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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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티니언을 상대하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간 충렬은 곧 일정 지역에서 대기했다. 그 지역은 바로 악티니언이 몬스터를 던지기 위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던 장소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잠시 후, 악티니언이 등장한다는 징조였다.
해수면이 일순간 올라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전자들이 유령선에서 소리를 질렀다.
“젠장할 녀석! 또 올라오는 거냐?”
“이제 몬스터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아르타디아의 드래곤 피어 덕분에 몬스터들을 쉽사리 처치했기 때문이다.
지금 도전자들은 각자 유령선을 몰아 바다 괴물이 등장할 장소를 빙 둘렀다. 학익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진법을 펼친 것이다. 딱히 관련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적은 하나였고, 그 적을 효율적으로 타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여 알 수가 있었다. 충렬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말이다. 때문에 대포를 활용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준비를 끝마쳤을 때, 악티니언이 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악티니언의 촉수에는 이번에도 바다 몬스터들이 수두룩하게 꿰뚫려 있었다. 그런데 수면 위로 올라온 놈의 반응이 이상했다.
-키에엑?
한창 몬스터들을 처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어야 할 도전자들이,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었으니 놀란 것이다. 하지만 곧 녀석은 경악해야 했다. 유령선에 신경을 쓸 데가 아니었다. 하늘에서부터 거대한 드래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서다.
악티니언은 드래곤까지도 질리게 하는 놈이었으나, 녀석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악티니언에게도 두려운 존재였다. 자신을 멸할 수 있는 드래곤을 경계하는 그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었다.
-키아악!
당황한 놈은 촉수로 꿰뚫은 몬스터들을 던지지조차 않았다. 드래곤이 보이자마자 다시금 수면 아래로 잠수하려고 했다. 이제는 귀찮은 것들을 상대하기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이상, 악티니언의 선택은 늦었다. 이미 아르타디아의 입에서는 그녀의 브레스가 응축되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응축된 브레스는, 녀석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도 전에 발사되었다.
콰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동시에 그녀의 입으로부터 시퍼런 서리 폭풍과 같은 브레스가 악티니언을 향해 짓쳐들었다.
그녀의 브레스는 마족에게 오염이 되었을 때와는 달랐다. 언데드가 되면서 엄청난 한기가 더해졌다. 그 엄청난 한기는 주변의 모든 공기를 얼려갔다. 저 멀리 있던 도전자들이 극한의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으으, 갑자기 너무 춥네.”
“저 공격 때문인가?”
“만약 우리에게 들이쳤다면 곧바로 끝장이겠는데?”
“같은 편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무지막지하게 쏘아지는 그녀의 아이스 브레스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던 악티니언을 온통 덮쳐갔다. 브레스가 적중하자, 녀석은 지금껏 들려주지 않았던 엄청난 괴성을 질러대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브레스에 노출된 녀석의 몸과 촉수가 얼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악티니언이 잡아 온 몬스터들이 사망함과 동시에, 주변 해수면이 통째로 얼어갔다.
쩌적!
쩌저적!
쩌저저적!
몬스터들을 처치하자 엄청난 카르마가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카르마를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해수면이 얼어붙는다는 것이었다. 그 면적이 실로 광활했다. 덕분에 악티니언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주변의 얼음이 놈을 꽉 붙잡고 있어서다.
그렇게 얼려 버린 녀석에게 아이스 브레스는 계속해서 주어졌다. 때문에 한없이 얼려진 녀석의 촉수가, 브레스로부터 발생한 엄청난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가기 시작했다.
와장창!
와장창창!
만약 아르타디아가 온전한 상태였다면, 브레스만으로도 녀석을 처치할 수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정도로는 놈을 처치하기가 힘들었다. 브레스에 당한 것도 해수면 위로 올라온 부분일 뿐. 해수면 아래에 있는 녀석의 몸은 아직 건재했다.
그렇게 놈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잠시 뒤, 아르타디아가 충렬에게 음성을 전달했다.
[그럼, 뒤를 부탁한다.]
브레스를 사용했기에 역소환이 되는 것이었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아이스 브레스의 사용을 끝냈습니다.]
[앞으로 24시간 동안 그녀를 소환하지 못합니다.]
그 소리를 끝으로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
파밧!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볼 시간은 없었다.
“마렉! 부탁합니다!”
충렬의 부탁에 마렉이 쏜살같이 낙하했다. 얼려 버린 악티니언의 상부로 말이다.
[나만 믿으라고!]
수많은 촉수는 이미 얼어버린 후였지만, 얼어붙은 와중에도 녀석의 상처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얼려 버린 상태에서도 재생을 하는 것이 실로 놀라웠다. 그렇지만 거기에 감탄할 때는 아니었다.
‘이대로 놈의 중심부를 파고든다!’
놈의 표면에 생긴 단단한 얼음은 그 두께가 쉬이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암흑 투기를 이용하면 충분히 뚫고 지나갈 수가 있으리라.
하지만 충렬은 곧 걱정을 덜어낼 수가 있었다.
“지원 사격을 해!”
“지금이야!”
“포탄을 날려 버려!”
충렬이 악티니언의 몸에 착지하기 전, 모든 유령선에서 포탄들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그리고 그 포탄들은 정확히 충렬이 낙하하려는 지점, 즉 악티니언의 정중앙을 향해 집중적으로 날아갔다.
대부분이 제대로 된 조준을 하지 못하여 그 주변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정확히 악티니언의 정중앙을 향했다.
유령선들은 악티니언의 가까이까지 접근해 있었다. 때문에 충렬이 완전히 낙하하기도 전에, 포탄들은 악티니언의 몸뚱이를 충렬보다 먼저 강타했다.
퍼벙!
펑!
퍼버버버버벙!
캐논으로부터 발생한 포탄으로 인하여 간혹 충렬 쪽으로 파편이 튀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암흑 투기로 몸을 보호하니 피해는 전무했다.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이 착지하려는 장소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충렬이 마렉에게 말했다.
“이제 놓아도 됩니다.”
발밑은 이제 놈의 숨구멍과 연결된 거대한 굴과 같은 장소였다. 이대로 쭉 전진한다면 놈의 핵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마렉이 충렬에게 말했다.
[그냥 같이 들어가자고.]
생각해 보니 굳이 혼자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역시 자아가 있는 이들이 있으니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가능했다.
“그러죠.”
충렬은 거기서 생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데프론도 그냥 불러야겠군.’
요즘에는 역소환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해 보면 역소환을 시키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전력이 많을수록 일의 진행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리라.
“데프론을 역소환한다.”
그 말을 끝냄과 동시에 충렬이 말했다.
“데프론을 소환한다.”
다른 네임드를 소환하려면 1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레일리는 불러내지 못했다. 지금은 레일리보다는 데프론이 더욱 필요했다. 그렇게 충렬과 마렉, 데프론이 악티니언의 중심부에 위치한 숨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
숨구멍이라고는 했지만 보통의 웬만한 동굴보다는 그 크기가 훨씬 거대했다. 사람 20명 이상이 함께 이동해도 될 정도였다. 길은 직각의 경사가 아닌, 30도 정도의 내리막길이었다. 놈의 핵은 그 아래의 끝에 위치해 있었다. 놈의 핵 자체가 뇌였으며 놈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것만 파괴하면 녀석은 끝이었다.
하지만 놈의 핵까지 다다르기는 쉽지 않았다. 놈의 숨구멍에도 수많은 내부 촉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르타디아의 브레스에 의하여 놈의 내부에 위치한 촉수들도 한기가 맺혀 움직임이 둔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촉수가 활발하지 못했다.
촉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충렬은 머뭇거림 없이 땅을 박찼다. 하운드를 소환하여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녀석의 덩치가 너무 커서 잘못하여 촉수에 당한다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프론, 알아서 잘 따라와. 따로 널 챙기진 않는다.”
충렬의 말에 데프론이 씩씩하게 외쳤다.
[폐가 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 데프론에게 마렉이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래 임마. 잘해보라고. 혼돈의 축복!]
땅을 박차는 충렬의 뒤로 데프론이 마찬가지로 뛰어왔다. 하지만 전력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데프론이 해골 보병들을 소환한 것이다.
[해골 보병 소환.]
결국 충렬이 선두로, 그 뒤를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이 뒤따랐다. 솔직히 충렬은 데프론이 자신의 뒤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소환을 하기는 했지만, 여차하면 먼저 앞서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데프론은 충렬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그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당신에게 짐덩어리가 되지 않겠다는 데프론의 결심이 그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데프론의 숙련도가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데프론이 ‘어둠의 질주’를 배웁니다.]
[어둠의 질주: 다크 오러를 하체에 집중시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둠의 질주를 사용하는 언데드의 충성심이 강할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새로 생긴 어둠의 질주. 그것의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 스킬 하나의 효과는 대단했다. 데프론의 이동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프론의 성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프론의 숙련도가 A등급이 되면서 기존의 스킬들 중에서 몇 개가 강화됩니다.]
[체내에 자리를 잡은 다크 오러가 한층 진해집니다.]
[‘해골 보병 소환’이 ‘정예 해골 보병 소환’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정예 해골 보병 소환: 데프론이 20마리의 정예 해골 보병을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정예 보병은 어둠의 경갑옷과 어둠의 장검을 장비한 채로 소환된다. 충렬의 소환 최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재사용 대기 시간: 5분)]
스킬이 강화되었기 때문일까? 보병 소환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강해졌다는 소리겠지.’
하기야, 보병들이 등장하는 숫자가 2배로 늘었다. 더군다나 더 이상은 일반 해골이 아니었다. 동시에 데프론의 주변으로 해골 보병 20마리가 새롭게 등장했다.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해골 보병은 흉흉한 안광에 더불어 검은 색의 경갑옷과 검을 착용한 채로 소환되었다.
갑옷이 전신을 감싸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부위는 모조리 방어하고 있었다. 어둠의 장검 또한 거무튀튀한 예기가 흘러나왔다. 데프론의 다크 웨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기운을 살짝이나마 풍겨지고 있었다.
해골 보병들의 이동 속도 또한 데프론에게 맞추어져 있었는지, 놈들은 신명나게 뒤를 바짝 쫓아왔다.
덕분에 뒤처지는 것은 마렉이었다.
[이, 이봐 같이 가자고!]
마렉이 뒤에서 울부짖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광란의 질주가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