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
***
이번에 죽으면 또 언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는 언데드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어느새 도착한 마렉이 충렬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부활.]
본래 충렬이 사망하면 소환된 모든 언데드들은 역소환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마렉을 포함한 몇몇 네임드는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충렬은 언데드가 되기도 전에 마렉에 의하여 부활할 수가 있었다.
[‘죽음을 버티는 자’의 특성이 적용되기 전에, 부활이 이루어졌습니다.]
[도전자 ‘이충렬’이 부활합니다.]
동시에 어두워졌던 시야가 다시금 돌아왔다. 충렬의 의식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마렉은, 치유도 해주었다. 그렇게 말끔하게 회복된 충렬은 되살아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뭘, 그나저나 화려하게 끝내 버렸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주변에 보이는 악티니언들의 촉수. 그것들이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전방에 보이는 악티니언의 노란색 핵은 본래의 색을 잃고 박살나 있었다.
시스템도 마침 악티니언이 죽었음을 알려왔다.
[악티니언의 핵이 파괴되어 악티니언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폭파의 위력이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악티니언의 덩치가 너무 거대했던 것인지 주변을 제외한 천장과 바닥 등은 여전히 건재했다. 약간 파여진 정도가 끝이었다.
‘그나저나 상대하기가 정말 까다로웠어.’
하지만 결국은 토벌에 성공했다. 이제는 보상을 받을 때였다.
[바다 괴물 토벌에 참여한 모든 도전자들의 레벨이 2만큼 상승합니다.]
동시에 충렬의 레벨이 올랐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7이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8이 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18 (다음 레벨까지 180,000카르마 필요)]
물론 보상은 이어졌다.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보상이 주어졌던 것이다. 비록 보상은 하나일지라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준은 아니었다.
[악티니언의 토벌에 확고한 기여도를 장식한 당신에게는 가지고 있는 재능과 관련하여 스킬 북이 주어집니다.]
[주어지는 스킬북은 수준이 제법 높습니다.]
그렇게 충렬의 손으로 하나의 스킬북이 주어졌다.
[‘<죽음>과 <군단>과 <축복>’의 스킬북이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축복이라는 재능은 충렬의 재능과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충렬은 자신이 이 스킬북을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스킬북에 내 재능이 하나라도 표시되어 있다면 배울 수가 있다.’
아무리 다른 재능이 표시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다만 축복이라는 재능이 없기 때문에, 스킬을 배우더라도 효과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는 않을 터였다. 이는 초반에 확인한 정보였다.
‘그래도 배우지 않는 것보다는 좋겠지.’
충렬은 머뭇거리지 않고 스킬을 배워 나갔다.
“스킬북을 사용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그리고 시스템이 알려오는 정보에서 충렬은 알 수가 있었다. 아무리 다른 재능이 섞여 들어갔다고 한들, 운이 좋아서 괜찮은 스킬을 배운다면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님을 말이다.
[스킬북에서 ‘영역 선포 - 죽음의 땅’을 배웠습니다.]
[영역 선포(죽음의 땅) - F랭크: 당신의 주변을 당신만의 영역으로 선포한다. 스킬의 랭크에 따라 영역 내에 존재하는 아군 언데드에게 다량의 버프가 발생한다. 만약 적들 중에 언데드가 있다면, 당신에게 복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살아 있는 존재들의 사기가 급격히 감소하며, 영역 내에서 그들을 처치할 경우 일정 확률로 아군 언데드로 다시금 부활시킨다. 영역 선포로 부활한 언데드는 죽음의 영역이 사라질 때, 함께 소멸한다. (E랭크까지 200,000카르마 필요) (재사용 대기 시간: 7일)]
시스템의 설명을 들은 충렬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미친.’
F랭크에서 E랭크로 상승시키는 데 필요한 카르마가 무려 200,000카르마였다. 이는 충렬이 가진 스킬들 중, 그 어떤 것보다도 높은 카르마를 요구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것인가?’
순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성역을 선포한 실비아가 생각났다. 물론 충렬은 목숨까지 바칠 필요는 없었지만, 그에 버금가는 스킬인 것이 분명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7일이라니. 역대급 스킬 쿨타임이었다.
하기야, 애초에 시스템은 수준이 제법 높은 스킬북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충렬이 놀라할 사이, 시스템은 충렬이 성장했음을 알려왔다.
[당신의 직업이 ‘평범한’에서 ‘노련한 네크로맨서’로 변경됩니다.]
물론 거기에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영역 선포라는 스킬을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더 이상 멍하니 있지 못하게 했다.
[잠시 뒤, 악티니언의 시체가 붕괴합니다.]
[계속해서 머무른다면 당신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장소에서 벗어나십시오.]
그 음성에 마렉이 충렬의 상념을 일깨웠다.
[이봐, 이제 가자고.]
그의 다급한 어조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 더 챙겨 갈 것이 없나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악티니언의 시체는 따로 활용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단은 그냥 탈출해야겠군.’
이제는 촉수들의 공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충렬이 하운드를 소환했다.
“헬 하운드. 나와.”
하운드는 나오자마자 우렁차게 짖으며 충렬을 반겨주었다.
“컹컹!”
그런데 그때였다. 하운드가 박살 난 악티니언의 핵 내부를 노려보더니 침을 흘렸다. 분명 놈은 악티니언의 시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헬 하운드가 악티니언의 알을 보고 군침을 흘립니다.]
[먹도록 허락하시겠습니까?]
[악티니언의 알은 하운드에게 별미의 맛을 제공하지만 진화도를 그리 큰 폭으로 상승시키지는 못합니다.]
그 소리에 충렬은 즉각 악티니언의 부서진 핵 내부를 살폈다.
‘딱히 보이는 것은 없는데?’
그러나 잠시 뒤, 충렬은 발견할 수 있었다. 6살 어린이 크기만큼의 알이 하나 놓여 있음을 말이다. 무너진 핵의 껍데기에 의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악티니언의 알>
‘거제 악티니언의 알인가.’
충렬은 이곳에서 벗어나기 전, 재빨리 부서진 핵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챙겼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악티니언을 직접 부화시킨다고 녀석의 흉포함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악티니언을 제대로 제어할 특별한 도구나 방법이 없다면 파괴하기를 권장합니다.]
시스템의 경고에 충렬의 뇌리가 번뜩였다.
‘잠깐, 악티니언을 제어한다라…….’
충렬은 혹시나 싶어 정령의 주머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었다. 충렬이 꺼낸 것은 수중 몬스터 포획의 구였다. 그 아이템을 꺼내자 악티니언의 알에 대한 포획 확률이 나타났다.
[대상: 악티니언 알]
[포획 성공 확률: 100%]
저항하지 못하는 알이기 때문일까? 포획에 성공할 확률은 100%였다.
“시스템 포획의 구를 이용하면 앞으로 태어날 악티니언을 제대로 제어할 수가 있나?”
충렬의 물음에 시스템은 만족할 만한 답을 내어놓았다.
[포획에 성공하여 문양으로 등록한다면, 당신의 수족이 된 악티니언은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더불어 포획의 구를 이용하여 포획에 성공하면, 곧바로 새끼로 부화합니다.]
친절한 시스템의 답변에 충렬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제어가 가능한 악티니언이라면 반드시 데려가는 것이 옳았다.
‘악티니언을 성장시키는 순간, 해상에서는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게 된다.’
이번에는 시스템의 보정과 아르타디아의 브레스 덕분에 어떻게 이길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 악티니언과 전투를 벌인다면, 실제적으로 녀석을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놈의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질지가 걱정이긴 했다. 그러나 이곳은 헬리오스였다. 헬 하운드의 경우처럼 녀석을 성장시킬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리라.
생각을 정리한 충렬은 악티니언의 알에 포획의 구를 적용시켰다.
순식간에 거대해진 포획의 구가 알을 집어삼켰다. 그러더니 증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익.
어차피 성공 확률은 어차피 100%였다. 충렬은 무심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2초 정도가 지나자 시스템은 포획에 성공했음을 알려왔다.
[악티니언 알의 포획에 성공하였습니다.]
[악티니언의 알이 곧바로 부화하여 악티니언 새끼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어린 악티니언이 주어집니다.]
[동반자가 된 새끼 악티니언은 당신의 오른팔에 문양으로 등록됩니다.]
[새끼 악티니언(오른팔의 문양): 바다를 돌아다니며 주변에 파멸과 재앙만을 남기는 극악무도한 몬스터다. 충렬에 의하여 순해졌지만, 충렬이 적으로 인식한 존재에게는 악티니언의 흉포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기존에 없던 마법적인 능력이 주어졌다. (현재 성장도: 0%)]
[성장도가 100%에 이르면 완전한 악티니언의 모습이 됩니다.]
그런데 시스템의 설명은 조금 놀라웠다.
‘기존에 없던 마법적인 능력이 주어졌다고?’
그러나 지금은 그것에 대해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 뒤, 포획의 구가 사라지며 그 안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여자아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략 15세 정도의 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는 매우 평범한 소녀처럼 보이게 했다.
‘악티니언 새끼라면서 왜 여자아이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악티니언에게 주어진 마법적인 능력은 바로 인간으로 변하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종족을 고려해 악티니언 새끼에게 ‘인간화’ 스킬이 부여됩니다.]
[인간화: 인간의 모습으로 지낼 수 있다.]
악티니언에게 생긴 스킬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간화가 주어졌다면 반대의 스킬도 주어져야 했으니까.
[육식화: 포악한 악티니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직은 어리기에 너무나 연약하다.]
그렇게 시스템의 음성이 끝나자마자 몬스터 포획의 구에서 나타난 악티니언이 팔을 활짝 벌리며 충렬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빠!”
아빠라고?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하지만 충렬이 반응하기도 전에 악티니언은 곧장 점프를 해 충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악티니언이 품에 파고들자 충렬은 순간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만큼 녀석의 힘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도전자의 육체인데도 이 정도라고?’
막상 연약해 보이는 모습일지라도 과연 몬스터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어쨌거나 달라붙은 악티니언 새끼는 해맑게 웃었다.
“헤헤.”
충렬이 방금 악티니언을 죽였음에도 별다른 위화감은 없는 듯했다.
‘포획의 구의 힘인가.’
혹은 시스템의 간섭이 발생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긴, 애초에 간섭이 없었다면 곧바로 부화하지도 못했을 테지.’
결론은 충렬에게 이로운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발가벗은 소녀의 모습으로 이렇게 달라붙으니 조금 곤란했다. 충렬은 하운드에게 하는 것처럼 악티니언에게 명령했다.
“악티니언, 문양으로 돌아가.”
충렬의 명령에 녀석이 대답했다.
“응!”
때가 묻지 않은 해맑음에 충렬은 도무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거나 그 말을 끝으로 악티니언은 곧바로 검푸른 빛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충렬의 오른팔로 스며들며 문양으로 변했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마렉이 말했다.
[한순간에 애 아빠가 되었군.]
충렬은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저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 했다.
[10초 뒤, 악티니언의 몸이 완전히 붕괴합니다.]
[악티니언의 몸이 붕괴하면 주변의 바닷물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옵니다.]
[그와 함께 당신들은 압사하거나 익사할 것입니다.]
[어서 빨리 이곳을 탈출하십시오.]
시스템의 두 번째 경고에 충렬은 마렉과 함께 하운드에 탑승했다. 그리고 붕괴하기 시작하는 악티니언의 몸뚱이에서 곧바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