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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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은 자원을 최대로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해서 생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나석을 차근차근 모아 근처에 천막을 하나 더 지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나석 근처에 추가적으로 멀티를 지은 것이다.
상대도 처음 영지전을 겪을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처음부터 적이 쳐들어올 걱정은 들지가 않았다. 이것저것 살피는 것이 많을 터였으니 말이다.
물론 초반에 쳐들어와도 상관은 없었다. 현재 모여 있는 일꾼들의 숫자가 많았다. 전투력을 기대하지 말라는 해골 일꾼이었지만, 이 정도라면 초반의 병력들을 견뎌낼 수가 있으리라. 아무리 약하다고 한들 여럿이서 곡괭이로 찍어 누른다면 충분히 막을 만했다.
이후의 진행은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나오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금은 마렉에게 지시를 내려 정찰을 보내는 중이었다. 마렉이 이동할 때는 그가 위치한 주변 시야가 밝혀졌다. 그러한 탓에 충렬이 주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다.
마렉을 보낸 장소는 5시 방향의 시작 지점이었다. 황야라는 말에 걸맞게, 중간에 지상으로는 이동하기 힘든 장소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마렉은 그와는 상관없이 유유히 하늘을 날며 금방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5시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곳에는 드미트리의 진영이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상상 외로 마렉의 정찰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늘을 나니 걸릴 것이 없었다. 지상의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 같은 것들은 마렉에게 조금의 방해도 되지 못했다.
어쨌든 5시의 정찰을 완료한 충렬은 다음 지시를 내렸다.
“마렉, 1시 쪽으로 정찰을 가주십시오.”
[알겠어.]
그에게 지시를 내린 충렬은 곧바로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마침 추가적으로 지은 천막이 막 완공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두 번째 천막에서 일꾼들을 계속 생성하고, 원래의 천막에서도 일꾼을 생성하여 두 번째의 천막으로 지원을 보냈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충렬이 보유한 마나석은 매우 빠른 속도로 축적되어 갔다.
세 번째 천막까지 지을까 싶었지만, 충렬은 혹시나 싶어 병력을 조금 생성하고자 했다.
곧 이어서 묘지를 지은 충렬은 자원 채취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해골 전사들을 조금씩 만들어내기로 했다.
<죽은 자들의 묘지>
[설명: 해골 전사를 생성한다. 묘지를 지으면 시체 구덩이를 건설할 수가 있다.]
[생성 가능 목록]
[1. 해골 전사(필요 마나석: 70)]
[업그레이드 목록]
[1. 궁병 훈련: 해골 궁병 생성 가능(필요 마나석: 200)]
[죽은 자들의 묘지에서 해골 전사를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해골 전사는 15초 뒤, 묘지 앞에 등장합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다른 것들을 확인해 보았다. 시체 구덩이는 좀비를 생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당장에 건설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상대방의 간을 보며 최대한 자원 채취에 집중한다.’
병력은 최소한의 방어 인원만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렇게 이쪽 일에 집중할 사이, 마렉이 1시 지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드미트리의 시작 지점을.
[이봐! 발견했다!]
지켜보고 있는 이쪽과 달리, 저쪽에서는 자신이 노출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저게 오크인가.’
오크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법 건장한 덩치에 무서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상대의 진영은 의외로 많이 발전하지 못했다. 자원의 채취를 늦게 시작한 것인지, 일꾼의 숫자가 충렬보다 월등히 적었던 것이다. 혹시나 다른 곳에 멀티를 지은 것인가 싶었지만,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병력 생성 건물도 이제 막 건설하고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멍청한 것은 아닌지, 영웅을 소환하는 여관은 미리 지었고 마침 영웅 하나를 소환해 내었다.
<오크 대전사 그락카락>
대충 상대방의 상황을 파악한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발전 정도는 내가 훨씬 빠르군.’
하지만 그것에 만족한다면 충렬이 아니었다.
“마렉, 일꾼들 근처로 다가가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마렉이 징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락카락이라는 영웅을 단번에 죽이기란 어려워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강인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결코 평범한 맷집의 보유자는 아니리라.
마렉도 충렬의 의견에 동의했다.
[맡겨만 주라고. 제대로 괴롭혀 줄 테니. 흐흐.]
상대의 영지로 슬금슬금 이동한 마렉은, 그쪽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스킬을 사용했다.
[혼돈의 징벌!]
동시에 하늘이 순간 번쩍이며, 오크 일꾼 하나의 머리에 탁한 회색의 번개가 내리꽂혔다. 그러자 그 한 방에 오크 일꾼 하나는 곧바로 사망했다.
[마렉이 오크 일꾼 하나를 처치하였습니다.]
[마렉이 1킬을 달성하며 전투 경험을 쌓았습니다.]
[현재 경험치: 13%]
[경험치를 100%로 만들면 보유한 경험치가 다시 초기화됩니다.]
[그와 동시에 봉인된 스킬들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오크 일꾼 하나가 사망하자 깜짝 놀란 드미트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대전 상대에게 음성을 따로 전달할 수가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스템의 음성처럼 정신으로 전달되었다.
[아니? 어떻게 벌써……!]
그런 그의 반응에 충렬이 대답했다. 그에게 음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물론 길게 말은 하지 않았다.
“풋.”
짧은 웃음. 그것 하나면 되었다. 간단한 비웃음으로 전달된 충렬의 도발에, 그가 금방 도발에 걸려 들었다.
[…….]
곧 까드득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라. 반드시 처죽여주마.]
전달된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죽여버리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렉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놈이 먼저 도발하지 않았다면 충렬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대는 영지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도발해왔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여 대응해 주는 것이 답이었다.
드미트리가 하필 출전시킨 영웅도 지상의 전투만 이어갈 수 있는 영웅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락카락이라는 오크 영웅은 오크 일꾼들 틈으로 들어와 소리를 질러대었다.
“크아악! 내려와라! 지상으로 내려와서 전사의 전투를 벌이자!”
그러나 마렉이 내려갈 이유는 없었다. 편안한 공중을 놔두고 왜 지상으로 내려간단 말인가? 마렉은 공중에서 오크 일꾼들을 계속 요격하며 그락카락을 약올렸다.
[싫은데? 여기가 완전히 꿀을 빨 수 있는 장소였구만!]
마렉은 스킬의 쿨타임이 돌 때마다 꾸준히 오크 일꾼을 하나씩 처치해 나갔다. 스킬의 쿨타임이 짧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대를 괴롭히기에는 충분했다.
[크크크. 공격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마렉의 말에 화딱지가 잔뜩 오른 오크 영웅은 울화병이 생겨나기 일보직전이었다. 얼마나 답답했던 것인지 오크 영웅은 가지고 있던 무기인 글레이브를 공중에다가 힘껏 던졌다. 그러나 그런 공격 아닌 공격으로 마렉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렉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대를 끊임없이 농락했다.
[흐흐, 이거 완전 신나는데?]
오히려 오크 영웅이 던진 글레이브는, 곧 추락하며 아군 일꾼을 적중시켰다. 강력한 중력의 힘을 얻은 글레이브가 오크 일꾼 하나의 머리를 곧바로 뭉개었다.
퍼억.
결국 마렉을 신경쓰느라 상대는 정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꾼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갈 것을 두려워했는지, 곧 모든 일꾼들을 도망치게 했다.
그 모습에 충렬은 피식 웃었다.
‘바보로군.’
차라리 피해를 입더라도 자원을 계속 채취하게 두었어야 했다. 마렉의 공격 스킬은 지속성이 없었다. 1분이라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무시하고 자원 채취만 계속한다면 일꾼을 끊이지 않게 보충할 수가 있을 테고, 웬만하면 그렇게까지 많은 손해를 보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러한 점을 몰랐던 상대는 결국 최악의 수를 선택하고만 것이다.
그렇게 마렉이 적의 진영을 휘저으며 계속해서 시야를 공유해 줄 사이, 충렬은 꾸준히 병력을 뽑았다.
‘추가적인 천막을 지을 필요도, 일꾼을 생성할 필요도 없다.’
상대는 마나석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다. 일꾼들이 죽는 것이 아까웠는지 모두 물리며 도망치게 했기 때문이다. 오크 일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렉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만 동동 굴리는 처지였다.
‘병력이 조금만 모여도 곧바로 치면 되겠어.’
때문에 충렬의 진영에는 수많은 묘지들이 건설되며 해골 전사들과, 얼마 전에 궁병 훈련을 끝내어 소환이 가능해진 해골 궁병들을 계속해서 생성했다.
상대에게 오크 영웅 하나가 있었지만, 일정 이상의 병력들로 들이친다면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리라.
***
오크 일꾼들이 도망을 치더라도 마렉이 끈질기게 뒤따라가 요격하기를 한참이었다. 드미트리는 그제야 뒤늦게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더라도 오크 일꾼들을 열심히 일하게 시켰다. 혹시나 마렉이 지상으로 내려오면 상대할 생각으로 오크 영웅은 근처에 계속 머물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드미트리가 정신을 차려 자원 채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충렬은 총 50이라는 병력을 그의 진영으로 전진시키고 있었다.
[도전자 ‘이충렬’의 병력]
[영웅: 마렉]
[해골 전사: 30]
[해골 궁수: 20]
끝까지 방심할 수는 없었기에 본래 기지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병력을 만들어내고, 일꾼들은 끊임없이 일을 시켰다. 그러나 곧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잠시 뒤.
자신의 일꾼보다 몇 배는 많은 숫자의 병력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드미트리의 깜짝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어, 어떻게!]
처죽여주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간 것인지, 그는 엄청 당황한 듯했다.
[대, 대전사 그락카락! 가서 막아!]
그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렇지만 고작 오크 영웅 하나가 50의 병력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신나게 약을 올리던 마렉도 해골 병력들에게 합류했기에 상황은 드미트리에게 매우 불리했다.
충렬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병력들을 컨트롤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한 명령만을 내렸다.
“애들아. 저기까지 싹 쓸어버려라.”
그러자 해골들이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겔겔겔.
겔겔겔겔.
겔겔겔겔겔.
동시에 많은 수의 해골 병력들은, 그렇게 오크 진영을 박살 내기 위해 신나는 소리를 내며 이동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
오크 대전사 그락카락이 물밀 듯 들이치는 해골 병력들에게로 거침없이 돌진했다. 해골 궁수들이 화살을 쏘았지만, 녀석은 팔뚝으로 머리만을 보호하여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화살이 몸에 박히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매우 용맹해 보였다.
일정 거리까지 도착하자 그락카락이 글레이브를 높게 들어 올렸다. 동시에 해골들 사이를 목적지로 삼아 점프했다.
곧 그가 목적지에 착지하자 해골 전사 하나가 두개골이 으깨지며 파괴되었다.
[그락카락의 공격에 의하여 해골 전사 하나가 사망합니다.]
그러나 오크 대전사의 활약은 거기까지였다. 녀석은 용감하게 뛰어들었지만, 곧바로 다져진 고기가 되어야 했다.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해골 전사들이 일시에 검을 내지르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마렉이 무언가를 해줄 것도 없이, 그락카락은 해골 전사들에게 단숨에 처치되었다.
[오크 대전사 그락카락이 처치되었습니다.]
[이번 전장에서는 그락카락이 더 이상 활약하지 못합니다.]
오크 영웅이 사망하자,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드미트리는 오크 일꾼들로 해골 병력들을 막아보려 했다. 그러나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해골 궁수들의 화살이, 오크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놈들의 심장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오크 일꾼들마저 학살하고, 이제는 건축물들을 부술 때였다. 드미트리의 답답함과 분노가 섞인 음성이 충렬에게 들려왔다.
[내가 어떻게 저딴 노란 원숭이 놈에게……!]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음성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알려주었다.
[드미트리가 영지전 도중 급작스러운 고혈압으로 실신하였습니다.]
[영지전을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번 영지전의 승리는 도전자 ‘이충렬’에게 주어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고혈압으로 실신까지 하게 된 것일까. 물론 굳이 그가 쓰러지지 않아도 어차피 이긴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났어.’
그렇게 충렬은 첫 승을 가져가며 첫 번째 영지전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