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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127화 (127/237)

# 1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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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망대해라고 말하기에 바다 한가운데 무작정 떨궈놓는 것인지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아니었다. 시야가 바뀌자마자 충렬은 자신이 갑판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도 제법 거대한 배의 갑판 위로 말이다.

그러나 갑판 위에는 충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충렬의 언데드들을 포함해, 다양한 도전자들이 함께 있었다.

주변의 시야를 자욱한 안개가 가리고 있었지만, 도전자들 모두가 서로의 가시거리 내에 존재했다. 그렇기에 누가 있는지를 모르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인원의 모습에 마렉이 감탄했다.

[와우. 많이도 왔네.]

마렉이 감탄하거나 말거나 충렬은 도전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각 도전자들의 머리 위로 그들의 직업이 표시되어 있었다. 다만 직업 외의 이름과, 직업 앞의 수식어는 표시되지 않았다.

<용 사냥꾼>, <처단자>, <바위 전사>, <산적>, <방랑 기사>, <비전 전문가>, <마법학도>, <마나 공학자>, <원소 술사>…….

대충 근접 딜러 5명에 마법 관련 직업이 4명이었다.

물론 충렬은 자신의 머리 위에도 직업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을,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네크로맨서라고 표시되어 있겠지.’

그렇게 도전자의 숫자만 충렬까지 합치면 총 10명이었다. 아직 시스템의 음성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도전자들의 시선이 곧 충렬을 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충렬과 함께 이동한 네임드들의 소속이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도전자들은 자연히 쪽수가 많은 충렬을 경계하게 되었다.

<네크로맨서의 듀라한>

<네크로맨서의 리치>

<네크로맨서의 혼돈 천사>

<네크로맨서의 본 드래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전력이었다.

누군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서로가 싸우라는 임무가 발생한다면 도무지 상대하기가 쉽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몇몇은 합심이라도 한 듯, 서로가 눈빛을 교환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충렬을 경계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싸우게 된다면 충렬을 먼저 공격할 생각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력의 우위에 있는 이를 가장 먼저 처치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들의 경계도 거기까지였다. 저들은 더 이상 경계하지 못했다. 충렬이 저들의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벌써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네. 아직 시스템이 정보를 전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옆에 있던 아르타디아도 충렬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쓸데없는 적의를 보이는군.”

순간 그녀는 다크 엘프의 모습에서 본 드래곤으로 변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 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그녀가 반응하기 전에 충렬이 움직이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저런 이들을 일일이 상대하기는 귀찮았다. 물론 상대해야 한다면 망설일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당장에 덤빌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생각을 정리한 충렬이 데프론과 레일리에게 말했다.

“데프론, 보병을 전부 소환해. 레일리, 마법사들의 소환을 부탁드립니다.”

충렬의 말에 데프론은 그 즉시 명령을 수행했다. 레일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장내는 곧 충렬의 해골들로 득실거리게 되었다.

<네크로맨서의 해골 보병1>

…….

<네크로맨서의 해골 보병10>

<네크로맨서의 해골 마법사1>

…….

<네크로맨서의 해골 마법사4>

갑자기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해골이 무려 14마리나 소환되자, 합심하며 경계하던 도전자들이 눈을 내리깔았다. 이전까지는 뭉치면 위협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상대의 숫자를 보니 감히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쪽수를 믿고 뭉쳤던 것인 만큼, 쪽수가 되지 않으니 단번에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괜히 찍혔다가는 내가 먼저 당한다!

라는 표정이 말이다.

충렬은 그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자신을 제외하고 9명이 모두 합심한다고 해도 이제는 상관이 없었다. 저쪽의 인원에 비하여 이쪽의 숫자는 무려 2배였다. 물론 기본적인 해골이니 약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껏 강한 몬스터를 만나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을 뿐, 해골 하나하나는 결단코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강함의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변화는 충분히 있었다. 해골들은 충렬의 레벨을 따라갔으니, 그 강함이 16레벨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장내는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압도적인 무력의 등장에 자연히 평화가 발생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서로의 신경전은 곧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행히도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서로 싸우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긴장해야 했다. 그에 못지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주어졌으니 말이다.

***

시스템은 이곳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도전자들이 당장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당신들이 탑승해 있는 배는 유령선입니다.]

[잠시 뒤, 유령들이 등장합니다.]

[순서대로 등장하는 그들과 대결을 펼쳐 유령선을 장악하십시오.]

[과반수를 초과한 인원이 대결에서 승리하면 유령들은 당신들을 따르게 됩니다.]

[대결은 총 10회 이루어집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한마디로 대결은 총 10번이 있는데, 그중에서 6번을 이기라는 소리였다.

‘아마 도전자들마다 각자 한 번씩의 기회가 주어지는가 보군.’

만약 6명 이상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뭘 어떻게 되긴. 임무 실패였다.

[6명 이상이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할 시, 임무는 자연히 실패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도전자들은 막대한 페널티를 얻고서 퇴장합니다.]

막대한 페널티라면 어느 정도일까. 거기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실패한 도전자 한 명마다 50,000카르마가 강제 징발됩니다.]

[보유한 카르마가 없다면 앞으로 얻을 카르마에서 차감됩니다.]

[이번 임무는 탈주가 불가능합니다.]

그 말인 즉, 충렬이 승리하고 나머지가 다 실패한다면 450,000카르마의 손해를 본다는 소리였다.

‘이게 무슨…….’

간만에 자비가 없는 임무가 등장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도전자들은 단번에 똥을 씹은 얼굴들이 되었다. 다만 바뀐 점이라면, 충렬을 바라보는 눈에는 약간의 호감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저 정도의 병력이라면 1승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도전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수준을 재고 있었다.

“쳇, 이거 완전 운발이구만.”

“내가 잘해봤자 소용이 없나 보군.”

“허접 같은 놈들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내가 할 소리라고.”

그러나 그들의 소란도 거기까지였다. 누군가 외쳤다.

“저기에 묘비가 있다!”

그랬다. 바다에 발생한 안개가 자욱했기에 금방 발견하지 못했을 뿐. 유령선이라는 이곳에서도 역시나 묘비가 존재했다.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둘째는…….

-? 둘째는 뭔데?

-아, 벌써부터 짜증 난다. ㅡ_ㅡ

물론 임무와 관련이 없는 묘비는 걸렀다. 중요한 것은 이곳과 관련된 정보였으니 말이다.

-목숨이 아깝다면 무조건 초반에 대결해라.

-이거 진짜 반박불가 빼박캔트임. 뒤로 갈수록 대결 극혐.

-어떤 적이 등장하는지 랜덤이라고 말해도 확실히 초반이 쉽다.

-욕심이 많으면 뒤에서 대결하는 것도 괜춘.

-카르마는 후반에 진짜 많이 준다.

-목숨은 장담 못 하지만 ㅋ

묘비의 내용들은 대부분 초반에 대결하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었다.

‘대결 순서를 임의로 정할 수 있나?’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충렬을 포함한 도전자들이 묘비들을 살필 사이, 시스템은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됨을 알려왔다.

[대결에서 등장하는 적의 수준과 숫자는 매번 랜덤입니다.]

[첫 번째 대결을 시작합니다.]

[등장하는 적: 노예 유령 3마리]

[첫 번째 대결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거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첫 대결에 누가 등장하는지 알려주다니, 거기에 더하여 역시나 대결에 참여하는 것도 선택할 수가 있었다.

처음 대결은 노예 유령 3마리였다.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 치고는 무난한 것 같은데.’

다른 도전자들의 생각도 같았다. 나중에 힘들 것이 뻔한 대결에 참여하느니, 당장에 참여하자는 생각에 각종 이들이 손을 들었다.

“내가 한다!”

“나야, 나!”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고!”

소란이 일거나 말거나, 시스템은 정확히 가장 먼저 손을 든 이를 지목했다.

[‘비전 전문가’가 노예 유령 3마리를 상대로 대결을 시작합니다.]

[5초 뒤, 노예 유령 3마리가 등장합니다.]

[서로간의 버프 등, 대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기타 등의 것들은 일절 적용되지 못합니다.]

[원만한 대결을 위하여 다른 도전자들을 관전 상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비전 전문가라는 도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들이 공중으로 몸이 뜨이며 반투명한 상태가 되었다.

***

갑판의 정중앙. 그곳에는 비전 전문가와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은 유령 3마리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첫 번째 대결은 딱히 지켜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썬더.”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손에서 갈래 번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 번개는 단번에 노예 유령 3마리를 지졌다.

치지직!

그것으로 끝이었다. 스킬을 적중시키자마자 너무나도 간단히 첫 번째 대결이 끝나 버렸다.

[첫 번째 대결이 끝났습니다.]

[‘비전 전문가’가 2,000카르마를 보상으로 받아갑니다.]

[지금까지 대결에 승리한 도전자의 수: 1명]

너무나 허무한 결과에 지켜보던 도전자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너무 쉬운데?”

“그러게. 이러면 걱정할 일이 없겠어.”

도전자들이 수군거리는 동안, 시스템은 다음 지원자를 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대결을 할 도전자는 거수하여 주십시오.]

[등장하는 적: 무장한 유령 선원 5마리.]

첫 번째와는 달리 적의 수준이 한층 상승했다. 하지만 첫 번째 대결이 너무나 쉽게 끝났기 때문일까? 선뜻 나서는 이는 없었다. 쉽게 끝나는 만큼 얻어 가는 카르마가 적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이는 있었다. 그는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묘비의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내가 한다.”

거수한 이는 ‘바위 전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였다. 그렇게 두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

첫 번째 대결에서 승리한 비전 전문가, 그리고 이어진 바위 전사의 전투. 그 후에도 도전자들의 도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4번째 대결까지는 아직 패배하는 인원들이 없었다.

결국 비전 전문가, 바위 전사, 원소 술사, 방랑 기사 순으로 4명은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들은 각자 2,000카르마, 5,000카르마, 10,000카르마, 15,000카르마를 벌어갔다. 그 광경에 충렬은 마음을 굳혔다. 최대한 대결을 늦추어서 많은 카르마를 벌어 가자고.

다행인 것은 순서를 뒤로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전투를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넘쳐난 것이다. 너무나 상대하기가 쉬우니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다. 충렬도 다섯 번째 도전자가 승리한다면 여섯 번째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전투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네 번째 전투까지는 어느 정도 할 만하더니, 다섯 번째부터는 더 이상 할 만한 전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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