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39화 (139/237)

#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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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무트와 유령들은 영지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호숫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착장을 짓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몇몇의 드워프와 해골 일꾼들을 대동한 상태였다.

충렬이 유령들을 영지의 주민으로 받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작업에 착수시키다니.

‘일처리가 엄청나게 빠르잖아.’

역시 해일을 대리인으로 임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자르딘과 둘이서 호숫가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직 소환이 불가능한 아르타디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임드들은 각자 영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어쨌거나 자르딘은 이 외에도 꽤나 놀랄 만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제법 많은 숫자의 머메이드들이 방문했습니다. 덕분에 호숫가에 빠르게 선착장을 지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많은 머메이드들이 방문했다고?

“비솔라 혼자 방문한 것이 아닙니까?”

[예. 제가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그녀는 아예 이쪽에서 지내려는 생각 같습니다. 다른 머메이드들은 모두 시종들이었습니다.]

자르딘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조금 미안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그나저나 자르딘은 유령들과 충렬이 영지로 귀환하기 전, 미리 머메이드들을 만난 것 같았다.

[호숫가에 머무는 망령들이, 머메이드한테는 쪽도 쓰지 못하던데요?]

솔직히 호수에 사는 망령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머메이드한테는 상대가 되질 않는가 보다.

[어쨌거나 머메이드들이 지금 잠시 머물고 있는 호수에서는 망령들이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선착장을 수월하게 지을 수 있을 겁니다.]

하기야, 호수 망령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선착장을 건설하는 것은 한참 뒤에나 해야 할 일이었다.

‘곧바로 선착장을 짓는다는 이유가 있었군.’

머메이드가 있을 때 최대한 이득을 보려는 것이리라. 그들이 진짜로 영지에 머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선착장의 기능이 아직은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음이 분명했다. 박해일의 일처리가 빠르다 보니 정말 편했다. 영지의 일을 따로 고심하지 않아도 그가 전부다 처리해 주니, 이렇게 보고만 받고 경과만 파악하면 되었다.

그렇게 각종 정보를 전달받으며, 충렬은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비솔라를 만나기 위해서다.

‘영지에 굴러온 복덩이들… 아니, 손님들을 이대로 머물게 하는 것은 실례니까.’

***

호수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그래도 이동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탈것이 있었으니까.

얼마 후, 호숫가에 도착한 충렬은 한창 선착장을 건설하고 있는 드워프들을 볼 수가 있었다. 영지에서 자원 창고를 건설했기 때문일까? 드워프들이 따로 목재를 옮기지 않았는데 필요할 때마다 목재가 그들의 옆에 생성되었다. 해골 일꾼들은 그런 드워프들을 도와 옆에서 보조하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충렬이 왔음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선착장을 건설하는 그들의 두 눈은 오로지 건설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엄청나게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그들의 집중력을 깨버릴 생각이 없었던 충렬은 조용히 호숫가를 향해 다가갔다. 호숫가에서는 제법 많은 숫자의 머메이드들이 수면 아래에서 지지대를 설치해 주고 있었다. 호수는 은근히 깊었다. 때문에 드워프들이 하기 힘든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충렬이 접근하자, 일을 하고 있던 머메이드 중 하나가 충렬을 보더니 크게 외쳤다.

“충렬님!”

그녀는 바로 비솔라였다.

‘원래 저렇게 활기찼나?’

이전에는 활기찬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새롭게 느껴졌다. 비솔라의 외침에도 다른 이들은 묵묵히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어쨌거나 충렬이 호숫가로 이동하자 자르딘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럼 호숫가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망령들이 어디까지 위치해 있는지 파악해야 해서 말입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자르딘을 보낸 충렬은 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비솔라에게로 도착했다. 그녀는 충렬이 다가오자마자 본론부터 꺼내었다.

“충렬님, 가까이 잠시 와보시겠어요?”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가 충렬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했다. 충렬이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수면 아래로 잠겼던 상체를 일으키더니, 충렬의 입술을 훔쳐왔다.

하지만 충렬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가 왜 입술을 맞대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에 그 추측은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머메이드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머메이드의 축복: 수중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어렵지 않게 된다.]

[머메이드의 축복은 2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비솔라는 입술을 훔치자마자 충렬의 손을 두 손으로 덮어왔다.

“어서 와보세요.”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일까? 그녀의 몸짓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호수 안으로 들어갔다.

***

호수 안으로 들어가자, 머메이드 왕국에서나 봤을 법한 거대한 건축물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거대한 조개껍데기와 산호들이 어우러진,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건축물을 보여준 그녀는 본론부터 꺼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며 충렬님을 돕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머메이드 비솔라가 시종들과 함께 당신의 주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종의 숫자: 20]

[그녀들을 받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거절한다면 그녀는 실망하며 돌아갈 것입니다.]

이것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주민이 된다면 환영이었다.

‘너무 고맙긴 한데…….’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다. 무슨 이유로 여기로 오려는 것인지. 하지만 그 이유는 충렬이 예상하고 있던 것과 동일했다.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해요. 충렬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아이를 잃고 불행한 생을 보내게 될 수도 있었다는 소리겠지.

그나저나 그녀는 그냥 이곳에 머문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곳에 제가 교역소를 만들면 어떨까 해요. 저희 머메이드 왕국에선 제법 괜찮은 물건들이 많거든요.”

그러고 보니 머메이드는 해골왕과도 종종 왕래가 있었다.

‘아마 서로가 필요한 물건들을 한 번씩 교환하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렇다면 충렬도 좋았다. 머메이드 왕국에서 무엇을 가져올지 몰랐지만, 그녀가 나서서 교역을 해준다면 충분이 좋은 것들을 가져올 것이리라. 굳이 예의상 뜸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충렬은 그녀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고맙습니다. 이런 누추한 영지에 지내준다고 하셔서.”

그런 충렬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활짝 웃으며 충렬을 안았다.

“고마워요!”

그러고서는 부끄러웠는지 볼을 붉히며 곧 살며시 몸을 떼어냈다.

“미, 미안해요. 추태를 보였네요.”

미녀가 이런 추태를 부려준다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어찌되었거나 충렬이 허락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의 영지에 비솔라를 포함하여 총 21의 머메이드들이 주민으로 영입되었습니다.]

동시에 비솔라가 미리 만들어 놓은 건물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중 교역 여관: 수중에 지을 수 있는 머메이드들의 건물이다. 교역소의 기능과 여관의 기능이 절반씩 합쳐져 있는 건물이다. 수중에서 지어졌기에 만약 이곳에서 숙박한다면 매우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다. 특히 시종 머메이드가 항시 상주해 있기에 그녀들에게 요청한다면 특별한 밤을 보낼 수도 있다. 그녀들은 당신을 언제나 환영한다.]

교역소와 여관의 기능이 합쳐져 있다니, 놀라웠다. 뒤에 머메이드와 관련된 설명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런 건물이 있을 줄이야.’

다만 충렬의 영지에 있던 기존의 여관과는 달랐다. 영웅을 등록하거나 하는 기능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충렬이 새로운 건물에 대해 살필 사이, 비솔라는 충렬을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여관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나저나 시장하시죠? 일단 식사라도 하세요.”

***

교역 여관의 안으로 들어가자 머메이드 셋이 열심히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충렬이 들어오자 두 눈을 반짝였다.

“저분이 바로…….”

“그래. 이곳의 주인이셔.”

“와아. 건강하시네.”

“어머, 그런데 비솔라 님과 손을 잡고 함께 들어오시잖아?”

“설마, 둘이 벌써……?”

무슨 소설을 쓰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굳이 참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들의 반응에 비솔라가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충렬님께서 부담스러워하시잖아요.”

비솔라의 반응에 시종들이 수군거렸다.

“어떻게 해, 벌써 마음을 빼앗기신 것 같아.”

“하긴, 그러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겠어?”

“비솔라 님의 남자라……. 그래도 좋아. 첩이라도 되고 싶…….”

그녀들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충렬은 민망함에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그저 비솔라가 이끄는 데로 이동했다.

그녀가 딸이 있지만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을 보면, 머메이드에게는 사람과는 다른 문화가 있는 듯 했다.

‘별로 궁금하진 않네.’

이런 헬리오스에서 사랑 따위는 사치였으니까. 살아남으려면 성장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어찌되었거나 시종이라고는 해서 머메이드끼리는 딱히 거리감이 없는 듯했다. 비솔라와 시종들과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이들의 친밀도가 나쁘지 않다는 소리이리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이동할 무렵, 그녀가 마련된 테이블로 충렬과 함께 도착했다. 음식은 직접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일까? 곧 시종 하나가 요리된 음식을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

각종 해산물 요리가 충렬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맛있네요.”

충렬의 감탄에 비솔라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많이 드세요.”

그녀는 충렬이 먹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하다는 듯, 충렬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수중이었지만 음식을 먹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머메이드의 축복 효과 덕분에 수월하게 허기를 채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밥을 먹는 도중 그녀와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덕분에 머메이드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있었다. 머메이드는 종족 번식에 대한 열망이 꽤나 강한 이들이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종족을 초월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머메이드도 남편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아직까지 그럴 만한 대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아이는 어떻게 가졌냐고? 그녀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단순했다. 다른 머메이드가 가져온 수컷의 씨앗을 공유 받아 아이를 만든 것뿐이었다. 대부분의 머메이드가 직접 수컷을 취하던가, 혹은 가져온 씨앗을 그렇게 공유를 받는다고 했다. 물론 전자를 선호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야기는 머메이드에 관한 것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그와 더불어 교역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녀는 충렬의 입장에서 이득이 될 것들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머메이드는 이해타산을 따지며 교역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대충 필요하다 싶으면 받고, 상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보통 해주는 이들이었다. 당연히 상대가 호의적인 관계에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런데 비솔라는 충렬에게 뭐든지 다 퍼주고 싶어 했다.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되어요. 제가 중간에서 연락을 취하고 조율해 드릴게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충렬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가져오겠다는 표정이었다. 왜 이렇게 잘해주나 싶을 정도였다. 괜히 부담스러워진 충렬이었지만, 딱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으니까.

“하하, 네. 고맙습니다.”

그렇게 충렬은 유령들에 이어서 머메이드들까지 영지에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개발하기가 어려웠던 드넓은 호수를 간단하게 개척하고, 동시에 영지는 한층 더 발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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