검이 적의 무기를 갈라 버리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무려 다크 오러가 적용된 대검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다크 오러는 웬만한 것들은 그 무엇이라도 갈라 버렸다. 그런 오러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상대를 향해 짓쳐가니, 단합에 승리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 또한 믿는 것이 있었다. 데프론이 다크 오러가 있는 것처럼, 바바리안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스킬을 사용했다.
“광포한 힘!”
동시에 바바리안의 양날 도끼가 시뻘겋게 달구어졌다. 그렇게 잠시 뒤, 달구어진 양날 도끼와 데프론의 다크 오러가 격돌했다. 그러자 장내엔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그와 함께 주변의 공기가 둘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주변으로 터져 나갔다. 그리고 흙먼지가 일시에 솟아오르며 시야를 방해했다. 고작 대검과 양날 도끼가 격돌했을 뿐인데 주변의 환경이 뒤집어졌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어쨌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는 가라앉았다. 그러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바바리안의 양날 도끼는 무사했다. 다크 오러에도 잘리지 않았던 것이다. 흠칫 조차 나지 않은 바바리안의 무기에 충렬이 내심 침을 꿀꺽 삼켰다.
‘데프론 녀석, 오랜만에 임자를 만났군.’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바바리안은 데프론과 충돌했음에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데프론은 무려 다섯 발자국이나 뒤로 밀려났다.
기본적인 힘의 대결에서 데프론이 패배한 것이다. 엄청나게 무거운 대검으로 적을 압박했는데도 말이다. 만약 대검이 없었다면, 진즉에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충렬은 왜 데프론이 뒤로 밀려났는지 시스템에 의하여 알 수 있었다.
[당신보다 에이브러햄의 레벨이 2가 더 높습니다.]
[그 때문에 데프론은 코랄보다 2레벨 더 낮게 측정되며, 상대에게 줄 수 있는 대미지가 20%만큼 감소됩니다.]
그렇게 상대의 레벨이 2가 더 높다 보니, 데프론이 다섯 발자국이나 밀려났던 것이었다.
물론 무려 20%의 대미지가 감소되었음에도 저 정도로 버틴 것은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상대할 수가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러나 상대는 바바리안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강력한 파괴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무시무시한 전사였던 것이다.
곧이어 바바리안 코랄은 도끼를 높이 들어 올리며 땅을 박찼다. 그는 쉬지 않았다.
파밧!
그가 돌진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크하압!”
데프론은 달려오는 그를 마주하며 대검을 파지했다. 그리고 곧 2차전이 시작되었다.
데프론의 지척거리까지 도착한 코랄. 그가 위에서 아래로 도끼를 내려쳤다. 그러자 데프론은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대검을 휘두르며 막아갔다. 이번에는 밀리지 않기 위해서 오러를 평소보다 더욱 많이 주입했다. 덕분에 오러가 한층 더 강화되며 이전보다 더욱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격돌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코랄의 도끼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양손 도끼와 대검이 격돌하자, 데프론은 역시 이번에도 뒤로 걸음을 물려야 했다.
콰광!
막아내기는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이어지는 코랄의 무자비한 일격이, 데프론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코랄의 도끼는 무척이나 빨랐으며 끊임이 없었다. 때문에 데프론은 연신 상대의 공격을 힘들게 막아가며 수세에 몰렸다.
콰광!
쾅!
콰아앙!
콰광! 쾅! 콰과광!
코랄이 도끼로 찍어 내릴 때마다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것과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장내는 쉴 새 없이 튀어버리는 흙과 먼지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신명나게 두드리는 코랄과는 달리 데프론을 죽을 맛이었다. 오러의 소모가 얼마나 심했는지, 데프론이 입에서 오랜만에 힘겨운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윽!]
이대로라면 데프론의 패배가 확정인 상황이었다. 버티는 것이 겨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데프론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사용하기로 했다.
솔직히 일대일 대결을 펼쳐 은근히 멋진 모습을 충렬에게 어필하고 싶었던 데프론이었다. 오로지 자신만의 무력으로 바바리안을 압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장의 스킬을 사용하였다. 모양새가 조금 나빠지더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패배하는 것보다는 상대에게 미안하더라도 확실한 승리를 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보병 소환.]
데프론의 말 한 마디에, 순식간에 해골 보병 20마리가 주변에 등장했다. 일반적인 해골 보병이 아니었다. 얼마 전, 한층 더 강해진 정예 보병이었다. 어둠의 힘이 들어간 검과 갑옷을 착용한 매우 강력한 해골 보병이었던 것이다.
주변에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보병 20마리가 등장하자, 바바리안은 잠시 당황하며 데프론과의 거리를 벌렸다. 설마 듀라한에게서 이런 소환 스킬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말고 데프론을 계속해서 몰아쳤어야 했다. 물론 이제는 늦었지만 말이다.
데프론이 그를 향해 멋쩍은 듯 말을 걸었다.
[오로지 내 힘으로만 상대하고 싶었는데. 미안하게 되었군. 질 수가 없는 몸이라 말이지.]
동시에 데프론은 코랄에게 항복을 권유했다. 솔직히 아무리 바바리안이더라도 보병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신이 바바리안의 공격을 버텨내고, 보병들이 사방에서 공격을 한다면 데프론은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의미한 대결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만 항복하는 것이 어떤가? 아무리 네가 나보다 뛰어난다고 한들, 이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는 항복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젠장할, 역시나 엄청난 녀석이었어. 이렇게 살벌한 해골들을 소환하다니.”
그리고 상대 또한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이판사판이다.”
그 말을 끝으로 그가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스킬을 사용하려는지 몰랐지만 그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바바리안 코랄이 자신의 생명력을 치명적인 수준까지 소모시킵니다.]
[일정 시간 동안 그의 근력과 순발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 부분 상승합니다.]
동시에 코랄의 온몸이 시뻘겋게 변해갔다. 무기의 색깔보다 더욱 진한 빨간색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쪽의 대전을 지켜보고 있던 에이브러햄이 저 멀리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깜짝 놀라며 다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스킬은 쓰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당장 멈추고 기권해! 시스템! 첫 번째 대전은 내가 패배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당사자가 패배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대전을 종료시킬 생각이 없었다.
[대전에 나선 이가 직접 항복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이 죽을 때까지 대전은 종료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