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36화 (136/237)

# 136화.

?두 번째 문양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충렬과 데프론, 그리고 정예 해골 보병 20마리가 악티니언의 핵의 근처까지 다다르는 것은 금방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비록 20초라는 시간밖에 없었지만 10초 정도가 지나자 마침내 다다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앞에는 악티니언의 거대한 핵이 있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거의 코끼리만 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노란색의 거대한 핵은 짧은 촉수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촉수들은 핵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서인지,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다. 동시에 다가오는 충렬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물론 그 길이가 짧았기에 공격해 오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엄청나게 많잖아?’

하지만 지금 들이쳐야 했다. 핵을 보호하는 촉수 외에, 다른 촉수들이 곧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르타디아의 브레스에서 발생한 한기를 모조리 제거해 나가고 있다는 소리였다.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답이 없었다. 한기에서 벗어나는 촉수들이 그 수를 늘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충렬은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전진했다.

“가자.”

그런 충렬의 뒤로 데프론과 정예 보병들이 따랐다.

[예, 알겠습니다.]

데프론은 충렬이 악티니언의 핵을 처치하기 쉽게 스킬을 사용했다.

[마기공.]

사선으로 검을 그은 녀석이 스킬을 사용하자 응축된 다크오러가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데프론은 마기공을 한 번만 사용하지 않았다. 숙련도가 A등급이 되면서 다크 오러가 많아졌던 탓일까? 녀석은 반대쪽으로 사선을 한 번 더 그으며 재차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자 형태의 마기공이 전방을 향해 쏘아졌다. 마기공은 엄청난 속도로 악티니언의 핵을 파괴할 것처럼 짓쳐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들이치는 데프론의 다크 오러에 촉수들이 바짝 긴장했다. 이대로 놔둔다면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때문에 짧은 촉수들은 서로 뭉치며 데프론의 마기공을 방어해 나갔다.

충렬은 그런 마기공의 뒤를 따라 발을 열심히 옮겼다.

‘데프론의 오러가 촉수들을 잘라내었을 때, 그 틈을 노려 핵을 타격한다.’

촉수들이 재생하는 데에 2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 승부를 보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잠시 뒤, 데프론의 마기공은 어렵지 않게 핵을 보호하는 촉수들을 잘라내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 틈을 노린 충렬이 암흑 투기를 최대한 발에 집중했다. 이대로 핵을 파괴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부글부글.

잘려진 놈의 촉수가,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재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재생 속도였다. 마기공이 놈의 촉수를 잘라내었지만 소용없었다. 악티니언의 촉수는 다시금 끊임없이, 곧바로 재생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결국 데프론의 마기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을 잃고 사라졌다. 막상 가까이 다가간 충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충렬과 마주하게 된 것은 상처 하나 없는 멀쩡한 촉수들이었다.

‘제기랄, 핵에 가깝기 때문인가? 엄청나게 회복력이 빠르잖아.’

다행인 것은 촉수의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핵을 지키는 촉수들의 회복력은 미친 듯이 빨랐다.

이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충렬은 그대로 쭉 돌진했다. 촉수들이 그런 충렬을 막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충렬이 촉수들과 격돌하기 직전, 입을 열었다.

“방출!”

그랬다. 지금 사용한 것은 충렬이 이번에 배운 암흑 투기의 상위 스킬이었다. 그러자 충렬의 주변이 일시에 폭발했다.

퍼엉!

동시에 충렬을 향해 접근하던 촉수들이 흔적조차 사라지며 모조리 터져 나갔다. 기회가 왔다. 이대로 몇 발자국만 더 전진하여 핵에 타격을 가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부글부글.

역시나, 이번에도 촉수가 곧바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충렬이 채 두 발자국을 이동하기도 전에 말이다.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촉수는, 충렬을 곧바로 쳐내었다.

퍼억!

접근하지 못하도록 멀리 날려 버린 것이다. 암흑 투기로 몸을 보호했지만, 몸에 타격이 없었을 뿐, 물리적인 충격을 받은 충렬의 몸은 뒤로 날아갔다. 충렬은 악티니언의 엄청난 수비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러지 않아도 숨구멍에 존재했던 다른 촉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려는 시점이었다.

‘제기랄 방법이…….’

하지만 충렬은 이내 핵으로 뛰어가는 해골 보병들을 보고서는 뇌리를 번뜩였다.

‘그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남았다.’

그것은 바로 시체 폭파였다. 주변에 일반적인 시체는 없었지만, 충렬은 소환한 언데드 중에서 ‘보병’ 직종에 관해서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

“데프론! 보병들과 함께 핵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동시에 충렬의 명령을 받은 데프론이 즉각 움직였다.

[명을 이행합니다!]

어둠의 질주를 사용하며 보병들과 함께 달려가는 데프론. 녀석들이 달려가는 모습에 충렬은 재빨리 보유한 카르마를 살폈다.

[보유 카르마: 123,000]

시체 폭파의 랭크업에 필요한 카르마는 정확히 11만 카르마였다.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스킬의 랭크를 상승시켰다.

“시체 폭파의 랭크를 올린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시체 폭파의 랭크가 A랭크에서 9랭크로 상승합니다.]

[터뜨리는 시체가 추가되었을 때, 붙는 대미지 비율이 월등히 상승합니다.]

[시체 폭파 - 9랭크: 주변에 위치한 시체를 폭파시킨다. 시체의 수가 많을수록 위력이 상승한다. 소환한 언데드 중에서 ‘보병’에 한하여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 있다. (8랭크까지 160,000카르마 필요)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다른 스킬과는 달리, 시체 폭파는 대미지 비율이 상승했다는 말이 전부였다. 하지만 충렬은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려 A랭크에서 9랭크가 되는 구간이었다.

‘그렇다면 위력은 이전보다 차원이 다르게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9랭크의 시체 폭파가 과연 통할까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재생력을 자랑하는 촉수들을 뚫고, 핵에 타격을 주는 것이 말이다.

‘가능성은 크다.’

그러고 보니 시체 폭파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30분으로 늘어났다.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위력 자체가 차원이 다르게 강해졌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이제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지.’

만약 시체 폭파마저 통하지가 않는다면,

‘그때는 반지를 사용해야겠군.’

영주의 반지를 사용한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를 사용한다는 소리였다. 현재 수확자의 반지에 중첩이 되어 있는 숫자는 109였다. 그렇다면 반지를 이용했을 때, 109마리의 언데드가 나온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충렬 또한 특성이 발동하여 강력한 언데드 중 하나가 될 터였다.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충렬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굳이 반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데프론과 20마리의 정예 보병들. 녀석들이 악티니언의 핵에 다다랐다. 핵에 있는 촉수들은 데프론과 보병들에게 저항했다. 서로의 격돌에서 당장의 승자는 데프론과 해골 보병들이었다. 그들이 일시에 검을 휘두르자, 촉수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쉽게 베여야 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물론 베어짐과 동시에, 촉수는 재생되었다.

부글부글.

역시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촉수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데프론과 보병들이 촉수를 뚫고 핵에 타격을 입히려고 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촉수가 곧바로 재생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숨구멍에 있던 수많은 촉수들이 잠에서 깨어나 충렬을 포함한 모두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충렬이 입을 열었다.

“데프론, 잠시만 쉬어라. 이따가 보자.”

충렬이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데프론이 대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 한 몸, 언제라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녀석은 보병들과 함께 더욱 저돌적으로 핵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제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핵을 지키는 촉수들이 방어하는 동안, 활발한 움직임을 되찾은 숨구멍의 촉수들이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엄청난 숫자의 촉수들이 데프론과 보병들을 향해, 또 충렬을 향해 짓쳐들었다.

결판을 지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은 충렬이 스킬을 사용했다.

“시체 폭파, 전부 다 폭파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정예 해골 보병1>을 폭파시킵니다.]

[폭파시키는 대상의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정예 해골 보병2>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현재 계산된 추가 대미지: 1.82배]

그리고 이어지는 세 번째 까지.

[<정예 해골 보병3>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현재 계산된 추가 대미지: 2.46배]

고작 3마리의 보병을 터뜨리는데 추가 대미지는 2배를 가뿐히 넘겨 버렸다. 그렇게 추가 대미지는 끊임이 없이 늘어났다.

[<정예 해골 보병4>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현재 계산된 추가 대미지: 3.32배]

[<정예 해골 보병5>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현재 계산된 추가 대미지: 4.48배]

…….

그리고 잠시 뒤, 해골 보병 20마리가 전부 포함되었을 때 가산된 대미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예 해골 보병20>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35배가 추가됩니다.]

[현재 계산된 추가 대미지: 404.27배]

정예 해골 보병 20마리를 터뜨리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추가된 대미지가 무려 400배 가까이나 되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일렀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데프론이 남아 있었다.

[<듀라한 데프론>을 폭파시킵니다.]

[기존의 위력에 1.5배가 추가됩니다.]

[데프론의 체내에 자리 잡은 다크 오러가 시체 폭파의 위력을 배로 증가시킵니다.]

[대미지가 2배 추가됩니다.]

그리고 계산된 마지막 결과는, 천 단위를 가뿐히 넘어갔다. 데프론이 없었다면 400배에 그쳤을 추가 대미지가, 데프론의 존재로 인해 무려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총 추가 대미지: 1,212배]

충렬은 우로갈의 펜던트를 이용해 자신에게 오는 폭파를 막을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폭파 자체가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렬은 오로지 암흑 투기로만 감당해 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장내엔 엄청난 폭파가 휘몰아쳤다.

펑!

퍼벙!

퍼버벙!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폭파의 위력과 동시에 그로부터 발생한 수많은 파편이 주변의 공간을 모두 찢어 발겼다.

푹!

푹! 푸북!

푸욱! 푹! 푸부북! 푹!

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

이 정도라면 악티니언의 핵에도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충렬은 그 결과를 볼 수가 없었다.

악티니언보다, 충렬이 시체 폭파에 당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충렬을 향해 들이치는 엄청난 폭파와 뼈의 파편들이, 충렬을 순식간에 죽음으로 내몰았다.

암흑 투기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얼토당토않은 생각이었다. 무려 1천배가 넘은 시체 폭파는 암흑 투기로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시체 폭파의 위력을 감당해 내던 암흑 투기가 모조리 소모되었습니다.]

[당신이 사용한 시체 폭파가,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시스템은 아무도 있지 않은 쓸쓸한 공간에서 홀로 음성을 이어갔다.

[도전자 ‘이충렬’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렇게 벌써 4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충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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