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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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전이 발발하기 전에 박해일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에게 고지를 해주었다. 혹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대비할 수가 있게 말이다. 하지만 영지전은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곧 알 수가 있었다.
[대기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 충렬은 혼자서 이동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착한 것은 예전에 겪어본 작전 회의실과 비슷한 방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또한 함께 머물러 있다는 점이었다. 2미터가 가뿐히 넘어 보이는 그는, 상당한 거구였다.
충렬은 그를 처음 보았지만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다.
<드미트리(오크 신봉자)>
‘이번 대전 상대였네.’
그도 충렬의 존재를 이내 알아채고 잠깐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자신보다 작은 충렬의 덩치를 보더니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내 상대는 애송이군.”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말하는지는 몰랐지만, 대꾸할 가치도 없었다. 어쨌거나 잠시 뒤, 시스템이 알려왔다.
[여러분들이 체험하게 될 영지전은 가상입니다.]
[현재 보유한 영지를 참고하여 지휘하게 될 진영이 주어지며, 당신들은 각자의 거점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병력을 생성하여 상대방의 거점을 함락시켜야 합니다.]
짧은 설명이었지만 대충 요지는 파악할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전략전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곧바로 파악했다.
‘자원을 채취하고 병력을 뽑아야 한다면 이야기는 단순해.’
최대한 자원을 빨리 채취하고, 병력을 많이 뽑아 운용하는 것. 그것이 답이었다.
[3분 뒤, 당신들은 가상의 영지로 이동됩니다.]
[당신들은 그곳에서 명령만 내릴 수 있을 뿐, 그 외의 행위는 일절 행하지 못합니다.]
[올바른 판단으로 부여받은 진영을 운용하고 상대의 거점을 함락시키십시오.]
[그리고 전쟁을 벌이게 된 장소인, 가상의 영지를 혼자서 독식하십시오.]
[상대의 건물을 모조리 파괴시키면 함락으로 인정합니다.]
영지전이라고 해서 영지끼리 싸우는 것 같았는데, 영지 하나를 두고 양 진영이 싸우는 방식이었다.
‘뭐, 이것도 다양한 영지전들 중 하나겠지만.’
자세한 진행 방식은 3분 뒤, 직접 이동되면 파악할 수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시스템은 둘에게 어떤 영지가 주어지는지 알려주었다.
[도전자 ‘이충렬’이 ‘네크로시티’의 진영을 운영하게 됩니다.]
[도전자 ‘드미트리’가 ‘갈색 초원 부족’의 진영을 운영하게 됩니다.]
동시에 시스템은 두 영지가 결전을 벌이게 될 장소의 지도를 확인시켜 주었다.
[여러분들이 결전을 벌이게 될 장소는 ‘거친 들판’이라는 황야로 이루어진 영지입니다.]
[시작할 수 있는 위치와, 분포된 자원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당신들은 주어진 장소들 중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나자 시스템은 허공에 거대한 지도를 생성해 주었다. 지도는 정사각형이었다. 시작 위치는 총 4군데였는데 1시, 5시, 7시, 11시의 깊숙한 장소였다.
‘저 4군데 중 하나에서 시작하는가 보군.’
4군데에 불과한 시작 위치와 달리, 자원의 위치는 정말 다양했다. 자원은 ‘마나석’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시작지점 근처에 일정량이 있었다. 물론 시작 위치 외에도 제법 많은 자원이 각지에 분포가 되어 있었다.
시스템은 충렬과 드미트리를 보내기 전, 마지막 설명을 해주었다.
[영지전은 총 8강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결승전에서 우승한다면, 특별한 보상을 하나 얻어갈 수가 있습니다.]
페널티가 없어서 보상도 없는 줄로 알았다. 그냥 경험만 해보라는 것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승에서 우승을 거머쥔다면 특별한 보상을 준다니.
‘8강전이니 총 3번의 경기를 치르면 된다는 소리인가.’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가정하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3분이라는 시간은 시스템의 설명을 듣고 있으려니 금방 지나갔다.
[각자의 거점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이 이동을 시작하려는 찰나, 드미트리가 거만한 표정으로 충렬을 노려보았다.
“너 따위는 가볍게 뭉개주도록 하지.”
무척이나 오만하고 방자한 자였다. 쓴 소리를 들은 충렬은 그에 응대해 주었다.
“그러시든지 말든지.”
충렬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도리어 화가 난 것은 드미트리였다. 그는 시답잖다는 충렬의 반응에 욕설을 내뱉으려 했다.
“이게……!”
하지만 그의 음성은 이어지지 못했다. 시스템의 둘을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
충렬이 이동된 곳은 주변에 일정량의 마나석이 둘러싼 장소였다. 마나석은 대충 사람 크기 정도의 수정이 뭉친 것 같은 모양이었는데, 그 앞에 하나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죽은 자들의 천막>
[설명: 해골 일꾼을 생성하고, 일꾼이 채취한 마나석을 보관한다.]
[생성 가능 목록]
[1. 해골 일꾼 (필요 마나석: 50)]
천막 앞에는 10마리의 해골 일꾼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충렬은 허공에서, 반투명한 상태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마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시스템이 알려왔다.
[제시되는 정보를 참고하여 명령을 내리십시오.]
[그 외의 기능들은 스스로 파악하십시오.]
그게 끝이었다. 대충 상황을 인지한 충렬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해골 일꾼들, 전부다 마나석을 채취해라.”
그러자 해골 일꾼들이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충렬의 오른쪽 하단에 조그만 미니맵이 표시되었다. 아군이 있는 지역은 활성화되어 있지만, 정찰하지 못한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었다. 충렬이 시작한 위치는 7시였다.
‘일단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어.’
미니맵은 오른쪽 하단에 있었으며, 오른쪽 상단에는 자원의 상태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제 막 해골들이 자원을 채취하기 시작하자, 보유한 마나석의 양이 증가했다.
‘대충 한 마리당 5의 마나석을 채취하는군.’
[보유 마나석: 45]
충렬은 잠시 뒤, 마나석이 50으로 오르자 곧바로 해골 일꾼을 추가로 생성했다.
“해골 일꾼을 생성한다.”
[죽은 자들의 천막에서 해골 일꾼을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해골 일꾼은 10초 뒤, 천막 앞에 등장합니다.]
그 음성을 들으며 다음의 일을 생각했다.
‘그나저나 해골 일꾼만 뽑는 것이 전부가 아닐 텐데.’
분명 병력을 뽑아 상대를 함락시키는 대결이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해골 일꾼 하나를 지목하며 말했다.
“해골 일꾼은 무얼 할 수 있지?”
그러자 시스템이 그와 관련된 정보를 표시해 주었다.
<해골 일꾼>
[설명: 네크로시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일꾼이다. 마나석의 채취가 가능하며, 각종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력에 대해서는 뛰어나질 않으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현재 건설 가능한 건물]
[1. 죽은 자들의 천막 (필요 마나석: 400)]
[2. 죽은 자들의 묘지 (필요 마나석: 200) (해골 전사 생성 가능)]
[3. 죽은 자들의 여관 (필요 마나석: 100) (영웅 소환 가능)]
그제야 충렬은 상황을 대충 파악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었군.’
하지만 그때였다. 공중에 떠있는 충렬의 옆으로, 충렬의 네임드들 또한 자동으로 소환되었다. 본래 영지에 영웅으로 등록된 샤오링과 제레미를 제외하고, 데프론과 마렉, 그리고 레일리와 아르타디아가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상태로 오게 된 것이다. 레일리는 다른 이들과 오자마자 말했다.
“시스템이 저희에게 따로 몇 가지 사항을 알려주었어요. 그래서 이제야 왔네요.”
그러면서 그녀는 충렬에게 정보 하나를 알려주었다.
“여관을 만들면 저희들 중 하나를 전장에 내보낼 수가 있다고 해요. 물론 밸런스를 조정한 상태로 내보내겠지만 말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정보였다. 덕분에 충렬은 확실히 감을 잡아갈 수 있었다.
‘병력을 뽑을 수 있는 묘지보다 여관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 우선은 영웅부터 소환하라는 것인가?’
어쨌거나 아르타디아 또한 알게 된 것들을 알려주었다.
“첫 영웅이 출전하는 비용은 무료라고 하니 반드시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전장에서 사망한다면, 이 전장에서는 출전시킨 영웅을 더 이상 재출전시키지 못한다더군.”
중요한 정보였다.
그 외에도 레일리와 아르타디아는 본인들이 알게 된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그렇게 그녀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들어가며, 충렬은 영지전을 진행했다.
***
천막 하나에서 생성할 수 있는 해골 일꾼은 한 마리였다. 동시에 여러 마리를 생성할 수 없었다. 한 마리의 생성이 끝나면, 그다음에야 생성할 수 있었다. 때문에 충렬은 일꾼의 생성이 끊이질 않게 유지하면서, 자원의 채취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남는 마나석으로는 가장 먼저 여관을 설치했고, 지금은 누구를 출전시킬지 살피는 중이었다.
<죽은 자들의 여관>
[설명: 마나석을 소모하여 영웅을 소환할 수 있다. 다만 소환된 영웅은 생전에 비해 약해진 상태이며, 영지전에서 전투 경험이 주어지면 본래의 실력을 점점 되찾을 수 있다. 소환 횟수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석은 다음과 같다. (무료, 1,000, 3,000, 5,000)]
[현재 소환 가능한 영웅]
[1. 데프론 (필요 마나석: 무료)]
[2. 마렉 (필요 마나석: 무료)]
[3. 레일리 (필요 마나석: 무료)]
[4. 아르타디아 (필요 마나석: 무료)]
누구를 먼저 출전시킬지 고민하였지만 그 고민은 곧 줄어들 수가 있었다. 옆에 반투명한 상태로 되어있는 네임드들을 살피자, 어떠한 상태로 출전하는지 각종 정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프론: 다크 오러 사용 불가, 해골 보병 소환 불가, …(소환까지 걸리는 시간: 1분)]
[마렉: 부활 사용 불가, 축복 사용 불가, …(소환까지 걸리는 시간: 1분)]
[레일리: 스피어스 오브 헬 사용 불가, 해골 마법사 소환 불가, …(소환까지 걸리는 시간: 1분)]
[아르타디아: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만 참여 가능, 각종 스킬 사용 불가, …(소환까지 걸리는 시간: 30분)]
물론 사용 불가 항목도 영지전 내에서 성장시킨다면 사용이 가능할 터였다. 문제는 당장의 효율성이었다.
‘일단 아르타디아의 소환을 포기해야겠군.’
아르타디아는 각종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하더라도 본 드래곤의 모습으로 참전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엄청난 강력한 영웅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출전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30분었다. 전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데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충 살펴본 충렬은 마렉부터 출전시키기로 했다.
‘지금은 마렉이 가장 적절해.’
마렉 또한 처음부터는 각종 스킬들의 제한에 걸려 있었지만, 징벌이라는 공격 스킬과 공중을 날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이 막히지 않았다.
즉, 공중을 날아다니며 상대방의 진영을 정찰하고, 더 나아가 괴롭힐 수가 있다는 소리였다.
‘아마 적도 일꾼들과 함께 시작했겠지.’
마렉은 징벌 스킬을 사용할 수가 있었으니, 초반부터 어느 정도는 충분한 견제가 가능할 것이리라. 마음을 정한 충렬은 마렉부터 출전시켰다.
“마렉을 출전시킨다.”
[1분 뒤, 마렉이 전장으로 소환됩니다.]
충렬이 마렉부터 출전시키기로 하자 그는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조용히 있었으면 반이라도 갈 것을, 괜히 입이 문제였다.
[흐흐, 역시 내가 제일 잘났구만? 진가를 보여주지. 기대 하라고.]
마렉의 천방지축 같은 성격을 이미 알고 있던 레일리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녀는 혹시나 싶어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마렉, 가서 사고나 치지 말고 충렬 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세요.”
그러자 마렉은 그녀에게 걱정 말라는 투로 말했다.
[뭐야? 날 못 믿는 거야? 쳇. 믿음을 좀 가져봐. 나중에 보고 반하지나 말고. 난 기가 센 여자는 질색이니까. 흐흐흐.]
마렉의 말에 레일리가 화를 내었다.
“뭐라고요!”
그녀가 화를 내자 마렉은 본능적으로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실제로 맞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흐익!]
어지간히도 티격태격하는 둘이었다. 저러다 정이라도 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어쨌거나 1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자, 그럼 날뛰어 볼까!]
그렇게 충렬이 지휘하는 전장의 영웅으로, 마렉이 첫 번째로 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