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29화 (129/237)

#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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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숫자는 80. 아군의 숫자는 충렬까지 합쳐 19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4배 정도 차이 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대결이라 그런지 충렬과 적들은 갑판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서로의 사이를 반투명한 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마지막 대결입니다.]

[20초 뒤, 서로의 사이를 가로막은 막을 제거합니다.]

엄청난 적의 숫자에 상황을 지켜보던 도전자들도 깜짝 놀랐다.

“미친.”

“저걸 어떻게 이겨.”

“이기라고 만들어진 대결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건 이기기가 힘들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전투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하운드도 꺼내야겠군.’

영지의 인원들도 소환할 수가 있었지만, 굳이 거기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다.

“헬 하운드 나와.”

충렬의 명령에 등장하는 헬 하운드. 이제 아군의 숫자는 충렬까지 해서 20이 되었다.

[열 번째에 도전하는 도전자의 전력]

[네크로맨서] [헬 하운드]

[듀라한] [해골 보병 1~10]

[리치] [해골 마법사 1~4]

[혼돈 천사] [본 드래곤]

충렬의 전력에 유령들의 우세를 점하던 도전자들도 생각을 달리 했다.

“그러고 보면 네크로맨서도 만만치 않은데? 하나같이 살벌한 이들을 부리잖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나게 강해 보여.”

“유령도 항해사 수준이 아니면 그다지 어렵지가 않으니까…….”

“그렇다면 승부를 예측하기가 어렵겠는데.”

그래도 충렬은 도전자들에게 있어서 마지막 희망이었다. 충렬이 여기서 패배한다면 그들도 막대한 카르마의 손실을 입고 퇴장당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봐! 꼭 이기라고!”

“그래! 힘내!”

대결이란 임무가 주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계를 하더니,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응원을 했다. 역시 도전자들의 반응은 상황이 만들었다.

그런 그들의 응원을 받을 무렵, 아르타디아는 전투가 시작되기에 앞서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브레스를 사용하면 한 번에 정리가 될 듯한데.”

하지만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24시간 동안 함께하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렇다면 브레스는 잠시 참아주어야 했다. 현재 장소는 바다의 한가운데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할 수 있는 곳은 하늘이었기에 그녀가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브레스를 사용해야할 터였다.

“위급한 순간이라고 판단되면 브레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위급한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2등 항해사 유령까지는 어떻게든 상대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1등 항해사인 발라무트. 녀석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이 섰다.

어쨌거나 시작될 전투를 위해 각자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다들 자아가 있으니 충렬이 딱히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잘 찾아갔다.

데프론이 최전방에서 묵직하게 버티고 있었고, 그 옆을 아르타디아가 지키고 있었다. 해골 보병들은 명령만 주어진다면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이 데프론의 뒤에서 일렬횡대로 자세를 잡았다.

마렉은 상황을 잘 살펴 보조하기 위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으며, 레일리는 한쪽에서 치밀한 집중 폭격을 펼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았다. 충렬도 이제는 암흑 투기가 있었기에 전방에서 전투를 기다렸다.

그렇게 정비를 하는 사이, 20초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20초가 지났습니다.]

[서로의 사이를 가로막은 막을 제거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막이 사라지자마자 가장 먼저 움직인 이는 데프론이었다. 짤짤한 공격 따위는 하지도 않겠다는 듯이 녀석은 초반부터 무지막지한 스킬을 사용했다.

[마기공.]

동시에 가로로 검을 휘두르는 데프론. 녀석의 검으로부터 응축된 다크 오러가 쏘아졌다.

쉬이이이이익!

다크 오러는 그 어떤 것이라도 잘라 버리겠다는 듯이, 날카롭게 벼려지며 날아갔다. 유령들에게 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말이 유령이었지, 하늘도 날지 못하는 녀석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은 순식간에 짓쳐드는 데프론의 원거리 공격에 쉽사리 노출되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실제 형체가 없는 놈들이었다. 그렇지만 도리어 영체 상태였기 때문에 다크 오러에 의하여 더욱 타격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놈들의 몸은 단번에 두 동강이 나며 처치되었다.

[노예 유령이 마기공에 의해 처치되었습니다.]

[노예 유령이 마기공에 의해…….]

[노예 유령이 마기공에 의해…….]

[일반 선원 유령이 마기공에 의해…….]

[베테랑 선원 유령이…….]

…….

데프론의 마기공 한 번에 수많은 유령들이 처치되었다. 그러나 유령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전방에 위치했던 유령들이 처치되는 사이, 나머지들은 재빨리 몸을 숙이는 등, 데프론의 마기공을 피해내었다.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의 유령이 처치되었다.

40이었던 노예는 20대로 줄었으며 일반 선원의 숫자는 절반이 되었다. 베테랑 선원도 4마리나 없앴으며 3등 항해사는 2마리를 처치할 수가 있었다.

아쉬운 점은 처치에 따른 카르마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마 전투가 끝나면 몰아서 주는 것인가 보군.’

대신 충렬의 한쪽 손가락에 껴있는 영혼 수확자의 반지는 착실히 일을 하고 있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의 중첩이 쌓입니다.]

[현재 중첩: 82]

어차피 중첩은 알아서 쌓일 것이기에, 반지에 대한 신경을 껐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며 충렬은 그저 전방을 주시할 뿐이었다.

아직 이쪽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적들에게로 돌진한 아르타디아. 그녀가 스킬을 사용했다.

[아르타디아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합니다.]

동시에 유령들에게는 엄청난 페널티가 발생했다.

[드래곤 피어에 의하여 유령들이 겁을 집어먹습니다.]

[발라무트를 제외한 유령들이 10분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덕분에 3등 항해사가 주변을 얼리는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다.

드래곤 피어로 적을 처치할 수는 없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드래곤 피어를 이어 다른 스킬을 재차 사용했다.

“아이스 스파이크.”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엄청난 숫자의 얼음 꼬챙이가 갑판 위로 솟아올랐다.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얼음은, 주변에 위치한 모든 유령들을 꿰뚫어갔다.

푸욱!

푸슉!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그녀는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몸을 뒤로 빼내었다. 동시에 옴짝달싹 못하는 유령들을 향해 레일리의 스킬이 이어졌다.

“스피어스 오브 헬.”

레일리가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의 옆으로 거대한 지옥문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지옥문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불의 창들이 밖으로 나왔다.

쉬이이익!

쉬이익!

쉬이이이이이익!

엄청난 숫자의 지옥 창들. 그것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유령들에게 일시에 쏟아졌다.

콰광!

콰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전방을 모조리 뒤덮은 엄청난 화력. 그 화력에 유령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얼마나 많은 유령들이 처치된 것인지, 시스템은 연신 갱신된 숫자를 알려왔다.

[노예 유령을 처치하였습니다.]

[처치된 노예 유령의 수]

[4]

[5]

[8]

[11]

…….

[일반 선원 유령을 처치하였습니다.]

[처치된…….]

[3]

[4]

[7]

…….

[베테랑 선원 유령을…….]

…….

드래곤 피어에 충격을 받고, 아이스 스파이크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유령들. 녀석들은 레일리의 연계 마법에 당하며 그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르타디아와 레일리의 연계. 그것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유리해지는 상황과는 반대로 충렬은 약간 걱정이 생겼다. 너무나 강력한 화력이 주변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배가 침몰하는 거 아니야?’

그러나 다행히 시스템의 보정 때문인지, 배가 손상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잠시 뒤, 레일리의 마법 폭격이 멈추자 장내 상황이 드러났다.

단 한 차례의 공격 치고는 유령들의 숫자가 너무나도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남아 있는 적]

[1등 항해사 ‘발라무트’]

[2등 항해사: 3마리]

남은 적은 고작 넷.

상황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

데프론과 아르타디아, 그리고 레일리. 고작 셋의 스킬이 연계되었을 뿐인데 80이던 유령들의 숫자가 넷이 되었다. 그러나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2등 항해사는 아직 건재했고, 놈들의 보호를 받은 발라무트가 드디어 움직였기 때문이다.

대략 2미터 50센티미터 정도의 덩치를 가진 거구의 유령 발라무트. 녀석이 일순간 외쳤다.

[일어나라!]

그러자 충렬의 무리들이 유령을 처치했던 것이 무색하게, 처치되었던 녀석들이 다시 부활했다.

[1등 항해사 발라무트가 대규모 부활을 사용하였습니다.]

[처치되었던 유령들이 다시금 등장합니다.]

덕분에 장내의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거, 조금은 귀찮은 상황이 되었군.’

발라무트를 먼저 처치하지 않는 이상, 아마 녀석은 계속해서 귀찮게 할 것이 분명하리라.

이제 데프론은 다크오러를 사용하기가 힘들었고, 아르타디아와 레일리 또한 큼지막한 스킬들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었다.

아르타디아가 본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싸우기도 애매했다. 하늘을 나는 목적이 아닌 이상, 드래곤의 덩치보다 작은 배의 갑판 위에서 행동하기에는 제약이 심했다.

‘어쩔 수 없나.’

지금부터 백병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충렬도 방어력이라면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자동으로 사용되는 라이프 드레인도 있겠다, 충렬은 하운드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제가 놈을 맡을 테니, 나머지를 부탁합니다.”

충렬의 말에 레일리와 아르타디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나머지는 우리들이 처리하도록 하지.”

여기서 말하는 놈이란 누굴 말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바로 발라무트였다.

어쨌거나 그 말을 남긴 충렬이 입을 열었다.

“하운드, 가자.”

동시에 충렬의 의도를 읽은 헬 하운드가 유령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런 충렬의 뒤를 수많은 언데드들이 뒤따랐다. 충렬은 곧바로 하운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른 유령들은 모두 무시하고 발라무트에게 달려.”

그러자 하운드가 크게 짖으며 땅을 더욱 거세게 박찼다.

“컹컹!”

‘이대로 직진해서 발라무트만 상대해야겠어.’

3등 항해사 유령의 주변을 얼리는 스킬이 걱정되었지만, 암흑 투기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아르타디아의 드래곤 피어가 없어도, 놈들의 강력한 스킬인 얼리기는 하운드에 의해 가로막혀야 했다.

[헬 하운드가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여 3등 항해사 유령의 한기를 무효화시킵니다.]

***

유령들과 충렬의 무리들이 뒤섞여 사방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해골 보병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항해사급 미만의 유령들은 단번에 처치되었다. 바로 마렉의 버프 때문이었다. 재사용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해골들에게 걸어줄 수는 없었지만, 버프를 받은 해골들은 매우 날렵하게 주변의 유령들을 도륙하는 중이었다.

항해사급 유령들은 데프론과 아르타디아, 그리고 레일리가 전적으로 맡아 상대를 하는 중이었다. 해골 마법사들은 해골 보병들을 보조하며 일반 유령들을 꾸준히 학살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냥 백병전으로만 가도 전투의 양상은 충렬에게 매우 유리하게 흘러갔다.

아쉬운 점은 다시 소환된 유령들은 영혼 수확자의 반지에 중첩이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 상관은 없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이대로만 가도 무난하게 승리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발라무트는 또다시 스킬을 사용하여 유령들을 소환하려고 했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속셈이었다.

[나의 선원들이여, 다시 일어나 적들을 처치하…….]

물론 그 꼴을 충렬이 지켜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주변의 유령들을 떨쳐내느라 뒤늦게 놈에게 도착한 충렬이 주먹에 암흑 투기를 집중하며 내질러 갔다.

“시끄럽네. 이거나 먹어.”

헬 하운드는 충렬이 온전히 발라무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다가오는 유령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하운드의 시야를 피해 2등 항해사 유령 두 마리가 충렬을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그러나 충렬은 놈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녀석들은 하운드가 일부러 보내준 것이었다. 왜냐고? 놈들은 라이프 드레인이 적용되어 충렬에게 지속적인 생명력을 전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하운드가 실수하여 흘려보낼 리가 없었다.

녀석들로부터 지속적인 생명력을 흡수하여 움직이는 충렬은, 다칠 걱정 없이 오로지 발라무트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발라무트의 반응이 이상했다. 맹렬이 저항해야 할 녀석이, 전혀 그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보스급 몬스터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거구의 덩치를 가진 발라무트는 충렬이 달려들자 몸을 움츠렸다.

[흐헉!]

덩치만 컸지, 완전 겁쟁이 같은 모습에 당황한 것은 충렬이었다.

“뭐야?”

그리고 대결은 거기까지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당신은 이 배를 몰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발라무트가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당신의 승리를 인정하며 자신의 항복을 선언합니다.]

[승리 보상으로 120,000카르마가 주어집니다.]

‘미친.’

120,000카르마라니. 대결을 포기한 도전자에게서 징발한 5만 카르마까지, 단 한 번의 대결로 총 17만 카르마를 벌어들였다. 엄청난 보상에 충렬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본래라면 발라무트는 그만큼 어려운 적이었다. 다만 충렬은 수많은 무리들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수월하게 상대했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막대한 카르마를 얻어가며 충렬은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을 들었다.

[대결 진척도]

[승리: 6회]

[패배: 4회]

[6회의 승리를 달성하여 유령선의 탈취를 성공하였습니다.]

[발라무트는 망망대해에서 당신을 위해 배를 움직일 것입니다.]

너무나 어이없게 대결이 종료되었다. 놈이 항복을 선언하자 충렬의 무리들을 공격하던 유령들도 일시에 동작을 멈추었다.

‘설마 놈의 근처까지 가서 공격하려는 행동이 승리 조건인가?’

이전까지의 대결과는 다르게 마지막 대결에 숨겨진 요소인 것 같았다. 하기야, 그러고 보면 유령들을 소환하는 것 이외에 딱히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는 발라무트였다.

어찌되었거나 충렬이 승리를 거머쥐자, 비로소 나머지 도전자들도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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