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진격전
충렬은 네임드들과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드미트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지전에서 패배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영지로 복귀되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충렬이 승리를 거머쥐자 작게나마 보상을 해주었다. 우승할 때 얻을 수 있는 특별 보상과는 별도였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당신에게 30,000카르마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갔는데 3만 카르마나 벌어갔다.
‘꽤나 많이 주잖아?’
페널티가 없는 영지전이라지만 만약 패배했더라면 제법 배가 아팠으리라. 그래도 쉽게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막상 겪어보니 제법 괜찮은 경험이 되었다. 다음번에도 이와 같은 영지전을 하게 된다면, 상대를 이전보다 빠르게 압박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상대 또한 그만큼의 경험을 가지고 나오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승리를 거머쥐자 마렉이 으스대었다.
[역시 내가 최고라니까!]
그의 언행에 별다른 감정을 보여주지 않던 아르타디아도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휴우… 못 말리는군.”
마렉의 모습을 지켜보던 데프론은 민망함에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했다.
그렇게 마렉이 한창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때, 시스템은 4강전에 대한 일정을 알려왔다. 그런데 이어지는 영지전은, 방금 겪었던 것과 달랐다.
***
이번에 시행되는 영지전은 방금 전의 영지전보다 더욱 간단했다. 따로 마나석을 채취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매 초마다 당신에게는 일정량의 마나석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어지는 마나석의 양은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스템의 설명에 충렬은 대충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신과 상대 도전자에게는 조그만 요새가 하나씩 주어집니다.]
[그리고 마나석을 이용하면 요새 안에 병력과 관련된 건축물을 곧바로 건설할 수 있습니다.]
[건축물을 건설하면 매 턴마다 그곳에서 병력이 생성되어 상대방의 요새로 진격합니다.]
[상대방의 요새를 함락시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다만, 생성된 병력에는 따로 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마나석을 이용해서, 적절한 건물을 건설하라는 소리였다.
‘아무거나 막 지으면 안 되겠군.’
상대방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오냐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건물을 지어야 했다. 상성 같은 것이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특히나 병력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했다. 알아서 적의 요새로 전진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주의하여 건축물을 건설해야 한다.’
대충 영지전의 내용에 대해 파악할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의 상대는 세라자드, 숲의 파수꾼입니다.]
[이충렬(네크로맨서) VS 세라자드(숲의 파수꾼)]
[2분 뒤, 영지전이 시작됩니다.]
직업이 숲의 파수꾼이라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종족이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아르타디아가 힌트를 주었다.
“숲의 파수꾼이라… 엘프와 친숙한 직업이니 아마 숲의 엘프가 등장할 확률이 크다.”
“엘프요?”
“그래. 숲의 엘프는 말이지…….”
영지전은 2분 뒤에 시작했다. 그 2분 동안 아르타디아는 엘프들의 특징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기 시작했다.
비록 영지전에서 상대방이 어떤 병력을 꺼내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렇지만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을 미리 파악한다면 상황을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이끌 수가 있을 터였다.
***
2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지금 충렬은 네임드들과 함께 전장으로 이동되었다.
전장에 도착하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모습으로 공중에 떠 있었다. 저 멀리 건너편에는 노란색의 단발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상대 도전자였다. 해일과 마찬가지로 활을 주된 무기로 사용하는 듯했다.
충렬이 그녀를 발견한 것처럼, 그녀 또한 충렬을 발견했다. 그녀는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방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어왔다. 거리가 제법 멀었기에 시스템의 음성처럼 정신으로 울렸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애초에 서로 죽이는 것도 아닌데 과민 반응을 할 필요는 없었다. 드미트리와 달리, 그녀는 즐겁게 영지전에 임하는 듯했다. 충렬은 그녀의 인사에 대충 꾸벅 인사를 하며 답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서로가 인사를 교환할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1분 뒤부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매 턴은 1분마다 변경됩니다.]
[목록을 살펴서 건설하고 싶은 건축물을 미리 파악하십시오.]
[상대방의 요새 내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건물을 짓는 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니. 뭐, 솔직히 거기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요새 밖으로 진격하는 병력을 보고서 대응하면 되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충렬은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나타난 목록을 살폈다.
<네크로시티 진영>
[1티어]
[1. 허름한 천막: 매 턴마다 해골 일꾼 4마리를 생성한다. (150마나석 필요)]
[2. 죽은 자들의 묘지: 매 턴마다 해골 전사 2마리를 생성한다. (170마나석 필요)]
[3. 강화된 묘지: 매 턴마다 해골 궁수 1마리를 생성한다. (200마나석 필요)]
[4. 시체 구덩이: 매 턴마다 좀비를 1마리 생성한다. (250마나석 필요)]
[2티어: 1,000마나석으로 티어 상승 가능.]
[3티어: 2티어를 개방 후에 상승 가능.]
목록은 매우 간단하게 나와 있었다.
‘당장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은 4종류뿐이네.’
엘프들의 병력은 어떻게 나오는지 몰랐다. 혹시나 싶어 건너편을 바라보았지만, 상대편의 홀로그램은 살필 수 없었다.
그러나 충렬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르타디아의 조언을 참고해 어떤 건축물을 먼저 건설할지 마음을 정했다.
‘일단은 물량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현재 1티어 병력들로는 엘프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엘프 자체가 기본적인 순발력이 있다 보니 해골이나 좀비로는 제대로 상대하기가 힘든 것이다.
해골 일꾼, 해골 전사, 해골 궁수. 그 종류와 상관없이 해골이라면 승리를 쉽게 점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어차피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나았다.
‘물량으로 밀어붙인 뒤, 상황을 봐서 티어를 상승시켜야겠어.’
요새의 바로 앞에는 자동 포탑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볼품은 없었다. 때문에 그것을 믿고 곧바로 티어를 상승시키는 것은 멍청한 짓이 확실했다.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충렬이 무엇을 건설할지 마음을 정한 사이, 영지전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1분 뒤, 첫 번째 턴이 시작됩니다.]
[보유 마나석: 350]
마나석은 처음에 350을 주고 시작했다. 거기에 더하여 매초마다 추가적으로 일정량의 마나석이 충전되었다.
충렬은 마나석이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요새 내에 허름한 천막을 건설했다.
[요새 내에 허름한 천막을 건설하였습니다.]
[요새 내에 허름한 천막을 건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잠시 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스템이 알려왔다.
[첫 번째 턴이 시작되기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다시 보유 마나석을 확인했다.
[보유 마나석: 150]
마침 알맞게 150이라는 숫자가 딱 맞춰졌다. 충렬은 고민하지 않고 천막 하나를 추가적으로 건설했다. 덕분에 충렬은 처음부터 3채의 천막을 짓고 시작했다.
<보유 건물>
[허름한 천막: 3]
그 말인 즉, 첫 번째 턴에 12마리의 해골 일꾼이 진격한다는 소리였다.
어쨌거나 10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첫 번째 턴이 시작되었습니다.]
[60초 뒤, 두 번째 턴이 시작됩니다.]
동시에 충렬의 요새에서는 순식간에 12마리의 해골 일꾼이 생성되었다. 그러더니 요새 밖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충렬은 즉시 상대 요새를 살폈다. 그러자 상대의 요새 밖으로 엘프 셋이 진격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숲의 하급 엘프>
엘프들이 장비한 것은 활이었다. 세 명의 엘프를 생성하기 위해 소모된 마나석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곧 확인할 수가 있으리라.
그런데 그때였다. 첫 번째 턴이 시작되고 대략 5초 정도가 지났을 때, 시스템은 서로가 보유한 마나석의 양을 따로 표시해 주었다.
[서로가 가진 마나석의 수량이 지금부터 공개됩니다.]
[보유한 마나석]
[이충렬: 35]
[세라자드: 35]
왜 공개해 주는 것일까? 아마도 상대가 가진 마나석을 파악하고, 그 수치를 참고하여 건물을 건설하라는 것 같았다.
‘일단 보유한 마나석은 같다.’
그 말인 즉, 상대 또한 충렬과 같은 수량의 마나석을 소모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첫 번째 턴에서의 승리가 중요하게 작용하겠지.’
똑같은 마나석을 소모하였으니, 지금부터는 누구의 병력이 전투에서 이기냐가 관건이었다. 이쪽은 무려 12마리의 해골이었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가 셋에 불과할지라도 활을 가진 원거리 병력이었다.
이제 전투 결과에 따라, 앞으로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지 결정될 것이었다.
***
열둘의 해골 일꾼과 셋의 엘프. 둘의 거리가 일정거리까지 좁혀지자,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은 엘프들이었다.
엘프들은 제자리에 서더니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고서는 해골 일꾼을 조준하더니, 시위를 놓았다.
동시에 엘프들 각자의 활로부터 화살이 발사되었다.
피융!
피융! 피융!
날아가는 화살은 바람을 갈랐다.
쌔애애애액!
제법 빠른 속도로 들이쳐서인지, 해골 일꾼들은 제대로 피해내지 못했다. 결국 각각의 화살들은 정확히 해골 일꾼들의 미간에 틀어박혔다. 그러자 해골들의 뼈가 순식간에 박살 났다.
빠각!
빡!
빠각!
그와 함께 충렬의 일꾼 셋이 곧바로 전투 불능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9마리의 해골 일꾼과 엘프 셋이었다. 하지만 해골 일꾼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엘프들의 활시위가 한 번 더 당겨졌다.
그렇게 또다시 이어지는 엘프 셋의 화살. 그것들이 앞 열에 위치한 해골 일꾼 셋을 또다시 처치해 버렸다.
[해골 일꾼이 처치되었습니다.]
[해골 일꾼이…….]
[해골…….]
결국 12마리였던 해골 일꾼이 6이라는 숫자로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러나 엘프들은 더 이상 공격할 수가 없었다. 6마리의 해골 일꾼이 희생되는 동안, 나머지 일꾼들이 엘프들의 앞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엘프들의 지척거리까지 도착한 해골 일꾼들은 일시에 곡괭이를 짓쳐들었다. 그러면서 당장에라도 찍어서 누를 듯이 엘프들을 향해 나아갔다.
엘프들은 활 외에 가지고 있는 무기가 없었다. 그 때문일까? 해골 일꾼들에게 거리를 내어주자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했다.
물론 엘프 셋이 주먹으로라도 반격을 하니 해골 일꾼 하나를 더 처치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엘프 셋은 곧 나머지 일꾼들의 곡괭이에 두개골이 박살 나며 사망해 버렸다.
[숲의 하급 엘프를 처치하였습니다.]
[숲의 하급 엘프를…….]
[숲의…….]
똑같은 마나석을 소모하여 이쪽은 일꾼 다섯이 남게 되었다. 그 소리는 이쪽이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는 소리였다.
다행이었다.
각자의 병력에는 따로 명령을 내릴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서로가 진격만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규칙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되었다. 덕분에 해골 일꾼들로만 밀어붙였는데도 승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승리는 이제 겨우 한 번이었다. 아직 영지전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턴이 남아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서 유리한 지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때마침 두 번째 턴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10초 뒤, 두 번째 턴이 시작됩니다.]
충렬은 두 번째 턴이 시작되기 전에, 남아있는 마나석을 살피며 재빨리 새로운 건물을 추가적으로 건설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