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24화 (124/237)

# 124화.

?***

빈센트가 알려오는 내용을 들어본다면,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은 문제였다. 문제가 생긴 머메이드는 둘이었다. 그녀들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는데, 그저 외모가 쏙 닮아 있을 뿐, 쌍둥이는 아니었다. 그런 둘에게 발생한 문제는 바로 어린 머메이드 하나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서로가 자신의 자식이라고 한다라…….’

어린 머메이드는 아직 지능이 발달하지 않아 부모를 구분하지 못했다.

‘일단은 그곳에 가서 더욱 자세한 정황을 살펴보아야겠다.’

빈센트도 이 이상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도착해서 살펴보는 것이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

충렬이 상황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이번 임무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로 당신은 하나의 수행원만 데려갈 수가 있습니다.]

시스템의 말에 충렬은 조금 난감해졌다.

“그 말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데려갈 수가 없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아르타디아와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그녀에게는 지혜가 있었으니 말이다. 분명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마침 아르타디아가 레일리와 성녀 실비아를 데리고 식당에 들어왔다. 한쪽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다. 물론 그녀와 레일리는 먹지 않아도 되지만 성녀와 이야기도 할 겸 함께 먹으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시스템의 음성이 그녀에게도 들린 것인지, 그녀가 성녀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난 아르타디아가 성녀를 데리고 충렬과 빈센트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말했다.

“성녀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녀가 간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르타디아가 하는 말의 의미를 충렬은 즉시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성녀에게는 심안이 있었지.’

상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었다. 이제는 혼돈의 성녀가 되었지만, 그 능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니, 한층 더 강해졌다.

“성녀도 기꺼이 따라가겠다고 하더군.”

아르타디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뒤를 따라온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마음껏 가져다 쓰세요.”

그녀의 말에 충렬이 대답했다.

“가져다 쓰라니요. 저야 도움을 주신다면 감사합니다만 불편하지 않으실지.”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굳이 더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충렬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하기로 했다.

충렬은 빈센트에게 성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대충 설명했다. 그러자 빈센트 역시 환영하는 눈치였다. 빈센트는 그답지 않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심안의 능력이라니.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군.]

그렇게 충렬과 성녀가 함께 이동하기로 결정이 나자, 빈센트가 말했다.

[따로 챙겨 갈 것이 있나?]

위험한 장소가 아니라면 그냥 몸만 가면 되었다. 딱히 챙겨 갈 것은 없었다. 시스템이 보장하는 만큼 정말로 위험한 곳은 아니리라.

“없습니다. 다만 조금 있다가 갔으면 합니다. 성녀님께서 방금 막 식당에 오셔서…….”

[알겠다. 그럼 1시간 정도 후에 함께 출발하도록 하지. 어차피 나도 잠깐 전하께 보고를 하고 와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은 성녀 실비아와 함께 머메이드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

언데드 지역과 꽤나 가까운 위치에 놓인 바다. 그리고 그 아래에 형성된 머메이드의 왕국. 그곳을 다스리는 여왕 아란티아는 골머리를 앓는 문제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대전의 바닥에서 눈물을 흘리는 머메이드 비솔라, 그리고 그 옆에서 어린 머메이드를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꽉 안고서 놓지 않는 다른 머메이드 아키라. 그 둘이 아키라의 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키라는 어린 머메이드를 지금껏 키워왔다. 그 동안 아이를 얻지 못하다가 뒤늦게 얻은 아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솔라의 주장도 그럴듯했다. 자신이 잠시 잠에든 사이 아이가 없어졌는데, 그 아이가 아키라가 데리고 있는 아이라는 것이다.

정황상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누구의 아이라도 단정하기에는 증거라고 할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둘의 외모가 너무 비슷했기에, 아이 역시 둘 모두와 닮아 있었다. 결국, 누구를 더 닮았고, 누군가를 덜 닮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낀 아란티아는 옆에 위치한 시녀를 닦달했다.

“해골 왕에게서는 아직 소식이 없더냐?”

“아직이옵니다.”

그 말에 아란티아는 그냥 다 뒤집어엎고 싶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남의 자식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것이 머메이드란 종족이었는데, 어째서 서로가 자신의 아이라고 우기는 것일까. 정말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이제까지 이러한 일을 겪어본 경우가 없었다. 그렇기에 두통이 더 많이 발생했다. 지혜와 관련된 종족이었다면 금방 해결했을 문제였지만 아쉽게도 머메이드는 그런 종류의 종족이 아니었다. 때문에 마침 친분이 있던 해골 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여왕 아란티아의 인상이 펴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해골 왕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곧 중재할 이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란티아가 화색하며 말했다. 물론 그녀의 음성은 급했다.

“어서 그를 맞이하러 가거라. 빨리!”

***

충렬과 실비아가 빈센트를 따라 이동한 곳은 바다의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바위의 위였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다. 여기서 발을 잘못 헛디딘다면 곧바로 익사하리라.

‘그런데 바닷속에 왕국이 있으면 숨은 어떻게 쉬지?’

문득 걱정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곧 접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인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발의 머리에 녹색의 눈을 가진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상반신을 바위에 걸친 인어가 충렬과 실비아를 보더니 빈센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서 오십시오.”

그러자 빈센트가 머메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대들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초청한 이들이다.]

그 말에 머메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잠시 고민의 흔적이 나타났다.

“인간들이로군요.”

머메이드의 반응에 빈센트가 설명했다.

[단순한 인간들이 아니다. 그것은 전하의 이름을 걸고 보증하지.]

빈센트가 보증하거나 말거나 정작 머메이드는 상관없어 하는 눈치였다. 고민의 흔적이 나타난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었다.

“인간들이여.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수단이 있나요?”

머메이드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저었다. 성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어떻게 물속에서 호흡을 한단 말인가. 그것은 아무리 도전자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충렬과 성녀의 반응에 머메이드가 둘에게 말했다.

“잠시 이쪽으로 와서 상체를 숙여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충렬과 실비아가 머메이드의 가까이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상체를 잠시 숙였다.

“조금만 더 제 가까이로 숙여주십시오.”

어떻게 보면 머메이드는 몬스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만 무슨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수작이 아닐 지라도, 이어지는 머메이드의 행동은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서로 속삭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머메이드가 충렬의 입술을 덮쳐온 것이다.

‘이게 무슨…….’

당황한 충렬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짐을 느꼈다. 그렇지만 충렬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머메이드는 곧 옆에 있던 실비아의 입술을 이어서 덮쳐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머메이드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머메이드의 축복: 수중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어렵지 않게 된다.]

[머메이드의 축복은 2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입술을 빼앗겨 잠시 당황했지만 역시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실비아는 부끄러웠는지 볼을 붉혔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에 상관없이 목적을 달성한 머메이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출발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충렬은 머메이드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

풍덩.

바닷속에 빠진 충렬은 정말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저 머메이드와 짧게 입을 맞춘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수중에서 호흡을 할 수가 있게 되다니.

더군다나 물속에서 이동하는 것도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마중 나온 머메이드를 따라 목적지까지의 이동은 금방이었다. 대략 200미터 아래로 내려가자, 머메이드의 왕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서 함께 이동하던 성녀가 그 모습에 감탄했다.

“와, 아름답네요.”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거대한 조개껍데기와 산호가 어우러지며 각종 주거시설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그 모습이 실로 아름다웠다.

동시에 곳곳을 수많은 머메이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보이는 머메이드라고는 전부다 여성형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왕국에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먼저 앞서가던 머메이드가 충렬을 흘끔 바라보더니 말했다.

“중성화 되지 못한 머메이드들이 아마 조금은 귀찮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볍게 무시하시면 됩니다.”

‘귀찮게 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내 흘려가듯이 말했다.

“뭐, 상대하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순간 충렬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녀가 말하는 의미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렬의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머메이드의 왕국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충렬이 도착하자, 주변을 돌아다니던 머메이드들의 시선이 일시에 충렬에게로 향했다. 그때서야 알 수가 있었다. 귀찮게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어머, 인간 남자야!”

“인간 남자가 어떻게 여길?”

시선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충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머메이드들의 행동은 무언가 이상했다.

“저기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뭐 하는 거야. 내가 먼저 물어볼 거야!”

“여길 좀 봐주시겠어요? 그러지 않아도 씨앗이 필요한데.”

인간에 대해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인간 남자에게 호감을 보였다. 옆에 서있는 실비아에게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었다.

머메이드들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 매혹적인 표정으로 충렬을 유혹해 왔다. 정작 충렬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말이다.

‘씨앗이라고? 식물을 키우려고 하는 건가? 그런 것은 없는데.’

하지만 머메이드들의 유혹은 사전에 차단되어야 했다. 충렬을 안내하던 머메이드. 그녀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여왕님의 손님이다. 다들 길을 비키도록.”

여왕의 손님이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머메이드들은 일시에 도망갔다.

“꺅! 여왕의 남자였어!”

“여왕한테 찍히면 위험해! 도, 도망가자! 중성화되기는 싫다구!”

머메이드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뒤늦게 씨앗의 의미를 파악한 충렬은 조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본다면 머메이드란 종족이 대충 어떤 존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머메이드 왕국 곳곳에는 의외로 도전자들의 묘비가 수두룩했다.

-와나 ㅋㅋㅋ 정신 차리고 보니 죽어 있네. 복상사로 죽다니.

-하. 3주 동안 하얗게 불태웠다.

-ㅋ 불쌍한 새끼. 정력이 그것밖에 안되냐? 난 2개월.

-좀 자제하면서 생활할걸. 한번 빠지니까 제어가 안 되잖아.

-그러게 여기가 천국인데. 아쉽다 ㅠㅠ

그 묘비들을 본 충렬은 속으로 생각했다.

‘조심해야겠군.’

한번 유혹에 빠지면 죽을 때까지 헤어날 수가 없는 듯했다. 아무리 적대적이지 않다고 해도 사망시킬 정도라면 위험했다. 묘비에서는 행복했다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결국 잘못하면 죽는다는 소리였다. 당연히 충렬은 머메이드들의 유혹에 넘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대충 머메이드 왕국의 분위기를 살피며 충렬은 여왕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여왕과 관련된 머메이드들은 충렬에게 추태를 부리지 않았다.

그렇게 충렬은 머메이드의 왕궁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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