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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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진격하고 남은 충렬의 일꾼 다섯은, 상대 포탑을 몇 대 때리더니 전멸했다. 이제는 두 번째 턴이었다.
[두 번째 턴이 시작되었습니다.]
[60초 뒤, 세 번째 턴이 시작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의 요새에서 16마리의 해골 일꾼이 출격했다. 두 번째 턴이 발생하기 전에 천막 하나를 추가로 지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요새에서는 엘프 궁수 셋과 엘프 정령사 하나가 등장했다. 서로가 보유한 마나석을 살펴보니, 상대가 더 많은 마나석을 소모하였다. 정령사는 제법 비싼 축에 속하는 것인지 상대와 충렬 사이에 마나석은 70이라는 차이가 발생했다.
<숲의 정령사>
‘그나저나 정령사라…….’
과연 어느 정도의 효율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그래도 아직은 충렬의 물량이 월등했다.
[해골 일꾼 (16) VS 숲의 하급 엘프 (3), 숲의 정령사 (1)]
그렇게 이어지는 두 번째 격돌에서는 제법 힘든 양상이 펼쳐졌다. 원거리에서 쏘아대는 하급 엘프 셋은 충분히 이길 수가 있었다. 문제는 정령사였다. 정령사는 제법 까다로운 병력이었다. 무려 소환을 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정령사는 해골들이 다가오자 주문을 외웠다.
그러더니 잠시 뒤, 정령사의 앞에 조그마한 늑대가 생겨났다. 생성된 늑대는 해골 일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컹컹컹!”
동시에 달려오는 늑대에게 해골들의 어그로가 끌렸다. 덕분에 엘프 궁수들은 늑대가 시선을 끄는 사이, 일꾼들을 편하게 요격하기 시작했다.
[해골 일꾼이 숲의 하급 엘프에 의하여 처치되었습니다.]
[해골 일꾼이…….]
…….
늑대 자체는 해골 일꾼을 쉽게 처치하지 못했다. 공격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한 마리 때문에 제법 많은 수의 일꾼들이 궁수에게 당해야했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었다. 만약 명령을 내릴 수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당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명령을 내리기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늑대를 먼저 상대해야 했다.
결국 늑대는 엄청난 역할을 해내었다. 해골 일꾼들이 늑대를 처치하는 사이, 무려 다섯의 일꾼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야 했으니 말이다.
‘늑대 하나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는군.’
더군다나 늑대를 처치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엘프들에게로 접근을 해야 했다.
그렇게 접근하는 동안 셋의 일꾼들이 추가적으로 처치되었다. 그로 인하여 남게 된 병력은 해골 일꾼 여섯뿐이었다. 그래도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여섯의 해골 일꾼은 엘프들의 지척거리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서로가 근접해 있다면 이쪽이 유리했다. 엘프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령사에게 늑대 소환 외에는 공격 모션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다시 제자리에서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보니 재차 늑대를 소환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처음을 제외하고는 제법 오래 걸리는 듯했다.
그 덕분일까? 정령사가 새로운 늑대를 소환하려는 찰나였다. 때마침 궁수들을 모조리 처치한 일꾼들이 정령사의 머리에 곡괭이를 찍어갔다.
콰직.
운이 좋게 이번에는 총 여섯의 해골 일꾼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충렬은 조금 위험함을 느꼈다.
‘상대가 정령사를 또 뽑는다면…….’
조금 위험했다. 아무리 충렬이 해골 일꾼들을 많이 뽑는다고 하여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진행되는 양상을 본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충렬이 불리했다. 해골 일꾼들로는 공격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1티어에서는 다른 유닛을 뽑을 수가 없었다. 일꾼 외에는 무조건 손해였다. 그나마 일꾼들은 천막을 하나 지을 때마다 4마리가 등장했기에 이렇게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최대한 마나석을 아껴가며 티어부터 상승시킨다.’
그렇게 충렬은 기회를 엿보며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나갔다.
***
역시나, 상대는 정령사를 계속해서 추가했다. 정령사의 숫자가 많아지자 충렬은 확실히 불리해졌다. 늑대들을 모조리 처치하여도, 마침 그 타이밍에 새로운 늑대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정령사의 숫자가 많으니 늑대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해골 일꾼들을 아무리 많이 뽑아도 소용이 없는 구간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상대도 해골 궁수가 셋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착실히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이쪽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역전은 가능했다.
[보유한 마나석]
[이충렬: 1,007]
[세라자드: 13]
계속해서 마나석을 소모한 상대와 달리, 충렬은 야금야금 아껴가며 마나석을 모았고 이제야 티어를 상승시킬 수 있었다. 충렬은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티어를 상승시킨다.”
그러자 시스템은 새로운 유닛 목록을 알려왔다.
[당신의 티어가 1티어에서 2티어로 상승합니다.]
[2티어 병력들의 목록이 나타납니다.]
1티어의 목록은 살피지 않았다. 충렬은 2티어에 나타난 병력들을 곧바로 살펴갔다. 그리고 2티어부터는 차원이 다른 병력들이 주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2티어]
[1. 흡혈귀의 무덤: 매 턴마다 뱀파이어 1마리를 생성한다. 적을 타격할 때마다 생명력을 회복한다. (300마나석 필요)]
[2. 리치의 오두막: 매 턴마다 리치 1마리를 생성한다. 리치는 화염구 마법을 사용하며, 일정 시간마다 적의 시체를 언데드로 되살린다. (600마나석 필요)]
[3. 비명의 정육점: 매 턴마다 시체 골렘 1마리를 생성한다. 시체들이 엮어져 만들어진 골렘은 주변에서 사망한 적들의 시체를 먹어치우며 덩치를 불려갈 수 있다. (1,500마나석 필요)]
[3티어: 4,000마나석으로 티어 상승 가능.]
2티어의 병력은 종류가 3가지뿐이었다. 비용도 1티어에 비하여 비쌌다. 그러나 충렬은 2티어 유닛의 설명을 보자마자 쾌재를 불렀다.
‘이거다!’
2티어의 유닛은 1티어와 달리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흡혈귀의 무덤부터 시작해 비명의 정육점까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당장에는 마나석이 부족했다. 전부 다 건설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충렬은 가장 먼저 흡혈귀의 무덤을 선택했다.
‘일단은 300의 마나석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지금은 충렬이 밀리는 상황이었다. 자동 포탑도 박살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역전이 가능하리라.
***
턴의 횟수가 많이 진행되었기에 주어지는 마나석의 양은 많았다. 티어를 상승시킨다고 이전의 한 턴은 아무것도 못했지만, 이번에는 300을 넘기는 마나석을 모을 수가 있었다.
[현재 보유한 마나석: 310]
충렬은 마나석이 모이자마자 흡혈귀의 무덤을 건설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10초 뒤, 다음 턴이 시작됩니다.]
10초 뒤부터 이제 상황이 역전되리라 충렬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상대방의 마나석을 살펴보니 여전히 상대는 마나석을 모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
[새로운 턴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턴까지 60초가 남았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오십 이상의 해골 일꾼들이 적의 요새로 전진을 시작했다. 일꾼들 사이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뱀파이어 한 마리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냥 상황이 나아진 것만은 아니었다.
요새에서 새로운 병력들이 서로 출발하는 동안, 이전 턴에 남아있던 상대의 병력이 충렬의 자동 포탑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아군의 자동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포탑은 마지막까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었다. 최후까지 남은 엘프를 처치하고 함께 파괴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충렬은 누적된 적을 상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뱀파이어 하나의 등장이 어느 정도일지 확인할 시간이다.’
드디어 시간이 찾아왔다. 상대가 티어를 상승시킬 생각이 없다면, 승리는 충렬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사이였다.
잠시 뒤, 두 진영의 병력들이 충돌했다.
***
상대의 정령사도 그 숫자가 상당했다. 물론 해골 일꾼들에 비하면 적은 수였지만, 늑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그 때문일까? 처음에는 충렬의 병력들이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뱀파이어가 전방으로 나서자 상황은 역전되었다. 해골 일꾼들을 쉽게 처치할 수 있는 엘프 궁수 셋이 뱀파이어를 목표로 삼아 화살을 쏘았기 때문이다.
쌔애애액!
잠시 뒤, 화살이 뱀파이어의 몸을 꿰뚫었다.
푸욱!
푹!
푸욱!
물론 여기서 뱀파이어가 당했다면 충렬의 병력은 또다시 밀렸을 터였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해골 일꾼들과 달랐다. 녀석은 엘프 궁수의 활 공격 따위는 어렵지 않게 버텨내었다.
그렇다고 해서 뱀파이어는 무적이 아니었다. 이 이상 활 공격에 당한다면 뱀파이어도 처치될 터였다. 그러나 뱀파이어는 처치되지 않았다. 이어지는 활 공격에 당하기 전, 회복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말이다.
뱀파이어는 가까이로 다가온 늑대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뱀파이어가 늑대에게 피해를 입히며 상처를 회복합니다.]
동시에 뱀파이어에게 박혔던 화살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스템이 뱀파이어가 회복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박혔던 모든 화살이 사라졌다는 것은 몸을 완전히 회복시켰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궁수들의 활 공격을 한 차례 버텨낸 뱀파이어는 늑대로 인하여 생명력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었다.
‘궁수 셋 정도는 충분히 버틸 정도군.’
덕분에 이쪽에서 박살 나는 해골 일꾼의 숫자가 월등히 줄어들었다. 늑대들로는 해골 일꾼을 죽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뱀파이어가 궁수들의 시선을 끌어주니 일꾼들이 당할 일은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뱀파이어의 근접 공격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늑대들은 빠른 속도로 처치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엘프 궁수들은 뱀파이어를 공격하지 말고, 일꾼들을 공격해야 했다. 그러나 충렬이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상대 또한 병력에게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엘프 궁수들은 한번 공격한 대상인 뱀파이어를, 끝까지 공격했다.
결국 그로 인하여 절반이 넘는 해골 일꾼들은 더 이상의 병력 손실 없이 앞으로 전진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소환 외에는 아무런 공격 능력이 없는 정령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콰직!
푹!
콰직!
뱀파이어 하나가 가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뱀파이어가 탱커의 역할을 수행해주니, 전황은 급속도로 기울였다.
***
전황은 충렬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시체 골렘은 뽑을 필요도 없었다. 뱀파이어에 더불어 리치까지. 그 둘을 계속해서 새롭게 합류시키자 상대는 어떻게 하지도 못했다.
세라자드는 궁수와 정령사 외에도 다른 1티어 유닛들을 많이 뽑았다. 마나석이 모일 때마다 급하게 새로운 병력들을 충원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뒤집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렬이 2티어로 상승시킨 것은 세라자드,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그녀는 뒤늦게 티어를 상승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누적될 때로 누적된 충렬의 대군이 지금 막 그녀의 자동 포탑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자동 포탑을 파괴하였습니다.]
충렬의 병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남은 수많은 병력들이 상대의 요새를 향해 진격했다.
세라자드는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고서는, 충렬에게 말을 건네었다.
[와, 대단하네요. 설마 이렇게 한 순간에 제가 당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꾸준히 병력들을 늘리며 밀어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녀의 감탄에 충렬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말이다. 결국 승리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좋은 대전이었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거기까지였다. 상대의 요새를 파괴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포기의 의사를 내비치자 영지전은 끝이 났다. 시스템이 그녀의 요새를 곧바로 폭파시켰던 것이다.
퍼버벙!
그와 함께 시스템이 충렬에게 알려왔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충렬은 대기실로 이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