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34화 (134/237)

# 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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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악티니언. 녀석이 도착하기 직전, 발라무트가 도전자들에게 음성을 전달했다.

[뱃머리를 옆으로 돌리겠습니다!]

그가 뱃머리를 돌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유령선 옆면에 장착된 대포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악티니언과의 거리가 일정 범위 좁혀지게 되면 그렇게 하도록 지시했고, 지금은 그 지시를 이행할 때였다.

발라무트가 뱃머리를 옆으로 돌리자 도전자들도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상 전투가 눈앞에 다가오니, 모든 도전자들의 음성에서는 거친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뱃머리를 좌측으로 돌린다!”

“우측 대포를 담당하고 있는 녀석들아! 준비해!”

일발 장전을 할 필요는 없었다. 따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장전이 되어 있었으니까. 대포를 붙잡은 도전자들이 할 것은 정확한 조준을 하는 것뿐이었다.

정확도와 관련한 숙련도도 사실은 필요하지 않았다. 방향만 대충 잘 설정한다면, 무조건 적중이었다. 그만큼 악티니언의 덩치는 어마무시했으니 말이다. 과녁이 넓은데 맞추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더군다나 대포의 뒤쪽 포신 위에는 새빨간 버튼마저 달려 있었다. 그 말인즉, 방향을 조준하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소리다. 사용하기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렇게 뱃머리가 좌측으로 돌아가고 잠시 뒤, 우측의 대포를 담당하던 도전자 하나가 외쳤다. 그는 굉장히 비장한 표정으로 악티니언을 조준하고 있었다.

“쏜다!”

그 말을 끝으로 도전자가 버튼을 내려쳤다. 그러자 빨간 버튼 위에 숫자가 나타났다.

[0:03]

그것은 바로 카운트다운이었다. 3초 뒤에 발사하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를 시작으로 모든 도전자가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툭. 툭. 투둑. 툭. 툭. 툭. 툭.

그리고 3초 뒤, 우측에 장착된 10문의 대포가 일시에 발사되었다.

파앙!

팡!

파방!

파바방!

팡! 팡! 팡!

그 소리와 함께 묵직한 대포알이 허공을 날았다. 무거운 쇠구슬은 바람을 밀어내며 악티니언을 향해 짓쳐들어 갔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사람의 머리통만 한 대포알은 빨갛게 달구어져 있었다.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시 뒤, 놀라운 장면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악티니언과 일정 거리에 접근하자, 대포알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캐논에서 발사한 대포알이 일시에 터져 나갑니다.]

시스템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붉게 달구어져 있던 대포알이 터져 나갔다.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 나간 것이다.

퍼벙!

퍼버벙!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터져나간 대포알로부터 수많은 파편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파편은 악티니언에게 심상치 않은 피해를 입혔다. 엄청난 수의 파편이 놈을 향해 들이쳤다.

푸북!

푹!

푸부북!

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

크레모아가 터지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파편들이 악티니언의 몸뚱이를 곤죽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놈의 덩치에 비한다면 10발의 포탄 역시 일부분에 피해를 줄 뿐이었다. 그러나 충렬은 혼자가 아니었다. 충렬의 공격을 시작으로 뱃머리를 옆으로 돌린 13척의 유령선. 즉, 2척의 대형 갤리선과 11척의 중형 범선에서도 일제히 사격이 시작되었다.

퍼벙!

펑!

퍼버벙!

펑!

퍼버버벙!

퍼버버버벙!

일시에 수많은 포탄이 쏘아졌다. 악티니언의 입장에서는 실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14척밖에 되질 않는 유령선이었다. 그러나 발사된 포탄은 전부 52발이다. 그 엄청난 숫자의 포탄 공격은 악티니언의 움직임을 잠시 동안 멈추기에 충분했다.

쉴 새 없이 들이치는 대포알에 악티니언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키엑……! 키아악! 케케켁……! 키에에에엑!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악티니언에게 4%가량의 피해를 입혔다. 거기엔 캐논 대포의 위력이 한몫했다. 그런데 4%면 적지 않느냐고?

‘천만에, 이 짓을 25번만 해도 토벌할 수가 있다는 소리다.’

뱃머리를 돌려서 반대쪽 대포까지 사용한다면? 재장전 시간까지 고려해서 악티니언의 토벌은 금방이었다. 따로 계획한 것을 실행할 필요도 없이, 놈의 사냥이 가능할 것 같았다.

특히나 피해를 입은 악티니언은 소극적으로 변했다. 당장에 접근하지 않고 자리에 멈추어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놈이 접근하지 않는다면 이쪽이 이득이었다. 대포가 장전되는 즉시, 재차 사용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놈이 소극적으로 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평소라면 도전자들에 의하여 이렇게까지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던 악티니언이었다. 그도 당연한 소리였다. 지금껏 만난 도전자들의 유령선이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1차에서 그쳤기 때문이었다. 2차 강화까지 되어 있는 유령선이 무려 3척이나 되자 악티니언도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악티니언은 멍청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놈은 영악했다.

-키이이이이이…….

해상에서는 자신이 다칠 것 같아서일까? 한 차례 심상치 않은 음성을 내보인 악티니언, 놈은 바다의 수면 아래로 다시금 내려갔다. 괜히 수면 밖으로 나와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놈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상대가 잠수를 할 수 없다면 그러한 점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놈의 모습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도전자들이었다.

“헉! 놈이 바닷속으로 내려갔어!”

“제, 젠장! 그러면 어떻게 공격하지?”

“대포가 아니면 제대로 된 상처를 입히지 못하잖아!”

걱정이었다. 만약 이대로 놈이 유령선 아래에서 솟아오른다면 배는 중심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기회다.’

놈이 유령선 아래에서 등장한다는 것은, 도전자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바다라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육지가 생겨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촉수로 이루어진 불쾌한 육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기회는 아쉽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티니언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놈의 거리는 여전히 멀었다. 그리고 문제는 놈과의 거리가 아니었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악티니언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랬다. 악티니언의 촉수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꿰뚫려 있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악티니언, 녀석은 몬스터들을 이쪽을 향해 무작위로 투척시켰다. 유령선에서 놈에게 대포알을 날렸던 것처럼, 녀석은 반대로 몬스터들을 이쪽에다가 날려 버린 것이다. 배우는 것이 무척이나 빠른 녀석이었다.

덕분에 엄청난 수의 바다 몬스터들이 유령선들을 향해 날아왔다. 몬스터들이 날아오는 광경에 도전자들이 다급해졌다.

“모, 몬스터들이 날아온다!”

“제기랄! 방어부터 해!”

“누구 원거리 마법 없냐? 여기 도착하기 전에 쏴서 죽여 버려!”

그렇게 몬스터를 한차례 던진 악티니언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복수를 하겠다는 듯이 괴성을 지르더니.

-키아아아아악!

곧장 다시금 잠수했다. 놈의 감정이 느껴졌다. 너희들이 죽을 때까지 몬스터들을 던져 버릴 것이라고.

덕분에 유령선에 탑승해 있던 도전자들만 암울한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놈들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샤프 로아취> <킹 스콰드> <일렉트로 옥토퍼스> <블러드 피쉬> <테티스 헌터 피라냐 오브 이키토스>…….

간단한 이름부터 시작하여 무지막지하게 긴 이름을 가진 몬스터까지, 그 크기와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대충 보아도 날아오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이곳에 모인 도전자들의 숫자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다. 그리고 하나같이 사람보다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악티니언에 의해 던져지게 된 몬스터들은 도전자들이 보이자 괴성을 질렀다. 자신들의 몸을 꿰뚫었던 촉수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악티니언의 지배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이다. 때문에 몬스터들은 모조리 도전자들에게 적대적이었다.

“키아아악!”

“크아악!”

“키에엑!”

날아오는 몬스터들을 보니 절로 질려왔다. 일단은 숫자에서 이쪽이 불리했으니까.

그러나 별수가 있겠는가, 버티려면 상대해야만 했다.

왜냐고? 몬스터들을 한차례 투척한 악티니언이 모습을 감추니 어쩔 수가 없었다. 미쳤다고 놈을 따라 바다 아래로 내려가겠는가?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도전자들은 날아오는 바다 몬스터들의 모습을 보며, 각자의 주 무기를 즉시 장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투척된 몬스터들이 배의 갑판에 도착했다.

투둥!

퉁!

투두둥!

퉁! 퉁! 퉁! 퉁! 퉁! 퉁! 퉁!

충렬의 네임드 언데드를 포함하여 유령선 갑판에 있던 모든 도전자들은, 몬스터들을 재빨리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죽여!”

“힐러 없냐! 내가 몸빵할 테니 치료 좀 부탁해!”

***

유령선 위에서는 백병전이 한창이었다. 바다 몬스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몬스터들은 수중이 아님에도 활발히 움직여 대었다.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강력했다. 공격력이나 방어력 따위는 평범했다. 그러나 바다 몬스터들이 가진 스킬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할 만한 스킬들이었다.

하지만 도전자들의 스킬과 직업이 더욱 다양했다. 때문에 이쪽에서 피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제법 빠르게 진압해 나가고 있었다.

물론 도중에 충렬이 포획의 구를 이용할 기회는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에 드는 몬스터는 아직까지 없었다.

어쨌거나 몬스터들을 맞이하는 횟수가 벌써 2번째였다. 악티니언은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납치하여 던질 생각인 듯했다. 그러나 상황을 파악한 충렬은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도전자들도 슬슬 지치는 상황이다. 이러다가는 전멸이야.’

그렇다고 수중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슬슬 계획했던 것을 시행해야겠군.’

이런 때에 사용하려던 계획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적기인 듯싶었다. 충렬은 자신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르타디아와 마렉에게 입을 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가시죠.”

충렬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겠군.”

마렉도 오랜만에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그래, 제대로 가자고. 이번에 놈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가 적기인 것 같아.]

마렉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르타디아가 유령선 밖으로 몸을 던졌다. 모르는 이가 이 광경을 본다면, 몬스터들의 공격을 이기지 못해 바다로 투신자살 한다고 생각할 행동이었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르타디아가 뛰어내린 이유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밖으로 몸을 던진 아르타디아. 곧 그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거대한 본 드래곤으로 변화했다. 본 드래곤이 된 그녀는 한차례의 날갯짓을 하였다. 그러자 날개가 크게 펄럭였다. 동시에 그녀의 날개에서 발생한 묵직한 바람이 주변을 흔들었다.

후우웅!

그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주변의 유령선들이 일시에 휘청거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유령선이 뒤집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아르타디아는 드래곤으로 변하자마자 드래곤 피어를 사용했다.

[귀찮은 것들. 썩 꺼지거라!]

드래곤으로 변했기에 피어의 영향력 또한 범위가 증가했다. 결국 그녀의 드래곤 피어에 의하여 모든 유령선의 갑판에 있던 몬스터들이 일순간 경직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도전자들은 아르타디아의 존재를 파악했다.

“헉! 드, 드래곤이다!”

“뼈만 남은 드래곤이잖아!”

“이게 무슨 일……!”

그러나 도전자들은 곧 그녀가 아군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녀의 피어는 정확히 몬스터들에게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도전자들은 당황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신나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드래곤 피어 한 번에 전세는 단박에 역전되었다.

어찌 되었거나 그녀가 드래곤으로 변한 것을 확인한 마렉, 그가 충렬의 어깨를 뒤에서 잡았다.

[출발한다?]

그렇게 본 드래곤으로 변한 아르타디아, 그리고 마렉과 충렬이 공중으로 날았다.

***

계획은 간단했다. 아르타디아, 그녀가 공중에 대기하다가 악티니언이 등장하면 브레스를 사용할 것이었다. 그리고 놈이 브레스에 당했을 때, 충렬이 뛰어내려 악티니언의 핵을 부술 계획이었다.

아르타디아가 브레스를 사용하면 24시간 동안 함께하지 못한다. 때문에 핵을 부수는 것은 충렬이 해주어야 했다. 브레스 한 번에 핵이 파괴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물론 데프론이 있었지만 핵을 파괴하는 것에 녀석을 시키기란 불가능했다. 위험부담이 있어도 충렬이 해야만 했다. 데프론은 묵직하게 제자리에서 꾸준히 공격을 하는 근접형 딜러였지, 움직이는 속도는 암흑 투기가 있는 충렬이 훨씬 빨랐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도전자들의 스킬에 당했을 때, 촉수가 재생되기까지는 정확히 10초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

그 모습을 함께 목격한 아르타디아는 자신의 브레스라면 20초에서 30초는 거뜬하다고 판단했다. 본래 완전히 성장한 악티니언이었다면 그녀의 브레스조차 10초가 한계였겠지만 말이다.

‘결국 악티니언이 브레스에 당하고, 놈을 처치할 수 있을 기회는 최소 20초의 시간이 전부라는 소리다.’

10초에서 20초가 늘어났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으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악티니언을 막기란 불가능해.’

유령선의 대포와 달리, 아르타디아의 브레스에 당한다면 악티니언은 촉수를 재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한 악티니언의 촉수를 감당할 수가 없으리라. 그러니 놈이 촉수를 완전히 재생시키기 전에 핵을 찾아내고 파괴해야 했다.

어차피 유령선에서 버티려고 해보았자 시간을 끌면 유리해지는 이는 악티니언이었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최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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