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영웅전
하마터면 승리를 가져가지 못할 뻔했다. 2티어로 가서 뱀파이어를 뽑는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무조건 패배였다.
‘제법 까다로운 상대였어.’
솔직히 상황을 뒤집기 시작했을 때도 조금은 걱정이 생기긴 했다. 상대 또한 버티다가 2티어로 가게 된다면, 이후의 승부는 장담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상황이 급변하자 상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덕분에 충렬은 이후부터 어렵지 않게 승리를 쟁취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영지전을 승리하자, 이번에도 간소하게나마 시스템이 보상을 해주었다. 물론 충렬의 입장에서는 간소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괜찮은 보상이었다.
[승리한 당신에게 50,000카르마가 주어집니다.]
고작 한 번의 승리에 5만 카르마나 주다니. 패배해도 페널티가 없는 상황에서는 엄청난 보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첫 번째 영지전에 이어서 두 번째 영지전까지.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도 순식간에 총 8만 카르마를 벌어들인 충렬이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벌어들이다니, 역시 참여하기를 잘했어.’
그러나 마지막 영지전은 앞의 두 영지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영지전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영지전은 영웅 대전으로 진행됩니다.]
‘영웅 대전이라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곧 알려왔다.
***
영웅대전에 대한 설명은 간략했다. 충렬이 소환 가능한 이들을 영웅으로 내보내어 상대와 합을 겨루는 것이었다. 병력을 생성하거나, 병력을 이용하여 전투를 치르는 영지전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웅 대전은 병력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 양쪽 진영에서 고심하다가 떠올린 방법으로, 각자의 영웅들을 내보내어 승부를 판가름하는 영지전입니다.]
시스템은 그 설명을 마지막으로 충렬에게 알려왔다.
[영웅 대전으로 내보낼 이들을 선택하십시오.]
[총 셋의 영웅만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대전은 3판 2선승제입니다.]
[내보낼 이들의 선정이 끝나면, 잠시 뒤 대전이 시작됩니다.]
시스템은 이어서 충렬에게 목록을 보여주었다. 어떤 이들을 영웅으로 내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목록이었다. 그런데 시스템이 보여주는 목록은 엄청나게 많았다.
‘왜 이렇게 많은 것이지?’
충렬의 네임드 언데드뿐만이 아니었다. 헬 하운드와 악티니언에 이어서 영지의 인원들까지 원한다면 내보낼 수가 있었다.
[1. 듀라한 데프론]
[2. 혼돈의 천사 마렉]
[3. 뱀파이어 리치 레일리]
[4. 해골 기사 샤오링]
[5. 방패병 제레미]
[6.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
[7. 헬 하운드]
[8. 새끼 악티니언]
[9. 대리인 박해일]
[10. 해골 창기병 왕찌엔]
…….
[16. 혼돈의 성녀 실비아]
[17. 혼돈의 주교 윌리엄]
[18, 드워프 족장 오란]
[19. 유령 선원 발라무트]
[20. 머메이드 비솔라]
…….
주어지는 목록은 그 외에도, 일반 주민들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왜 그런지는 대충 파악이 되었다.
‘영주의 반지 때문인가.’
영주의 반지는 영지의 인원을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아마 그것 때문에 목록에 수많은 이들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 임무 지역으로 나오지 못한 샤오링과 제레미까지 소환할 수가 있다니. 생각 외로 너무나 많은 목록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깊게 고민할 것은 없다. 결론은 이 중에서 3명만 선택하면 된다는 소리니까.’
목록이 너무 많았지만 충렬은 금방 결정했다. 일단 영지의 인원들을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충렬은 영지의 인원들은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추가적으로 문양에 등록된 헬 하운드와 악티니언 또한 마찬가지였다.
승률을 고려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승률을 떠나서 만약 대전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한다면 위험하다.’
그런 이유로 그들을 출전에서 제외시킨 것이었다. 마렉의 부활 스킬이 있다고 한들, 거기에 기대하면 안 되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6시간이었으니까.
때문에 지금 이곳에서 함께하고 있는 이들. 즉, 데프론과 마렉, 그리고 레일리와 아르타디아 중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
‘이들은 사망한다고 하여도 다시 소환할 수가 있으니까.’
냉정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현실을 직시하여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네임드끼리의 전투를 이어가는 것이니 마렉은 제외시켜야겠지.’
어떤 적이 나올지 몰랐다. 마렉이 아무리 하늘을 날 수 있다고는 하나, 마렉으로 적을 상대하기는 힘들 것이리라. 어찌되었든 그는 서포터였으니 말이다. 이번 대전에 어울리는 역할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를 내보낼지가 정해졌군.’
데프론과 레일리, 그리고 아르타디아. 그 셋이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충렬이 셋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셋 또한 흔쾌히 승낙했다. 대표로 나간다는 것에 부담 같은 것은 가지지 않았다.
“시스템. 데프론과 레일리, 그리고 아르타디아를 영웅 대전에 참여시킨다.”
충렬이 자신의 의사를 내비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영웅 대전에 내보낼 영웅으로 데프론, 레일리, 아르타디아가 등록되었습니다.]
[순서를 정하여 주십시오.]
순서를 정하라는 말에 데프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를 처음으로 출전시켜 주십시오! 반드시 첫 승을 쟁취하여 주군의 명예를 드높이겠습니다!]
데프론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충렬을 바라보았다. 일전에 마렉이 활약한 것이 부러웠는지, 녀석은 조금이라도 빨리 출전하고 싶어 했다.
데프론이 레일리와 아르타디아의 얼굴을 둘러보며 자신이 먼저 나가도 되겠냐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자 그녀들도 마음대로 하라는 투였다.
“알아서 하도록.”
“그래요 데프론. 저희는 아무 순서나 상관없어요.”
그렇게 첫 번째 대전은 데프론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대전은 아르타디아가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그녀가 두 번째로 출전하려는 이유는 참으로 웃겼다.
“두 번째는 내가 출전하도록 하지. 저번에 악티니언을 상대한다고 브레스를 썼더니 몸이 조금 피곤해졌어.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대전을 고작 스트레칭으로 생각하고 나서다니, 역시 드래곤다웠다.
어쨌거나 그로 인하여 대결 순서는 정해졌다.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영웅 대전 출전 순서]
[첫 번째 영웅: 듀라한 데프론]
[두 번째 영웅: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
[세 번째 영웅: 뱀파이어 리치 레일리]
그렇게 영웅 셋을 등록하자, 상대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상대는 에이브러햄, 야만 지도자입니다.]
[그 또한 출전할 영웅들의 등록을 끝마쳤습니다.]
[그를 따르는 야만 용사들이, 당신의 영웅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출전할 것입니다.]
[잠시 뒤, 전장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쉴 틈은 없었다. 두 번째 영지전을 끝내자마자 세 번째 영지전이 시작되었다.
***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자 공허한 바람이 충렬을 맞이해 주었다.
휘이이이잉.
제법 쌀쌀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은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그렇게 새롭게 이동된 장소는 허허벌판의 장소였다.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드넓은 벌판으로 이동된 것이다. 하지만 이전 영지전에서 겪었던 것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반투명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지 않았다.
거대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충렬은 이동되자마자 그 의자에 앉게 되었다. 마렉의 자리 또한 마련되어 있었는데, 충렬의 왼쪽이었다. 데프론과 레일리, 그리고 아르타디아도 마렉의 옆을 이어서 차례대로 왼쪽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충렬의 오른쪽에 마련된 의자엔 에이브러햄이라는 자가 앉아 있었다.
<에이브러햄(야만 지도자)>
그는 나이가 제법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기다란 턱수염에 중절모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복장부터 시작해서 무척이나 귀티가 나는 영국 신사처럼 보였다.
‘야만이라는 직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
그런 그의 오른쪽에는, 그가 데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만 용사들이 줄을 이어서 앉아 있었다. 야만 용사들은 하나같이 떡 벌어진 어깨에 무시무시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에이브러햄과는 달랐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짐승과 같이 무서운 기세를 풍겨내었다. 그 기운은 과연 야만의 전사라고 칭할 만했다.
어쨌거나 충렬이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상대 또한 충렬을 발견했다. 그러더니 먼저 인사를 건네어왔다.
신사처럼 보이는 모습과 같이 그가 건네는 인사는 무척이나 고급스러웠다. 비록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상대일지라도 예의가 섞인 말로 인사한 것이다.
“흐음? 그대가 내 상대인가 보군요. 반가워요. 나는 에이브러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쪽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소리였다. 그의 반응에 충렬 또한 손을 마주잡아 주었다. 비록 서로가 대전을 벌이게 되었지만, 굳이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예의를 차리고 나온다면 충렬도 똑같이 대우를 해줄 뿐이었다. 굳이 삐딱하게 나가서 서로가 기분이 상할 이유는 없었다.
“반갑습니다. 이충렬이라고 합니다.”
악수를 한 그는 잠시 뒤 말을 이어갔다. 그의 시선은 충렬의 너머로 향해 있었다.
“그나저나 젊은 청년이 정말 대단하군요. 한눈에 보아도 엄청난 이들을 이끌고 있다니.”
가식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충렬이 대단하다는 듯. 감탄하며 말을 한 것이었다. 그의 칭찬이 있었지만 충렬은 우쭐하지 않았다. 겸손한 자세로 간략하게 답을 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도 자신이 있다는 투로 말했다. 아무리 충렬이 하나같이 엄청난 이들을 데려왔다고는 하나, 그 또한 기가 죽지 않고 당당함을 내보였던 것이다.
“과분하지만 저도 씩씩한 이들을 이끄는 직업을 부여받았죠. 좋은 대결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제법 유쾌한 사람 같았다. 그의 말에 충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건네어 오는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서로 출전한 영웅들에 대한 순서를 공개하겠습니다.]
[1. 듀라한 데프론 VS 강인한 바바리안 코랄]
[2.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 VS 역전의 용사 폴]
[3. 뱀파이어 리치 레일리 VS 괴물 학살자 케인]
이름만 들어서는 상대 또한 만만치 않은 이들을 내보낸 것 같았다.
‘뭐, 곧 겨루어보면 알겠지.’
그렇게 영웅 대전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영웅 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듀라한 데프론과 바바리안 코랄이 결투 장소로 이동됩니다.]
결투 장소는 다른 곳이 아니었다. 충렬과 에이브러햄 앞에 놓인 드넓은 벌판이었다. 데프론은 이동되기 전 충렬에게 말했다.
[절대 패배하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여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데프론과 바바리안 코랄은 눈앞에 마련된 벌판으로 이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