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26화 (126/237)

# 126화.

?망망대해

비솔라의 감사 인사를 충렬은 한참 동안이나 받아야 했다. 지금껏 얼마나 힘들었던 것인지, 아이를 되찾은 그녀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 머메이드 축복 효과의 지속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인사는 끊임이 없었다.

그래서 하마터면 숨을 쉬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충렬을 안내한 머메이드가 축복을 다시 걸어주었기에 익사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비솔라의 감사 인사를 오랜 시간 듣고 있던 충렬은, 나중에 상황을 정리하고 은혜를 갚으러 오겠다는 그녀를 간신히 달래어 돌려보냈다. 당장에라도 충렬을 따라 무언가를 하려고 하던 그녀였지만, 아이를 먼저 돌보라는 설득을 하며 겨우 진정시킬 수가 있었다.

비솔라를 돌려보낸 지금은 응접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머메이드 여왕 아란티아가 오라고 했으니 말이다.

잠시 뒤, 응접실에 도착한 충렬은 응접실이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을 깎아 만든 바닥은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각종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응접실의 한쪽에서는 아란티아가 매우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요염한 자세로 턱을 괴고 옆으로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한 왕국의 여왕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하기야 이들의 스타일에 굳이 왈가불가할 이유는 없었다.

어쨌거나 충렬이 응접실에 들어서자 아란티아는 본론부터 꺼내었다.

“이것은 그대에게 주는 선물이니라.”

그러면서 그녀가 아이템 하나를 내밀었다. 역시나, 보상은 시스템의 보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가 건네어 온 아이템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동그란 야구공같이 생긴 것이었는데, 겉모양만으로는 그 용도를 쉬이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자, 충렬은 어떠한 아이템인지 알 수가 있었다.

[수중 몬스터 포획의 구: 머메이드를 제외한 수중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는 1회용 아티팩트다. 몬스터에게 던져서 사용한다. 포획에 성공하면 문양으로 등록하여 데리고 다닐 수 있다. 포획하려는 몬스터가 지쳐 있을수록 포획에 성공할 확률이 증가한다. 포획에 실패하면 아이템은 사라진다.]

몬스터 포획의 구라니, 아이템의 설명에 놀란 충렬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거 대박이잖아.’

수중에서 살아가는 몬스터에게만 사용할 수가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그렇지만 소환수 하나가 공짜로 주어지는데 나쁠 리가 없었다. 물론 포획에 실패한다면 날리는 셈이었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러니 웬만하면 실패할 일은 없으리라.

‘뜻밖의 아이템을 건졌네.’

사용하기에 따라서 좋은 아이템이 될지, 저급한 아이템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제대로 된 상황에서 사용하리라 다짐했다. 결코 아무렇게나 사용할 아이템이 아니었다.

충렬이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보는 사이 아란티아가 충렬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제법 솔깃해할 제안을 해왔다.

“아 참, 여기서 살고 싶다면 살아도 된다. 별채를 무상으로 내어주도록 하지. 우리 머메이드들은 인간 남성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니.”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선택형 임무 ‘머메이드 왕국에서 지내기’가 발생하였습니다.]

[머메이드 왕국에서 지내는 동안은 다른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헬리오스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그녀들을 위해 봉사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음성을 들을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는 여왕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입술을 살짝 핥는 그녀의 모습에 충렬은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다.

때문에 정중히 거절하기로 했다. 무상으로 별채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끌리는 느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한 느낌만 들었다.

이미 머메이드 왕국 곳곳에 세워진 묘비들을 보지 않았던가. 그래서일까? 충렬의 결정은 빨랐다. 저들이 어떤 이유로 자신을 반기는지, 대충 상상이 되었다. 그런 것은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일이 바빠서…….”

평범한 남자였다면 그녀의 권유에 당장 승낙했을 터였다. 말투는 저러하여도 여왕이라 그런 것일까? 다른 머메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보유했으니 말이다. 보통이었다면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서라도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말할 것이리라.

하지만 충렬은 딱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거절했을 뿐이었다.

그런 충렬의 대답에 여왕은 무언가 실망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 그녀는 은근히 끈질긴 면이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 쉬러 오거라. 언제 한번 나와 깊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

도대체 어떤 종류의 깊은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여왕의 말은 빈센트에 의해 끊겨야 했다.

[눈치가 없나? 그만 질척거리지 그래? 놀러오고 싶다면 어련히 알아서 오겠지. 일이 끝났다면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그러자 여왕이 아쉽다는 듯이 대답했다.

“흠… 어쩔 수 없지. 어쨌거나 다음에 반드시 한번 놀러오도록.”

미안하지만 다른 의미로 무서워서 오지 못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곳에서의 임무를 끝낸 충렬은 성녀와 함께 영지로 귀환했다.

***

충렬의 영지에 함께 도착한 빈센트. 그가 작별 인사를 했다.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 주어서 고마웠다.]

“조심히 가십시오. 해골 왕께 안부 전해주시고요.”

충렬을 따라 실비아도 빈센트를 배웅해 주었다.

“살펴 가세요.”

둘의 배웅에 빈센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전하께는 안부를 잘 전달하겠다. 성녀도 잘 계시오.]

빈센트는 바쁜 일이 많았는지 그 말을 남기고서는 곧장 해골 왕에게 되돌아갔다. 그렇게 빈센트는 다시 되돌아갔고, 충렬도 성녀와 함께 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머메이드 왕국에서의 일은 잠깐이었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다양한 보상을 얻어가는 시간이었다.

영주의 반지를 시작해 몬스터 포획의 구까지. 나쁘지 않은 보상을 얻었다. 간단하게 끝낸 것 치고는 매우 풍족하게 얻어갔다.

그나저나 몬스터 포획은 당장에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직 사용할 수는 없었다.

‘마땅한 대상이 없다.’

영지 근처에 호수가 있기는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호수 망령들이 살고 있었다. 녀석들도 수중에서 살아가는 몬스터이니 포획할 수가 있을 터였다.

‘그러나 고작 그런 녀석들에게 사용하기에는 아깝다.’

그렇다고 머메이드 왕국 근처에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여왕을 포함해 다른 머메이드들이 자꾸만 달라붙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나중에 마땅한 상황이 주어지면 그때 사용해 봐야겠군.’

그렇게 다음 기회를 기약하려는 충렬이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의외로 금방 찾아왔다.

***

영지로 돌아오고 잠시 머무는 사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이 알려왔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다음 임무 지역에 대한 것이었다.

[다음 임무 지역으로 향하기까지 4시간 남았습니다.]

[다음 임무 지역은 ‘망망대해’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는 지역이었다.

‘바다를 무대로 한 임무 지역인가.’

육지와는 다른 환경이었다. 왜인지 평범한 임무는 아닐 것 같이 느껴졌다. 시스템도 당장에 임무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도착하면 공개됩니다.]

비록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인원이 가는지는 알려주었다.

[그곳으로 향할 도전자들의 지목이 끝났습니다.]

[그곳에서 함께할 인원은 당신을 포함하여 총 10명입니다.]

총 10명이 향하는 것이라면 적은 인원이 아니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임무라는 뜻이리라. 그러나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도전자들의 평균 레벨은 12입니다.]

10명이 함께하는 임무에서 평균 레벨은 12라고? 현재 충렬의 레벨은 16이었다.

‘그런데 도전자들의 평균 레벨이 12라면…….’

12레벨보다 더 낮은 이들도 함께한다는 소리였다.

‘그런 자리에 왜 내가 껴서 가는 것이지?’

쉽게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무를 가볍게 여길 생각은 없었다. 지역만 들어도 쉬운 장소로는 느껴지지가 않았으니까. 애초에 임무를 수행할 장소를 간단하게 선정할 리는 없었다.

‘그나저나 마계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그곳은 이번에 수행이 불가능한가보군.’

그러니 곧바로 망망대해라는 장소로 보내지는 것이리라. 충렬은 다음 지역으로 향하기 전, 슬슬 준비를 하기로 했다. 4시간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지만 많은 시간은 아니었다.

‘흐음, 이번에는 누굴 영지에 머물게 해야 할까.’

저번 악인들을 상대하러 갔을 때는 아르타디아를 데리고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임무에는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불의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래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그녀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바다 한가운데서 수행하는 임무였으니 말이다.

물론 샤오링은 여전히 영지에서 계속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누구를 남길지에 대한 고민은 샤오링을 제외한 네임드 언데드였다.

제법 오래 고민될 문제였지만, 결정은 금방이었다.

‘제레미를 두고 가는 것이 좋겠지.’

그러지 않아도 드워프들이 근처 철광 지대를 개발하기 위해 바빴다. 제레미에게 그들을 돕게 하면 그래도 적지 않은 숙련도가 쌓이리라.

전에는 자아가 가진 이를 머물게 했는데,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 충렬의 영지에는 각종 능력이 넘치는 이들이 존재했으니 딱히 걱정이 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은 아르타디아 대신 제레미를 영지에 머물도록 했다.

“시스템, 여관에 등록하는 영웅으로 아르타디아 대신 제레미를 등록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 대신 제레미를 영웅으로 등록합니다.]

[현재 여관에 등록된 영웅: 샤오링, 제레미]

***

4시간이라는 시간은 무척이나 빨리 지나갔다.

제레미와 샤오링을 돌보는 것은 박해일에게 맡겼다. 그래봤자 샤오링은 한곳에서 주구장창 운기조식만 할 테고, 제레미는 드워프들의 일을 돕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충렬은 그에게 영주의 반지를 얻었음을 설명했다. 그가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소환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으니까. 물론 영지의 인원들은 되도록 소환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그들에게 좋지 않을 일이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이런저런 일을 끝마친 충렬은 마침내 시스템에 의하여 다음 임무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다음 임무 지역으로 향하기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을 들어가며 배웅을 나온 해일에게 말했다.

“그럼, 샤오링과 제레미를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고 다녀와.]

그렇게 해일의 배웅을 받으며 충렬은 다음 임무 지역으로 이동되었다.

물론 이동된 이는 충렬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대기하던 데프론과 레일리, 마렉과 아르타디아 또한 충렬과 함께 이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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