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뜻밖의 손님
충렬이 악티니언의 밖으로 나왔다. 하운드는 다시 문양으로 되돌리고, 마렉의 도움을 받아 유령선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도전자들은 충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 쩔었다고!”
“씨발, 여기서 안 뒈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게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이야? 완전 사기잖아!”
“젠장! 나도 재능 선택할 때 제대로 선택할 걸!”
“새꺄, 넌 그나마 나은 거야. 나는 창작, 기예, 학술을 선택해서 예술가라는 직업이 되었다니까? 사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왜 욕지거리야! 그나저나 예술가라고? 크큭. 좆나 웃기네.”
“어라? 근데 그런 직업으로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알고 보면 너도 사기 직업 아니냐?”
그렇게 한창 축제 분위기의 도전자들이었다.
어쨌거나 충렬이 도착하자 그런 충렬을 레일리가 반겨주었다.
“고생했어요.”
그녀의 말에 마렉이 답했다.
[휴우, 죽는 줄 알았다고. 촉수들이 막 사방에서 들이치는데…….]
하지만 떠들기 시작하는 마렉이 귀찮았는지, 레일리는 그를 깔끔하게 무시하고서는 충렬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리 와서 쉬어요.”
레일리의 친절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마렉이 입맛을 다셨다.
[쳇, 나는 찬밥이구만.]
하지만 마렉은 곧 신나게 수다를 떨 수가 있게 되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다른 도전자들이 마렉의 주위에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촉수들이 들이치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도대체 저걸 어떻게 잡은 거요?”
도전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자 마렉은 언제 그랬냐는 듯 크게 웃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은근히 허세를 부리는 그였다.
[흐흐, 촉수들 따위야 내 상대가 안 되지! 내가 어떻게 했냐면 말이야…….]
마렉이 이야기를 이어나갈수록 사람들은 감탄했다. 하기야, 솔직히 마렉의 외형은 엄청난 고레벨처럼 보였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르는 도전자들은 마렉의 입담에 속아 넘어갈 뿐이었다.
***
레일리의 안내를 받아 쉴 만한 장소에 도착한 충렬은, 하운드를 다시금 풀어놓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유령선에는 수많은 바다 몬스터들의 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몬스터라 그런지 하나같이 수집할 만한 뼈는 없었다. 그렇지만 하운드의 숙련도를 올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리라.
“마음껏 포식하고 와라.”
그 말에 하운드가 마렉의 주변에 모여 있는 도전자들을 바라보며 침을 흘렸다.
[헬 하운드가 바다 몬스터보다는 도전자들이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은 깜짝 놀라며 명령을 약간 정정했다.
“아니, 사람들은 먹지 말고.”
이전까지는 사람의 시체엔 관심조차 가지지 않더니, 왜 저러는 것일까?
[당신의 명령에 하운드가 알겠다고 합니다.]
[바닷물에 절여진 사람이 그냥 어떤 맛인지 잠깐 궁금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하운드는 잠깐 관심을 가졌을 뿐, 이내 관심을 접었다. 하마터면 하운드에 의하여 도전자들이 사망할 뻔했다.
가슴 한편을 쓸어내린 충렬은 영지로 돌아가기 전, 최대한 정비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런 충렬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음……?’
그는 다름 아닌, 이번 임무와 관련된 인물 중 하나인 발라무트였다. 그런데 발라무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열셋의 유령이 도열해 서 있었다.
발라무트는 여전히 충렬을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네, 네크로맨서님.]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 그의 음성에 충렬이 답했다.
“예?”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은 충렬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희들은 목적을 완수하였기에 잠시 후 사라지게 됩니다.]
하기야, 이번 임무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었다. 저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정말 사라지게 되는 것이리라.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 성불 같은 것이 일어나는 건가?’
그런데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곧 알 수가 있었다.
[저, 저희는 이대로 사라지기 싫습니다. 당신에게서 친숙한 땅의 냄새가 느껴집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목적을 밝혔다.
[그곳이라면 저희가 살아갈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들을 받아주십시오!]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발라무트를 포함한 자아가 있는 열넷의 유령들, 그들이 당신의 주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을 받으면 영지에 인접한 호수, 그곳에 선착장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령들은 본래 사라져야 했던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주민이 된다면 그들의 수준은 하향되며, 유령선 또한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1등 항해사들만 총 열넷이었다. 만약 그들의 실력을 온전히 유지한 채 데려갈 수 있다면 엄청난 전력이 되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렇게 데려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데려가는 것이 이득이다.’
안 받는다면 충렬의 손해였다.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충렬이 입을 열었다.
“환영합니다.”
충렬의 그 한마디에 그들은 충렬의 주민이 되었다.
[1등 항해사였던 유령들의 수준이 ‘선원’으로 하향 조정 됩니다.]
[다만 그들의 기억과 경험은 여전히 유지됩니다.]
[앞으로 발라무트가 유령들의 입장을 대신하여 당신에게 의견을 전달할 것입니다.]
충렬이 거리낌 없이 자신들을 받자, 발라무트를 포함한 유령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가, 감사합니다.]
[크윽. 이대로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아무리 유령이라고 하나,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이들은 곧 충렬보다 먼저 이동되어야 했다.
[주민이 된 유령들은 당신보다 먼저 영지로 이동됩니다.]
동시에 유령들은 일시에 영지로 이동되었다.
파밧!
뜻밖에 유령 주민들이 새로이 추가되었지만 살짝 걱정이 생기는 것도 있었다.
‘그나저나 아직 호수는 위험할 텐데.’
그랬다. 호수에는 꺼림칙한 호수 망령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충렬은 놈들을 간단히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그곳도 깨끗하게 정리를 해야겠군.’
그렇게 충렬이 생각하고 있을 사이였다.
‘그런데 아직 여기서 할 일이 더 남아 있었나? 왜 아무런 전달 사항이 없지?’
딱히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도전자들은 순차적으로 한 명씩 이동되기 시작했다. 갈 곳이 있는 충렬과는 달리, 갈 곳 없는 이들은 시스템이 하나씩 다음 임무 지역으로 보내는 듯 했다. 그렇게 떠나가는 도전자들, 그들은 서로 이별을 고했다.
“다들 잘 가라!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다음에는 기분 좋게 보자!”
“그래! 좋은 임무 지역으로 가길 빈다!”
몇몇은 충렬이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이곳을 벗어나기 전에 외쳤다.
“이봐 형씨! 덕분에 살아서 간다고! 다음번에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어!”
“나도야! 네크로맨서가 아군이라면 정말 든든하겠어!”
“다음에 또 보자고!”
충렬은 그들을 향해 대충 손을 흔들어주었다. 저렇게 반겨주는데 인사 정도는 해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충렬이 악티니언의 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살아남았을 수 없었음을 말이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환영 인사를 받을 때였다. 마침 하운드도 남아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를 모조리 먹어 치웠다.
[헬 하운드의 현재 진화도: 93%]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체를 먹어치운 것인지 이전에 비하여 13%나 상승했다.
‘엄청나게 상승했잖아.’
딱히 몬스터들의 질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양이 많아서였다.
‘어쨌거나 하운드의 진화가 얼마 남지 않았네.’
이제 고작 7%만 더 상승시키면 진화였다. 과연 어떤 존재로 탈피할지 감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헬 하운드 자체도 나쁘지 않은데, 거기에다가 진화까지 한다면…….’
엄청날 것이리라.
그러나 충렬의 상념도 거기까지였다. 곧 모든 도전자들이 현재 지역을 벗어났고, 충렬에게도 시스템이 알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영지로 귀환시켜 드리겠습니다.]
***
영지로 귀환하자 시스템의 알림이 들려왔다.
[드워프들이 근처에서 새로운 철광을 건설하였습니다.]
[앞으로 그곳에서부터 다양한 금속이 채취될 것입니다.]
[영지에 자원 장고가 건설되었습니다.]
[자원 창고: 석재, 목재, 금속 등을 보관한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영지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었다. 영지에 머물게 한 제레미와 샤오링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려왔다.
[제레미의 숙련 등급이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원하시는 옵션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동시에 제레미의 옵션을 살펴보던 충렬은, 이전에 아쉽게 배우지 못했던 스킬이 있음을 확인했다.
‘다행히 지면 강타는 배울 수가 있네.’
D등급이라 그런지 아직은 그 외에 다른 스킬은 볼 것도 없었다. 충렬은 별다른 고민 없이 지면 강타를 선택했다.
[<지면 강타>: 방패로 땅을 강하게 내려찍어 주변의 땅을 일순간 흔들리게 한다. 흔들리는 땅의 위에 서 있는 적은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덕분에 앞으로는 제레미도 전투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었다. 도발 스킬로 적들을 불러들인 다음, 지면 강타를 사용한다면 사냥이 한결 수월해지리라.
어쨌거나 제레미 다음에는 샤오링의 차례였다.
[샤오링의 숙련도가 55%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샤오링에 대한 것은 저것이 전부였다. 숙련 등급이 높아져서 그런지, 이전처럼 단번에 숙련 등급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임무 지역을 한번 다녀오는 동안 숙련도가 절반을 넘겼다면 결코 느린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시스템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나고 주변을 살피자, 몇몇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바쁜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은 보이지 않았지만, 박해일과 드워프 족장 오란, 그리고 성녀 실비아는 충렬의 귀환을 환영했다. 실비아는 마침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것인지 충렬을 보더니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셨군요.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둘의 인사가 끝나자 드워프 오란이 충렬에게 말했다.
“이봐 영주, 나중에 대장간으로 한번 들리라고. 제법 괜찮은 물건을 하나 준비했으니까.”
괜찮은 물건이라고?
‘철광을 하나 개발하더니 벌써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인가.’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과연 드워프가 만들어낸 것이 무엇일지 말이다. 오란은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났다. 동시에 박해일도 충렬에게 짧게 말은 건넨 후에 자리를 이동하려 했다.
[한번 나갔다 올 때마다 주민이 엄청나게 늘어나는군. 덕분에 바빠졌어. 잠시 뒤, 자르딘이 이쪽으로 올 거다. 그에게 나머지 이야기를 들어봐. 나는 벌목하러 이동한 일꾼들을 잠시 살피러 가봐야 해.]
그러더니 그 또한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충렬이 곧 영지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잠시 기다렸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전달할 이야기가 무엇이었던 것일까? 궁금증은 옆에 있던 성녀가 풀어주었다.
“손님이 찾아왔답니다.”
“손님이라고요?”
“네, 혹시 비솔라라고 기억하시나요?”
기억하다마다. 자칫 아기를 빼앗길 뻔했던 머메이드가 아니었던가.
“예, 기억합니다.”
충렬이 기억하자 성녀가 말을 이어갔다.
“은혜를 갚겠다고 찾아왔어요. 그런데 육지에서는 이동할 수가 없어서, 근처 호수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근처의 호수라면 분명…….
‘망령들이 득실거릴 텐데.’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그것은 잠시 뒤, 충렬에게로 도착한 자르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